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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14일 11시 00분
정부지원업체가 ‘유령회사’ 권유
조세당국이 역외 탈세와의 전면전에 들어간 가운데 한편에서는 정부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권유하는 업체를 사실상 지원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타파는 ICIJ, 즉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의 조세피난처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지정한 '해외민간네트워크' 소속 업체 가운데 일부가 조세피난처 법인 설립 대행 업무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
‘해외민간네트워크’는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이 공식 지정한 마케팅·컨설팅 회사다. 서류심사, 현장실사, 실태조사 등의 심사과정을 통해 선정된다. 이들은 독자적으로 해외마케팅 활동을 수행하기 어려운 국내 중소기업에게 제품수출, 해외 진출 등에 관한 컨설팅을 해주는 역할을 한다. 올해 50개국 135개 업체가 선정됐으며, 60억 가량의 사업비가 책정됐다.
그런데 뉴스타파 취재결과, ‘해외민간네트워크’ 선정 업체 가운데 하나인 ‘코차이나 TNC’라는 업체가 조세피난처 법인 설립 대행업무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6년 연속 ‘해외민간네트워크’로 선정됐다고 소개한 이 업체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다양한 조세피난처를 소개하며 “절세와 면세는 물론 신분이 밝혀지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조세피난처는 최상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조세피난처 법인 설립을 권유하고 있었다.
실제 ICIJ의 조세피난처 데이터베이스에는 ‘코차이나 TNC’가 2008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 대행한 역외 법인 두 곳이 등장한다. 모두 한국인이 이사와 주주이며, ‘코차이나 TNC’가 세크리터리, 즉 비서로 등재돼 있다.
또한 지난 6월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된 ‘알앤엘바이오’ 라정찬 회장의 홍콩 페이퍼컴퍼니를 설립, 대행해준 곳도 ‘코차이나 TNC’였다. 코차이나 TNC는 라 회장의 페이퍼컴퍼니 '알앤엘 바이오 HK 리미티드'라는 회사의 유상증자와 회계, 재무재표 관리까지 봐줬다.
뉴스타파 취재이후, ‘코차이나 TNC’는 자사 홈페이지에 나와 있던 조세피난처 관련 사업내용과 문구를 모두 삭제했다.
‘해외민간네트워크’ 중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대행해주는 업무를 하고 있는 곳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올해 신규로 선정된 ‘청덕상업신식자문유한공사’ 역시 홈페이지를 통해 버젓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법인을 설립하는 방법과 절차를 소개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수출마케팅처 천병우 팀장은 “해외투자지원, 현지 법인 설립 업무만 하는 줄 알았지 조세피난처 업무까지 하는 줄은 몰랐다. 알았다면 그 부분까지 검토를 하고 선정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은 뉴스타파 취재 이후 ‘해외민간네트워크’ 가운데 조세피난처에 법인 설립 업무를 대행해 주는 업체가 더 있는지 전수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앵커 멘트>
뉴스타파의 조세피난처 보도 이후 우리 조세당국이 역외 탈세와의 전면전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그동안 국내 기업들의 조세피난처 유령회사 설립을 사실상 방조해온 사례가 확인됐습니다.
홍여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홍여진 기자>
지난 6월 수십 억대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된 줄기세포 전문회사 알앤엘바이오의 라정찬 회장. 라 회장은 지난 2008년 3월 홍콩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자사 주식을 사들여 주가를 끌어올린 뒤, 차명으로 보유해온 주식을 팔아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라 회장이 주가조작의 통로로 삼았던 페이퍼컴퍼니 '알앤엘HK리미티드'는 홍콩에 있는 코차이나티앤씨라는 투자자문회사가 설립을 대행했습니다.
코차이나티앤씨는 라 회장이 세운 페이퍼컴퍼니의 유상증자와 회계, 재무 관리 업무 등도 봐줬습니다.
뉴스타파 취재결과 이 코차이나TNC는 단순한 투자자문회사는 아니었습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해외민간네트워크'로 지정된 업체였습니다. 해외민간네트워크에 지정되면 독자적으로 해외마케팅 활동을 수행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에게 수출지원, 해외현지법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정부로부터 컨설팅비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천병우 중소기업진흥공단 수출마케팅처 팀장]
“이 해외민간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순간부터는 국가의 에이전트로서 역할을 한다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올해 50개국에 걸쳐 모두 135개 해외민간네트워크 업체를 선정하고, 60억 원 가량의 사업비를 책정했습니다.
해외민간네트워크로 지정되면, 정부의 컨설팅비용뿐 아니라 매칭된 중소기업과의 계속적인 거래를 통해 추가적인 수익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현장심사와 실태조사 등 엄격한 과정을 거쳐 해외민간네트워크 업체를 매년 재지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렇게 선정된 해외민간네트워크 소속 업체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대행하는 업무도 하고 있던 것입니다.
해외민간네트워크에 6년 연속 선정됐다고 홍보하고 있는 코차이나티앤씨. 홈페이지를 통해 버젓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다양한 조세피난처에 법인 설립을 대행해 준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역외 법인 설립을 통해 절세와 면세가 가능하고 세무당국의 모든 의무를 피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실제 뉴스타파가 ICIJ, 즉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의 조세피난처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한 결과 코차이나티앤씨라는 이름이 나타납니다. 지난 2008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커티스 이글 그룹 홀딩스와 킹링크라는 페이퍼컴퍼니의 세크리터리, 즉 비서로 등재돼 있습니다. 두 회사 모두 한국인이 이사와 주줍니다.
[홍석진 코차이나TNC대표]
((조세회피 법인설립)그 업무는 왜 하고 계신 거에요?)
“그쪽으로는 별로 인터뷰 응하기 싫어요. 조세피난처 법인 설립 자체가 불법 그런 건 아니잖아요.”
뉴스타파가 취재에 들어가자 코차이나TNC는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조세피난처 법인설립을 권유하는 사업 내용과 문구를 아예 삭제했습니다.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대행해주는 해외민간네트워크 지정업체는 코차이나TNC뿐만은 아닙니다. 올해 신규로 선정된 청덕상업신식자문유한공사 역시 홈페이지를 통해 버젓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법인을 설립하는 방법과 절차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서류평가와 현장실사, 선정위원회 심사 등 3단계를 통해 해외민간네트워크를 선정하지만 상황이 이런지는 몰랐다고 합니다.
[천병우 중소기업진흥공단 수출마케팅처 팀장]
“그런 부분이 있는 거는 저도 오늘 처음 봤습니다. 그런 기업이 불법적인 행위를 하는 조세회피라는 이런 부분들이 잘못된 상황인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사실 저희들이 몰랐던 부분이 있을 겁니다.”
조세당국이 조세피난처를 통한 역외 탈세에 대해 전면 조사에 나섰지만 한편에선 정부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유도하는 업체를 사실상 지원해온 셈입니다.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은 뉴스타파가 취재에 들어가자 해외민간네트워크 가운데 조세피난처에 법인 설립 업무를 대행해 주는 업체가 더 있는지 전수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습니다.
뉴스타파 홍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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