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감시

‘여사님 프로젝트’ 예산 800억 어디 갔나?

2013년 05월 03일 09시 25분

한식 세계화 사업이 졸속으로 추진되면서 수백억 원의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명박 정부가 한식 세계화 사업에 투입한 돈은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모두 757억 원. 올해 배정된 예산 192억 원을 합치면 전체 규모는 천억 원에 육박한다.

한식 세계화 사업은 2008년 말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식을 2017년까지 세계 5대 음식으로 육성하겠다”고 선언한 뒤 본격 추진됐다.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한식 세계화 추진단> 명예회장으로 활동, 사업을 직접 챙기면서 한식 세계화 사업은 일명 ‘여사님 프로젝트’로 불렸다.

거창한 이름과는 달리 실제 사업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됐다. 한식 세계화 공식 포털의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1200여명 남짓. 웬만한 규모의 개인 홈페이지나 블로그에도 못 미친다.

한식재단은 방문자 수와 자료량이 각각 늘면서 자주 에러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지난해 10억 원을 들여 홈페이지를 개편했지만 제 몸값을 못 하기는 마찬가지다. 엉뚱한 지역의 식당이 검색되는가 하면, 조리사 구인구직 콘텐츠는 한국어와 영어, 일어 등 언어권별 세부 사이트와 서로 연동이 되지 않아 이용자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보다 품격있는 한식을 즐길 수 있도록 1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만든 ‘한식 상차림 가이드’는 외국인 관광객을 찾아보기 어려운 지역에 주로 배포됐다.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프로그램을 국민들이 돈을 주고 사서 봐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다. 정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요리사인 장 조지 부부가 한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12억 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저작권은 장 조지 부부가 갖고 있어 우리 국민들이 이 프로그램을 보려면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 미 헐리우드 유명 여배우 브룩쉴즈가 한식 팬이라는 설정도 한식 세계화 사업 예산을 받은 홍보업체의 계산된 연출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홍보비 사용의 부적절성도 도마에 올랐다.

한편 감사원은 국회의 감사요구에 따라 현재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식재단 등을 상대로 한식 세계화 사업 전반에 대해 감사를 벌이고 있다.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 미국의 뉴스채널 CNN에 출연해 잡채를 직접 만드는 모습을 연출합니다. 

청와대는 영부인이 한식 세계화 사업을 직접 챙긴다며 홍보합니다. 그래서 한식 세계화 사업은 일명 여사님 프로젝트라고도 불렸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한식 세계화 사업에 투입한 돈은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모두 757억 원. 이 천문학적 예산은 과연 어디에 쓰였을까?

한식재단이 한식을 전 세계에 알리겠다며 만든 한식 세계화 공식 포털. 

방문자 수와 자료량이 각각 늘면서 자주 에러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지난해 10억 원을 들여 개편한 겁니다.  

돈을 들인 만큼 효과를 봤을까. 지난 한 달간 접속자수는 하루 평균 1200여명 남짓. 웬만한 규모의 개인 홈페이지나 블로그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한식재단의 구인 구직 코너에 올라온 글은 고작 34건에 불과합니다.  

영문 사이트를 들어가 봤습니다. 미국의 한식당을 검색하자 엉뚱한 곳이 나옵니다. 주소는 Leopoldstrasse 120, München. 독일 뮌헨시 레오폴드가 120번지에 있는 식당입니다. 

한해 유지 관리비만 2억 원. 잦은 에러를 막기 위해 10억원을 들여 다시 만들었다는 홈페이지라는데 어떻게 된 걸까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보다 품격있는 한식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한식 상차림 가이듭니다. 제작하는데 1억원이 넘게 들었습니다. 실제 이 가이드를 사용하는 식당이 있는지 찾아가봤습니다. 

서울 강동구 음식문화 개선 특화거리. 정부와 한식재단이 관련 책자 5000부를 찍어 배포했다는 곳입니다. 외국인은 물론 국내 관광객조차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점심시간이지만 식당 골목은 한적합니다.  

[강정미 / 서울 성내동 음식점주]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나요?)

“없어요.”

(‘상차림’이 외국인들에게 한식을 세계화하기 위해서 만든 책인데...)

“그러면 명동이나 충무로 광화문 쪽이 적용이 되지 여기는 관광객은 전혀 없어요.”

미국의 한 주간지에 실린 한 장의 사진. 영화배우 브룩쉴즈가 마트에서 고추장을 고르고 있는 모습입니다. 

농식품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헐리우드 유명 배우들이 한식 팬이라며 홍보에 열을 올렸습니다. 

기자들은 보도자료를 거의 그대로 베껴 기사를 실었습니다. 

그런데 잡지가 발간된 날짜보다 정부가 보도자료를 배포한 시점이 5일이나 앞서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정부 예산을 지원받은 한 홍보대행사가 브룩쉴즈를 섭외, 한식 재료를 사는 모습을 연출하고, 이를 기사화한 겁니다. 

임상시험을 통해 한식의 우수성을 규명하겠다며 9억6000만원을 들여 만든 연구과제 보고섭니다. 하지만 한식재단 홈페이지에선 찾아볼 수 없습니다. 연구주제가 비슷하거나 한식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보이는 연구에도 수억원씩 예산이 투입됐습니다.

이렇게 연구용역에 집행된 예산만 100억원이 넘지만 SCI에 등록된 논문은 고작 8건입니다. 

정부가 한식세계화 사업의 주요 성과로 내세우는 ‘김치 연대기’ 프로그램. 세계적으로 유명한 요리사인 장 조지 부부가 출연해 한국산 식재료를 활용해 한식을 소개하는 것으로 미국의 PBS를 통해 방영됐습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국민 세금 12억 원이 지원됐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거의 없습니다. 우리 세금으로 만든 프로그램이지만 장 조지 부부가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이 이 프로그램을 보려면 저작권료를 내야 합니다. 

한식 세계화 사업을 벌인지 5년. 과연 세계화는 얼마나 이뤄졌을까?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물었습니다.

(한국 정부가 해외에 한식을 홍보하기 위해 동영상이나 광고 등을 만드는 데, 그런 노력에 대해 알고 있었습니까?)

“아니요.”

“혹시 이게 그 중 하나인가요?”

“아니요. 몰랐습니다.”

“아뇨. 해외에서 본 적 없습니다. 특히 한식에 대한 광고는.”

한해 수백억원의 예산을 주무르며 한식 세계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한식재단. 그러나 현재 재단의 문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감사원 감사를 받는 중이라 공식 인터뷰를 할 수 없는 입장을 헤아려달라고 했습니다. 

감사원은 국회의 감사요구에 따라 현재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식재단 등을 상대로 한식 세계화 사업 전반에 대해 감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정부가 바뀌었지만 올해도 192억원의 세금이 한식 세계화 사업 예산에 편성됐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막대한 국민 세금이 손가락 사이 모래알처럼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뉴스타파 황일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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