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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JAsia18] 탐사보도 기자들이 자연을 지키는 방법

2018년 10월 12일 10시 18분

우리 삶에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인 ‘자연'. 그러나 자연환경 관련 뉴스는 그 중요도만큼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분야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환경 문제에 천착해 꾸준히 탐사보도를 해 온 매체가 있습니다. 글로벌 환경 뉴스 전문 매체 ‘ 몽가베이(MONGABAY)'.

10월 5일부터 7일까지 열린 ‘제3회 아시아 탐사저널리즘 총회(IJAsia2018)의 첫날, 첫번째 세션의 하나로 ‘환경 탐사보도(Environmental invesigations)'에 관한 강연이 있었습니다. ‘몽가베이’ 기자들이 환경 문제를 취재하고 보도하는 방법, 또 그 이유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10월 5일부터 7일까지 열리는 ‘아시아 탐사저널리즘 총회'에서 첫 세션 발표를 맡은 ‘몽가베이’ 기자들이 ‘환경 탐사보도'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열대우림을 지키려는 마음으로”...환경 탐사보도 전문 웹사이트 ‘MONGABAY’

강연 내용을 소개하기 전에 ‘MONGABAY’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하겠습니다. 몽가베이의 창립자 레트 버틀러 (Rhett Butler)는 야생의 땅과 동물, 열대우림 등에 대한 관심과 인식을 높이기 위해 1999년 몽가베이 (Mongabay)를 창설했습니다. 몽가베이는 마다가스카르의 섬이름을 따서 만든 것이라고 하네요.

캘리포니아에 본사가 있는 몽가베이는 인도네시아, 라틴아메리카, 인도 등 4개국 30여명의 기자를 둔 비영리 탐사 미디어 조직(MONGABAY.ORG)입니다. 인도네시아어, 스페인어, 일어, 영어 등 총 9개 언어로 환경적 문제를 취재하고 분석, 보도하는 뉴스 웹사이트(MONGABAY.COM)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몽가베이의 보도는 실제로 사회에 큰 기여를 했다고 하는데요. 몽가베이의 기사는 프랑스의 한 운송 회사가 마다가스카르 열대우림 보호구역에서 불법 벌목한 목재를 운송하는 것을 적발해 시위를 촉발시켰습니다. 뉴기니 인근의 우드라크 섬에 거대한 공장을 건설하려는 계획을 막는데에도 몽가베이 기사가 큰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몽가베이 홈페이지 첫 화면

인도네시아의 환경 탐사보도는 어떨까

이제 본격적인 강연 이야기를 해볼까요? 이날 강연에서는 몽가베이의 Sapariah Saturi, Phillip Jacobson, Abu Siddique 등 3명 기자가 연사로 나섰습니다. 각각 ▲인도네시아에서의 환경 문제 취재 ▲구체적인 환경 탐사 취재 방법 ▲인도 갠지스강의 오염 문제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가장 먼저 발표한 사파리아 사츄리(Sapariah Saturi) 기자는 인도네시아에 환경문제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요.  그는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열대 우림이 있는 나라”라며 “약 125,900만 헥타르, 즉 총 면적의 64 %를 열대 우림이 차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중 4200만 헥타르의 산림이 사업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는데, 이중 90%는 농장에서 사용하는 팜유(기름야자나무의 과육에서 생산되는 기름) 뿐만 아니라 목재와 광업에도 쓰인다고 합니다.

*인도네시아
세계 최대의 팜유 생산국 : 연간 약 1,500 만 헥타르의 농장에서 4198 백만 톤.
세계 5 위의 석탄 생산국 : 매년 1600 만 헥타르의 광산에서 약 500 백만 톤

사파리아 기자는 “현재 인도네시아 자연환경은 삼림 벌채, 산불, 환경 파괴로 인해 야생 동물의 서식지가 위협받고 있다”며 “미흡한 법과 부패한 정부가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팜유산업을 위해 열대우림을 벌채한 수마트라 섬의 모습(출처 : 몽가베이)

그렇다면 몽가베이는 수많은 환경 문제 가운데 어떻게 취재 주제를 정할까요?

사파리아 기자는 1단계로 수많은 문제들의 지도화 작업(maping)을 한 뒤 소셜미디어, 학술자료, 다른 미디어 자료 등을 조사를 한다고 합니다. 2단계로 조사한 자료 가운데서 실제 사례를 수집하고, 3단계로 시의성과 사실관계를 따져 취재의 우선순위를 정한다고 하네요.

하지만 그는 환경 분야 취재가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고 말합니다. 우선 언어장벽이 높다는 게 문제인데요. 인도네시아 현지인들은 상당수가 인도네시아어를 사용하지 않고 자신이 속한 지역의 언어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인도네시아에는 2,500개 이상의 언어가 있다보니 언어로 인한 취재 어려움이 있는 겁니다.

또한 취재를 하다 보면 때때로 정치인, 공무원, 경찰, 군 장교 등의 거대 권력과의 싸움에 직면해야 할 때도 있고, 장기간, 먼 거리를 취재하다 보면 자금 조달의 어려움도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일단 취재가 시작되고 자료조사가 끝나고 난 뒤 문제는 취재한 내용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느냐 하는 것이겠죠. 사파리아 기자는 “사진과 영상, 그래픽을 글과 접목하는 방식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글자 위주의 기사가 아닌 영상과 사진 위주의 시각화 된 기사를 보도한다는 것이죠. 그 덕분에 인도네시아 몽가베이 사이트의 평균 페이지 뷰어는 한달에 1300~1600만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실제로 몽가베이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글보다도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사진들이 눈길을 끕니다.

끝으로 사파리아 기자는 환경문제가 주요 이슈가 되지 못 하는 이유로 현지 언론의 인력부족과 정치적 무관심을 꼽았습니다. 특히 “팜유 산업의 배후에 미디어 소유자나 고위 공무원, 정당 등이 관계하고 있기 때문에 큰 이슈로 떠오르지 못한다”며 “또 언론이 취재를 해도 문제가 있는 기업들이 광고를 주지 않거나 돈봉투로 기자를 매수하는 방식으로 이슈를 덮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몽가베이가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취재할 수 있도록 격려해달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불법 삼림 벌채 등으로 야생동물이 서식지를 잃고 죽어가고 있다.(출처 : 몽가베이)

공개된 정보를 이용해 탐사 취재하는 방법

두번째 연사인 제이콥슨(Philip Jacobson)기자는 공개된 정보를 통해 인도네시아 재배 산업 분야의 부패를 폭로하고 취재한 방법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한국에 비교하자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취재하는 방법 정도가 될 수 있겠네요. 그의 발표를 요약하면 ▲인도네시아 정부가 보유한 기업 정보를 취득한 방법 ▲기업 정보를 통해 어떻게 “팜유의 지배권”이라는 보도를 할 수 있었는지 ▲취득한 데이터를 현장 취재와 결합해 어떻게 이야기로 만들었는 지 등의 내용입니다.

먼저 기업 정보 취득 방법입니다. 인도네시아에 속한 기업 정보는 자카르타에 있는 법집행총국으로부터 수수료를 내고 받을 수 있는데, 비용에 따라 주주와 임원의 변경내역 등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얻은 정보에는 세부적인 내용까지는 나오지 않는데, 1차 정보를 토대로 다른 소스로 얻은 정보들과 비교하며 그림을 맞춰간다고 합니다.

▲제이콥슨 기자가 취득한 기업정보들

제임콥슨 기자는 한가지 사례로 몽가베이가 2017년 10월 보도한 ‘팜유의 지배권’이라는 기사를 설명했습다. 이 기사는 보르네오의 한 정치인(다완 알리)이 열대우림을 파괴하고 그의 지역구를 온통 팜유 산업 지역으로 바꿔버렸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뉴스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제이콥슨은 가장 먼저 보르네오 지역의 반부패 활동가가 작성한 보고서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합니다. 팜유 지배권이 한 기업에 넘어가는 과정에 이 지역 산림 책임자이자 정치인 다완 알리가 연루되어 있다는 의혹을 보고서를 통해 접한 것입니다. 그 후 정치인과 연관된 회사의 연례보고서, 증권거래소 자료, 환경영향평가 자료 등을 취재했다고 합니다. 모두 다 공개된 자료들이었습니다.

이같은 데이터를 취합하고, 비교 분석하는 과정에서 보루네오 지역의 다완 알리 후보가 재선에 출마하기 직전 선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거대 팜유 회사에 산림을 매각했다는 사실을 적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즉, 탐사보도라는 것이 어딘가 묻혀져 있는 비공개 정보를 캐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공개된 정보를 제대로 수집하고, 분석하면 제이콥슨처럼 거대한 부패의 꼬리를 잡을 수 있다는 교훈을 얻는 강연이었습니다.

인도 갠지스강의 오염 문제에 대해

세번째 연사로 나선 아부 시디크(Abu Siddique)기자는 ‘어머니의 강과 굶주린 아이들’을 주제로, ‘어머니의 강’이라고 불리는 ‘갠지스 강’의 오염 문제 문제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이제는 죽음의 강으로까지 불리는 갠지스 강의 심각한 오염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닌데요. 아부 시디크 기자는 한 달 동안 강 주변을 돌며 취재하고, 이를 시각화 해 보도했습니다.

▲인도와 네팔, 방글라데시를 가르는 갠지스강

갠지스강이 얼마나 오염됐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볼 수 있는 모든 유형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염분의 농도와 물의 흐름을 파악했다고 합니다. 데이터 조사 후에는 한 달 동안 실제로 강 주변을 여행하고, 강 변두리 지역의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며 강물이 흐르는 지점마다 건설된 댐들이 강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다는 문제를 파악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데이터와 현쟁취재를 결합한 후 기사는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풀어냈습니다.

이날 강연을 한 기자 세 명의 취재과정을 들으며 느낀 공통점은 이 기자들이 갖고 있는 환경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었습니다. 또 끈질기게 취재한 결과물을 제대로 시각화 해 전달하는 일은 탐사보도 기자에게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의 영역이 됐다는 점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진부하게 느껴질 지도 모르는 환경문제에 대한 뉴스들. 글로벌 탐사보도 기자들은 어떻게 풀어냈는지 여러분이 한 번 ‘MONGABAY.COM’에 접속해 살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취재 : 뉴스타파 홍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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