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 의뢰로 지방선거 여론조사 실시

2024년 11월 23일 11시 00분

2024년 11월 23일 11시 00분

명태균 씨가 2022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의 의뢰로 서울시장 및 구청장 선거 관련 비공표(비공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지상욱 원장은 경남 창원으로 내려가 명태균 씨를 직접 만나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은 명태균과 강혜경 씨의 통화 녹음파일에서 확인된다. 
여의도연구원은 정책 개발과 여론조사 업무를 하는 국민의힘 싱크탱크다. 자체적으로 ARS 여론조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음에도 굳이 명 씨에게 조사를 의뢰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에 대해 강혜경 씨는 "지상욱 원장 개인적 차원의 요청이었던 같고, 조사 비용은 따로 받지 못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장이 명 씨와 일종의 '여론조사 거래'를 한 것인데, 검찰은 조사 보고서 일체를 확보한 상태다. 검찰은 최근 명 씨가 쓰던 PC의 하드디스크를 포렌식해서, 명 씨가 지상욱 전 원장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를 복원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에 따라 명태균 씨가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과 했던 여론조사 거래도 수사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지상욱 방문 엿새 뒤, 명태균 "서울시장, 성북구청장, 중구청장 500개씩 따로 조사" 

지난 6·1 지방선거를 17일 앞둔 지난 2022년 5월 14일 오전 11시 22분. 명태균 씨는 강혜경 씨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 지상욱 원장이 온다"며 "(오후) 7시, 8시 사이에 (서울로) 올라갈 비행기 표를 끊으라"고 지시했다. 
다음 날인 5월 15일 오후 4시 31분, 명 씨는 다시 강 씨에게 전화해 "지상욱 원장님, 비행기표 줘야지"라고 말한다. 이에 강 씨는 "원장님 휴대폰으로 가게끔 했는데. 다시 한번 확인하겠습니다. (비행기 티켓) 캡처해서 보내드릴게요"고 답했다. 강 씨는 전날 명 씨의 지시대로 오후 8시 서울행 비행기를 예약해서 지상욱 원장에게 E-티켓을 보냈다.  
이들의 통화로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장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남 창원에 방문한 사실이 확인된다. 강혜경 씨 설명에 따르면 지상욱 원장과 명태균 씨를 이어준 건 김영선 전 의원이었다. 지 원장이 경남 창원에 왔을 때도 김영선 전 의원의 사무실에서 세 사람이 만났다고 한다.   
■명태균: 내일 지상욱 원장 오거든
□강혜경 네 
■명태균: (김해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표를 끊어어야 되는데 주민번호 필요하나
□강혜경: 올라가는 비행기?
■명태균: 네
□강혜경: 생년월일?
■명태균: 생년월일은 인터넷에 들어가면 나오잖아
□강혜경 : 예. 알겠습니다. 확인하겠습니다
■명태균: 그래 갖고 (오후) 3시에 끝나고 한 7시, 8시 사이 거 하나 끊으면 되겠네
□강혜경 : 네, 알겠습니다. 

-명태균 씨와 강혜경 씨 통화(2022. 5. 14)
그리고, 일주일 뒤인 2022년 5월 21일 오전 8시 25분. 명 씨는 강혜경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근무시간 시작 전에 전화를 건 게 미안했는지 명 씨는 "피곤하죠?"라는 말부터 건넸다. 그리고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서 "오늘 좀 하나 부탁할게. 서울 중구. 그다음에 성북구인가 있잖아. 지상욱이. 유선전화 좀 돌려달라는데"라고 말하자 강 씨는 늘 그렇듯 "네,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이날 명 씨는 조사 지역과 질문 순서까지 정해주면서 세세하게 지시했다.  
"근데 첫 번째 질문이 서울시장. 그다음 성북구청장은 누구. 그다음에 이제 따로따로 해야지. 500개, 500개. 그다음에 중구 구청장은 누구. 그다음에 정당 지지. 오세훈 서울시장 거 물어보고, 중구 구청장 물어보고. 그다음에 이제 저거 아까 얘기했지만 정당 지지"
명 씨는 서울시장, 성북구청장, 중구청장 후보 지지와 정당 지지를 각각 500개의 표본을 만들되, 일반 유선전화 번호로 100% ARS 조사를 하라고 말했다. 통상 유무선을 혼합하거나, 무선 100% 조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다소 이례적인 지시를 한 것이다.
선거 기간에 무선 조사를 하려면 가상번호를 선관위에 요청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신청 주체는 개인이 아닌 정당이어야 한다. 반면 유선 100% 조사는 가상번호가 필요 없고, 결괏값을 빠르게 얻을 수 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지상욱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장이 지방선거를 10일 앞둔 시점에 특정 후보들을 콕 집어서 명 씨에게 비공표 여론조사를 요청했다는 사실 그 자체다. 
■명태균: 오늘 좀 하나 부탁할게 
□강혜경: 네네
■명태균: 중구, 서울 중구. 그다음에 성북구인가 있잖아
□강혜경:네
■명태균: 지상욱이
□강혜경:네
■명태균: 유선 전화 좀 돌려달라는데
□강혜경: 네 알겠습니다
■명태균: 근데 첫 번째 질문이 서울시장
□강혜경: 네네
■명태균: 그다음 성북구청장은 누구
■명태균: 그다음에 이제 따로따로 해야지. 500개, 500개
□강혜경: 네네네
■명태균: 그다음에 중구 구청장은 누구, 그다음에 정당 지지. 오세훈 서울시장 거 물어보고, 중구 구청장 물어보고 그다음에 이제 저거 아까 얘기했지만 정당 지지
□강혜경: 네네
■명태균: 그래서 일반 유선 전화로
□강혜경: 네 알겠습니다
■명태균: 그리고 오늘 조사해야 돼요 
□강혜경: 네네 
■명태균: 설문지 나한테 줘야 되고

-명태균 씨와 강혜경 씨 통화(2022. 5. 21)

공짜로 비공표 여론조사 받은 여의도연구원장...어디에 활용했나  

당시 국민의힘의 서울시장 후보는 오세훈, 서울 중구청장 후보는 김길성, 서울 성북구청장 후보는 정태근 이었다. 김길성 씨는 지상욱 원장이 국회의원이었을 때 보좌관을 했고, 여의도연구원 센터장 출신이다. 정태근 전 의원은 지상욱 원장과 대학 동문으로 확인된다. 
강혜경 씨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통화에 나온 서울시 구청장 조사는 여의도연구원 차원의 조사가 아니었고 지상욱 원장이 개인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이어 "외부에 공표되지 않은 비공표 조사였고, 지 원장에게 따로 조사 비용을 받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공짜 여론조사였던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는 2022년 5월 20~21일, 미래한국연구소가 의뢰해 PNR ㈜피플네트웍스 리서치가 조사한 서울시장과 서울교육감의 여론조사 결과만 확인된다. 조사 방법도 명 씨가 요청한 유선전화가 아닌 무선ARS 방식이다. 여기엔 서울 중구청장과 성북구청장도 포함되지 않았다.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이 지방선거 직전에 특정 지역의 후보만을 타깃으로 한 비공표 여론조사를 요청한 배경과 이유가 주목된다. 당시 국민의힘 당 대표였던 이준석 의원은 "그때 지방선거 여론조사와 관련하여 지상욱 원장과 단 한 번도 상의하거나 논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 지상욱 전 원장의 개인적 일탈에 무게를 둔 것이다. 만약 당 차원에서 의뢰한 조사였다면 더욱 큰 문제가 된다.
뉴스타파는 지상욱 전 원장에게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내 당시 명태균 씨에게 여론조사를 요청한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조사 비용은 지불했는지 물어봤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제작진
취재봉지욱 강민수
디자인박종화
출판박종화
리서치 차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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