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활비 부정 사용: 검사실 공기청정기 렌탈비로 특활비 지출

2023년 09월 14일 13시 30분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정보공개센터)는 사상 처음으로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의 예산 자료를 받아내 세금 오남용을 밝혀내는 <검찰의 금고를 열다>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이제 전국 지방검찰청 67개 전체로 예산 감시를 넓힙니다. 이를 위해 5개 독립언론ᆞ공영방송 (경남도민일보, 뉴스민, 뉴스하다, 부산mbc, 충청리뷰)이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을 꾸렸습니다. 검찰의 예산 오남용과 세금 부정 사용을 추적한 결과를 9월 14일부터 공개합니다.  - 편집자 주 
기밀 수사에 써야 할 검찰 특수활동비(특활비)를 검사실 공기청정기 렌탈비와 검찰 간부들의 기념 사진 비용으로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월 뉴스타파와 시민단체가 검찰 예산 검증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 구체적인 특활비 사용 부정 행위가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밀이 필요한 수사에 사용해 집행 내역을 공개할 수 없지만, 잘 관리되고 있다는 검찰의 주장이 거짓말로 드러난 것이다.
광주지방검찰청 소속 장흥지청은 검사실 두 곳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고 2020년 6월부터 2021년 1월까지, 8개월간 매달 69,800원씩 총 55만 8,400원의 렌탈비를 지출했다. 
그런데 뉴스타파와 5개 언론사 그리고 3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검찰 예산 검증 공동 취재단’(공동취재단)의 취재 결과, 55만 8,400만 원의 렌탈비의 출처는 특활비 예산으로 밝혀졌다. 기밀 수사에 쓰도록 돼 있는 특활비 예산 지침을 어긴 것으로 예산 부정 사용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장흥지청은 당초 잘못을 인정하고 오남용한 예산을 반납하겠다고 밝혔다가 이후 ‘검사실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 특활비를 썼기에 문제 없다’고 주장했다.
장흥지청은 또 지난해 3월 3일, ‘기념 사진’ 명목으로 10만 원의 특활비를 지출했다. 취재 결과, 이 기념 사진 제작은 기밀 수사 목적이 아닌 지청장 등 검찰 간부들의 전출 등 기념 사진으로 드러났다. 역시 특활비 부정 사용이다. 

특활비 영수증에 ‘기념사진 2개X2만원’… “기밀수사용 아니고 전출 기념사진이었다”

▲지난해 3월 3일, 4만 원을 집행한 특활비 영수증을 보면, 4만 원 금액 옆에 “기념사진 2개X2만 원”이라고 적혀 있다. 같은 날, 지출된 또 다른 특활비 영수증에도 “6만 원=3명X2만 원”으로 기재돼 있다. 
공동취재단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광주지검 장흥지청이 국민의 세금인 특수활동비를 쓰고 남긴 특활비 지출내역 기록부와 영수증을 확보해 검증에 나섰다. 장흥지청은 2017년 1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총 1억 3,313만여 원의 특활비를 지출했다. 이 기간 특활비 집행 건수는 637건이다. 
637건에 대한 장흥지청의 특활비 지출증빙서류 중 지난해 3월 3일, 4만 원을 집행한 특활비 영수증을 보면, 4만 원 금액 옆에 “기념사진 2개X2만 원”이라고 적혀 있다. 같은 날, 지출된 또 다른 특활비 영수증에도 “6만 원=3명X2만 원”으로 기재돼 있다. 특활비로 기밀 수사를 하는 데 ‘기념사진’이 왜 필요한 걸까. 총 10만 원어치 기념사진의 용도는 무엇일까. 
뉴스타파는 전남 장흥군내 영업중인 사진관을 찾아갔다. 수소문 끝에 방문한 모 사진관 주인으로부터 지난해 3월, 장흥지청에서 기념사진 제작을 의뢰받았다고 말했다. 장흥지청 직원이 직접 찍은 사진을 사진관에 이메일로 보내면, 사진을 인화해 액자에 담아줬다고 했다. 
사진 제작 금액은 개당 2만 원. 특활비 영수증 금액과 일치했다. 사진관 주인은 장흥지청이 맡긴 사진은 기밀 수사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지청장 등 검사들의 ‘전출 기념 사진’이었다고 말했다.  
▲ 뉴스타파는 수소문 끝에 장흥군내 사진관 주인으로부터 지난해 3월, 장흥지청에서 기념사진 제작을 의뢰받았다는 진술을 들었다.
□ 기자 : (작년에) 기념사진이 수사에 필요한 건 아니죠?
■ 사진관 주인 : 네. 아니에요. 수사하고 전혀 관계가 없어요. 전출 기념 그런 것, 지청장이나 직원이 퇴임하거나 하면 출력해서 줬어요.

장흥군내 사진관 주인과의 대화  
기밀수사에 쓰여야 할 검찰 특활비가 검찰 간부들의 전출 기념 사진 제작 비용으로 쓰인 것이다. 해당 특수활동비 영수증에는 “특수활동비를 목적 외로 또는 개인적인 용도 등으로 집행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적혀 있다. 명백한 특활비 부정 사용이다. 장흥지청은 지청 운영비가 적어 특활비를 전용했다며 세금 오남용을 인정했다.  
□ 기자 : 기념 사진은 전출입하실 때 사진으로 나간 거잖아요?
■ 광주지검 장흥지청 관계자 : “그 당시에는 그런 부분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지청 운영비가 적다 보니까, 저희한테 내려온 것도 금액도 전체적으로 해봐야 큰 금액은 아닌데 그게 없었을 때는 이렇게 한 번씩 쓰기도 한 거 하더라고요. “

광주지검 장흥지청 관계자

23개월간 28,050원, 8개월간 69,800원 고정 지출... “공기청정기 렌탈비용” 

▲ 2020년 6월부터 2021년 1월까지, 8개월간, 매달 6만 9,800원이 고정 지출됐다. 21년 1월, 영수증 하단에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등을 판매· 대여하는 업체의 이름이 보였다.
장흥지청의 특활비 부정 사용 의혹은 이뿐 만이 아니다. 장흥지청의 특활비 지출내역 기록부와 영수증을 확인한 결과, 2017년 1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매달 2만 8,050원의 특활비가 고정적으로 나갔다. 무려 23개월 간, 50원 단위까지 같은 돈이 매달 특활비로 쓰인 것이다. 대체 어떤 기밀 수사에 사용된 걸까? “집행 목적”은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장흥지청 특활비 영수증에서 비슷한 지출 패턴이 또 확인됐다. 이번엔 6만 9,800원이었다. 2020년 6월부터 2021년 1월까지, 8개월간, 매달 6만 9,800원이 고정 지출됐다. 매달 같은 돈이 나가는 기밀 수사라도 있는 걸까.
이 두 건의 수상한 특활비 고정 지출은 2021년 1월의 6만 9,800원짜리 특활비 영수증에서 비밀이 풀렸다. 장흥지청은 특활비 영수증을 다 지우지 못했는데, 영수증 하단에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등을 판매· 대여하는 업체의 이름이 보였다. 장흥지청이 이 기업의 어떤 제품의 렌탈 비용을 특활비 예산에서 지급하고 있을 것이라는 단서가 포착된 것이다.   
뉴스타파는 장흥군내 이 정수기와 공기정청기 렌털업체 대리점을 찾았다. 수소문 끝에 3년 전, 장흥지청에 제품을 렌탈했다는 업자와 연락이 닿았다. 업자는 장흥지청과 거래를 했다고 했지만, 지청이 어떤 제품을 렌탈했는지는 직접 문의를 해보라며 구매 내역을 확인해 주지 않았다. 
뉴스타파는 장흥지청을 직접 찾아가 무슨 렌탈 비용으로 특활비를 썼는지 최종 확인하기로 했다. 장흥지청 재무팀 직원을 만난 물어본 결과, 지청 직원은 해당 특활비 지급 금액은 공기청정기 렌탈비였다고 시인했다. 
 ▲뉴스타파는 장흥지청을 찾아가 지청 직원으로부터 해당 특활비 지급 금액은 공기청정기 렌탈비였다고 확인받았다.  
□ 기자 : 69,800원의 특활비를 어디에 쓴 거예요?
■ 광주지검 장흥지청 관계자 : 이게 우리가 사적으로 쓰거나 그런 건 아닌데.
□ 기자 : 정수기 렌탈 비용 아니에요?
■ 장흥지청 관계자 : 정수기는 아닙니다.
□ 기자 : 안마 의자 아니에요?
■ 장흥지청 관계자 : 아닙니다. 우리는 안마 의자는 없습니다.
□ 기자 : 그럼 17년도에 쓴 2만 8050원도 렌탈 비용이에요?
■장흥지청 관계자 : 렌탈은 이때 당시에는 뭔지는 모르겠는데 그런 부분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도 논란이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공기가 너무 안 좋다.
□ 기자 : 공기청정기다?
■장흥지청 관계자 : 예. 선생님이 하도 얘기하시니까.
□ 기자 : 그럼 6만 9천 원도요?
■ 장흥지청 관계자 : 그런가 봐요. 죄송해요. 조그만 (검찰)청에 그런 것은 좀 이해를 해 주셨으면해요. 운영비가 적다 보니, 그 당시에 오래되신 분들이 기억을 하더라고요.

2023년 9월 7일, 장흥지청 관계자 대화 
뉴스타파 취재 결과, 장흥지청은 특활비 예산으로 매월 공공청정기 렌탈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기청기를 설치한 곳은 검사실 두 곳이었다.  
검찰에게 특수활동비를 공개해달라고 했을 때, 검찰이 공개 못한다고 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수사에 방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특수활동비란 기밀을 요하는 수사에 쓰이는 돈이기 때문에 함부로 공개할 수 없다라고 하는 게 이유였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사용 내역을 보아하니 특수활동비의 애초의 사용 목적과 맞지 않는 곳에 계속 돈을 쓰고 있었다는 얘기예요. 결국엔 국가가 낸 세금을 자기네들 마음대로 쓰고 있었다의 반증이기도 하고요. 

채연하 / 함께하는시민행동 사무처장   
그냥 돈이 있으면 그걸 가지고 대충 되는 데다가 막는다라는 식으로, 근거 없는 집행을 보여주는 전형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지금 예산을 적정하게 배정해서 책임감 있게 집행하고 그것들을 보고한다라고 하는 관리 시스템이 전무하다라고 하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하거든요.

정진임 / 투명사회를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장흥지청, 특활비 오남용 예산 반납 뜻 밝혔다가 철회  

▲ 장흥지청 관계자는 9월 8일, 뉴스타파와 통화에서 세금 오남용을 인정하고 국고 반납 의사를 밝혔다. 
특활비로 공기청정기 렌탈비로 쓴 사실을 들통난 직후, 장흥지청 관계자는 뉴스타파와의 전화 통화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대검에 보고한 뒤 오남용한 특활비 예산을 전액 국고에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 기자 : 부적절하게 사용한 거에 대해서 혹시 이거를 국고에 반납하실 생각이 있는지요?
■ 광주지검 장흥지청 관계자: 환수 조치는, 금액이 크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부적절하게 사용된 부분이기 때문에 환수 조치는 할 예정입니다.

2023년 9월 8일, 장흥지청 관계자 통화

장흥지청 “검사실 정상적인 운영 위해 공기청정기 렌탈비 지출은 정당”

그런데, 잘못 쓰인 예산을 반납하겠고 밝힌 지 사흘이 지나 장흥지청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공기청정기 렌탈비가 특활비 예산의 오남용도, 불법 사용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공기청정기를 비 수사 부서 사무실이 아닌 수사를 맡은 검사들이 있는 검사실에 설치하고 렌탈 비용을 특활비로 쓴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장흥지청 관계자는 공기청청기 설치는 “코로나 시국에서 검사실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한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 장흥지청 관계자는 9월 11일, 뉴스타파와 통화에서는 "2020년 코로나 시국에서 수사 검사실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고 렌탈비를 특활비로 사용했기에 문제 없다고 판단한다"고 며칠 전 시인했던 예산 오남용을 부인했다.    
■ 광주지검 장흥지청 관계자: 저희 나름대로는 특활비 부합하다라는 취지로 일단 (대검에 보고를) 올리긴 했거든요
□기자: (특활비 예산) 취지에 부합하다고요?
■ 장흥지청 관계자: 저희 입장에서 당시에 집행을 했었을 때 말한 것처럼 저희가 일선 사무과 운영이라든가 그런 부분이 아니라, 코로나 시기에 검사실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서 제출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 기자 : 그럼 운영비잖아요? 일반 회계로도 쓸 수 있는 것이구요.
■ 장흥지청 관계자:  렌탈 같은 경우는 저희 검찰청이라든지 일반 공무원들한테는 별도 예산이 편성이 안 되거든요. 그래서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2023년 9월 11일, 장흥지청 관계자 통화  
나아가 장흥지청은 2017년부터 2018년까지 23개월간 2만 8,050원의 특활비 고정 지출이 공기청정기 렌탈비라고 인정했던 부분도 입장을 바꿔, 렌탈비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23개월 동안 매달 따박따박 지출된 2만 8,050원이 어디에 쓰였는지 확인을 거듭 요청했으나, 장흥지청은 답변을 거부했다. 
장흥지청은 공기청정기 렌탈비와 기념사진 제작에 들어간 120여 만 원의 특활비에 대해 국고에 반납 조치하겠다는 당초 입장을 바꿔, 대검찰청의 지시에 따라 반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2만 8,050원이 정기적으로 제출된 그 부분에 대해서 문의를 드린 거잖아요. 저희가 집행 내역에 대해서 건건이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는 얘기예요. 검사실에 코로나 시국에 불가피하게 설치한 면이 있어서 저희도 대검에서 일단 해명을 하긴 했거든요. 대검에서 별도의 조치가 내려오면, 저희가 조치를 하든지 해야하는 그런 상황인 것 같습니다.

2023년 9월 11일, 장흥지청 관계자 통화
사실은 아주 하찮아 보일 수 있지만 공기청정기 렌탈비로 드러난다는 거죠. 우리가 그거 하나도 어떻게 쓰는지를 들여다볼 수 없을 정도로 검찰이 꽉 막혀 있는 조직, 그리고 굉장히 차단된 조직이라고 하는 것이고, 그래서 특수활동비 (개혁을) 계기로 해서 검찰 조직 전체가 다시 세팅되어야 되고, 국민들에게 감시받고 견제되고 하는 일반적인 공공기관으로 다시 재탄생해야 된다라고 생각합니다.

정진임 / 투명사회를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제작진
취재강민수 박중석 임선응 조원일 강현석
공동취재단경남도민일보, 뉴스민, 뉴스하다, 부산MBC, 충청리뷰
공동기획<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
데이터최윤원 연다혜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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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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