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러주는 대로 만들어"...명태균, 여론조사 보고서 100% 조작

2024년 11월 27일 16시 59분

명태균씨가 지난 2022년 국민의힘 재보궐 선거 공천 때, 김영선 전 의원이 1위로 나오도록 100% 가짜 여론조사 보고서를 만든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단 한 건의 전화 조사도 없이 후보별 지지율 수치를 조작, 100% 내용을 지어낸 가짜 여론조사 보고서를 만든 사례다. 여론조사 응답자 샘플 숫자를 부풀려 결과를 조작하고, 조사 문항을 교묘히 비틀어 결과를 왜곡하는 명 씨의 기존 조작 수법과는 차원이 다른 여론 조작 기법이 추가로 확인된 것이다. 
창원시 의창구 재보궐 선거 두 달을 앞둔 2022년 4월. 명태균 씨는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 강혜경 씨에게 전화해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나눴던 재보궐 선거 공천 이야기를 전달한다. 
■ 명태균 :(창원시) 의창은 전략공천 지역이고, 어제 준석이(이준석 대표)한테 사정사정 해서 전략 공천 받았어.
□ 강혜경: 알겠습니다.

2022년 4월 3일 명태균-강혜경 통화
명 씨가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게 사정을 해서 창원시 의창을 전략공천 지역구로 결정했다는 취지의 대화다. 지난달 이 녹음파일이 공개된 후 이준석 의원은 “당시 공천은 자신과 무관하다”는 취지로 전면 부인했지만, 이날 통화 속 명태균 씨의 심상치 않은 발언은 계속 이어진다. 
■ 명태균 : (이준석이) 나보고 (김영선이) 이기는 여론조사 몇 개 던져달래. 그러면 (국민의힘) 사무총장한테 던져가지고 끝내 주겠대.

2022년 4월 3일 명태균-강혜경 통화
‘김영선이 이기는 여론조사 보고서’를 만들면, 김 전 의원에게 단수 전략 공천을 줘서 국민의힘 국회의원 후보 결정을 마무리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명태균 씨가 언급한 ‘김영선 후보가 이기는 여론조사’란 무엇을 의미할까. 이로부터 20여 일 뒤인  2022년 4월 28일 통화에서 ‘이기는 여론 조사’의 실체가 확인된다.
□ 강혜경: 네 여보세요
■ 명태균 : 여론조사 하나 가라(가짜)로 만들어야 되는데 잘 들어요.

2022년 4월 28일 명태균-강혜경 통화
4월 28일, 통화에서 명 씨는 강혜경 씨에게 ‘가라’ 즉, 가짜 여론조사 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시한다. 명 씨는 각 후보별 지지율을 가짜로 지어내서 강 씨에게 불러준다.
■ 명태균 :잘 들어요. 김영선 35%, (더불어민주당) 김지수가 23%, (국민의힘) 장동화도 비슷하게, 그 다음에 (국민의힘) 김종양이는 한 17%.
□ 강혜경: 알겠습니다. 

2022년 4월 28일 명태균-강혜경 통화
명태균씨가 지어낸 지지율을 적용한 2022 창원 의창 재보궐 선거 출마 후보자들.
단 한 건의 여론조사도 하지 않은 채 가짜 보고서를 만들라는 명태균 씨의 지시 내용은 계속 이어진다. 보고서가 가짜로 의심 받지 않도록 응답자 숫자와 조사 방식까지 거짓으로 꾸밀 것을 지시한다.
■ 명태균 : 누가 적합하냐 해서 (응답자 샘플은) 한 600개. 무선 100% 해 가지고.  (중략) 보고서에 그렇게 해서 미래한국연구소로 해서 오늘 하나 만들지.
□ 강혜경: 예 알겠습니다.

2022년 5월 5일 명태균-강혜경 통화
명 씨의 조작 지시는 실제로 실행됐을까. 뉴스타파는 미래한국연구소가 당시 작성한 창원시 의창구 미공표 여론조사 보고서를 입수해 전화 통화 속 명 씨의 조작 지시와 하나하나 비교했다.
2022년 4월 명태균씨 지시로 만들어진 미래한국연구소의 '2022 의창구 국회의원 선거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 . 단 한 건의 조사도 없지 작성된 이 보고서 내용은 명 씨가 모두 지어냈다. 

조작 ① 후보별 지지율 100% 조작

먼저 명 씨가 조작을 지시한 후보별 지지율은 다음과 같다.
“잘 들어요. 김영선 35%, (더불어민주당) 김지수가 23%, (국민의힘) 장동화도 비슷하게, 그 다음에 (국민의힘) 김종양이는 한 17%.”
실제 가짜로 만든 보고서에는 김영선 후보가 36.5%로 1위, 더불어민주당 김지수 후보가 21.8%로 2위, 국민의힘 장동화 후보는 김지수 후보와 비슷한 21%, 김영선 후보의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였던 국민의힘 김종양 후보는 15.3%로 꼴찌를 기록했다.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명 씨의 조작 지시와 거의 일치했다.
명태균씨 지시로 100% 조작된 여론조사 보고서의 각 후보별 지지율 그래프. 

조작 ② 조사 규모 및 방식도 100% 조작

“누가 적합하냐 해서 (응답자 샘플은) 한 600개. 무선 100% 해 가지고.”라고 지시한 명 씨의 조작 내용도 응답자 611명, 무선전화 100% 진행 방식으로 보고서에 그대로 반영됐다. 
명태균씨 지시로 작성된 100% 조작 여론조사 보고서의 조사 개요

조작 ③ 성별 지지율도 100% 조작

"고른 지지를 받되, 여성 응답자에서 더 앞서게 하라"는 조작 지시 역시 보고서에 그대로 구현됐다. 이날 미래한국연구소가 작성한 여론조사 보고서를 보면 김영선 후보의 지지율은 남성에서 35.9%, 여성에서는 37%로 되어있다. 명 씨의 지시에 따라 만들어진 100% 가짜 보고서로 확인된 것이다. 
명태균씨 지시로 작성된 100% 조작 여론조사 보고서의 성별 지지율. 

또 다른 100% 가짜 여론보고서 작성 지시

명 씨의 가짜 여론조사 보고서 작성 지시는 또 있었다. 국민의힘 전략공천 발표 5일 전인 2022년 5월 5일, 명 씨는 또 다른 여론조사 보고서의 허위 작성을 지시한다.  
□ 강혜경: 여보세요
■ 명태균 : 지난 번처럼 그래프를 딱 그려야 돼요.
미리 딱 그려놓고, 너무 티 나니까 딱 떨어지면. 18 점 몇 % 그렇게, 하여튼 정리하고...

2022년 5월 5일 오후 5시 39분 명태균-강혜경 통화
명 씨의 조작 지시는 계속 이어졌다.
□ 강혜경 : 예 사장님.
■ 명태균 : 내가 아까 숫자를 뭐라고 했죠?
□ 강혜경 : 제가 적어 놓고 잠깐 밖에 나와 있는데. 옆에 나와 있는데…
■ 명태균 : 그러니까 12, 18…
□ 강혜경 : 12, 18 네 

2022년 5월 5일 오후 6시 15분 명태균-강혜경 통화
두 사람은 뜻모를 숫자를 번갈아 이야기하다, 의사 소통이 힘들었는지 명 씨가 다시 구체적으로 말한다.
□ 강혜경 : 12, 18, 12, 10…
■ 명태균 : 아니, 그게 아니고. 김영선 12.5
□ 강혜경 : 네네
■ 명태균 : 장동화 10%. 그 다음에 그 누구지
□ 강혜경 : 김종양
■ 명태균 : 김종양 18%
□ 강혜경 : 몇 프로요?
■ 명태균 : 8%, 8%. 
 

2022년 5월 5일 오후 6시 15분 명태균-강혜경 통화
두 사람이 주고 받은 숫자들은 명 씨가 100% 조작한 출마 후보들의 가짜 지지율이었다. 명 씨는 조작이 들키지 않도록 소수점과 응답자 숫자까지 꼼꼼하게 일러준 후 입단속도 잊지 않았다.
■ 명태균 : 대충 그 비율에서 뒤에 소수점 찍어 가지고 그렇게 만들면 돼요.
□ 강혜경 : 네, 12, 18…
■ 명태균 : 그리고 (응답자 샘플은) 1,000개로 하고. 계산하기 쉽게.
(중략)
그렇게 대충 해 가지고. 이야기 하면 안돼, 옆에. 

2022년 5월 5일 오후 6시 15분 명태균-강혜경 통화
명 씨가 2022년 5월 5일 지시한 100% 가짜 보고서의 실물까지는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명 씨 스스로 남긴 명확한 조작 증거를 확인할 수 있었다. 
□ 강혜경 : 여보세요
■ 명태균 : 조사시간은… 잠시만 있어봐요. 조사 시간은 오늘 저녁 6시부터 9시 30분, 9시까지.

2022년 5월 5일 오후 6시 16분 명태균-강혜경 통화
여론조사 보고서에 기재해야 하는 조사 시간을 5월 5일 오후 6시부터 9시까지로 설정하라는 지시였는데, 이 때 통화시간은 이미 오후 6시 16분이었다. 지시대로라면 이미 조사는 16분 전에 시작되었어야 했다. 조사를 하지 않고도 조사를 한 것처럼 보고서를 만들어낸 명확한 증거다. 
결국 명 씨의 지시대로 가짜 보고서가 작성됐고, 김영선 의원은 국민의힘 강세 지역인 창원 의창에 전략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명태균 씨가 어떤 능력으로 김영선 전 의원의 전략공천이라는 불법적인 대가를 받았는지 계속해서 추적해 온 뉴스타파는 앞서 여론조사 샘플 숫자를 부풀려 결과를 조작한 사실을 보도하고, 공표 조사 질문 문항을 편집해 결과를 왜곡한 사실을 폭로한 데 이어, 이번에는 100% 가짜 보고서 조작까지 확인했다. 
뉴스타파는 명 씨의 불법 여론조사 보고서가 어떤 경로를 통해 누구에게 전달됐고, 어떤 정치인이 그 이익을 누렸으며 그 대가로 명 씨 측과 무엇을 주고 받았는지 후속 취재를 이어갈 계획이다.
제작진
취재조원일 임선응
촬영최형석
CG정동우
편집박서영
디자인이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