[죄수와 검사] ⑤ ‘검사를 위하여’ 의뢰인 팔아넘긴 전관 변호사
2019년 08월 29일 08시 00분
뉴스타파는 지난달까지 연재했던 <죄수와 검사> 시리즈에서 보도한 검찰 출신 전관 박수종 변호사의 행적을 계속 추적하던 중 박 변호사가 지난해 상장폐지된 두 코스닥 상장사에 깊이 연관된 사실을 발견했다. 회사의 상장폐지로 소액주주들은 천 6백억 원 가량의 투자금을 날렸지만 박 변호사는 천억 원이 넘는 알짜 자회사를 ‘헐값’에 장악했다. 일부 주주들은 당시 경영권을 갖고 있던 박 변호사가 고의로 상장폐지를 유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박수종 변호사는 뉴스타파가 <죄수와 검사>에서 보도한 바와 같이, 금융범죄 혐의를 받던 피의자의 신분으로 수사책임자였던 김형준 검사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고 김형준 검사의 비위 사건을 무마하는 데도 개입했다. 수사를 받던 시기 그의 통화기록에서는 김형준 검사 뿐 아니라 청와대 파견 검사 등 현직 검사 22명과의 통화 내역이 나왔다. 검찰은 그의 네 가지 금융범죄 혐의 가운데 한 가지는 불기소했고 나머지 세 가지에 대해서는 약식기소 처분했다. <죄수와 검사> 보도 이후 박수종 변호사는 뉴스타파 취재진을 상대로 3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고,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도 제기한 상태다.
지난 2018년 3월 21일 코스닥 상장사인 ‘모다’와 그 자회사인 ‘파티게임즈’가 회계 감사에서 의견 거절을 받고 거래 정지됐다. 6개월 뒤에 이뤄진 재감사에서도 두 회사는 ‘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가 확정됐다.
거래 정지 시점을 기준으로 두 회사의 시가총액은 4,200억 원(모다 1,600억 원 + 파티게임즈 2,600억 원)이었으며 두 회사의 소액주주는 12,000여 명(모다 7,800명 + 파티게임즈 4,200명)에 달했다. 2017년 말 기준으로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의 비율이 ‘모다’는 80.28%, ‘파티게임즈’는 41.5%였고, 이들이 보유한 주식은 합쳐 1,612억 원 어치였다. 이 1,612억 원 어치의 주식은 이제 거래도 불가능하고 별다른 가치도 없는 휴지 조각이 되었다. ‘모다’와 ‘파티게임즈’ 두 상장사가 소액주주들, 이른바 개미들의 무덤이 된 셈이다.
뉴스타파가 만난 ‘파티게임즈’의 주주 김 모 씨는 보험 영업을 해서 모은 돈 3천만 원과 대출금 3천만 원을 합쳐 ‘파티게임즈’의 주식 6천만 원 어치를 샀다. 경제 신문들의 추천주 정보와 증권사 리포트, 회사의 공시 내용까지 꼼꼼히 확인했지만 위험을 경고해주는 신호는 없었다.
시작은 이제 소액으로, 제 여유자금으로 했다가 점점 그 회사를 알게 되고 대부분 긍정적인 내용들만 시장에 나오다 보니까 당시에는 대출을 받아서 사더라도 감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돌이켜보면, 금액이 좀 더 컸더라면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없을 수도 있었겠다고 생각해요. 가족에게 가장 미안하죠. 생활 수준이 달라졌으니까.
또다른 소액주주 이 모 씨는 3억 원을 투자했는데, 그 역시 절반은 대출을 받은 돈이었다. 대출금은 아직 갚지 못한 상태다. 이 씨의 추천을 받고 주식을 산 주위 사람들의 투자금까지 합치면 10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그는 아직도 정확한 손실 액수를 아내에게 털어놓지 못했다.
와이프한테 자세하게 얘기하지 못했고.. 손실이 많이 나서 좀 힘든 상황이다, 이렇게만 얘기했어요. 오픈할 수가 없죠. 많이 힘들죠. 삶이 많이 바뀌었어요.
‘파티게임즈’의 소액주주 가운데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도 있다. 지난 6월, 경기도 성남시 정자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42살 진 모 씨가 주식 투자 손실에 따른 우울증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진 씨는 기존에 하던 사업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파티게임즈’ 주식을 7천만 원 가량 샀다가 상장폐지로 전액 손실을 입게되자 우울증에 빠져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한다.
두 회사의 소액주주들은 어떻게든 상황을 되돌리기 위해 애썼다. 한국거래소와 서울 남부지법 앞에서 상장폐지 처분을 취소하라며 릴레이 시위를 벌였고 상장폐지 처분 취소 소송도 제기했다. ‘모다’의 주주들은 소액주주 대표를 사내 이사로 선임하기 위해 주주총회에서 표를 모아 표 대결도 벌였다. ‘파티게임즈’의 주주들은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다. 하지만 그 중 어떤 노력도 아직까지는 실효를 거두고 있지 못하다.
뉴스타파가 두 회사의 상장폐지 과정을 취재한 결과 드러난 박수종 변호사와의 연관성을 요약하면 이렇다. 박수종 변호사는 두 회사의 주식이 거래 정지된 이후 모회사인 ‘모다’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그러나 유상증자를 거부함으로써 상장폐지가 확정되는 빌미를 제공했으며, 이후 정리매매 기간 동안 자신의 우호 지분을 헐값에 크게 늘렸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일단 상장폐지가 된 두 회사에 대해 알아보자. ‘모다’는 원래 ‘에그’라고 불리는 와이파이 단말기 등을 만들던 회사다. 2013년 매출 3백억 원대의 영업 이익 흑자를 기록하며 잘 나가던 ‘모다’는 2014년부터 매출액이 줄어들고 적자로 전환했다. 2014년 69억 원, 2015년 35억 원 가량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2016년 2월, 결국 ‘모다’의 주인이 바뀌었다. ‘대신에셋 파트너스’라는 회사가 65억 원을 주고 ‘모다’의 지분 11%를 인수, 대주주가 된 것이다.
‘대신 에셋파트너스’가 ‘모다’를 인수한 뒤 ‘모다’는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2016년에는 게임업계에서 최고의 알짜 회사로 꼽히는‘BNM홀딩스’를 인수했다. ‘BNM홀딩스’는 국내 게임 아이템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양대 아이템 거래소인 ‘아이엠아이’(아이템마니아)와 ‘아이템베이’의 지분 100%를 갖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해마다 1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회사다. 2017년 ‘모다’는 <아이러브 커피>라는 모바일 게임으로 유명한 ‘파티게임즈’의 지분도 49%를 인수해 대주주가 됐다. 이후 ‘모다’는 ‘BNM홀딩스의 지분을 ‘파티게임즈’에 넘겨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2016년 이전에는 단 한개의 계열사도 없던 ‘모다’는 이같은 공격적 인수 합병을 통해 2017년 말 기준 무려 19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지주 회사가 됐다. 19개 계열사 가운데 핵심은 위에서 언급한 자회사 ‘파티게임즈’와 손자회사인 ‘BNM홀딩스’였다. 최종적으로 완성된 구조를 도표로 그리면 이렇다.
‘모다’의 손자회사인 ‘BNM홀딩스’가 가지고 있는 두 게임 아이템 거래 회사는 2017년 중반부터 시작된 이른바 ‘비트코인 투자 열풍’ 당시 큰 주목을 받았다. 게임 아이템을 거래할 때 결제 수단으로 비트코인이 사용될 가능성이 점쳐졌기 때문이다. 소액 투자자들 가운데도 이 시기 비트코인과 게임 아이템 거래와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주식을 매입한 사람들이 많다.
뒤늦게 드러난 사실이지만, 이같은 ‘모다’의 M&A와 사업 확장은 자기 자본이 아닌 차입금으로 쌓아올린 ‘모래성’ 이었다. 대주주인 ‘대신 에셋파트너스’는 2016년 2월 ‘모다’를 최초 인수할 때도 인수자금의 대부분을 차입한 돈으로 충당했고, 이후 ‘BNM홀딩스’와 ‘파티게임즈’도 자기 자본이 아닌, 차입금으로 인수했다. 그럼에도 ‘대신 에셋파트너스’의 경영진은 최초 인수 자금을 자기자금이라고 거짓으로 공시했고 투자자들로 하여금 재무상태가 건전한 회사라고 오해를 하게 했다. 돈을 빌리는 데는 복잡하게 설계된 차명법인들이 동원됐고 급할 때는 인수한 회사의 자금도 빼내서 썼다.
2018년 3월 21일, ‘파티게임즈’가 회계감사에서 의견 거절을 받게 된 것은 무리한 차입 경영에 따른 필연적인 귀결이었다. 대부분의 매출을 ‘파티게임즈’에 의존했던 모회사 ‘모다’ 역시 자동적으로 의견거절을 받았다. 이에 따라 두 회사의 주식은 곧바로 거래가 정지됐다. 의견 거절이란, 회계 법인이 감사를 하는데 필요한 회계 자료를 적절히 제공받지 못했거나 감사의 독립성이 결여된 경우 내놓는 의견이다.
상장 기업이 의견 거절을 받으면 곧바로 주식의 거래가 정지된다. 해당 기업은 7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6개월 뒤의 재감사를 통해 ‘적정’ 의견을 받아야 상장폐지를 면하게 된다. 이에 따라 ‘모다’와 ‘파티게임즈’도 6개월 뒤 재감사에서 적정 의견을 받지 못하면 상장폐지가 확정되는 상황이 됐다.
거래 정지 이후 소액주주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그동안 숨겨졌던 사실이 드러났다. 2016년 2월 ‘모다’를 인수한 ‘대신에셋파트너스’의 실질적인 소유주는 LG가 3세인 구본현 씨였다는 사실이다. 구 씨는 LG 창업자 구인회 회장의 막내 아들인 구자극 씨의 아들이다. LG가 방계의 3세인 셈이다. 구본현 씨는 지난 2011년 자신이 대표 및 최대주주로 있던 코스닥 상장사 엑사이엔씨의 주가를 조작하고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돼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것이 구본현 씨가 ‘모다’의 실질적인 소유주라는 사실을 숨긴 이유일 것으로 추정된다.
구본현 씨는 계속 무리한 차입 경영을 하면서도,‘모다’의 다른 경영진들에게는 “집안에서 돈을 가져와 빚을 갚겠다”고 호언장담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모다’와 ‘파티게임즈’가 회계 감사에서 의견 거절을 받고 거래 정지까지 이르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여기에 있다. 거래 정지 이후 구본현 씨는 부정거래와 대량보유 보고의무 위반 등의 혐의로 금감원의 조사를 받았는데, 조사를 받던 도중인 지난해 10월 체납 세금을 모두 갚은 뒤 출국금지를 풀고 네덜란드로 달아났다. 검찰은 구본현 씨에 대해 인터폴에 적색 수배를 요청한 상태다. 국내에 남아 있던 ‘모다’의 다른 경영진들은 같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뒤 재판에 넘겨졌다.
재벌 3세가 무자본 M&A와 무리한 차입 경영 그리고 이에 수반되는 허위 공시와 부정 거래로 회사를 망가뜨린 게 1단계의 스토리다. 2단계에서는 상상인 그룹의 유준원 대표와 박수종 변호사가 등장한다. 유준원 대표는 뉴스타파가 <죄수와 검사> 9편과 10편에서 보도한 바와 같이 주가조작에 연루된 정황이 있지만 검찰의 수사를 받지 않았고, 이후 이른바 무자본 M&A에 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저축은행을 키워 결국 증권사 대주주의 위치까지 오른 인물이다.
뉴스타파가 인터뷰한 ‘모다’의 전 경영진에 따르면, ‘모다’와 ‘파티게임즈’가 의견 거절을 받은 바로 당일, 구본현 씨를 포함한 ‘모다’의 경영진은 상상인 금융그룹의 유준원 대표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유준원 대표가 지배하는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은 이들이 처음 모다를 무자본으로 인수할 당시 인수 자금 65억 원 가운데 25억 원을 대출해주었을 뿐 아니라, 이후에도 추가 인수 자금을 계속 빌려줘 대출금이 200억 원까지 늘어난 상태였다. 유준원 대표가 ‘모다’의 경영진을 만나자고 한 것은, 상상인 그룹이 ‘모다’와 ‘파티게임즈’의 주채권자로서 일종의 이해 관계자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당시 유준원 대표를 직접 만났다는 ‘모다’의 전 경영진 가운데 한 명에 따르면, 이들은 2018년 3월 21일, 서울 역삼동의 노보텔 앰버서더 호텔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상상인 측에서는 유준원 대표와 그의 오른팔로 알려진 양 모 전무가 회의에 참석했고 ‘모다’ 측에서는 구본현 씨를 포함해 2명의 경영진이 나갔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6개월 뒤에 예정된 재감사에서 ‘의견 거절’을 벗어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했고, 이날 이후에도 여러 차례 만나 협의를 계속했다.
3월 말 또는 4월 초 경 서울 삼성동 오크우드 호텔에서 가진 회동에서, 양측은 “‘모다’의 대주주를 바꿔야 한다”는 데에 합의했다. 회사의 경영권을 새로운 대주주에게 넘기되, 새로운 대주주는 구본현 측이 회사로부터 빌린 대여금을 갚아주는 조건이었다. 이러한 사정은 ‘모다’의 경영진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남긴 검찰 진술조서에도 나와있다.
감사의견 거절이 된 직후 저희의 주채권자인 상상인 플러스 유준원 대표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재감사를 통하여 회사를 살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논의하던 중 저희에게 경영권을 포기할 수 있겠냐는 제안을 했고 저희는 지금 나간 대여금 140억 원을 해결하여 재감사를 통과하는 것을 조건으로 걸었습니다.
대여금을 갚아주고 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할 새로운 대주주는 유준원 대표가 물색하기로 했다.
저희는 차입이 상상인에 많았기 때문에 이 모든 걸 유준원 대표하고 얘기를 한 겁니다. 의견 거절 사유로 제시됐던 게 여러가지가 있지만 핵심은 오너리스크였던 것이거든요. 유준원 대표는 우리 채권자이기도 하고 금융그룹의 오너이지 않습니까. 유준원 대표가 본인의 책임 하에서 건실하게 문제 없이 넘겨서 잘 하겠다, 본인 관할 하에서 아는 쪽에다 넘기겠다고 했습니다.
결국 2018년 4월 12일, ‘모다’의 기존 대주주인 구본현 측은 유준원이 소개한 제3자, ‘디에네케스 파트너스’에게 회사의 경영권을 넘기는 경영권 양수도 계약서를 체결하게 된다.
현재의 지배구조하에서는 회사의 존속 유지가 가능하지 아니함을 확인하고, 본 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을(디에네케스 파트너스)이 자금을 투입하고 대상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하고, 갑(대신에셋 파트너스, 구본현 측 법인)은 대상회사의 경영에서 완전히 탈퇴하는 방식을 통하여 대상회사와 그 자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고자 한다.
여기서 유준원 대표의 오랜 친구이자 <죄수와 검사> 시리즈의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인 검찰 출신 전관 박수종 변호사가 등장한다. ‘모다’의 경영권을 인수한 ‘디에네케스 파트너스’가 박수종의 차명법인이었던 것이다. 뉴스타파가 이미 보도한 바와 같이 두 사람은 1년에 900차례 이상 연락을 주고 받을 정도로 절친한 사이였으며 스포츠 서울 주가 조작 사건에서는 전주였던 유준원의 자금을 관리했던 인물의 변호를 박수종이 맡기도 했다.
‘디에네케스파트너스’의 대표이사는 박수종의 과거 변호사 사무실 직원이자 현재는 박수종의 ‘집사’ 역할을 하고 있는 78년생 이 모 씨였다. 이 씨는 뉴스타파가 죄수와 검사 7편에서 보도한 박수종의 다른 차명법인 ‘스튜어트마어앤 컴퍼니’의 대표 이사를 맡았던 인물이며 박수종의 다른 차명 법인에도 계속 이사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경영권 양수도 계약 이후에는 이 씨에 이어 박수종 변호사의 아내인 정 모 씨가 대표이사를 이어받았다. ‘디에네케스 파트너스’의 지분 35%는 박수종의 아내 정 씨가, 20%는 박수종의 집사 이 씨가 보유하고 있다. 측근들이 과반의 지분을 확보한 채 대표 이사를 역임하고 있는, 사실상 박수종의 차명 법인인 셈이다. (이 회사의 지분 45%를 가진 김 모 씨와 박수종 변호사의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모다’의 구 경영진인 구본현 측은 경영권을 가져가기로 한 ‘디에네케스 파트너스’의 진짜 주인이 변호사 박수종이라는 사실을 계약 체결 이후에야 뒤늦게 알았다고 한다. 자금력이 튼튼하고 경영능력이 검증된 인수자를 원했던 구본현 측은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지만 이미 주채권자인 유준원 대표와 회사를 넘기기로 한 약속한 상황이었던만큼 그냥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상상인 유준원 대표는, 자신이 직접 박수종을 소개한 것이 아니라 상상인의 담당 본부장이 구본현 측의 부탁을 받고 박수종 변호사를 소개해주었을 뿐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뉴스타파와 인터뷰한 모다의 전 경영진은 유준원 대표를 여러 차례 직접 만났을 뿐아니라 여러 차례 통화를 하기도 했다고 반박했다.
경위야 어쨌든, ‘모다’의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한 구본현 측과 박수종 측은 두 가지에 합의했다. 1) 박수종 측은 경영권을 넘겨받는 대신 구본현 측이 발생시킨 회사의 부채 원금을 이자까지 포함해 갚아준다. 2) 박수종 측은 원할 경우, 경영권의 완전 이전을 위해 추가로 자금을 투입해 대주주가 될 수 있다.
경영권 양수도 계약 이후, 박수종 측은 경영진을 모두 자신이 데려온 사람으로 교체했다. 경영진을 교체함으로써 경영권을 장악한 박수종 측은 첫번째 합의대로 구본현 측의 부채를 갚기 위한 돈 120억 원 가량을 내놨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모다’를 정상화하기는 어려웠다. ‘모다’의 회계 감사에서 결정적 문제가 되었던 오너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다’의 오너 리스크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대주주가 바뀌어야 했다. 따라서 ‘모다’의 구 경영진과 소액 주주들은 계약서에 명시된 두 번째 조건, 즉 박수종이 자금을 투입해 모다의 지분을 사들임으로써 실질적인 대주주가 될 수 있다는 조건을 이행하기를 바라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경영권 양수도 계약서의 두 번째 조건은 구체적으로 이렇게 되어 있다.
계열회사 등의 경영권이 을(디에네케스파트너스, 박수종 측 법인)에게 완전히 이전되기 이전에는, 갑(대신에셋파트너스, 구본현 측 법인)은 계열회사 등으로 하여금 을이 요청하는 시점에 을이 요청하는 내용으로 을을 상대방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또는 제3자 배정 전환사채 발행 등을 포함한다) 등의 결의나 주주 총회 소집, 임원 선임 등의 조치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
계약서 조항을 풀어서 얘기하면, 박수종 측이 단순히 빚을 갚아주고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을 넘어, 기존의 대주주보다 많은 지분을 매입함으로써 모다의 진짜 대주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을 (박수종 측)이 요청하는 시점에 을이 요청하는 내용으로”라는 조건이 붙어있기는 하지만 대주주를 교체한다는 것은 이 조항에 전제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대주주 교체 방식인데, 계약서 상에는 두 가지가 제시되어 있다. 즉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제3자 배정 전환사채 발행 방식이다.
두 가지 방식을 자세히 살펴보자.
첫 번째 방식인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말 그대로 회사가 주식을 더 발행해서 이걸 파는 (유상) 방식이다. 팔긴 파는데 불특정 다수에게 파는 게 아니고 제3자, 즉 특정인에게 파는 것이다. 여기에서 제3자는 박수종 변호사 측이 된다. 한 마디로 말하면 박수종 측이 자본금을 투자해 ‘모다’의 주식을 산다는 얘기다. 회사 입장에서는 자본금이 늘어나게 되는 셈이어서 경영이 안정될 뿐 아니라 대주주가 곧바로 바뀌기 때문에 오너 리스크가 해소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박수종 입장에서는 ‘모다’의 진짜 대주주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따르는 책임을 져야 한다. 즉 회사의 리스크를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방식은 제3자 배정 전환 사채 발행이다. 우선 회사가 사채를 발행한다는 것은 누군가로부터 돈을 빌린다는 얘기다. 돈을 빌려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회사가 발행하는 사채를 ‘사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채는 ‘전환’ 사채다. 정해진 시기에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 가지 조건이 더 붙는다. ‘제3자 배정’은, 회사가 발행한 사채를 불특정 다수에게 파는 게 아니고 정해진 제3자, 즉 박수종 측에게 판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박수종 측은 ‘모다’에 돈을 빌려주고, 이 빌려준 돈을 정해진 시점에 돈으로 돌려받을지, 아니면 정해진 가격에 주식으로 전환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유상증자 방식과 달리 회사가 받은 돈이 자본금이 아니라 부채로 계상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회사의 주주 구성에는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 즉, 박수종측이 전환 사채를 아무리 많이 사도 (즉, 돈을 아무리 많이 빌려줘도) 이걸 주식으로 전환하기 전에는, 채권자일 뿐 대주주가 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당연히 ‘오너 리스크’도 해소되지 않는다.
모다의 전 경영진인 구본현 측과 소액주주들은 당연히 박수종 측이 첫 번째 방식, 즉 유상증자를 선택할 거라고 기대했다. 그게 유준원 측과의 구두 합의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재감사에서 ‘오너 리스크’가 해소되어 적정 의견을 받게 되고 거래 정지가 해소되어 상장폐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에 이런 기대는 상식적으로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모다’의 사업 부문은 문제가 없었습니다. 파티게임즈의 자회사인 ‘아이템마니아’와 ‘아이템베이’에서 (여전히) 한해 100억 이상의 영업이익이 나오고 있었으니까요. 오로지 전 대주주(구본현 측)의 잘못과 오너리스크 때문에 감사 의견 거절이 나왔으니까.. 대주주를 바꿔야만 재감사를 통과할 수 있다는 게 누가 봐도 상식적이죠. 그걸 위해서 회사를 넘긴 거고요.
뉴스타파와 인터뷰한 '모다'의 전 경영진은 거래를 주선한 상상인 유준원 대표에게 “왜 대주주를 바꾸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여러 차례 항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준원 대표는 “박수종 변호사가 내 말도 안 듣는다”라며 책임을 회피했다고 한다. '모다'의 전 경영진은 박수종 변호사의 집사인 이 모씨를 통해 박수종 측에도 “유상 증자 약속을 지켜달라”고 여러 번 요구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모다'의 소액주주 대표였던 김 모 씨 역시 박수종 측에 여러 차례 유상증자를 요구했다.
이에 대한 유준원 대표와 박수종 변호사의 입장은 구 경영진인 구본현 측이나 소액주주들과 전혀 다르다. 유준원 대표는 뉴스타파와 MBC <피디수첩>에 보낸 서면 답변서를 통해 “박수종 변호사를 소개해 준 뒤의 과정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박수종 변호사는 지난 10월 MBC <피디수첩>에 보낸 내용증명에서 “모다의 유상증자는 애초부터 약속도 없었고, 상장유지와 관련하여 거론된 사유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양수도 계약서 첫 부분에도 나와 있듯이 모다의 경영권 인수 목적 자체가 “회사의 경영 정상화”에 있는만큼 대주주가 교체되어야 한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보인다. 박수종 측이 끝내 대주주가 되기를 거부할 경우 대주주(구본현 측)와 경영권을 행사하는 주체(박수종 측)가 서로 다른, 매우 기형적인 상태가 되고 이 상태로는 회사를 정상화시킬 수 없다는 게 명백하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박수종 측이 선택한 것은 유상증자가 아니라 전환사채 인수였다. 2018년 7월 25일 박수종 측은 자신이 선임한 경영진과 우호 세력을 동원해 투자 조합을 만들고, 이 투자 조합의 돈으로 ‘모다’의 전환 사채 140억 원 어치를 매입했다. 140억 가운데 90억 원은 또다시 유준원의 상상인 저축은행으로부터 빌려왔다. 이 과정에서 자회사였던 ‘파티게임즈’의 주식 30%를 담보로 설정하기 까지 했다. 즉 유상증자에 비해 위험이 적은 방식인 전환 사채 인수를 선택하면서, 여기에 튼튼한 안전장치까지 추가로 마련해 둔 것이다. ‘파티게임즈’의 소액 주주들은 이같은 담보 설정이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모다’’는 대주주가 바뀌지 않은채 재감사를 받게 되었다. 최대 지분은 여전히 구본현 측이 갖고 있지만 경영권은 박수종측이 행사하는 기형적인 구조인 상태로 재감사를 받게 된 것이다. 2018년 9월 21일, 운명적인 재감사 결과가 나왔다. 결과는 또 다시 의견 거절이었다. 이날은 하필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 금요일이었다. ‘모다’와 ‘파티게임즈’ 경영진은 재감사 결과가 나오기 직전까지 소액주주들에게 ‘적정’ 의견이 나올 거라고 장담했다고 한다. 이 말을 믿고 희망을 가졌던 두 회사의 소액주주들에게, 추석 명절은 그야말로 악몽이 됐다.
KTX를 타고 고향에 가는 길이었어요. 아이들이랑 명절에 대한 얘기, 이런 저런 얘기 하면서 가고 있었는데 저녁 8시인가 9시에 뭐 느닷없이 상장폐지 공시가 올라왔더라고요. 순간 눈 앞이 하얘지더라고요. 그냥 하얘지고…. 결국 명절인데도 고향에 가지 못하고 돌아왔어요.
‘파티게임즈’가 의견 거절을 받은 공식적인 사유는 다소 복잡하다. 1) 거래의 타당성 및 회계처리의 적정성 미확보 2) 자금 지출 관련 내부 통제 미비 3) 특수관계자의 범위 및 거래 내역에 대한 완전성과 정확성을 판단할 증거 불충분, 세 가지였다. 쉽게 말하면, 회사에서 돈을 쓸 때 제대로 통제도 기록도 되지 않는 것 같고, 회사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도 불투명한데 그 주인이 돈을 함부로 쓴 것 같다는 얘기다. 이 사유들은 2018년 3월에 받은 첫 번째 의견 거절 당시의 사유와 거의 동일하다. 앞에서 설명한 대로, ‘모다’의 경우 ‘파티게임즈’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파티게임즈’가 의견 거절을 받으면 자동적으로 의견 거절을 받게되는 구조였기 때문에 당연히 재감사에서도 의견 거절을 받았다.
이것으로 두 회사의 상장폐지는 거의 확정되었다. 두 회사를 합쳐 시가 총액 4천 2백억에 이르는 주식이 휴지조각이 된 것이다. ‘확정’이 아니라 ‘거의 확정’이라고 표현한 것은 현재 ‘파티게임즈’와 ‘파티게임즈’의 소액주주 이 모 씨가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상장폐지 무효 처분 소송을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송은 2심까지 원고가 패소한 상태다.
만약 박수종 변호사가 약속대로 재감사 전에 유상증자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물론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두 회사 중 한 곳의 감사에 참여했던 한 회계사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박수종 변호사가 유상증자를 해서 대주주가 교체되었더라면 의견 거절이 아니라 적정 의견을 받아 상장폐지를 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상증자를 했다면 상장폐지를 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근거는 또 있다. 한국거래소가 상장폐지 무효 처분 소송을 위해 제출한 준비 서면이다. 이 준비서면에서 한국거래소는, ‘파티게임즈’의 상장폐지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주장하며 ‘파티게임즈’의 불투명한 자금운영과 회계 처리를 지적했다. 여기까지는 새로울 게 없는 내용이다. 그런데 한국거래소는 준비 서면 마지막 부분에 다음과 같은 문장을 덧붙였다.
신 경영진이 들어왔지만 담보나 차입에 의해 경영권을 인수한 것으로 과거와 채무 관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아, 신경영진이 기업을 회생시킬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상황입니다.
박수종 변호사가 유상증자를 했더라면 재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이나 한국거래소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박수종 변호사는 지난 10월 MBC <피디수첩>에 보낸 내용 증명을 통해, 파티게임즈가 재감사에서 의견 거절을 받은 것은 전 경영진의 잘못 때문일 뿐이며 자신은 재감사에서 적정 의견을 받기 위해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질권으로 제공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고 답변했다.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소액주주들에게 상장폐지는 악몽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바로 정리매매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상장폐지가 결정된 주식에 대해서는 7거래일 동안의 정리매매 기간이 주어진다. 상장폐지가 되어 장외 주식이 되면 실질적으로 주식의 거래가 매우 어려워져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주식을 헐값에라도 팔아 원금의 일부라도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에서 생긴 제도다. ‘모다’의 경우도 2018년 9월 28일부터 10월 10일까지 정리매매 기간이 주어졌다.
그런데 정리매매 기간 동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진다. 박수종 측이 선임한 ‘모다’의 김선규 대표가 10월 2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부 투기 세력이 투자를 유인하고 있어 개인들의 손해가 우려된다”고 발언한 것이다. 회사의 대표가 자기 회사의 주식을 사지 말라는 신호를 시장에 보낸 셈이다. 이 발언 때문인지, 안 그래도 헐값으로 정리매매되던 ‘모다’의 주가는 더욱 곤두박질 쳤다. 첫날 주당 430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모다’의 주가는 마지막날 종가 기준으로 155원까지 곤두박질쳤다. 최초 거래 정지일인 2018년 3월 21일의 종가가 주당 7,870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최대 50분의 1까지 가격이 떨어진 셈이다.
그런데, 바로 이 정리매매 기간 동안 누군가 주식을 헐값에 대량으로 사들였다. ‘모다’의 소액주주들은 정리매매 기간 동안 누가 주식을 샀는지 알기 위해 법원을 통해 주주명부 열람 등사 신청을 했으나 ‘모다’의 새 경영진인 박수종 측은 법원의 명령을 어기면서까지 이를 거부했다. 그러나 2019년 3월 29일 열린 주주 총회 당일, 한 주주가 주주 명부의 맨 앞 페이지를 우연히 촬영했다. 덕분에 누가 정리매매 기간 동안 ‘모다’의 주식을 헐값에 거두어들였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당시 촬영된 ‘모다’의 주주 명부에서 6번째 주주, 즉 6대 주주는 (주) 행남자기로 되어있다. 행남자기의 현재 사명은 ‘행남사’다. ‘행남사’는 당시 박수종이 차명 법인을 통해 지배하던 또다른 상장사였다. 주주 명부에 ‘행남사’가 보유한 주식 수는 나와있지 않지만 그 바로 위와 아래에 위치한 5대 주주와 7대 주주의 주식 수를 통해 추정해보면, 행남사는 약 60만 주, 지분율로는 3% 가량의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 뿐 아니다. 주주 명부의 맨 윗줄에 나와있는, 즉 ‘모다’의 1대 주주가 된 ‘카이코’라는 법인은 또 다른 상장사인 ‘우리로’의 박세철 대표가 지배하고 있는 법인인데, 이 박세철 대표는 박수종 변호사가 모다를 인수한 뒤 전환 사채를 사들일 때 돈을 빌려줬던 인물이다. 즉 박수종 변호사의 우호 세력인 셈이다. 카이코는 105만 주, 4.96%의 지분을 사들였다. 2대 주주인 허 모씨는 박세철 대표의 아내다. 그리고 3대 주주인 ‘제이케이 인베스트먼트’의 경우 ‘우리로’의 부사장 조 모 씨, 즉 박세철 대표의 부하직원이 대표 이사로 등재되어 있는 법인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박수종의 우호 대주주들이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주식을 5% 이하로만 사들였다는 점이다. 이는 5%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는 주식 보유 사실을 보고해야 하는 대량보유 보고의무를 피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로’의 박세철 대표의 경우 2대 주주 및 3대 주주와 모두 특수 관계인 사실이 드러난 만큼, 그 자체로 대량보유 보고 의무 위반에 해당할 소지가 높다. 뉴스타파는 1대 주주인 ‘우리로’의 박세철 회장과 3대 주주인 박 회장의 부하직원 조 모 씨에게 ‘모다’의 주식을 왜 매수했는지 질의했으나 아무 답변을 받지 못했다.
‘우리로’ 박세철 대표와 연관된 이 세 주주가 정리매매 때 사들인 주식은 ‘모다’ 전체 주식의 11-15%인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행남사’가 사들인 주식까지 합치면 박수종의 우호 세력이 정리매매 때 헐값에 사들인 주식은 확인된 것만 대략 14-18%에 이르는 셈이다. 주식 수로는 대략 300만 주에서 380만 주 사이다. 물론 다른 대주주 가운데도 확인되지 않은 박수종의 우호 세력이 더 있을 가능성이 크다. 2019년 3월 29일에 열린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은 자신들의 대표를 이사회에 진입시키기 위해 박수종 측과 주식 수 대결을 벌였는데, 당시 박수종 측이 동원한 우호 세력의 주식 수가 605만 주, 29%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러한 의심은 개연성이 높다.
‘모다’의 소액주주들을 대표해 ‘모다’ 이사에 선임된 김 모 씨에 따르면, 현재는 주주 구성이 바뀌어 주총 당시와는 달라졌다고 한다. 그러나 박수종 측은 소액주주 대표이자 회사의 이사인 김 씨에게 주주 명부조차 보여주지 않고 있다.
주주 총회 당시 경영진이었던 박수종 변호사 측을 지지했던 605만 주가 모두 박수종과 우호세력이 보유한 주식이라고 가정하자. 만약 박수종 변호사가 유상증자를 통해 605만 주의 주식을 확보했다면 얼마의 자금이 필요했을까. 통상 유상증자를 할 때 주식 가격은 시가를 기준점으로 하고 여기에서 양측의 협상을 통해 플러스 마이너스 10% 가량 조정이 된다. ‘모다’의 경우 거래 정지 시점의 주당 가격이 7,870원이었기 때문에 대략 주당 7천 원 정도가 적정 가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모다’가 거래 정지 중이었다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해 그보다 훨씬 낮은 가격인 주당 5천 원 정도에 유상증자를 했다고 가정하자. 주당 5천 원에 600만 주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300억 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정리매매 기간에는 주가가 150원에서 500원 사이에 불과했다. 박수종 변호사와 그의 우호 세력이 정리매매 기간에 주당 평균 300원 정도에 주식을 매집했다고 가정하면, 600만 주를 확보하는데 불과 18억 원 밖에는 들지 않았을 것이다. 박수종 측이 선임한 ‘모다’의 김선규 대표가 정리매매 기간 중에 했던 언론 인터뷰가 혹시 일부러 주가를 떨어뜨리기 위한 것은 아니었는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박수종 측 입장에서는 정리매매 때 주가가 쌀수록 헐값에 매집하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박수종 측이 정상적으로, 즉 경영권을 인수한 다음 유상증자를 통해 30% 가량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대주주가 되었더라면 모두 420억 원 가량이 필요했을 것이다.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해 내놓은 120억 원과 주당 5천 원에 계산한 유상증자 대금 300억 원의 합이다. 그러나 유상증자를 거부하고 상장폐지가 확정된 뒤 정리매매 기간 동안 회사의 주식을 거두어 들인 덕분에 박수종 측은 불과 138억 원 정도로 회사의 대주주 지위를 가질 수 있게 됐다. (박수종 측이 전환 사채를 인수하는데 들인 140억 원, 즉 ‘모다’에 빌려준 140억 원은 어차피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는 채권이므로 계산에서 제외한다.)
그리고 박수종 측이 그렇게 헐값에 장악한 ‘모다’는 여전히 국내 게임 아이템 거래를 독점함으로써 한해 100억 원 이상의 영업 이익을 내는 알짜 회사, 'BNM홀딩스’를 지배하고 있다. ‘BNM홀딩스’의 시장 가치는 적게 잡아도 천억 원 이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반면 ‘모다’와 ‘파티게임즈’의 소액주주들은 상장폐지로 인해 천 6백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모다’와 ‘파티게임즈’에 투자한 소액주주들은 박수종 변호사가 일부러 회사를 상장폐지시킨 것 아니냐는 고의 상폐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뉴스타파와 만난 소액주주들은 이렇게 말했다.
박수종 변호사가 처음부터 회사를 상장폐지시킬 목적으로 들어왔다고 보지는 않아요. 그런데 분명히 중간의 어떤 시점부터는 본인도 계산기를 두들겨 보고 상장폐지가 되어도 손해볼 건 없겠다는 생각을 했을 거라고 봅니다.
박수종 측 입장에서 보면, 애써 경영권을 인수한 상장사를 굳이 상장폐지시킬 이유가 있을까,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상장사라는 것 자체가 주식 시장에서는 커다란 프리미엄이기 때문이다. 상장사의 핵심적인 프리미엄은, “주식 시장을 통해 자본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상장사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상장폐지를 피하려 하고, 사실상 아무런 실적을 내지 못하는 껍데기 뿐인 상장사가 수십억 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그런데 ‘모다’처럼 한 해 100억 원 씩 영업 이익을 내는 알짜 자회사를 가진 회사라면 얘기가 좀 다를 수 있다. 상장사의 오너는 회사를 운영하는데 많은 제약이 따른다. 공시도 해야하고 소액주주들의 눈치도 봐야 한다. 이런 경우 "주식시장을 통해 자본을 조달할 수 있다"는 상장사의 프리미엄만 포기한다면, 비상장사로서 회사를 마음대로 운영하며 자회사가 가지고 오는 과실을 따먹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바로 이 점이 소액주주들이 고의 상폐 의혹을 제기하는 근거가 된다.
상장사는 소액주주들도 어느 정도의 권한이 있지만 비상장 기업은 사실은 대주주만 권한이 있는 거예요. 비상장사가 되면 그냥 51% 갖고 있는 사람이 오너인 거예요. 모든 결정을 마음대로 내릴 수가 있는 거죠. 회사 가치는 바닥까지 내려가더라도 BNM홀딩스라는 1,000억이 넘는 회사를 갖고 있으니 비상장 기업이 되면 이걸 팔기가 쉬워지는 거죠. 회사에 돈이 들어온다고 해도 그 돈을 주주들한테 줄 필요는 없거든요. 그럼 그 돈은 얼마든지 현금화하거나 유용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비상장 회사니까.
소액주주 이 모 씨의 우려대로, 비상장회사가 되어 버린 ‘파티게임즈’는 지난 1월 핵심 자산인 ‘BNM홀딩스’를 다른 상장사인 ‘포스링크’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매각 가격은 무려 천 3백억 원이었다. 그러나 이 거래는 성사되지 못했다. ‘파티게임즈’의 소액주주들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하면서 ‘BNM홀딩스’의 지분을 가압류 했고, 인수 측이었던 ‘포스링크’ 역시 회계 감사에서 의견 거절을 받아 양 당사자에게 모두 하자가 생겼기 때문이다. 만약 이 거래가 무사히 성사되었더라면, 박수종 측은 불과 140억 원을 들여 현금 천 3백억 원을 보유한 회사를 ‘비상장’ 형태로 지배할 수 있었다. 역대급 ‘작전’이라고 불릴만 하다.
뉴스타파와 피디수첩이 공동 제작한 <검사 범죄> 2부작 보도 일주일만인 11월 5일, 금감원은 상상인 계열저축은행들과 유준원 대표를 포함한 전현직 임원들을 중징계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11월 12일에는 검찰이 상상인 그룹을 압수수색했다. 서울경제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검찰은 박수종 변호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특정하고 박 변호사의 사무실도 함께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박수종 변호사의 부인 정 모 씨가 소유한 여러 페이퍼 컴퍼니에 대한 조사도 함께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수사기록에 따르면, 서울 남부지검은 지난해 ‘모다’의 구 경영진, 즉 구본현 측 경영진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박수종 변호사의 유상증자 거부와 헐값 지분 매입 의혹 등에 대한 진술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다만 그 당시에는 구본현 측 경영진에 대한 수사에 초점을 맞췄던 만큼 박수종 변호사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현직 검사들과의 유착 의혹을 털어내기 위해서라도 검찰이 이번에는 박수종 변호사의 ‘모다’와 ‘파티게임즈’ 관련 혐의를 제대로 수사할 것인지 주목된다.
다음 편에서는 박수종 변호사가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회사의 자금을 동원해 유준원 상상인 대표의 상상인 주식을 대량 매입한 사실과 이로부터 유준원 대표가 어떤 이득을 취했는지 보도한다.
취재 | 심인보 |
촬영 | 최형석, 신영철 |
CG | 이도현 |
웹편집 | 허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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