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 없다더니’...국정원의 현란한 말 바꾸기

2014년 03월 11일 22시 26분

간첩증거 조작 사태에 대한 국정원의 말 바꾸기가 변화무쌍하다 못해 현란할 지경이다.

중국 정부가 유우성 씨 재판과 관련해 검찰이 제출한 증거 3건이 위조된 문서라고 확인한 지 20여 일이 지났으나 조작 당사자로 지목된 국가정보원은 수시로 말을 바꾸며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국정원의 입장은 증거 조작의 실체가 새롭게 나올 때마다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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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중국 정부의 회신 내용을 밝히자 국정원은 ‘해당 문서를 모두 선양 총영사관을 통해 입수했으며 문서의 내용은 사실에 부합한다’며 조작 의혹을 일축했다. 심지어 중국 공문서 위조 사실을 보도한 언론에 대해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라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

하지만 <뉴스타파> 등의 지속적인 보도와 국회 외통위의 회의 등을 통해 문서의 입수 과정에 국정원 파견 직원 이인철 영사가 개입됐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국정원은 180도 말을 바꿨다. 해당 문서들을 선양 총영사관을 거친 공식 외교경로가 아니라, 중국 현지 국정원 정보원을 통해 입수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급기야 국정원 정보원 61살 김 모 씨가 검찰 진술과 유서를 통해 ‘국정원 주도의 위조가 있었다’고 폭로하자 국정원은 아예 ‘문서 위조 사실은 몰랐다’고 발뺌하기에 이르렀다.

궁지에 몰린 국정원은 지난 9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고 밝혔다. 하지만 정보기관이 증거를 조작해 사법 질서와 국기를 뒤흔든 이번 사건이 단순한 ‘물의’ 정도에 그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 국정원이 지난 일요일(9일)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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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원이 지난 일요일(9일)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

상황에 따라 무책임하게 말을 바꾼 것은 국정원만이 아니다. ‘민변-중국 커넥션설’, ‘중국 방첩사건설’ 등을 내세우며 국정원 두둔에 나섰던 여당은 이제 ‘국정원이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져야 한다’고 말한다.

‘국익론’을 앞세워 사건 물타기에 열중하던 보수언론들도 극적으로 태도를 바꿔 국정원 개혁과 책임있는 대응을 주문하고 나섰다. 침묵하던 박근혜 대통령마저 지난 10일 유감 표명과 함께 의혹없이 철저히 조사하라고 말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실체가 드러남에 따라 국정원과 정치권, 그리고 일부 언론의 무책임한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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