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정의

[33회] MB 5년, 재갈물린 국민들

2012년 11월 10일 06시 49분

<앵커>

주권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은 시민 모두가 크든, 작든 국가의 주요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시민에게는 국가와 정권을 향해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표현의 자유입니다.

이명박 정부 5년간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었다는 소식은 매일 언론을 장식하는 메뉴였습니다. 특히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엔 형사적인 처벌이 뒤따르곤 했습니다.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가 이 정부 하에서는 간단히 무시됐습니다.

<기자>

스물여덟 살의 육군 대위 이승엽씨. 이 대위의 꿈은 어릴 적부터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서울대학교와 육사에 동시에 합격하고도 육사를 선택할 만큼 간절한 꿈이었습니다. 부모님도 이 대위의 뜻을 꺾을 수 없었습니다.

[전계숙 이승엽 대위 어머니] “공부를 1,2등을 하더라고요. 그리고 또 역시 반장을 하고. 아들이 (진로를) 육사로 정해서 ‘꾸준히 가겠다’라고 목표를 정한 후에 저를 설득하면서 그 길을 갔기 때문에 비교적 좌절이 없었어요.”

육사 시절 성적이 우수해 일본 유학생으로 선발되기도 했고 임관 후에는 사단과 군단의 표창을 수차례 받을 정도로 이 대위는 전도유망한 군인이었습니다. 군의 정보 전문가가 돼 국가안보에 크게 기여하는 것이 이 대위의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대위의 꿈은 이제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대위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 대통령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군사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 대위가 트위터에 올린 글입니다. 군 검찰에서 문제 삼은 글은 모두 16개. 인천공항의 민영화, 국가 채무의 증가, 남북관계 경색 등 주로 현정부 실정에 대한 개인의 의견을 드러낸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을 비하하는 속어를 쓰기도 했습니다.

이 대위가 기무사의 수사를 받게 된 건 지난 3월이었습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놓고 트위터에서 토론을 하던 중 상대에게 자신이 현역 군인이라고 밝혔는데 상대방이 이를 기무사에 신고한 겁니다.

[이승엽 육군 대위] “저는 단지 그걸 말했어요. 제주 해군기지 자체는 그거의 필요성에 관해서도 저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그거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민투표를 날치기로 처리하고 절차적인 정당성이 전혀 확보되지 않지 않았느냐. (과정을) 깔아뭉개면서까지 공사를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말을 한 건데.”

기무사는 이 대위를 군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상관모역죄 혐의로 징역 3년형을 구형했습니다. 이후 군사법원은 직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형을 선고했습니다. 상관 모욕죄의 대상에 대통령을 포함시켜 실형 선고를 받은 첫 사례입니다.

[전계숙 이승엽 대위 어머니] “제가 슬펐던 건 이런 일을 겪으면서 가슴 아프고 슬펐던 건 우리 사회의 대다수 사람들이 ‘군인은 트위터 상에서도 정제된 발언을 써야 되고 국가 정책에 비판적인 생각을 쓰면 안 된다’ 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예요.

비록 비속어가 일부 포함됐지만 트위터에 표출했던 개인적 표현 때문에 인생의 모든 걸 걸었던 군대에서 사실상 퇴출을 당한 이 대위. 그는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갇혀 지금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전계숙 이승엽 대위 어머니] “(아들이) 힘들어 하고요. 피폐해졌어요, 정신적으로. 그래서 공황장애도 있고요. 전철도 잘 못 타고요, 그래요. 그러니까 그들 의도대로 됐어요. 참 기뻐하실 거예요. 한 개인이 국가에 이렇게 개기면 ‘너는 이렇게 돼’라고 경고하는 데는 성공했다고 봐요.”

트위터 상의 글로 인해 군 당국에 걸린 사람은 또 있습니다. 특전사 소속의 12년차 이 모 중사. 그 역시 이 대위와 같은 상관모욕죄 혐의로 이달 초 군사법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해유예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그가 트위터에 올린 글 10개가 문제가 됐습니다. 주로 4대강 사업, 철도민영화 등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검찰은 대통령을 쥐에 빗댄 표현을 문제 삼아 그를 처벌했습니다.

[이OO 특전사 중사] “제가 군인이라고 밝힌 건 없고요. 트위터에서는 누구나 다 자기 하고 싶은 말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리고 내가 직접 대고 얘기는 못하지만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되게 많잖아요. 근데 그걸 대놓고 이야기는 못할 신분이기 때문에 술자리에서 친구들하고도 얘기하고 했는데. 트위터라는 공간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잘못하고 있는 부분은 잘못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거니까. 대통령의 힘이 저한테 나온다고 생각하니까 나 한 사람한테서 나오는 게 아니라 모든 국민들로부터 나오는 거니까.”

앞서 이승엽 대위와 달리 이 중사의 경우 신고자가 따로 없었습니다. 이 대위 사건 이후 기무사가 트위터 상에서 감시를 강화하면서 이 중사의 글을 찾아내 군 검찰에 고발한 겁니다. 기무사가 군 안보를 핑계로 사실상 민간인까지 사찰한 셈입니다.

[이재정 이승엽 대위, 이OO 중사 변호인] “특정인의 신분정보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트윗계정에서 누가 군인이고 민간인인지 구분할 수 없습니다. 기무사는 결국 민간인의 일반 트윗 내용까지도 감찰하고 있다고 보면 되는 거예요. 그 가운데 우연한 기회에 군인의 신분이 드러난 트윗글을 통해서 추적을 해서 군인을 적발해 내는 것도 있겠죠. 그런 사례도 있겠죠. 하지만 거기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많은 일반인의 트윗들이 사찰되고 있는 거죠.”

평생 충성을 맹세했던 군에서 하루 아침 내몰린 이 중사. 아직도 이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군인이 트위터 상에서 정부를 비판했다고 해서 형사처벌까지 받아야 하는 것일까.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 “항상 군인은 오늘이라도 당장이라도 전투가 벌어지면 싸워야 하는 그런 사람입니다. 보통 일반인과는 다른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그 지휘관은 항상 자기 부하를 데리고 전투를 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되는데, 부하가 그럴 자세가 안 되어 있다고 하면 부대가 임무수행하는데 잘 못하지 않겠습니까.”

군검찰의 처벌 근거는 50년 전 재정된 군형법상 상관모욕죄입니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에 대해 정책적 비판은 물론 대통령에 대한 비난도 허용할 수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전직 군사 법원장 출신조차도 이 같은 법 적용이 무리라고 말합니다. 대통령은 헌법상 군통수권자이지만 직접적인 명령체계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최재석 전 고등군사법원장, 변호사] “군형법이 1962년 제정돼서 수차례 개정이 돼서 지금까지 50년 넘게 운영되면서 그 상관모욕죄를 현역군인이 아닌 사람에 대해서 적용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어요. 그 전에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을 포함해서 아니면 국방부 자관이라든지 다른 문민에 대한 모욕적인 언행이 없었느냐, 물론 있었거든요. 그렇지만 그런 경우에 대해서 상관모욕죄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그 법적용에 있어서 상관의 개념을 확장시키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

[이재정 이승엽 대위, 이OO 중사 변호인] “군인이라 할지라도 맹목적인 복종이 아니라 합리적 시민으로서 사고할 수 있는 군인이어야지만 우리가 목격했던 나치 시대의 유대인 학살, 그 다음에 우리나라도 민간인 학살, 5.18 등등, 군사쿠데타, 그런 것들을 막을 수 있는 거 아닐까요.”

@ 백지연의 끝장토론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 & [유시민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옛날에 왕조시대에는요. 우리 속담에 안 보는데서는 나랏님 욕도 한다, 그런 말이 있잖아요.” “아 물론이죠.” “옛날 왕조시대에도 임금님 안 보는 데서는 흉 보는 거예요.” “아 그럼요.” “근데 민주주의와 독재의 차이는 뭐냐면 민주주의는 보는데서 욕해도 되는 나라가 민주주의에요.” “그렇죠.” “그러니까 이제 각하새끼라면 그 패러디나 또는 꼼수면, 이런 패러디들은 그냥 민주주의 사회니까 있는 거예요. 보기 싫지만 그런 욕 얻어먹는 거는 권력 쥔 사람이 어쩔 수 없이 권력 쥔 반대급부로 감수해야만 되는 부분이다.”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의 말과 달리 지난 5년 간 이명박 정부는 군인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 왔습니다.

@ 이명박 대통령 주례연설 2010년 11월 1일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안녕하지 못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최대의 치적이라고 자랑했던 2010년 G20 서울정상회의. 당시 정부는 30조 원의 경제적 유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불과 1박2일 간의 행사에 1000억 원 이상을 쏟아 부었습니다. 또한 서울 시내는 검문과 통행 제한 등으로 반 계엄 상태나 다름없었습니다.

이때 문제의 포스터가 등장했습니다. 정부가 G20 행사를 홍보하기 위해 시내 곳곳에 내건 포스터에 쥐 그림이 덧그려진 겁니다. 마치 쥐가 청사초롱을 들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은 대학에서 인문학을 가르치는 박정수씨와 그의 친구들이었습니다. 박시가 G20 정상회의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려 넣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박정수 일명 ‘쥐벽서’, 대학강사] “초반에는 별로 (G20 정상회의) 저도 관심 없었고 다들 관심 없었는데 가까워올수록 G20의 의미를 과대포장하는 걸 보면서 정말 역겨웠거든요. 아무리 G20 그 자체의 실체를 보더라도 전 세계 20개, 소위 귀족국자들이 자기네들에게 유리한 세계 경제 질서를 만들려고 하는 모임에 불과한 거고, 별로 실효성도 없고. 또 연례행사에 불과하고 괜히 돈만 낭비하고.”

평소 자유분방한 성격의 박씨는 G20 행사 하나에 유신체제처럼 획일적으로 모든 걸 동원했던 정부의 행태에 일침을 놓고 싶었다고 합니다.

[박정수 일명 ‘쥐벽서’, 대학강사] (그게 왜 쥐였나요?) “누구나 다 촛불집회 이후에 대통령의 인상에서 쥐를 연상하고, 쥐라고 하는 별명은 항상 MB 정부에서 따라붙는 것이기도 했고, 너무 자동적이었어요. 게다가 또 공교롭게도 G20의 ‘G'라고 하는 이니셜이 발음이 또 쥐 발음을 연상시키고 또 20개의 귀족국가들의 본질이 G20 행사를 통해 하고자 하는 본질이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가 쥐에 대해서 갖는 나쁜 이미지, 뭔가 좀먹는 이미지, 뭔가 해로운 이미지를 그들에게 붙여주고 싶었어요.”

외국에서라면 박씨의 행위는 벽낙서 같은 행위예술로 볼 수 있었지만 우리 검찰은 그렇게 보지 않았습니다. 주로 시국사건을 담당하는 공안 검사가 직접 수사에 나서서 조직적으로 G20 행사를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닌지 캐물었습니다.

[박정수 일명 ‘쥐벽서’, 대학강사] “법에 대한 자의적인 생각을, 자기표현을 하더라고요. 뭔가 국가 행사에는 반해서 안 된다라든가, 그 다음에 청사초롱의 의미는 선진국을 향한 경제성장을 향한 우리 아이들의 꿈이 담겨 있는데 거기에 낙서를 한 것은 아주 불길한, 쥐를 그린 것은 아이들의 꿈을 하루아침에 강탈한 거라고 흥분해서 이야기하는 걸 보면서 또 한 번 참...”

우리 검찰은 박씨에게 징역 10개월을 구형했고 결국 재판부는 유죄를 인정해 200만 원의 벌금형을 내렸습니다.

[박주민 ‘쥐벽서’ 사건 담당 변호인] “이 사건은 ‘그냥 낙서한 거네.’라고 봐서 일반 사건으로 분류해도 되는 사건이거든요. 그런데 이걸 굳이 마치 G20을 완전히 망쳐버리려는 사건처럼 생각해서 처리했다는 것 자체가 과도한 통제의식, 과도한 눌러야 된다는 의식이 발현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유남영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새로운 스타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회를 옥죄면서 가장 많이 심각하게 충돌된 게 바로 표현의 자유 문제이죠. 이 정부의 인권에 대한 기여는 표현의 자유의 제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생생한 모습을 잘 보여줬다. 그래서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전 국민적인 인식을 일깨워 준 그런 정부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딱 1년 전인 작년 11월 9일. 국회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질문자는 같은 편인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이었습니다.

[정태근 전 한나라당 의원] &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위원장님.” “네.” “이명박 정부가 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얘길 듣겠어요?” “이명박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적이 없습니다.” “단언하세요?” “그렇습니다.” “한 번도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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