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일가가 올해 5월 법인을 설립해 과일 도소매가 주업종인 ‘인터넷 쇼핑몰’을 창업한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결과 확인됐다. 상호는 ‘행복한 과일가게’다. 이 쇼핑몰을 운영하는 법인에는 전두환의 큰아들 전재국 씨의 두 자녀, 전우석과 전수현이 각각 이사와 감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전두환 일가가 새롭게 창업한 ‘행복한 과일가게’는 키위, 샤인머스캣 등 제철 과일부터 소금과 후추 등의 향신료, 믹서기 등 주방용품을 팔고 있다. 생산은 현지 농장에서 하고, ‘행복한 과일가게’ 상표를 붙여 택배회사로 운송하는 식으로 운영되는 유통 전문 쇼핑몰이다.
뉴스타파는 ‘행복한 과일가게’ 운영사인 (주)실버밸리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했다. 경영진에 전두환의 손자 전우석과 손녀 전수현이 각각 사내이사와 감사로 등기돼 있었다. 대표로 이름을 올린 정모 씨는 전두환의 큰아들 재국 씨가 설립한 출판사 ‘음악세계’의 대표다. 전우석과 전수현 씨는 ‘음악세계’에서도 각각 사내이사와 감사를 맡고 있다.
전두환 장례식장의 장남 전재국 씨와 손자 우석씨의 모습
전두환 비자금 세습, '음악세계' 거쳐 '행복한 과일가게'로?
뉴스타파는 지난 5월, 전두환에서 시작된 천문학적인 재산이 큰아들 전재국을 거쳐 3세로 이전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전재국 씨가 운영하던 시공사의 계열사에 불과했던 출판사 ‘음악세계’가 전두환 일가가 벌이는 사업의 최정점에 올랐고, 이 회사를 전두환의 장손자인 전우석 씨가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행복한 과일가게’ 역시 전두환 재산 3대 세습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건 아닌지,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전두환은 지난 1997년, 광주학살과 '5공 비리'에 대한 책임으로 무기징역과 함께 2205억 원의 추징금을 선고 받았다. 전두환의 큰아들 전재국 씨는 2013년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어 ‘전두환 추징금 완납’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약속은 8년이 지나도록 지켜지지 않고 있다. 현재 남아 있는 추징금은 956억 원에 달한다.
뉴스타파는 1000억 원 가까운 추징금은 내지 않은 채 ‘인터넷 쇼핑몰’을 창업한 이유, 전두환이 남기고 간 추징금의 향후 납부 계획 등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전두환의 큰아들 전재국과 손자인 전우석 씨에게 연락했지만 아무런 답을 들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