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에 기댄 황창규, KT 회장 자리 보전할까
2018년 02월 28일 15시 39분
황창규 KT 회장이 18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의 사전 구속영장 신청으로 벼랑 끝에 섰다.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3년 5개월 동안 국회·정부 관계 업무 쪽 임직원과 주요 사장으로 하여금 비자금 11억5000만 원을 만든 뒤 제19, 20대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 정치자금 4억4190만 원을 제공한 혐의를 샀다.
관련 자료가 없어 이번 경찰 수사에서 빠진, 나머지 비자금 7억810만 원 가운데 일부가 옛 새누리당 핵심 정치인에게 흘러갔을 의혹이 KT 안팎에서 불거지기도 했다. KT 관련 임직원들은 이 돈을 식사와 골프 접대 등에 썼다고 경찰에 진술했으나 입증 자료를 내놓지 못해 추가 수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김태현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은 “지금 KT 차원에서 7억 원 부분(쓰임새)을 입증하지 못한다. 관련 자료도 없는 상태라서 이번 비자금법 위반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대장은 황 회장 구인 시점을 두고 “검사가 청구해야 하는데 단순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대장은 뉴스타파가 제기한 2017년 말 황창규 회장 비서실의 불법 정치자금 관련 증거 인멸 의혹을 두고는 “저희한테 확인된 게 없다”고 말했다.
국회 보좌진과 KT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제19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 20명에게 불법 정치자금이 건너간 것으로 알려졌다. KT 시아르(CR;Corporate Relations) 쪽 임직원 이름을 빌려 문제없는 정치후원금인 것처럼 국회의원 후원 계좌로 돈을 보냈다는 것. 20대 국회에 들어서도 거의 모든 미방위원의 후원 계좌로 돈을 보냈다는 진술이 나왔다.
이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제20대 국회의원이 된 문미옥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은 “과학기술 관련 단체와 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지 말자”는 기준에 따라 KT로부터 들어온 돈을 되돌려 준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실에선 “2016년 국정감사 전에 (KT가 후원금을) 돌렸다고 하는데, 받은 적 없다”며 “혹시나 싶어 회계장부를 확인해 봤지만 들어온 (KT) 후원금이 없었고 따로 연락 온 적도 없었다”고 밝혔다.
“20대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전체라는 말을 듣기도 했는데, 저희는 (KT가) 후원했는지도 몰랐다”는 의원실도 있었다.
불법 정치자금인 걸 알았음에도 돈을 받은 의원실과 후원금 대신 지역구 시설이나 단체에 기부·협찬을 요구한 곳이 있어 추가 수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국회의원이 KT에 채용 청탁을 한 정황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KT 새 노조는 18일 입장문을 내어 “황창규 회장 사퇴”와 “위법·적폐 경영 협력 임원도 수사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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