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방송통신 부처 개방직 공모 ‘눈 가리고 아웅’

2017년 10월 11일 13시 31분

내부 사람으로 채워 공모 취지 잃어

8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13년 2월부터 최근까지 4년 7개월여 동안 ‘개방형 직위’를 43회 공모한 가운데 뽑힌 민간인 수다. 18.6%에 지나지 않았다.

9명. 같은 기간 정부 기관 안에서 과기정통부의 ‘공모 직위’에 뽑힌 다른 부처 사람 수다. 64회 공모를 벌여 9명을 뽑았으니 14.06%였다.

지난 4년 7개월여 동안 방송통신위원회는 민간 개방형 직위와 정부 내 공모 직위를 각각 2회, 4회 모집했지만 모두 내부 출신을 뽑았다. 0%. 개방 공모 제도가 무색할 인사 철옹성을 쌓았다.

가벼운 자리만 민간에

과기정통부 정보화담당관. 2016년 3월 장국환 전 콤텍정보통신 이사가 뽑힌 과장급 자리. 그는 과기정통부 본부에서 오직 하나밖에 없는 민간 출신 과장이다. 국장급인 대변인과 감사관, 과장급 자리인 다자협력담당관, 거대공공연구협력과장, 연구제도혁신과장, 정보보호지원과장, 구주아프리카협력담당관도 민간 개방형 직위로 공모했으되 모두 과기정통부 출신을 뽑았다. 권한과 책임이 무거운 자리를 과기정통부 출신끼리 끌어안은 채 상대적으로 가벼운 직위 한 곳만 민간에 내줬다.

과기정통부 소속기관도 상황은 마찬가지. 정해용 우정공무원교육원 교육운영과장(2015년 10월), 이윤택 대전둔산우체국장(2015년 12월), 이영구 우정공무원교육원장(2016년 4월), 이욱희 우정사업본부 준법감시담당관과 이창규 대구우편집중국장(2016년 6월), 박태영 전주전파관리소장(2016년 7월), 노동환 부산사상우체국장(2017년 3월) 등 7명만 민간 출신이다.

소속기관장 가운데 첫 손가락에 꼽히는 우정사업본부장은 2013년 7월 김준호(행정고시 28회)와 2015년 8월 김기덕(행시 29회)처럼 옛 정보통신부 출신이 바통을 주고받았다. 국립중앙과학관장에도 2013년 7월 최종배(5급 특채), 2014년 11월 김주한(기술고시 20회), 2016년 8월 양성광(기시 21회) 등 옛 과학기술부 출신으로 이어졌다. 국립과천과학관장 자리도 2013년 10월 김선빈(5급 특채)과 2015년 10월 조성찬(기시 25회) 같은 옛 과기부 출신으로 채워 민간 개방 인선 체계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방통위에서는 홍보협력담당관을 개방형 직위로 두 차례 공모했으되 2014년 4월 배춘환(5급 특채)과 2016년 3월 진성철(5급 특채)처럼 옛 방송위원회 출신이 차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개방형 직위이 름임용일
감사관마창환’16.03.09.
홍남표’13.06.27.
대변인전성배’16.07.06.
조경식’15.06.23.
구주아프리카협력담당관최문기’17.03.20.
다자협력담당관이상훈’13.03.29.
정보화담당관장국환’16.03.28.
거대공공연구협력과장이충원’15.11.23.
연구제도혁신과장이재흔’17.04.17.
김진형’15.06.08.
정보보호지원과장박준국’16.07.01.
박철순’16.01.15.
우정사업본부장김기덕’15.08.17.
김준호’13.07.15.
우정공무원교육원장이영구’16.04.08.
박경수’14.02.18.
강원지방우정청장김태의’16.01.15.
정용환’13.12.01.
우정사업본부 준법감시담당관이욱희’16.06.20.
우정공무원교육원 교육운영과장정해용’15.10.14.
서울지방우정청 우정사업국장천장수’14.07.01.
하동용’13.03.23.
서울성북우체국장임호영’15.01.01.
서울강동우체국장정상준’15.01.01.
부산사상우체국장노동환’17.03.20.
이주수’14.01.01.
해운대우체국장서동수’13.08.23.
인천우체국장안일선’16.05.01.
정광화’14.01.01.
김광호’13.03.23.
대전둔산우체국장이윤택’15.12.21.
심규화’13.03.23.
광주우편집중국장황철연’17.07.24.
임영일’15.02.01.
대구우편집중국장이창규’16.06.20.
국립중앙과학관장양성광’16.08.29.
김주한’14.11.28.
최종배’13.07.18.
국립과천과학관장조성찬’15.10.30.
김선빈’13.10.07.

전주전파관리소장

박태영’16.07.01.
조관복’15.03.30.
김창현’13.03.23.

▲ 굵은 글씨가 민간 경력자. 장국환 정보화담당관은 콤텍정보통신, 이영구 우정공무원교육원장은 삼성전자, 이욱희 우본 준법감시담당관은 우리아비바생명보험, 정해용 우정공무원교육원 교육운영과장은 한화인재경영원 출신이다. 노동환 부산사상우체국장은 국민은행, 이윤택 대전둔산우체국장은 SC제일은행, 이창규 대구우편집중국장은 현대로지스틱스, 박태영 전주전파관리소장은 SK브로드밴드에서 일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개방형 직위이 름임용일
홍보협력담당관진성철2016.03.18.
배춘환2014.04.14.

정부 내 공모 직위는 ‘떼어 둔 당상’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의 정부 내 공모 직위는 미리 정해 둔 자리에 가까웠다. 지난 4년 7개월여 동안 68명을 공모한 가운데 59명을 내부 사람으로 채웠다.

과기정통부 국립전파연구원장을 2013년 4월 서석진(기시 25회), 2014년 8월 최영진(행시 36회), 2016년 1월 유대선(행시 34회) 등 정통부 출신이 정기 인사 발령을 받듯 돌아가며 맡았다. 중앙전파관리소장도 2013년 3월 이정구(행시 35회), 2014년 10월 이동형(행시 33회), 2017년 1월 문성계(기시 22회) 같은 정통부 출신이 도맡았다. 국립중앙과학관과 국립과천과학관 전시연구단장, 정보통신산업과장‧융합기술과장‧지역연구진흥과장‧과학기술정책조정과장‧디지털콘텐츠과장‧미래인재기반과장 자리도 옛 과기부와 정통부 출신이 바통을 주고받았을 뿐이다.

방통위 핵심 직위 가운데 하나인 이용자정책국장은 옛 정통부 출신에게 떼어 둔 당상으로 보였다. 정부 내 공모를 했으되 2015년 1월 박노익(행시 35회)과 2017년 2월 김재영(행시 34회)처럼 정통부 출신을 잇따라 뽑았다. 이용자보호과장은 공모 없이 대통령 소속 합의제 행정기관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1 대 1 ‘계획인사교류’로 뽑았음에도 불구하고 내부 사람으로 채워졌다. 2014년 6월 양기철은 옛 방통위, 2016년 3월 안근영은 정통부 5급 특채자였다.

과기정통부 연구개발투자심의관, 우정사업본부 보험사업단장과 예금사업과장에는 공개 모집한 취지에 동떨어진 채용이 이뤄졌다. 2013년 4월 유용섭(9급 공채), 2014년 4월 문성유(행시 33회), 2016년 4월 성일홍(행시 37회) 등 연구개발투자심의관 자리가 기획재정부 출신 고위공무원의 것으로 굳어졌다. 우정사업본부 보험사업단장과 예금사업과장 자리는 금융위원회 공무원들이 차지했다. 2013년 3월 이현철(행시 33회), 2014년 1월 윤창호(행시 35회), 2015년 6월 김정각(행시 36회) 등이 금융위와 우본을 차례로 오갔다. 2014년 12월 우본 예금사업과장을 맡았던 주홍민(행시 43회)도 2017년 1월 금융위 후배 조문희(행시 46회)에게 자리를 내준 뒤 본가로 돌아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모 직위이 름임용일
연구개발투자심의관성일홍’16.04.01.
문성유’14.04.18.
유용섭’13.04.26.
국립전파연구원장유대선’16.01.15.
최영진’14.08.14.
서석진’13.04.26.
중앙전파관리소장문성계’17.01.31.
이동형’14.10.01.
이정구’13.03.23.
우정사업본부 보험사업단장김정각’15.06.29.
윤창호’14.01.17.
이현철’13.03.23.
국립과천과학관 전시연구단장김선옥’14.08.14.
김선호’13.12.26.
국립중앙과학관 전시연구단장배정회’17.02.20.
한풍우’13.08.26.
정보통신산업과장박태완’17.02.27.
조현숙’16.05.11.
이은영’14.10.01.
박윤규’13.09.12.
융합기술과장최미정’16.07.04.
송경희’14.09.29.
지역연구진흥과장김보열’17.02.28.
황성훈’16.02.22.
이석래’14.09.11.
과학기술정책조정과장박정한’16.07.05.
김유식’15.10.15.
최성준’15.03.16.
권병욱’13.09.17.
디지털콘텐츠과장김영문’16.04.01.
김정삼’14.05.15.
미래인재기반과장장병주’16.11.07.
이영미’15.03.16.
조낙현’13.09.12.
국립전파연구원전파시험인증센터장성향숙’17.03.28.
윤기환’16.03.07.
김영찬’15.02.18.
박인수’14.02.18.
김영표’13.09.12.
대전전파관리소장최태호’17.03.16.
강희석’13.08.19.
우정사업본부 예금사업과장조문희’17.01.09.
주홍민’14.12.17.
우정사업정보센터 보험정보과장정일환’14.12.31.
김영희’13.09.04.
서울동작우체국장김훈웅’17.01.01.
김재평’15.01.01.
황규성’13.03.23.
서울중랑우체국장김용모’16.07.01.
최석봉’13.10.22.
인천계양우체국장김종묵’14.07.01.
독고무’12.04.01.
울산우체국장조한섭’17.01.01.
정광화’16.02.17.
유중환’13.08.23.
대전우체국장이완직’15.01.01.
고용석’12.04.01.
북광주우체국장정경배’15.07.01.
유재은’13.01.01.
서대구우체국장임동기’15.07.01.
이상욱’13.09.16.
북부산우체국장변주용’17.01.01.
이영오’15.01.01.
이계양’13.01.01.

▲ 굵은 글씨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자리로 고착된 직위

방송통신위원회 공모 직위이 름임용일
이용자정책국장김재영’17.02.16.
박노익’15.01.09.
이용자보호과장안근영’16.03.30.
양기철’14.06.09.

응모… 부질없다

개방형이라고 돼 있고, 공고도 내긴 하는데 자기들끼리 뽑고는 하잖아요. 우리 주변엔 그런 상황을 다 아니까, 아예 시도(응모)를 안 하죠.

한 방송통신 정책 전문가의 말. 민간 개방형 직위 공모 체계가 부질없음을 내보였다. 한 방송통신 전문 변호사도 “암암리에 임자를 정해 놓고 (공모)하잖아요. 개방형 공모직이라는 취지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공무원 중에 (개방형 직위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 퇴직해 지원하고, 개방형 직위 (임기가) 끝나면 다시 공무원으로 들어가고 한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일반 사람들은 자기 일 중단하고 (개방형 직위에) 가서 2, 3년쯤 일하고 끝날 수 있지 않습니까. 그 이후가 보장이 안 되기 때문에 우수한 사람들이 잘 안 가는 것 같습니다. 메리트가 없는 거죠”라고 덧붙였다. 공무원은 개방형 직위를 쉬 선택할 수 있지만 민간인에겐 ‘들어갈 때 비좁고 나올 땐 널찍해 매력 없는 자리’라는 뜻으로 읽혔다.

정부 안에서 적임자를 찾는 ‘공모 직위’도 본디 취지를 잃었다. 과기정통부 한 관계자는 기재부 자리로 고착한 연구개발투자심의관과 금융위 자리가 된 우본 보험사업단장을 두고 “인사 교류 형식으로 공모를 (해당 부처에) 일방(一方)으로 해서 전문성 있는 분을 추천 받아 직접 임용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 내 모든 부처 공무원에게 기회를 열어 주는 게 공모 체계에 걸맞지 않느냐는 지적에는 “다른 부처에서 올 수 있게 하는 게 최선의 방안이고, (제도에) 부합하는 거죠”라고 인정했다. 방통위 관계자도 ‘부처 간 1 대 1 계획인사교류’와 달리 연구개발투자심의관처럼 떼어 놓은 당상으로 굳어진 건 공모 직위 본래 취지에서 벗어난 것 같다는 지적에 대해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예산을 가진 게 기재부이고 그 중에 연구개발을 하는 과기정통부 특징 때문에 예산 과정 속에서 고려해야 할 것들, 국가 세수 종합 판단을 기재부가 하니 그때그때 (공모 직위) 보직을 맞춰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교관이나 해외문화원은 부처 간 경쟁이고, 아예 민간에도 여는 자리 등을 인사혁신처에서 정해서 부처에 통보하는데 무늬만 그렇게 돼 있고 실질적으로는 공무원들이 독차지한다는 지적이 나와요. 그래서 비율을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정부 안팎 공모 체계가 부실한 나머지 ‘공무원 독차지’에 가까운 상태임을 알게 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