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 수사에 쓴다더니... 특활비로 휴대폰 요금 냈다

2023년 09월 21일 20시 00분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정보공개센터), 그리고 5개 독립언론ᆞ공영방송(경남도민일보, 뉴스민, 뉴스하다, 부산MBC, 충청리뷰)이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을 꾸려 사상 처음으로 전국 67개 지방검찰청의 특수활동비 예산 검증에 들어갔습니다. 검찰의 특활비 오남용과 세금 부정 사용에 관한 공동취재단의 취재 결과를 공개합니다. - 편집자 주 
뉴스타파 보도 이후 광주지방검찰청 장흥지청이 공기청정기 렌탈비의 특수활동비 부정 사용을 인정하고, 국고 환수 조치를 밝힌 가운데, 이번에는 춘천지방검찰청에서 기밀 수사에 써야 할 특활비로 수십 개월 동안 ‘휴대폰 요금’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기밀 수사 업무 외에 다른 예산으로 전용해서는 안 되는 특수활동비 예산 취지를 어기고 공공요금 지출 예산 항목에서 나가야 할 휴대폰 요금으로 전용한 것으로써, 예산의 부정 사용이자 불법 전용에 해당한다.  

이에 앞서 대검찰청은 광주지검 장흥지청에서 검사실 공기청정기 렌탈비와 전출 기념사진의 인화비로 특활비를 썼다는 지난주 뉴스타파의 보도에 대해 오남용한 세금 65만 8,400원을 국고에 환수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가 검찰 특활비 예산 검증을 시작한 이후, 검찰이 세금 오남용을 인정하고, 환수 조치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춘천지검, 21개월 연속 10만5천660원 고정 지출...‘휴대폰 요금’으로 확인

▲ 2018년 6월을 시작으로 19개월 연속으로, 7만 9천860원과 10만 5천660원의 같은 금액이 공과금처럼 매달 거의 같은 날에 특활비로 지출됐다.
뉴스타파를 포함한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이 추가로 특수활동비 부정 사용을 확인한 곳은 춘천지방검찰청이다. 
2018년 6월, 춘천지검의 특수활동비 지출내역기록부. 6월 18일에 7만 9천860원, 6월 19일에 10만 5천660원이 지출됐다. 6월을 시작으로 이후 19개월 연속으로, 7만 9천860원과 10만 5천660원의 같은 금액이 매달 거의 같은 날에 나갔다. 광주지검 장흥지청의 공기청정기 렌탈비 지출처럼 수상한 고정 지출이었다. 뭔지 알 수 없지만 무언가의 요금 납부로 의심되는 상황. 이번에는 어떤 요금 납부일까. 
해당 영수증에는 집행 사유가 모두 가려져 있었다. 그런데 취재진이 영수증 한 장 한 장 꼼꼼히 살펴보던 중, 집행 내용에서 검찰이 미처 가리지 못한 단서가 포착됐다. 
▲2018년 6월 19일 10만 5천 660원이 특수활동비로 집행된 영수증. 집행내역은 먹칠로 가려졌지만 아래에 글자가 남아 있다. ㅛㅁ으로 보이는 자음과 모음은 '요금'으로 추정된다.  
▲ 앞의 세 글자를 명조체로 작성해 보니 '휴대폰'이라는 글자로 추가로 확인된다. 
지난 2018년 6월 19일, 춘천지검이 작성한 10만 5천660원의 특활비 영수증과  집행내용확인서에서 수상한 고정 지출의 비밀이 풀렸다. 검찰은 집행내용을 먹칠로 가려놨지만, 자음과 모음이 보였다. ‘ㅛ’과 ‘ㅁ’ 였다. 글자의 조합을 해보니, ‘요금’의 단어 중 아랫 부분으로 추정됐다. 또 ‘요금’ 앞에 보이는 세 글자도 글꼴 양식인 명조체로 맞춰보니, 바로 ‘휴, 대, 폰’으로 확인됐다. 
다섯 글자를 조합하면 바로 ‘휴대폰 요금’이었다. 춘천지검은 매달 10만 5천660원씩, 21개월 연속으로 총 2백21만 8천860원의 특활비를 휴대폰 요금으로 결제한 것으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장흥지청의 공기청정기 렌탈비 오남용에 이은 또 다른 특활비 부정 사용 사례가 추가 확인된 것이다.  

같은 날 결제된 7만9천860원도 24개월 동안 고정 지출...같은 휴대폰 요금 의혹?

▲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의 일원인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하승수 변호사 
7만 9천860원도 10만 5천660원처럼 휴대폰 요금이 아닐까? 기밀 수사에 써야 할 특활비 예산을 전용해 사비 또는 지검의 공공요금 예산 항목에서 지출했어야 할 휴대폰 요금을 수십 개월 동안 납부한 사람은 대체 누굴까?
뉴스타파는 휴대폰 요금을 특활비에서 나간 이유가 무엇인지, 그 휴대폰을 누가 사용했는지 거듭 확인을 요청했지만, 춘천지검 측은 “(취재) 내용을 검토 중”이라며 현재까지(9월 21일)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고 있다. 또한 7만 9천860원의 21개월 연속 특할비 지출도 누구의 휴대폰 요금이냐고 춘천지검에 물었으나, 역시 답은 없었다.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정말 첩보원 같이 활동을 하는데 잠깐 휴대폰 하나가 필요해서 썼다면, 휴대폰 요금이 20개월씩이나 갈 일도 없을 것이고 지방검찰청에서 그런 식의 수사를 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일이라서 오히려 검찰에서 명확하게 입증이나 해명을 못하면 특수활동비를 잘못 썼다고 볼 수밖에 없는 아닌가요.

하승수 변호사 / 세금도둑잡아라 대표 
장흥지청의 ‘공기청정기 렌탈비 특활비 부정 사용’에 이어 또다시 확인된 검찰 특활비 부정 사용. 기밀 수사에만 쓰고 있기에 외부에 집행 내역을 공개할 수 없고 먹칠로 가렸지만, 잘 관리되고 있다는 검찰의 주장이 거짓말로 드러났다. 
항목에 최종적인 사인을 했던 사람이 책임을 져야 되는 문제 아닌가. 분명히 목적 외 사용이거든요. 단순하게 국고로 반납한다든가 그런 문제를 넘어서서 그런 사례들이 계속해서 많이 있었던 건 아닌가, 전수조사가 훨씬 더 필요한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채연하 / 함께하는시민행동 사무처장 
검찰이 덜 가린 먹칠 부분이 취재의 실마리가 되어 특활비 예산 목적에 위배되는 명백한 예산 부정 사용 사례가 잇따라 들통나고 있는데도, 검찰은 “극히 일부 소규모 청에서 예산 항목을 오집행한 소액의 지출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실제 검은 먹칠을 벗기고 영수증에 적힌 내용을 전부 확인할 수 있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전국 67개 검찰청을 대상으로 한 공동취재단의 검찰 세금 부정 사용과 예산 오남용 추적은 계속된다. 
제작진
취재강민수 박중석 조원일 임선응 강현석
공동취재단경남도민일보, 뉴스민, 뉴스하다, 부산MBC, 충청리뷰
공동기획<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
촬영김기철 오준식
데이터최윤원 김지연 연다혜 전기환
디자인이도현
CG정동우
편집김은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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