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가 광고인가 : 아침 방송에서 체리를 팔아봤습니다

2021년 08월 24일 13시 03분

한 시간짜리 분량으로 봤을 때는 보통 (방송) 협찬금이 8천에서 1억 정도 사이예요.

A 광고대행사 영업담당 직원
뉴스타파는 지난해부터 방송의 뒷광고를 추적하는 <광고의 그물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기사형 광고, 홈쇼핑 연계 편성, 시청자를 기만하는 협찬 문제 등을 취재해 왔다. 이번에는 실제 협찬 방송에 나가려면 협찬금을 얼마를 내야 하는지, 돈을 내면 어떤 방송을 낼 수 있는지 구체적인 제작 과정을 취재했다. 
다큐 형식도 있고. 아니면 스튜디오에서 사례자나 연예인 패널이 나와서 얘기하는 것도 있고. 이렇게 종류가 다른데 혹시 생각하시는 프로그램이 있으신가요?

A 광고대행사 영업담당 직원
전화를 통해 접촉한 광고대행사 직원은 협찬주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고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로 종합편성채널에서 제작하는 1시간짜리 프로그램 같은 경우에는 벌써 3개월 뒤 방송 청약을 받고 있다며, 협찬을 진행하려면 서둘러야 한다고 친절히 조언했다.
이 광고대행사에서 받아본 협찬 금액표는 마치 식당 메뉴판과 비슷해 보였다. 표에는 채널과 방송 제목, 노출 시간, 협찬 금액 등의 정보가 적혀 있었다. 협찬 방송이 가능한 방송사에는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 방송 채널이 모두 포함돼 있었다. 
▲ 한 광고대행사의 건강프로그램 협찬 금액표. 방송 제목과 협찬 금액이 마치 음식점 메뉴판처럼 적혀있다. 
광고대행사 직원은 협찬주가 원하는 소구점(광고가 시청자나 상품 수요자에게 호소하는 부분이나 측면)에 맞춰 방송을 만들어줄 수 있다고 했다. 광고대행사의 설명은 사실일까. 혹시 영업 때문에 다소 과장한 것은 아닐까. 정말 돈만 내면 협찬주 입맛에 맞는 방송을 낼 수 있을까. 뉴스타파는 아예 회사를 하나 만들어서 광고성 방송을 직접 의뢰해 보기로 했다.

방송 제작사 “서남식품을 두고, 서남식품에 대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만드는 기획"

일단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사업자 등록을 했다. 업종은 전자상거래업과 채소, 과실 및 뿌리작물 소매업. 회사 이름은 ‘서남식품'으로 정했다. 체리농장이 전라남도, 즉 한반도 서남부에 위치해 있다는 단순한 설정이었다. 사업자 등록 절차는 간소했다. 인터넷에 접속해 몇 차례 클릭을 하는 것 만으로 금새 사업자 등록증을 받을 수 있었다.
▲ 뉴스타파가 만든 '건강체리 서남식품' 대표 명함
광고성 방송을 의뢰할 내용은 체리로 결정했다. 체리는 후식으로 먹는 스낵형 과일이다. 타트 체리 같은 일부 종류를 제외하면 건강식품으로 팔리는 경우가 드물다. 실제로 광고성 방송을 만들어서 내보내더라도 시청자 피해가 없는 아이템으로 판단했다. 
취재진은 사업자 등록증을 들고 방송 제작사를 찾아갔다. 제작사 측은 사업자 등록증으로 심의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페이퍼 컴퍼니에 불과한 서남식품도 심의를 통과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제작사 영업담당 직원(팀장)은 협찬주에게 딱 맞는 방송을 기획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소 7천만 원 이상을 요구하는 1시간 짜리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는 없었다. 지상파 채널은 정보 프로그램도 비쌌다. 4분짜리 홍보 꼭지를 내려면 1500만 원은 내야 한다고 했다. 여러가지 방송 메뉴 중 취재진이 선택한 프로그램은 SBS Biz의 ‘생생경제 정보톡톡' 프로그램이었다. SBS 자회사로 시청자의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채널 번호가 비교적 앞 번호였지만 가격은 지상파나 종편에 비해 저렴한 편이었다. 
서남식품을 두고 서남식품에 대해서 저희가 이제 방송 구성을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만들어 가시는 거예요. 그래서 자체 기획이거든요.‘우리가 이런 부분도 장점이니까, 이런 것도 혹시 촬영을 해 주실 수 있나요’라고 하시면 자체 기획이기 때문에 방송 심의에 걸리지 않는 선에서 같이 만들어 가실 거예요.

B 제작사 영업담당 직원(팀장)
5분짜리 방송의 가격은 부가가치세 포함 660만 원. 팀장은 660만 원 전액을 먼저 입금해야 방송 제작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에 착수할 때 계약금을 주고, 업무가 종료된 이후에 잔금을 주는 일반적인 계약과는 달라 보였다. 왜 선불로 다 내야하는지 물었더니, 방송 편성을 확정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업자 동의서, 협약서, 비용에 대한 매출전표나 세금계산서가 본사(방송국)로 넘어가야 편성이 확정된다는 것이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고심 끝에 협찬금을 지불하고 방송을 진행하기로 했다. 계약금도 아닌 전체 비용을 한번에 지불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협찬사 맞춤형으로 진행되는 이른바 '협찬 방송'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구성작가 “저희 사례자는 재연배우가 나와서 신빙성이 없어요.”

돈을 입금한 뒤 구성 담당 작가에게 연락이 왔다. 구성작가는 체리를 먹고 건강해진 사례자로 가족이나 지인을 섭외해 달라고 요구했다. 섭외하기 어렵다며 난처해 하자, 협찬주 본인이 사례자로 나와도 상관이 없다고 했다. 협찬사 대표에게 가짜 사례자로 출연해 달라는 제안이 당황스러워 "제가 하면 좀 그렇지 않나요?"라고 물었다. 작가는 협찬주의 사례자 출연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거(사례자) 도움 주셔도 저희는 상관없거든요. 전문적인 인터뷰를 삼촌 분께서 해주시고. 그리고 (협찬주가) 사례자분으로 나오시는 거는. 저희 그거는 괜찮아요. 겹치지만 않으면 돼요.

구성 담당 작가
결국 취재진이 뜻하지 않게 직접 사례자로 출연하기로 했다. 사례자가 정해지고 하루 만에 작가가 구성안을 보내왔다. 기자가 맡은 사례자는 만성피로와 근육통에 시달리다가 체리를 먹고 건강을 되찾은 사람으로 묘사돼 있었다. 

"사례자분이 핸드폰으로 살펴보는 식으로 판매 홈페이지 노출 가능하거든요."

실제 사례자 촬영은 대본과 거의 비슷하게 진행됐다. 먼저 기자가 자전거를 타고, 아령을 드는 등 홈트레이닝하는 장면부터 촬영했다. 그 다음에 건강에 신경을 쓰는 이유를 인터뷰했다. 기자는 대본에 있는 대로 ‘여름이 돼서 그런지 잠을 자도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만성피로에 시달린다. 머리가 아프다'는 등의 내용으로 인터뷰했다. 사실상 재연 배우 역할이었다. 인터뷰를 어려워 하는 협찬주를 위해 현장 피디는 대본 내용을 불러주기도 했다. 체리 시식 장면, 영암 체리 홍보 장면 등을 촬영한 다음, 서남식품 온라인스토어를 보는 모습을 연출해 촬영하기도 했다. 이 장면은 구성작가가 먼저 제안한 장면이다.
혹시 여기 서남식품 판매 홈페이지가 있으실까요?만약에 혹시 노출을 원하시면, 사례자분이 핸드폰으로 이렇게 체리를 살펴보든지 아니면 삼촌분께서 이렇게 판매하고 있다 그러면서 핸드폰 보여주시는 거 살짝 노출 가능하거든요.

구성 담당 작가
▲ 사례자 인터뷰 중 서남식품 온라인 스토어를 노출하고 있다.

협찬방송 제작진 "농약 치는 거 굳이 알려줄 필요 없잖아요"

체리 농장도 찍으러 갔다. 뉴스타파는 전남에 있는 평범한 체리 농장 하나를 섭외했다. 뉴스타파 취재진도 농장 촬영 날 처음 가봤다. 체리 나무가 아주 작았다. 대부분의 나무가 50~100센티미터 정도 크기였다. 작년 10월에 심은 묘목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체리 수확은 일러야 3년 후에나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협찬방송 제작진에게 올해 체리를 수확했다고 말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상황이었지만 협찬방송 제작진은 협찬주의 비상식적인 설명에 아무런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농약통을 꺼내 유기농 농약이라고 말하자 협찬방송 제작진은 농약을 친다고 인터뷰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런 거 저도 다 알지만, 소비자들은 모르니까. 유기농이라면 농약 안 치는 줄 알고,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게 아닙니다. 농약 치는 거예요’ 굳이 알려줄 필요 없잖아요.

생생경제 정보톡톡 PD
전문가도 협찬주가 섭외해야 했다. 협찬방송 제작진에게 전문가 섭외를 요구했더니 ‘보통은 기업에서 섭외를 해준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가짜 전문가를 내세웠다. 실재하지 않는 연구소로 명함을 만들었다. 전문가는 체리가 치매에 효과가 있다, 일본과 미국 체리의 장점을 섞은 신품종이다, 산도를 낮춰서 많이 먹어도 문제가 없다는 등의 검증되지 않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 전문가 역할을 맡은 김경래 기자. 체리와 농장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내용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방송은 시작에 불과했다.."우리랑도 협찬 방송하자"

가짜 사례자와 엉터리 전문가를 동원한 광고성 방송은 8월 12일 아침 SBS Biz <생생경제 정보톡톡>을 통해 그대로 전파를 탔다. 서남식품의 온라인 매장은 모자이크 됐지만 약속대로 노출됐다. 서남식품의 상호도 'ㅅ식품'으로 이름이 가려졌지만, 방송사 홈페이지에는 서남식품 온라인 매장 주소와 대표 전화번호 등의 정보가 그대로 공개됐다. 가짜 연구원이 '체리 신품종을 개발했다. 체리에는 치매 예방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인터뷰 영상도 그대로 방송됐다. 협찬주의 홍보 효과에는 충실하지만, 기본적인 검증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방송에는 이 코너가 협찬금을 받고 제작된 코너라는 고지가 전혀 없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 방송이 서남식품이라는 체리업체의 협찬금으로 제작됐다는 사실을 알 방법이 없었다.
▲ SBS Biz 생생경제 정보톡톡 8월 12일 방송. '무더운 여름을 건강하게! 영양 만점 체리'
서남식품 협찬 방송에 가장 발 빠르게 반응한 것은 협찬방송을 만드는 동종업계 종사자들이었다. SBS Biz 홈페이지를 보고 전화들이 쇄도했다. 자신이 “YTN의 <비즈 코리아> 방송 제작진”이라고 밝힌 홍보대행사 직원은 “(서남식품의) 체리를 건강식품으로 방송에서 소개하고 싶다"면서 서남식품 대표 출연을 제안했다. 비용은 SBS Biz와 같은 660만 원. YTN2에서 2번, YTN사이언스에서 2번 방송되는 조건이었다. 이 직원은 보도전문채널인 YTN이 공신력과 파급력이 있다며 홍보효과를 자신했다. “YTN 660만 원, 서울경제TV 385만 원, 채널A 770만 원”. 이들이 밝힌 협찬 비용은 채널번호에 따라 다르지만, 모두 돈만 주면 광고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겠다고 말했다. 
(보도가 나간 뒤 YTN 측은 <비즈 코리아>는 YTN이 아니라 관계 채널인 YTN2에서 방영되는 프로그램이며, 뉴스타파에 전화를 한 A홍보대행사 관계자가 YTN을 사칭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해왔다. A홍보대행사가 YTN을 사칭해 일종의 사기 행각을 벌인 것이라는 주장이다. A홍보대행사 관계자는 뉴스타파에 <비즈 코리아> 협찬 방송에 대한 상세한 제안서와 구체적인 금액 등을 이메일로 보낸 바 있다. A홍보대행사 관계자는 YTN을 사칭했느냐는 뉴스타파의 질문에 명확하게 답변하고 있지 않다.) 
방송사가 아닌 신문사의 연락도 있었다. 스포츠서울 신문사 직원이라고 밝힌 한 영업담당 직원(차장)은 '이노베이션 기업 앤 브랜드 대상'의 식품 분야 혁신기업으로 서남식품을 선정하겠다고 제안했다. 기자가 '올해 개업한 업체인데도 상을 받을 수 있냐'고 묻자 '이노베이션 상이기 때문에 새롭고 혁신적인, 시작하는 단계의 성장기업에게 상을 준다'고 대답했다. 상을 받으면 기사형 광고도 내준다고 했다. 협찬금 120만 원을 내면 온오프라인으로 기사를 내준다는 것이었다. 지면 기사는 전국에 배포되고 온라인 뉴스는 네이버 포털에 헤드 기사로도 배포된다고 덧붙였다.
영업담당 직원들은 저마다 협찬주의 홍보효과를 최대한 높여주겠다고 약속했다. 전화기에는 미처 받지 못한 부재중 전화가 계속 쌓여 갔다. 

체리 구매자 "(방송을) 딱 보니 이 체리는 믿음이 갔다."

가짜로 개설한 온라인 스토어에서는 방송 당일 7건의 구매가 이뤄졌다. 본방송 직후인 점심 무렵에 2건, 재방송이 끝난 저녁 시간에 5건이 있었다. 소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가짜 방송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주문 취소 처리를 했다. 체리 구매자들은 '협찬금'을 써서 만든 '협찬 방송'이라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애가 체리를 참 좋아하거든요. 네 그래서 몇 번 구매를 하러 가는데요. 체리 상태가 별로 안 좋더라고요. 외국에서 들어오는 게요. 그래서 (방송을) 딱 보고는 이 체리는 좀 믿음이 가서 '계속 애를 먹여봐야 되겠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제가 구매를 했거든요.

체리 구매자 A씨
저는 좀 놀랐어요. 저는 국산이 있는 줄 몰랐어요. 대부분 체리는 미국산이 대부분이고 마트 가도 다 미국산이고... 그래서 저는 그거 방송 보고 조금 놀랐죠. 이런 것도 있구나. 그리고 어느 정도 양인지는 사실 모르겠지만 일단 기본을 한번 주문해 봤죠.

체리 구매자 B씨
뉴스타파는 방송 당일인 8월 12일 위장 취재 내용을 SBS Biz에 전달했다. SBS Biz는 5일이 지난 8월 17일 사과 방송을 냈다.
오늘 마무리 인사에 앞서서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릴까 합니다. 지난주였습니다. 지난 8월 12일 나간 프로그램 중에서 더운 여름 수분과 영양이 가득한 제철 과일 국산 체리를 소개해 드린 바 있습니다. 하지만 관련 내용은 촬영 장소와 사례자 또 전문가까지 사실과 다른 내용이 포함돼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해당 방송 내용은 모 인터넷 뉴스 사이트가 몇 달 전부터 허위로 사업자 등록증을 내고 대형 포털 사이트에 상점까지 개설한 후 의도적으로 제작진에게 접근했고 촬영 과정에서 그들이 사례자와 전문가를 사칭함으로써 프로그램 제작에 큰 혼선을 줬습니다.저희 제작진은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알고 관련 방송 내용을 삭제했습니다. 또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씀 드립니다.관련 사실을 사전에 확인하지 못하고 가짜 농장과 사례자 그리고 전문가의 이야기를 방송함으로써 시청자에게 혼란을 드린 점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8월 17일 SBS Biz 생생경제 정보톡톡 사과방송
형식은 사과방송이었지만, 내용은 사과와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뉴스타파 취재진이 사례자와 전문가를 '사칭'했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협찬업체 대표를 사례자로 내세워 연기를 시킨 것은 뉴스타파가 아니라 SBS Biz 방송 제작진이었다. 협찬업체에 전문가를 알아서 데려오라고 요구한 것도 SBS Biz 제작진이었다. SBS Biz는 가짜 사례자와 전문가를 확인하지 못한 것을 사과했지만, 돈을 받고 방송을 만들고 그 사실을 시청자에게 고지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뉴스타파는 SBS Biz 측에 협찬금 660만 원의 수익은 누구에게 돌아가는 것인지, 왜 협찬 고지를 하지 않았는지 등에 대해 질의하려 했지만 담당자에게 전화 연결조차 해주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질의서를 내용증명 우편으로 보내기까지 했지만 답변은 없었다. 8월 24일 현재, SBS Biz는 생생경제 정보톡톡 홈페이지와 모든 다시보기 방송을 삭제해서, 사과방송을 포함한 과거 영상 일체를 볼 수 없는 상태다.

언론 시민단체 "무엇을 믿어야 할까"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SBS Biz의 체리 협찬 방송을 보고 "소비자들이, 시청자들이 봤을 때 ‘정말 제철 과일을 먹어서 몸을 건강하게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확 들 수 있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방송사에는 방송 내용의 실체를 검증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거기서 나오는 무슨 연구, 농업기술연구원이라든지 아니면 사업체의 실체가 있는지, 정말 체리 농장에서 어떻게 재배되는지에 대해서 시청자들은 확인할 수가 없잖아요? 방송을 보고 믿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 믿음을 확인해 주는 단계가 너무 허술하다면 무엇을 믿어야 할까.홍보 효과를 높이는 데만 관심을 갖는다는 게 소비자 아니면 시청자로서 대단히 기만적이다,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네요.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
협찬주의 협찬금으로 만들어지고, 협찬주의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이런 협찬방송은 거의 모든 방송사에게 제작하고 있다. 하지만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 협찬금의 규모가 어떤지 등은 알 수 없다. 
현행 방송법상 협찬 고지는 의무 사항이 아니다. 다만 참고할 수 있는 통계는 지상파 3개 채널과 종편 4개 채널이 방송통신위원회에 자발적으로 신고하는 '협찬고지 내역' 정도다. 7월 한 달 기준 7개 채널이 신고한 '협찬고지' 건수는 446건이다. 신고된 프로그램은 대부분 1시간 짜리 교양 프로그램이다. 아침 방송 등 협찬 방송 제작이 빈번한 프로그램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 7개 채널은 조건부 재승인 대상이기 때문에 협찬 고지를 신고하고 있다. SBS Biz 같은 수십 개의 케이블 채널들은 협찬 고지 내역을 신고하지 않는다. 446건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할 수 있다. 
윤여진 이사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0번부터 999번 (채널)까지 다 볼 수 있다"며 채널에 따라 규제가 서로 다른 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협찬과 관련된 방송법 개정안을 냈다. '협찬주가 판매하는 상품이나 용역의 효능을 다루는 경우' 협찬 고지를 의무화하고, 보도 프로그램 등의 협찬을 금지하는 등 일부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이 법안은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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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김강민 김경래
촬영이상찬 최형석 신영철 김기철
편집정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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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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