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에서 알권리가 위험하다

2024년 11월 13일 10시 00분

지금껏 두 사람의 정보공개 청구 건을 합하면 8천 건이 넘는다고 했다. 정보공개 청구 제도가 1998년부터 시행됐으니, 26년 동안 매달 평균 26건을 청구한 것. 일요일을 빼곤 매일 정보공개 청구 사이트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다. 
하승수 변호사(뉴스타파 전문위원,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와 정진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의 이야기다. 정보공개 청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을 살아온 이들을 만나 첫 질문으로 물어 본 건 “8천 건 중에서 공무원을 괴롭힐 목적으로 정보공개 청구한 적은 있나요?” 답은 이랬다. “그럴 리가요. 궁금하니까 청구하는 거죠.” 

궁금하니까, 정보공개 청구하는 것 

정보공개 청구란 뭘까? 정진임 소장은 “질문의 전제”라고 말했다. “뭘 제대로 알아야 질문을 잘할 수 있고, 제대로 알아야 대답도 제대로 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선문답’ 같은 정 소장과 달리, 하승수 변호사는 ‘직설 화법’으로 말했다. “민주주의의 기초예요.”
정보공개청구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에 속한다. 1776년 스웨덴에서 정보공개 제도가 첫 도입된 이후, 1960년대 미국에서 ‘정보자유법’이 제정됐고, 1990년대부터는 아시아 국가로 확산됐다. 한국도 1998년 ‘정보공개법’(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그런데 최근 정보공개법의 근간이 흔들릴 상황이다. 정보공개법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가 ‘부당하거나 사회 통념상 과도한 요구에 해당’하는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서는 아예 종결처리 하겠다고 법 개정안을 제출한 것이다. 

청구의 목적이나 의도를 공무원이 심사할 수 있나

정부는 법 개정의 근거로 ① 일부 청구인들이 너무 방대한 양을 청구해 공공기관의 업무에 현저한 지장을 주고 ② 공무원을 괴롭힐 목적으로 청구하고 ③ 청구 과정에서 협박·모욕·욕설을 하는 사례를 들고 있다. 요컨대, ‘부당하거나 사회 통념상 과도한 정보공개 청구로부터 담당 공무원를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윤석열 정부의 주장이 합당한 논지일까? 이대로 법 개정이 될 때, 정보공개 청구 제도는 어떻게 변할까? 시민들의 알권리는 어떻게 될까? 정보공개 청구의 ‘달인’들인 정진임, 하승수 두 사람에게 의견을 들었다.  
Q. 윤석열 정부의 ‘정보공개 청구’ 점수를 매긴다면? 
(하승수) 0점을 드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전 정권이라고 해서 정보 공개를 잘했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전 정권도 비판할 지점이 많은데, 윤석열 정권은 최악의 행태를 보이고 있어요. 
(정진임) 한 번도 생각 안 해봤는데, 0점. 권력기관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본 시민 누구라도 빵점을 줄 수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공개를 안 하니까. 
▲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뉴스타파 전문위원) 1998년 정보공개법이 시행될 당시, 참여연대에서 정보공개 관련된 소송이나 공개 운동을 맡았고, 2008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창립할 때 소장을 맡아 정보공개 활동을 해왔으며, 지금은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로서 역시 정보공개 청구와 행정 소송을 진행하며 공직/행정감시 활동을 펼치고 있다. 
Q. ‘부당하거나 사회 통념상 과도’한 청구인지 여부를 공무원이 판단하겠다는 건데, 가능한가?
(하승수) 그걸 어떻게 아나? 공무원을 괴롭힐 목적이 있다/아니다라는 걸 공무원이 판단하겠다는 거잖아요. 국민 내면의 이야기 아닌가? 국민의 의사가 어떤지, 이게 진짜 부당한 의도를 가지고 하는 건지, 공무원을 괴롭힐 목적이 있는지 아닌지, 사람 마음 속에 있는 걸 어떻게 아냐 이거죠.  
(정진임) 국민의 생각을 정상/비정상으로 나누겠다고하는 생각과 같아요. 자칫 잘못하면 국가가 정보공개 청구 ‘블랙리스트’를 만들겠다는 것일 수도 있어요. ‘저 사람은 의도가 불순한 사람이야, 그러니까 저 사람의 정보공개 청구는 막아’, ‘저 사람은 지금 민원을 많이 넣고 있어, 저 사람의 정보공개 청구는 막아’라고 한다는 식이죠. 시민이 국가에 개입하거나 의견을 내거나 하는 것 자체가 원천적으로 봉쇄된다는 것에 큰 문제가 있어요.
Q.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대로 법 개정이 된다면? 
(하승수) 국민이 알고 싶어서 청구하는 게 정보공개 청구인데, 국민에게 무슨 의사가 있는지 목적이 있는지 다 심사하겠다고 하면, 이제 정보공개 청구하면 공무원들이 다 전화를 하겠죠. 전화해서 ‘무슨 목적이세요?’ ‘공무원들을 괴롭힐 목적이 아닌가요?’ ‘어떻게 활용하려고 합니까?’ ‘너무 과도하지 않나요?’ 이런 식으로 질문하면 청구인들이 위축이 돼서 정보공개 청구를 할 수가 없어요. 
Q. 정보공개법 시행 초기, 공무원들이 청구 목적이나 의도를 물어봤다?
(정진임) 과거에는 정보공개 청구를 하는데 왜 청구하는지 적으라고 했어요. 궁금해서 청구하는데 내가 왜 궁금한지를 써야 된다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써야 될지 모르겠더라고요.  ‘청구 내용’을 적는 것보다 ‘청구 목적’을 적는 것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기 검열을 하게 됩니다. 내가 얼마나 순수한 시민인지를 설명해야 (자료를) 잘 주려나라고 하는, 자기 검열을 하게 되더라.  
(하승수) 정보공개 청구 초기 단계에는 정보공개 청구를 하는 목적, 활용 목적 같은 걸 적게 돼 있는 란이 있어서 공무원이 정보공개 청구인에게 청구한 목적이 뭐세요? 물어봤습니다. 그래서 이후 (정보공개 청구) 양식에서 없앴어요. 그걸 왜 없앴을까요? 물어볼 영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보공개 청구라는 건 궁금하니까 하는 거지 특별한 목적이 없는 겁니다. 그냥 내가 궁금하니까... 알권리인 거다. 설사 (정보공개 청구자가) 어떤 약간의 이해관계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이해관계가 있어도 알권리를 보장해 주는 게 정보공개 제도입니다.  
Q. 윤석열 정부는 여전히 과도한 청구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해야겠다고 주장한다. 
(하승수) 극소수, 대한민국 국민 중에 10명이나 될까, 그런 사람들의 어떤 잘못된 행태를 가지고 법을 바꾸겠다는 거는 5천만 국민의 알권리를 제약하겠다는 겁니다. 10명의 잘못을 가지고 5천만의 알권리를 제약하는 법을 만들겠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만약에 10명 정도가 너무 과도한, 욕설을 하거나, 공무원들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한다면 그 사람들만 제한하면 될 거 아닌가요? 
(정진임) 행정안전부에 되묻고 싶습니다. 지금 ‘악성 민원’으로부터 공무원들을 보호하자는 것인데, 소위 ‘악성 민원’ 때문에 힘들어 한다는 공무원들은 다 말단이에요. 그런데, 실제 악성 민원으로부터 공무원을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조치를 얼마나 취해봤는가. 그런 적도 없으면서 애꿎은 정보공개 청구를 제한하는 것으로 공무원을 보호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저희가 공무원들하고 간담회를 했는데, 법 개정하다고 악성 민원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하는 거 공무원들도 알고 있더라고요. 행정안전부가 왜 공무원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을 들고 왔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Q. 윤석열 정부가 정보공개법을 개정하려는 속셈이 따로 있다?  
(하승수) 윤석열 정권 들어와서 연거푸 (정보공개 행정소송에서) 패소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비서실 계속 패소, 검찰 패소, 법무부 패소, 감사원도 패소입니다. 그런데, 막상 정보공개 행정소송을 하다 보면 권력기관들이 어떤 주장을 하냐면, (정보공개 청구) 분량이 너무 많아서 과도한데 행정기관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목적으로 하는 거 아니냐, 이런 식의 주장을 합니다.
결국, 권력기관들이 소송 과정에서 했던 '부당하고 과도하다' 이런 주장을 법 조문화해서, 어떻게 보면 소송에서 지니까 아예 법을 바꿔서 자기들에게 유리한, 정보공개를 거부할 수 있는 판을 만들겠다라는 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직접 정보공개 청구하고 소송하는 입장에서 보면, 이거는 굉장히 불순한 의도가 깔려 있다고 봅니다.
▲ 정진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2008년부터 정보공개센터에 합류해 16년 동안 정보공개 청구 활동을 해오며 공직/행정감시를 펼치고 있다. 
Q. 10월 29일, 정보공개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그다음은?
(정진임) 국회입니다. 정보공개법 특히 기본권을 제한하는 독소 조항이 들어있는 정보공개법을 통과시킬 건지 말 건지에 대한 결정은 국회로 넘어갔습니다. 
Q. 국회에서 정보공개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있나?
(하승수) 민주당이 이런 악법을 통과시키는 그 어떤 잘못을 저지르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정보공개법은 5천만 국민의 법입니다. 함부로 손대서는 안 됩니다. 야당이든 여당이든. 왜냐하면 1988년 민주화 이후에 1989년에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알권리를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했고, 이후에 조례가 만들어지고, 1998년에 정보공개법이 만들어졌는데 이거는 헌법상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Q. 정보공개법 시행한 지 26년 째다. 고쳐야 할 게 있다면?
문제① 권력기관들의 이유없는 비공개 
(하승수) 대표적인 게 지방자치단체는 공개하는 정보를 권력기관들은 공개를 안 하는 겁니다. 예를 들면 대표적인 게 요즘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에 업무추진비 정보를 다 공개하죠. 사용 날짜, 카드 사용 시간까지 나옵니다. 몇 명이 있었는지, 얼마나 썼는지 다 나옵니다. 근데 정작 지방자치단체를 감사하는 감사원에 가보면 지방자치단체들이 다 공개하는 시간, 인원, 장소를 공개하지 않아요. 대통령비서실도 공개 안 합니다. 
문제② 확정판결을 무시한 채 동일한 청구에도 비공개 
(하승수) 권력기관을 상대로 소송하다 보니까, 대법원까지 확정판결이 났는데 동일한 정보를 또 비공개하는 경우가 있어요. 지금 검찰이 그러고 있습니다. 대법원까지 가서 검찰 특수활동비 정보가 공개되도록 판결이 확정됐고, 이후 동일한 정보에 대해서 정보공개 청구를 했는데 2023년 6월 이후 자료는 공개를 안 하고 있습니다. 검찰 특수활동비는 공개하라는 판결이 났는데, 법무부는 또 공개를 안 하기도 하고요. 법무부하고 검찰은 사실상 한 몸 같은 기관 아닌가요? 그러니까 대법원 확정 판결의 취지조차도 무시하는 경우들이 너무 많습니다.
문제③ 허위 답변해도 처벌할 수 없다 
(정진임) 작년에 저희가 경험 한번 해봤잖아요.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에 본인이 사인했던 검찰 특활비 지출 증빙 자료가 6,800쪽이나 있는 데도 1심에서 2심에서 정보가 없다, 부존재를 주장했어요. 그것도 법정에서. 그런 경우에 명백한 허위인데 전혀 처벌할 수가 없어요. 정보 은폐와 허위 답변으로 인해 고통받고 피해를 보는 것은 시민밖에 없어요.
Q. 특활비 관련, 윤석열 대통령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던데.
(하승수) 대통령 되기 전의 일이긴 하지만, 검찰총장 시절의 특활비 지출증빙자료가 6,800쪽이나 있고, 매월 본인이 사인을 했거든요. 특수활동비 장부에다가. 자기가 매월 사인한 장부가 있는데도 어떻게 ‘정보 부존재’, 한 장도 없다라고 법원에다가 허위 답변서로 준비서면을 냈을까요?
그게 검찰총장이 모르는 상태에서 밑에서 할 수가 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왜냐하면 총장이 사인하는 서류인데, 총장이 사인하는 서류에 정보공개 청구가 들어와서 소송이 걸렸는데, 밑의 실무자들이 ‘이거 한 장도 없는 거예요.’ 이렇게 법원에 허위 답변서를 냅니다. 그게 총장의 승인 없이 가능할까?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 정말 꼭 답을 듣고 싶어요. 
Q. 검찰이 특활비 잔액표를 가리고 줬죠? 
(하승수) 이해가 안 되는 거죠. 법원에서는 집행 일자, 집행 금액을 공개하라고 했는데, 지출증빙서류 중에서 수령자 이름, 집행 명목 그거 빼고는 다 공개하라고 한 거거든요. 그러면 지출증빙서류에 있는 잔액표 같은 경우는 공개해야죠. 그런데 잔액을 가리고 공개하는 바람에 잔액이 있다는 걸 몰랐죠.
그러다가 뉴스타파 기자가 유심히 보다 보니까, 어느 한 (검찰) 지청에 잔액이 기재돼 있었고, 이번에 국회에 일부 공개된 대검찰청 내부 지침을 보니까 잔액을 적어야 하는 걸로 돼 있거든요. 의무적으로 작성하도록 (내부 지침) 양식에 나와 있는데도, 그걸 다 가리고 공개한 거예요.
▲ 정보공개 청구 사이트. 누구든지 여기(www.open.go.kr)에 들어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정보공개 청구를 할 수 있다. 
Q. 시민들의 알권리가 왜 중요한가?
(정진임) 저한테 ‘알권리’가 뭐냐고 물어보면, ‘살권리’라고 답하고 싶어요.  언론이나 권력을 감시하는 시민들에게도 중요하지만, 지금처럼 안전에 대한 위협이 많은 사회에서 그리고 국가가 나를 지켜주지 못한다고 하는 불안 속에 있는 사회에서 ‘알권리’는 ‘살권리’입니다. 왜냐하면 안전한 사회를 위한 책임을 확인해야 하고, 내가 다니는 직장이 얼마나 위험한 일들을 하고 있는지, 사고는 얼마나 났었는지, 내가 지금 사용하는 생활 제품에 위험 물질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알아야 하거든요. 그것들의 전제가 정보공개예요. 그래서 ‘알권리’는 ‘살권리’입니다. 
(하승수) 부패라든지 부조리라든지 불공정이라든지 모두 투명성의 부족 때문에 발생하는 건데, 투명성을 보장하는 제도가 바로 정보공개 제도입니다. 저는 정보공개만 제대로 되더라도 한국 사회의 여러 가지 병폐가 많이 고쳐질 거라고 봅니다.  어떻게 보면 부패하하고 부조리하고 불공정한 세력들이 끝까지 하려고 하는 게 정보를 은폐하고 공개 안 하려고 하는 거죠. 지금 권력기관들의 행태가 딱 그렇습니다. 
제작진
공동기획 재산공개와 정보공개 제도개선 네트워크 (경실련, 뉴스타파, 세금도둑잡아라, 정보공개센터, 참여연대, 함께하는 시민행동)
촬영 오준식
편집 박서영
웹디자인 이도현
웹출판 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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