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학회' 국정감사...'셀프 조사' 부실 질타

2018년 10월 12일 17시 47분

지난 7월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가 최초로 보도해 유관 정부 부처의 전수 조사를 이끌어냈던 와셋(World Academy of Science, Engineering and Technology, WASET) 등 이른바 ‘가짜 학회’ 이슈가 국정감사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0일부터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 대상 국회 국정감사에선 주로 지난 9월 12일 중간 결과가 발표된 과기부⋅교육부 합동 조사 과정이 부실했고, 연구 부정 사실이 드러난 교수와 연구자에 대한 처벌 조치에 구멍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뉴스타파는 지난 7월 19일 국제 협업 탐사 다큐멘터리 ‘’가짜학문' 제조 공장의 비밀'을 통해 한국인 교수들과 연구자들이 지난 십여 년 동안 가짜 국제학술단체가 운영하는 학술지와 학술대회에 모두 4천여 차례에 걸쳐 참여해왔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어서 와셋 이외에도 여러 가짜 해외학술단체를 이용해 정부나 대학 연구비를 써가며 해외여행을 하고 연구 실적을 쌓아온 한국인 학자들의 실태를 연속 보도하고 있다.

뉴스타파 보도 직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는 정부 합동조사단을 꾸려 국내 200여 개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 4대 과학기술연구원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착수해 지난 9월 12일 조사 결과와 향후 조치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과기부⋅교육부 합동 조사 … 부실한 ‘셀프 조사'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교육부에서 진행하는 국가 연구비 부정사용 조사가 대부분 논문 표절과 부당한 저자 표기 여부에만 집중돼 있어 문제를 제대로 파헤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교육부에서 2013년부터 2018년 현재까지 진행한 대학 별, 출연연 별 연구비 부정 사건 조사 결과를 제출받은 결과, 연구 부정으로 적발된 총 122건 중 가짜 학회 참여, 연구비 부정 사용 또는 국가 과제 결과물인 특허를 교수 개인 앞으로 등록하는 이른바 ‘특허 빼돌리기’ 등의 사례는 단 한 건도 적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가짜 학회 관련 최근 조사 또한 부처 자체 조사가 아니라 각 대학과 출연 연구기관에 조사를 맡기는 ‘셀프 조사’라 제대로 될 수가 없다”며, 제보, 내부 문제제기 또는 언론보도에 의존하지 않고 교육부가 자체적으로 적발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을 주문했다.

앞서 박 의원은 지난 9월 12일 정부 합동조사단의 가짜 학회 실태조사 발표 이후 "교육부는 이번 사건이 연구비 유용에 악용됐을 소지가 높다고 이미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조사와 처리를 각 대학과 출연연에 떠넘긴 것은 사실상 직무유기"라고 비판한 바 있다.

정부 합동조사단은 전국 4년제 대학 238곳과 4개 과학기술원(KAIST, DGIST, GIST, UNIST), 26개 과학기술출연연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최근 5년 간 교수와 연구원들의 와셋과 오믹스(OMICS) 학회에 참여 실태를 전수 조사한 결과 총 1천 317명의 교수와 연구자들이 1천 570여 차례에 걸쳐 참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뉴스타파가 이들 학회 홈페이지를 자체 분석해 한국인들이 참여한 발표용 논문과 초록 4천 227건(2007년~2018년 6월)을 찾아낸 것에 비해 매우 적은 숫자다.

BK21플러스 사업 성과 평가 기준에 대한 조치는 빠져있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교육부가 젊은 연구인력 양성을 위해 석사 및 박사과정생을 중심으로 지원하는 BK21플러스 사업의 수혜를 받고 있는 다수 사업단에서도 가짜 학회 성과가 대거 등재돼 있다며, 양적 기준만 강조하는 사업단 성과 평가 기준을 수정할 것을 촉구했다.

조 의원은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4년부터 현재까지 BK21플러스 사업단으로 지정된 사업단 가운데 34개 대학 81개 사업단이 와셋이나 오믹스 등 가짜 학회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지금까지 교육부나 과기부의 접근은 개인의 연구윤리 차원에서 접근한 듯”하다고 지적하고 “이젠 구조적인 문제로 접근해 성과관리 지표도 살펴볼 것"을 촉구했다.

조 의원은 또, 연구 부정 기록이 있는 BK21플러스 사업단의 경우 또한 국가 지원사업이나 R&D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등 선정 기준을 강화하는 조치를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정부출연연⋅과학기술원, 지난 5년 간 가짜 학회에 10억 원 허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과기정통부 산하 정부출연연과 과학기술원 소속 연구자들이 지난 5년 간 가짜 학회 참석에만 10억 원 이상을 국가 R&D 예산에서 지원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박 의원이 과기정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현재까지 26군데 정부출연연 중 21곳에서 모두 184명의 연구원이 가짜 학회 출장을 위해 7억 7천여 만 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 1인 당 평균 420만 원 가량 지원받았다. 기관별로는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지원받은 출장비가 1억 2150여 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곳에선 26명의 연구원이 모두 31차례에 걸쳐 가짜 학회에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짜 학술대회에 2회 이상 참석한 연구자도 5명으로 가장 많았다.

4개 과학기술원의 경우에는 같은 기간 모두 76명의 연구자가 2억 7천여 만 원을 지원 받아 가짜 학회 출장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 평균 350만 원 넘게 사용한 셈이다. 기관 별로는 카이스트가 1억 1990만 원으로 가장 컸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