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가짜집회 카톡방] ② '02-3464-2000 현대차 보안팀'에 사찰 내용 보고

2023년 09월 25일 17시 00분

(1편에서 계속)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이 위장집회에 동원한 용역들은 단체 카톡방 안에서 시위자나 노조 관계자들이 현대차 본사 앞에 나타나면 특정 번호로 전화 보고하라는 지침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다. 용역들에게 공지된 보고용 전화번호는 ‘02-3464-2000’이다. 확인결과, 이 번호는 현대차 보안팀 전화번호였다.

위장집회 용역, 현대차 보안팀에 민간인 감시 직보

보고 지침대로라면, 현대차 측은 용역들에게 본사 주변 집회·시위자들의 동향을 실시간 보고받으면서 민간인 감시 활동에 직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현대차 위장집회 용역들은 기아차 대리점 해고노동자 박미희 씨나 노조 관계자들이 본사 앞에 나타나면 현대차 보안팀으로 전화해 보고하라는 지침을 받았다.
취재팀이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니, 실제로 현대차 보안팀 직원이 응대했다.
현대차 직원: 보안실 ○○○입니다.
기자: 현대차 보안팀이죠?
현대차 직원: 네, 그렇습니다.
기자: 네, 안녕하세요. 저 뉴스타파의 홍우람 기자라고 합니다.
현대차 직원: 네, 그런데 여기는 보안실이고요. 무슨 일로 전화를 하셨어요?
기자: 현대차 측 집회 참가자들이 주변 시위자들을 감시하고 동향을 보고한다는 사실을 저희가 확인했거든요. 이쪽 보안실로 보고를 한다는 걸 저희가 알게 돼서…
현대차 직원: 저희는 그런 상황을 알 수가 없고요. … 전화하시는 분 (누구인지) 저희가 확인도 안 되는 상황인데 답변할 이유도 없을 것 같고.
수화기 너머 현대차 보안팀 직원은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만난 위장집회 용역업체 내부 제보자의 말은 전혀 다르다. 제보자는 위장집회에 참여하면서 직접 현대차 보안팀에 전화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02-3464-2000번으로 연락하면 “항상 (보안팀) 과장님이 받는다”고 했다. 그의 증언대로라면 현대차 보안팀 간부급 직원이 위장집회 용역들과 유선으로 소통하고 있다는 뜻이다.
제보자의 또 다른 증언에 따르면 현대차 보안팀은 평소에도 용역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위장집회 현장을 관리하고 있다.
저희가 어찌 보면 보안팀이랑 근무를 같이 서거든요. 뭐 친해요. … (현대차) 보안 과장님이랑 얘기를 해봤는데 결국에는 (알박기 집회를 그만하는 건) 안 된다라는 말, 이게 ‘10년 넘게 이어져 온 규칙이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현대차 위장집회 경비용역 관계자 A씨
그러나 현대차 본사 정문에서 만난 보안팀 관계자는 문제의 위장집회가 현대차와 전혀 관련이 없는 것처럼 발뺌했다.
현대차 보안팀 관계자: 저희 쪽에서는 더 해드릴 말씀이 없어요. 저희들은 여기 안전 지키는 사람들이지, 저쪽(위장집회)하고는 무관하니까 저희 쪽에 문의하시면 안 됩니다. 저쪽 주최 측에 가서 물어보세요. 저희하고는 무관하다니까요. 저희들 업무하는 데 와서 자꾸 이렇게 하시면 안돼요.
기자: 아니, 이쪽 집회 신고를 낸 게 현대차랑 기아차란 말이에요.
현대차 보안팀 관계자: 더이상 말씀드릴 게 없어요. 
기자: 무관하다고 말씀하시니까.
현대차 보안팀 관계자: 네네, 저희들은 무관합니다.
현대차 보안팀 관계자가 지난달 9일 서울 양재동 본사 앞에서 기자와 만나 사옥 앞 위장집회와 회사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직접 회사 명의로 경찰에 집회 신고를 내고, 매일 경비용역 수십 명을 불러 자발적인 참가자로 위장시키고 있다.
취재팀은 위장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경비업체 측 책임자의 해명도 들어보기로 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위장집회 용역 카톡방 내역을 살펴보면 분 단위로 쏟아지는 보고 메시지 사이에서, 유일하게 명령을 내리고 있는 인물이 확인된다. 위장집회 현장에서 용역들을 지휘·관리하는 경비업체 간부, 김모 실장이다.
현대차 위장집회 용역업체 간부 김모 실장이 단체 대화방에서 집회 용역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뉴스타파 취재팀은 위장집회 현장에서 김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용역 청년들 사이에서 40대로 보이는 한 남자가 수화기를 귀로 가져갔다. 그와 기자의 눈이 마주쳤다. 그가 김 실장이었다. “제 번호 어떻게 아셨냐고요. 기자면 다 알아야 해요? 개인정보잖아요. 제 번호 누가 알려줬는지 가르쳐주세요.” 그는 기자에게 따져물었다. “인터뷰는 하고 싶지 않다”며 팔짱을 꼈다.
기자: 사실 지금 이게 현대차와 기아차랑 신고를 해서 진행이 되는 집회이지 않습니까? 방금 (현대차) 보안팀이랑 제가 얘기를 하고 왔는데도 이 (위장) 집회 참가자들, 이 집회랑 보안팀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얘기를 해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말씀을 해 주실 수가 있잖아요.
김○○ 실장 / 현대차 위장집회 업체 간부: …
기자: 여기서 일어나는 집회 상황들, 시위자들 동선, (현대차) 보안팀에 보고를 하시지 않습니까? 그리고 직접 실장님이 보고를 받으시잖아요. 3464-2000번, 보안실로 전화를 하도록 지침이 내려져 있지 않습니까?
김○○ 실장 / 현대차 위장집회 업체 간부: …
기자: 정확하게 말씀드리지만 이거 스토킹 처벌법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현대차) 보안팀에서 그런 고지 받으셨어요? 그 부분을 알고 여기 집회 참가자들, 용역들한테 안내를 하셨어요? 안 하셨어요?
김○○ 실장 / 현대차 위장집회 업체 간부: …
경비업체 간부, 김 실장은 끝내 입을 열지 않고 자리를 피했다. 
지난달 9일, 현대차 위장집회 용역업체 간부 김모 실장이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길 거부하고 있다.

경비업체의 위장집회 참가, 명백한 경비업법 위반

현대차가 기획한 위장집회에 뛰어든 경비업체의 행태는 현행법 위반이다. 현행 경비업법은 경비업자가 “경비대상시설의 소유자 또는 관리자의 관리권의 범위안에서 경비업무를 수행하여야 하며, 다른 사람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거나 그의 정당한 활동에 간섭하여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가 불러모은 경비용역들은 현대차 측 관리권 안에 있는 사옥 ‘내부’에 상주하지 않는다. 이들은 집회 참가자로 위장해 공공자산인 인도 수백 미터 구간을 점거하고 있다. 그러면서 다른 시민과 노조 관계자들의 집회·시위를 방해하고,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사찰하는 행태는 경비업법에서 허용되지 않는다.
현행 경비업법은 경비업자가 경비대상시설의 소유자·관리자의 관리권 범위 안에서 경비업무를 수행해야 하며, 다른 사람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한다.
경비업법상 경비업자는 의뢰받은 경비업무가 위법하거나 부당한 것일 때에는 거부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현대차 위장집회에 동원된 경비업체는 이같은 의무를 지키지 않고 있다. 위법·부당한 의뢰를 거부하지 않은 경우, 해당 경비업자는 경비업 허가 취소 처분을 받도록 돼 있다.
관할 경찰도 현대차가 벌이는 부조리에 눈을 감고 있다. 최근 서울 서초경찰서는 현대차의 위장집회 용역들의 방해로 어쩔 수 없이 도로 위 안전지대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해고노동자 집회 참가자들에게 집회 금지를 통고했다. 현대차 측 집회 용역들을 제재하고 안전한 인도 위 집회 장소를 확보해주는 대신 용역들에게 위협받고 감시당하는 사람들을 쫓아낸 것이다.
반면, 현대차의 위장집회는 건재하다. 현대차와 경비용역들은 현행법을 무시한 채 매일 불법적인 집회를 열고 있지만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현대차 위장집회 용역들이 촬영장비와 소음측정기를 동원해 기아차 대리점 해고노동자 집회를 감시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현대차 위장집회 용역들의 임무가 오로지 다른 집회·시위를 방해하는 것이며, 이는 현대차 측과 사전 조율된 임무임을 보여주는 증거를 추가 공개할 예정이다.
제작진
취재김지윤 홍우람
영상취재정형민 이상찬 오준식
편집박서영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