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지역구에 출마한 21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김병주(경기 남양주을), 이수진(경기 성남중원), 전용기(경기 화성정) 후보다. 녹색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서울 마포을에, 강은미 의원은 광주 서구을에 출마했다.
국민의힘 소속이던 김예지 의원은 국민의미래 비례후보로, 기본소득당 소속이던 용혜인 의원은 더불어민주연합 비례후보로 출마했다.
뉴스타파는 21대 현직 비례대표 국회의원 13명이 22대 총선을 앞두고 어떤 활동을 했는지 국회의원별 2023년 회계보고서 정치자금수입지출 내역을 통해 살펴봤다. 13명 의원들이 2023년 지출한 정치자금 총액은 19억 4,700만 원이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다수 의원들이 본인 총선 출마 지역구에 상당한 정치자금을 지출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제통’ 윤창현, 대전 지역구 관리에 50% 지출
2023년 3월 대전 동구에서 열린 ‘동구청장배 족구대회’에 참석해 축사하는 윤창현 후보 (사진 출처:윤창현 블로그)
윤창현 의원은 22대 총선에서 대전광역시 동구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했다. 윤 의원은 2023년 정치자금으로 1억 7,000만 원을 지출했다. 이 중 8,520만 원(50%)을 대전 지역구 활동에 썼다. 대전에 사무소를 두고, 임대료와 관리비 등에 많은 돈을 썼다. 매달 임대료로 55만 원, 관리비로 수십만 원씩 지출했다. 국민의힘 대전시당 특별당비도 4,180만 원 납부했다. 대전 일대에서 쓴 유류비가 345만 원, 현수막 제작비용이 546만 원이다.
윤 의원은 2023년 3월 29일 ‘대전 지역 현안관련 실무자 간담회(대전 반도체 첨단 전략산업 특화단지)’ 명목으로 8만 6,000원을 지출했다. 3월 31일에는 ‘천동중 설립 홍보 피켓 및 대전 사무실 명함 제작비’로 14만 원을 지출했다. 천동중은 대전 동구 천동 지역에 설립될 중학교다. 대전 동구에서 열린 축구대회와 단오 축제에서 나눠줄 표창패 제작에도 정치자금을 썼다. 정치자금 사용내역만 놓고 보면, 대전을 지역구로 둔 의원과 다를 바 없었다.
윤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미래한국당(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 비례대표 2번에 등록해 당선됐다.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와 한국금융연구원장 등을 지낸 경제 전문가다. 국민의힘은 비례대표 후보를 선정할 때 특정 분야의 전문가를 등용한다. 윤창현 의원은 가상자산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등 국민의힘 ‘경제통’으로 불리며 활동했다.
하지만 2022년 무렵부터는 고향인 대전에 출마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 2022년 6월 대전 동구 국민의힘 조직위원장에 공모해 뽑혔다. 2023년 1월 대전 동구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이 됐다. 22대 총선 대전 동구 국민의힘 후보 공천을 신청했고 경선에서 이겼다.
‘청년 정치인’ 전용기, 화성 지역구 관리에 50% 지출
2023년 11월 경기도 화성에서 열린 ‘동탄축구협회장배 축구대회’에 참석해 축사하는 전용기 후보 (사진 출처:전용기 블로그)
전용기 21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은 경기도 화성시정 후보로 출마했다. 전 의원은 2023년 정치자금으로 1억 6,700만 원을 지출했다. 이 중 8,550만 원(51%) 가량을 화성 지역구 관리에 썼다. 임대료와 관리비 지출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전 의원은 화성 지역에 사무소 두 곳을 운영했다. 매달 200만 원 내외의 임대료와 관리비 수십만 원을 지출했다. 지역 사무소 유급 직원 급여로 4개월간 800만 원을 지출했다. 화성 일대에 각종 현수막 설치 비용으로도 1,830만 원을 지출했다.
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다 더불어시민당(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 비례대표 16번으로 당선됐다. 1991년생으로 2020년 당선 당시 29세였다. 청년을 대표하는 인물이지만 2023년 전 의원의 정치자금 지출 내역에서 청년을 위해 활동한 지출 내역은 찾기 어렵다.
‘기초의원 출신’ 강은미, KTX 타고 광주 46번 왕복
강은미 21대 국회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의원은 광주광역시 서구을 후보로 출마했다. 강 의원은 2023년 정치자금으로 1억 7,500만 원을 지출했다. 이 중 5,740만 원(33%)을 광주 지역구 관리에 썼다. 지역사무소 임대료로 매달 110~120만 원씩 냈다. 광주 서구을 ARS 여론조사 정산 비용에 346만 원을 지출했다. 녹색정의당 광주시당 특별 당비로도 1,320만 원을 납부했다.
강 의원은 1년 동안 KTX를 이용해 광주를 46번 왕복하면서 527만 원을 썼다. 1주일에 한 번씩은 광주를 다녀왔다. 강 의원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기 전 광주에서 구의원(서구)과 시의원을 했다.
강은미 녹색정의당 의원실은 지역 활동에 대해 “지역을 왕래하고, 지역구 사무실을 두어 지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활동과 시간을 투입했다고 국가 전체를 위한 활동이 분산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또 강은미 의원의 본회의 출석률(96.4%, 21대 국회의원 5위)과 200여 건의 전국 현안 토론회 등을 언급하며 “국가 전체를 위한 역할이 최우선이었으며, 그 활동에 지장이 되는 지역 활동은 전혀 없었다고 자부한다”라고 했다.
김예지 ‘장애인 간담회’, 용혜인 ‘전국 순회 의정보고회’
김예지 국민의힘 비례대표 의정활동 보고서 (사진 출처:김예지 의원실)
22대 총선에 비례대표로 다시 출마한 김예지, 용혜인 후보의 정치자금 지출은 지역 선거구 출마 후보들과 달랐다.
국민의힘 소속이었던 김예지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미래(국민의힘 위성정당) 비례대표 후보 15번으로 등록했다. 김 의원은 2023년 정치자금으로 2,700만 원을 지출했다. 지역 사무소 임대료 및 관리비 등의 지역구 관리 지출은 없었다. 관용 차량 대여 및 주유비와 신문 구독료 지출이 많았다.
김 의원은 장애인을 위한 활동에 정치자금을 주로 사용했다. ‘장애인 인식 개선 관련 간담회’, ‘장애인 자립 지원 관련 간담회’, ‘장애인 학대 처벌법 관련 간담회’ 등에 177만 원을 지출했다. 점자·음성·영상·자막 등을 포함해 장애인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의정 보고서를 제작하는 데 418만 원을 쓰기도 했다. 한국장애예술인협회 이사를 역임한 김 의원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비례대표 1번으로 당선됐다.
기본소득당 대표였던 용혜인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 6번으로 등록했다. 용 의원은 2023년 정치자금으로 8,060만 원을 지출했다. 지역 사무소 임대료 및 관리비 등의 지역구 관리 지출은 없었다. 온라인 협업툴 등 소프트웨어 구독료, 의정활동 홍보 현수막 제작 및 설치비, 근조기 설치비 등의 지출이 많았다. 용 의원은 연말에 천안, 수원, 목포, 안산, 원주, 성주 등 전국 23개 지역을 순회하며 의정 보고회를 열었다. 의정보고회 장소 대관료, 홍보 현수막 제작비 등으로 11월 한 달에만 3,000여만 원을 지출했다.
“비례 의석 늘리고 재선 가능하도록 지원해야”
비례대표제는 소선거구제의 승자독식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유권자가 행사하는 표의 비례성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또한 ‘지역 대표성’만으로는 포괄하기 어려운 다양한 계층의 민의를 반영하기 위한 통로로 작동해 왔다. 사회적 소수자를 대변할 수 있는 인물, 또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 등이 주로 비례대표로 추천되는 이유다.
서휘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입법팀장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1년 동안 지역구 관리를 열심히 했다면, 비례대표 도입 취지에 맞지 않는 활동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례대표로서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한 국회의원은 비례대표로 다시 뽑힐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지만 의석 수가 워낙 적다보니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지 않는 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