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수와 최성준...관계의 재구성

2019년 01월 16일 15시 48분

권 LG 부회장, 방통위 조사담당관 협박 의혹
검찰, 오늘 ‘과징금 봐주기’ 관련 방통위 압수수색

권영수 LG 부회장이 LG유플러스 대표이사였던 2016년 5월 31일 서울 사당동 한 음식점에서 법인영업 위법행위 사실조사 여부를 두고 방송통신위원회 단말기유통조사담당관을 협박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최성준 전 방통위원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는 서울동부지방검찰청 형사6부(부장 주진우)가 관련 진술을 확보했다.

권 부회장은 2016년 1월 1일부터 5월 30일까지 일어난 LG유플러스 법인영업의 단말기(휴대폰)유통법 위반행위 관련 자료를 모두 달라고 방통위 조사담당관에게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협박했다는 게 진술 요지다. 협박은 자신이 박근혜 정부 유력 정치인과 가까운 사이임을 들며 ‘너 하나 날리는 건 일도 아니’어서 자리 보전이 어려울 거라는 취지로 이뤄졌다고 한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12월 20일부터 권영수 부회장 쪽에 2016년 5월 31일 발언 진위를 여러 차례 물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유원 LG 부사장(홍보 총괄)이 “필요 시 관련 기관 조사 사안이고, 개별로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는 회사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권순철 서울동부지검 공보담당관(차장검사) 쪽에선 권 부회장 조사 여부와 수사 흐름을 두고 “수사 중이어서 자세한 내용을 말씀드릴 수 없다”고 전해왔다.

위법행위 삼진제가 무색한 권 부회장 입김

2016년 상반기 LG유플러스 법인영업의 단말기유통법 위반행위는 이른바 ‘삼진 아웃’이었다. 2014년 12월 4일 ‘아이폰6’ 관련 제재(과징금 8억 원)와 2015년 9월 9일 다단계 판매 제재(과징금 23억7200만 원) 때와 똑같은 위법행위가 거듭된 것. 2016년 1월 1일부터 6개월 동안 LG유플러스 법인영업 부문에서 대리점에 준 1인당 판매 장려금 35만 원 ~ 55만 원이 법인이 아닌 일반 가입자 3716명에게 현금대납 따위로 지급됐다. 법인영업 쪽 판매 장려금을 소매 시장으로 넘긴 것 자체가 위법이었고, 이런 행위 때문에 휴대폰 구매 지원금을 평균 19만2000원씩 더 받은 3716명과 받지 못한 소비자로 차별이 일어났다. 같은 기간 동안 다른 이동통신사업자에서 LG유플러스로 옮겨간 이동전화 가입자가 82만9403명이었으니 3716명을 뺀 82만5600여 명이 차별 대우를 받은 셈이다. 같은 기간 LG유플러스 법인영업 쪽 새 가입자인 17만1605명으로 좁혀 따져도 3716명을 뺀 16만7889명이 차별됐다. 특히 방통위가 LG유플러스에게 위법행위를 스스로 바로잡을 기회를 주고, 실태점검으로 여러 차례 경고·지도했음에도 바뀌지 않아 과징금 18억2000만 원과 함께 10일 동안 새로운 가입자를 모집할 수 없게 처분됐다. 규제 실효를 두고 논란이 일긴 했지만 새 가입자 모집 중지 10일이 ‘삼진’에 따른 책임이었다.

▲2016년 상반기 이동전화 번호 이동자 수(단위 명, 자료 방송통신위원회)

권영수 부회장이 방통위 조사담당관에게 LG유플러스 법인영업 관련 사실조사 자료를 내놓으라고 요구한 것은 행정 처분의 밑동을 자르려는 뜻으로 풀이됐다.

권 부회장의 이처럼 센 입김은 어디서 비롯했을까. 먼저 그의 옆자리. 2016년 5월 31일 서울 사당동 한 음식점 속 방통위 조사담당관 맞은 편에는 권영수 부회장만 있던 게 아니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사법연수원 24기)였고, 대검찰청 검찰연구관을 지낸 이재웅 LG 법무팀장(당시 LG유플러스 법무실장)도 있었다. 이 팀장(전무)은 최성준 전 방통위원장(사법연수원 13기)의 법조 후배인 데다 같은 대학 같은 과를 나와 방통위 직원에게 적잖은 무게로 다가왔다. 이재웅 팀장은 2016년 5월 31일 서울 사당동 상황을 물으려는 기자에게 “제가 통화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며 피했다.

▲2016년 5월 31일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이재웅 법무실장과 함께 방통위 단말기유통조사담당관을 만난 서울 사당동 음식점

유필계 LG유플러스 CR(Corporate Relation)전략실장은 방통위 직원에게 더욱 무거웠다. 행정고등고시 22회로 옛 체신부와 정보통신부에서 잔뼈가 굵었고, 이명박 정부 방통위 첫 기획관리실장이었다. 지금 방통위 사무처에서 일하는 모든 4급 이상 공무원의 상관이었기에 방송통신 관련 LG유플러스 대관업무 꼭짓점이 됐다. 방통위 조사담당관으로서는 권영수 부회장 입김에 담긴 유필계 실장(부사장)의 무게까지 견뎌야 하는 짜임새였다.

한 명 더, 가장 무거운 사람이 남아 있었다. 최성준 전 방통위원장. 2016년 5월 31일을 2주일쯤 앞두고 조사담당관을 불러 “내가 LG유플러스 권영수와 일면식이 있는데, 내가 사업자(권영수)한테 전화할 테니까, 일주일만 (법인영업 위법행위 사실)조사를 연기해 주면 안되겠느냐”고 종용한 것으로 방통위 자체 감사에서 밝혀졌다. 최 전 위원장은 실제로 권영수 부회장에게 전화해 “위법행위를 신속히 파악해 중단시키라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이런 흐름에 힘입어 권 부회장이 2016년 5월 31일 방통위 조사담당관을 따로 만나 법인영업 위법행위 사실조사 자료를 내놓으라 요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조사담당관이 권 부회장과 최 위원장 요구에 응했다면, 과징금 18억2000만 원과 영업 정지 10일은 물론이고  ‘삼진’ 처리마저 하지 못한 방통위가 존립할 까닭을 잃었을 것으로 풀이됐다.

방통위에 위세 떨친 권영수 부회장

2016년 6월 29일 이재정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이 최성준 당시 방통위원장에게 “2016년 2월, LG유플러스 권영수 대표가 취임 인사를 이유로 위원장을 찾아온 적 있느냐”고 물었다. “사무실로 방문한 적이 있다”는 게 최 전 위원장 답변. 방통위 사무처 직원들은 ‘방통위원장실에 혼자 찾아온 통신사업자 대표’가 낯설었다. 대개는 방통위가 마련한 간담회에 경쟁 사업자들과 함께 참석하는 그림이 그려지고는 했는데 권영수 부회장이 홀로 찾아왔으니 눈길을 끌 만했던 것.

▲2016년 6월 29일 열린 제343회 국회 제2차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속기록

방통위 한 직원은 “사업자들이 혼자 오지 않는다. 괜히 말 나오고 탈 나고 귀찮아지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만큼 방통위 직원에게 최성준 위원장과 경기고등학교 때로부터 ‘오랜 친구 사이’인 권영수 부회장의 위세가 각인됐을 개연성이 있다. 권 부회장은 2016년 2월 만남을 최 위원장에게 먼저 요청했는지, 아니면 최 위원장의 방문 요청에 따른 것이었는지를 묻는 기자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다만 강학주 LG유플러스 CR 상무는 “(두 사람이 낮에 방통위원장) 집무실에서 만난 걸로 아는데, 집무실이야 공식적으로 (위원장을 만나는 곳이고), 밤에 따로 만나는 것도 아닌데 문제 될 게 있느냐”고 말했다.

2016년 2월은 그러나 LG유플러스와 방통위 사이 긴장이 높아진 때였다. 낮이든 밤이든 대표이사가 방통위원장을 쉬 따로 만날 만한 때가 아니었고, 그만큼 지켜보는 눈도 많았다. LG유플러스 법인영업 쪽 휴대폰이 자꾸 일반 소비자 쪽으로 넘어가 시장을 흐린다는 제보와 민원이 이어져 실태점검이 시작됐다. ‘2 스트라이크’였음에도 삼진을 향해 가는 LG유플러스 움직임을 못 본 척할 수 없었던 것. 실제로 2016년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LG유플러스 법인영업에서 소매 쪽으로 넘어간 판매 장려금 관련 이동전화 상품 개통 수가 5만3516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4만5592건은 아예 법인영업 조건인 기업 사원증 구비절차 없이 개통됐다.

더 큰 지뢰도 있었다. 방통위가 2015년 3월과 9월에 따로따로 조사해 둔 4대 통신사업자의 통신상품 결합판매 경품 관련 위법행위에 따른 과징금이 100억 원씩 2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 가운데 LG유플러스 위반율이 가장 높았다.

한편 최성준 전 방통위원장은 2015년 3월 치 통신상품 결합판매 경품 관련 과징금 처분을 따로 내지 않기 위해 박 아무개 담당국장과 입을 맞춘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는데, 검찰이 이를 ‘LG 봐주기’로 이어낼지 눈길을 끈다. 검찰은 16일 관련 의혹을 밝힐 증거를 찾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방통위 이용자정책국 이용자정책총괄과와 통신시장조사과, 행정법무담당관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박 아무개 국장이 19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경품 시장조사 자료들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색으로 2015년 3월 치 통신상품 결합판매 경품 관련 시장조사 원천 자료가 사라진 까닭과 책임자가 밝혀질지도 관심거리이다.

권영수 부회장은 2016년 5월 중순 최 전 위원장으로부터 법인영업 위법행위 관련 전화를 받았을 때 ‘통신상품 결합판매 경품 관련 사실조사 결과를 두고도 따로 의견을 나누었는지’를 묻는 기자 질문에도 답변하지 않았다.

▲2019년 1월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동관으로 권영수 부회장을 찾아갔지만 만날 수 없었다. 권 부회장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거듭된 문자 질의에도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취재 : 이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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