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국회의원 영수증 중복청구는 중점조사 대상,  5년전부터 반납 고지했다"

2018년 12월 06일 19시 53분

국회의원 26명이 국회 사무처와 선관위에 동일한 영수증을 이중 제출하고 예산 등을 타 내 의원실 경비통장에 넣어 사용했다는 뉴스타파 보도와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중복 청구로 국회 예산을 받았다면, 그 돈은 정치자금 계좌에 넣어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또한 뉴스타파 취재 결과, 중앙선관위는 5년 전인 2013년 국회의원들의 영수증 중복청구 행위를 중점 조사 대상으로 지정했고, 영수증 중복청구 행위로 국회예산을 지급받았을 경우 해당연도에 정치자금 계정에 해당 금액을 환불하거나 지출 취소 등을 통해 반납하도록 안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선관위는 적어도 5년 전부터 영수증 이중제출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 영수증 이중제출과 중복청구로 국회예산을 타낸 사실이 확인된 국회의원 26명 가운데 대다수는 뉴스타파의 취재가 시작되자, 잘못을 인정하고 국회사무처나 정치자금 계정에 돈을 반납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크게 문제될 게 없다면서,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에 따라 반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지난 4일 중앙선관위에 국회의원들의 영수증 이중제출 행위에 위법성은 없는지,  또 이중제출을 통해 국회예산을 지급받았다면 이 돈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공식 질의했다.

선관위, 영수증 이중제출로 받은 국회예산은 지출 취소 환불 등 반납조치해야

중앙선관위는 답변을 통해 “정치자금을 지출하고 그 영수증으로 국회사무처 지원금을 지급받은 경우에는, 정치자금의 지출 취소 또는 환급에 준해 처리하는 것이 정치자금법 취지에 부합한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국회의원이 공적으로 관리되는 정치자금 계좌에서 의정활동비를 이미 지출했는데도 불구하고 해당 영수증으로 국회예산을 중복청구해 받았다면, 이 돈을 해당 회계연도에 정치자금 계좌에 넣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선관위의 공식입장과 달리, 26명 의원은 받은 예산 경비통장에 넣어 사용

하지만 이번에 확인된 26명의 국회의원들은 영수증 이중제출로 국회예산을 지급받고도 이미 해당 건으로 지출이 이뤄진 정치자금 계정에 해당 금액을 환급하거나 결제 취소 등을 하지 않았다. 더구나  받은 예산을 국회의원 개인 명의로 된 의원실 경비 통장에 넣어 사용했다. 이 때문에 국민 세금을 의원실 내부 경비로 유용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의정활동비 명목으로 받아낸 국회예산을 공적으로 관리되는 정치자금 계정으로 옮기는 것과 의원실 경비통장에 넣어두고 임의로 사용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정치자금 수입지출은 선관위의 엄격한 관리 감독을 받으며 상세 내역도 외부에 공개된다. 반면 의원실 경비계좌는 아무런 외부 통제가 없다. 사실상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계좌다.

영수증 이중 제출로 국회 예산을 받은 뒤, 예산 신청 명목과 다른 용도에 임의로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김경률 회계사는 “최종적으로 들어오는 금액이 의원실의 통제받지 않은 계정으로 넘어간 것이다. 일반 사기업에 비교하면 횡령의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금태섭, 전희경 등 일부 의원실은 ‘정치자금 계좌에 돈을 넣지 않았다고 해서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정치자금에 넣으라는 규정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앙선관위는 2013년 배포한 “정치자금 회계 실무” 책자를 통해 국회에서 의정보고서 발송 경비 지원을 받을 경우 해당 비용이 이미 정치자금 계좌에서 지출됐다면 국회 지원 금액만큼 이를 당해 연도에 정치자금 계좌에서 감액 처리하도록 명기해놓고 있다.

중앙선관위,  2013년 ‘영수증 중복청구 중점 조사’ 지정... 정작 조사는 못해

특히 선관위는 2013년 영수증 중복 청구를 중점 조사 대상으로 지정했다. 당시에도 영수증 이중 제출 문제가 내부에서 제기되자, 중복 청구 행위를 조사해 위법성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방침이었다.

선관위조차 국회의 비공개로 국회의원  예산 사용 내역 확인 불가능

하지만 영수증 중복 청구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비 예산 집행 내역은 철저하게 비공개돼 왔고, 선관위 조차 그 내역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선관위는 국회사무처 등의 비협조로 의원들의 영수증 이중제출 행위를 조사할 계획만 발표했을뿐 실행은 하지 못한 것이다. 중앙선관위는 그동안 영수증 이중제출 사안으로 지적당한 의원실이 있었냐는 뉴스타파 질의에 “국회로부터 지원받은 내역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더 큰 문제는 국회의원들이 영수증 이중 제출로 예산을 타낸 뒤 정치자금 계정에 넣지 않아도 마땅히 처벌할 법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중앙선관위는 “현행 정치자금법상 벌칙 규정이 없어서 처벌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위법 소지는 있지만, 현행 법률로는 처벌할 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중앙선관위 “법 개정으로 영수증 이중제출, 중복청구 차단하겠다”

뉴스타파의 보도로 영수증 이중 제출 비리가 불거지자 중앙선관위는 국회의원들의 영수증 이중 제출을 차단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국회사무처에서 지원받은 예산도 정치자금법 적용 대상에 포함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투명성 확보를 위해 국회사무처 지원금을 정치자금법 규율에 포함하도록 개정하거나, 국회사무처와 협의를 통해 소관 법률을 개정하도록 업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법 개정과 예산정보 투명하게 공개해야 국회예산 오남용 비리 없어져

법 개선도 중요하지만 선관위의 정치자금 지출내역과 국회 예산의 투명한 공개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선관위는 2016년 8월 국회 의원들의 정치자금 지출 내역을 인터넷에 모두 공개하는 내용을 담은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2년째  계류 중이다. 국가의 예산을 감시하는 국회의원들이 정작 자신들의 예산 사용 내역은 감시받지 않겠다는 뜻이다.

국회의원들이 자신이 쓰고 있는 예산의 집행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서복경 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 교수는 “세금이 들어가는 공적 활동이기 때문에 나의 세금이 어디에 쓰여 졌는가를 알고자 하는 시민들의 욕구 자체는 권리다. 그렇기 때문에 그 세금으로 국회를 운영하는 자(국회의원) 입장에 있어서 공개를 할 거냐 말 거냐는 선택의 문제일 수 없다”고 말했다.

※ 국회의원 영수증 이중제출 내역 특별페이지(링크)
※ 20대 국회의원 입법 및 정책 개발비 지출 증빙 자료 공개 특별페이지(링크)

공동기획 :세금도둑잡아라, 좋은예산센터,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취재 : 문준영, 김새봄, 강현석, 박중석
데이터 : 최윤원
데이터 시각화 : 임송이
촬영 : 최형석, 김남범, 오준식, 신영철
편집 : 정지성, 윤석민
CG : 정동우
자료조사 : 신동욱 신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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