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학문' 제조공장의 비밀

2018년 07월 19일 20시 11분

해적 학술지, 가짜 학술대회. 돈을 받고 제대로 된 심사 과정도 없이 학술대회 발표 기회를 주거나 논문을 실어주는 사이비 학술단체가 운영하는 학술지 등을 일컫는 말이다.

생소한 단어지만 세계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연구비 낭비, 연구 실적 평가 체계 혼란 등 큰 폐해를 낳기 때문이다. 이런 곳을 악용하거나 모르고 이용하는 한국 학자들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

뉴스타파, 독일 공영방송 NDR 등 23개 언론사 국제 공조 취재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독일 공영방송 NDR을 비롯한 18개국 23개 언론사의 국제 공조 취재팀과 함께 대표적인 사이비 학술단체인 와셋(WASET: World Academy of Science, Engineering and Technology, 세계과학공학기술학회) 등에 대한 심층취재를 진행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와셋의 투고 논문 심사와 학술대회 운영 실태를 검증하기 위해 잠입 취재와 데이터 분석을 진행했다. 먼저 MIT 자동 논문생성기 SCIgen 프로그램으로 가짜 논문을 만든 후 와셋이 운영하는 해적 학술지에 투고하고, 와셋 학술대회에 참가해 가짜 논문을 발표했다. 이어 와셋  홈페이지 데이터 전체를 긁어 모아 전수 조사를 했다.

가짜 학술단체 참가 - 세계에서 한국이 5위, 국내는 서울대가 1위

국가 별로 와셋 학술지 논문 투고 또는 학술대회 참석 건수를 집계한 결과 한국은 세계 5위였고, 논문 저자 별로 집계한 결과 세계 2, 3, 4, 6위가 모두 한국인 학자였다. 국내 대학 순위를 집계해보니 서울대가 100건으로 1위였고, 국내 명문대가 대부분 상위 10위권에 들었다.

와셋의 학술지와 학술대회를 이용하는 한국인 학자들의 숫자는 2014년부터 급증한 추세이며, 최근 들어 매년 1천 명이 넘는다. 지난 2007년부터 지금까지 논문 게재 등으로 와셋에 이름을 올린 한국인 학자는 모두 4,227명, 기관은 272개다.

와셋과 비슷한 형태로 운영되는 오믹스(OMICS)의 경우 2009년부터 지금까지 1812명의 학자가 논문 저자 등으로 이름을 올렸고 기관은 177개로 집계됐다.

이번 뉴스타파와 독일 공영방송 NDR 등의 국제 공조 취재로 사이비 국제학술단체가 운영하는 가짜 학술지와 학술대회의 폐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국민세금을 조성된 공적 연구비의 허비, 그리고 연구 윤리의 추락, 연구 실적 평가 시스템의 혼란 등이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앞으로 이 같은 사이비 국제학술단체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보도할 예정이다.

취재: 김용진, 최윤원, 신우열, 김지윤, 임보영, NDR 등 국제협업팀
촬영: 김남범, 오준식
편집: 윤석민
CG: 정동우
내레이터: 김석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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