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바이오메드, 불법 제조 의료기기 또 있다...식약처 리콜 조치

2020년 11월 05일 18시 21분

인공유방 불법 제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코스닥 상장 의료기기 제조사 한스바이오메드가 인체 내부에 사용하는 또 다른 의료기기도 허가사항과 다른 불법 원료를 사용해 제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는 불법 제조한 제품이 의료기기에 적합하지 않은 수준의 독성을 지닌 사실도 숨겼다.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김강립)는 지난 9월 한스바이오메드의 흡수성체내용지혈용품 ‘스티포스’(Stypos, 제허12-396호)에 대해 회수(리콜) 명령을 내리고, 판매 중지시켰다. 식약처는 “허가사항과 다르게 제조”했다고 회수 명령 사유를 밝혔다.
▲식약처는 홈페이지에 '스티포스' 회수 사유와 회수량 등을 안내하고 있다. (출처: 식약처 홈페이지)
회수 명령이 내려진 ‘스티포스’ 제품은 통상 ‘뼈지혈제’로 불린다. 수술 중 뼈에서 발생하는 출혈을 지혈하기 위해 사용한다. 막대 모양으로 돼 있는데 원하는 양만큼 떼어내어 쓸 수 있다. 손으로 주물러 밀가루 반죽처럼 만들고, 이를 출혈 부위에 바르는 제품이다. 갈라진 벽을 메꾸는 공업용 퍼티(putty)와 비슷한 성질을 지녔다. 인체 내부에 사용하는 만큼 위해성이 가장 큰 4등급 의료기기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한스바이오메드는 스티포스를 제조하면서 의약용으로 부적합하다고 명시된 재료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티포스의 제조허가증을 보면 이 제품은 원래 ‘폴록사머188’(Poloxamer188)이라는 수용성 합성원료 한 가지로 만든다고 돼 있다. 그러나 이 원료 분말만으로는 밀가루 반죽같은 성질을 만들 수 없다. 폴록사머188 분말이 밀가루라고 하면, 물의 역할을 할 다른 재료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한스바이오메드는 물 역할을 해줄 숨겨진 재료를 연구개발 단계인 2011년부터 임의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되는데, 바로 ‘폴리(에틸렌 글리콜-랜 폴리프로필렌 글리콜)’라는 원료(이하 폴리머 원료)다. 이 폴리머 원료는 폴록사머188을 녹이는 용매제로 완제품이 반죽같은 성질을 갖게 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한스바이오메드 내부 자료를 보면 스티포스는 실제로 폴록사머188 37.5%, 폴리머 원료 62.5%의 비율로 제조됐다. 회사는 왜 이렇게 제품 제조에 필수적인 원재료를 숨기고, 당국의 허가를 받을 때에도 밝히지 않았을까.
폴리머 원료의 제조사 씨그마알드리치(Sigma-Aldrich)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보면 단서가 나온다. 해당 원료는 의약용으로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료는 “연구개발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제약용, 가정용, 기타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다(For R&D use only. Not for pharmaceutical, household or other uses)”고 밝힌다.
▲한스바이오메드가 임의로 사용한 원료의 물질안전보건자료는 해당 원료를 연구개발(R&D)에만 사용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출처: www.sigmaaldrich.com)
문제는 이렇게 제조된 스티포스가 처음부터 독성물질을 배출할 위험성이 있었다는 점이다. 한스바이오메드는 개발단계인 2011년 3차례에 걸쳐 식약처 지정 시험검사기관에서 스티포스 시제품에 대한 ‘세포독성시험’을 진행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3건의 시험검사성적서에 따르면 당시 시제품은 모두 의료기기의 세포독성 시험기준에 미달하는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다.
더욱이 이듬해 제품 출시 이후에도 독성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시판 2년 뒤인 2014년 회사가 의뢰한 자체 독성시험 결과를 보면, 스티포스는 독성시험 5단계(0~4) 기준 가운데 최하위인 4등급(심각, severe)을 받았다. 4등급은 독성시험에 사용된 배양액의 “세포층이 완전히 파괴된 경우”에 주어진다.
연구개발 단계, 즉 허가 전 단계부터 시판 이후까지 독성시험 문턱을 넘지 못한 스티포스가 어떻게 제조허가를 받았는지 의문이 생긴다. 뉴스타파 취재팀은 회사 내부 보고 자료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2017년 9월, 한 연구개발 담당자는 스티포스 개발 경위를 묻는 임원에게 이렇게 보고한다. 제품 출시 5년이 지났을 때 오간 이메일이다.
계속된 세포독성 부적합으로 허가 승인을 받기 위한 샘플을 따로 제조(젤라틴 사용)하여 합격 성적서를 발급받았습니다.

-2017년 9월 27일, 한스바이오메드 내부 이메일 기록
제조허가를 따려고 샘플을 별도로 제조해 시험성적서를 발급받고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는 뜻이다. 허가를 받은 2012년 이후 수년 간 독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불법 원재료로 스티포스를 제조한 사실도 확인된다.
추후 해당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실험방법의 세포독성테스트 진행 및 신규허가를 검토하였으나, 원재료(2가지)와 세포독성테스트 면제 사유를 설명할 수 없어 진전이 없는 상태입니다.

-2017년 9월 27일, 한스바이오메드 내부 이메일 기록
이 이메일이 오가기 1년 전인 2016년 회사 임직원들은 이미 “제품 판매 중단 고려 중”이라는 의견을 나눴다. 그러나 회사는 책임 있는 조치를 뒤로 미뤘다. 환자와 의료인, 회사의 주주는 물론 감독당국까지 속인 것이다.
현행 의료기기법 제26조는 “허가 또는 인증을 받거나 신고한 내용과 다른 의료기기”의 제조,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식약처는 의료기기 제조사에 회수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식약처는 한스바이오메드의 스티포스 불법 제조 사실을 최근에야 인지하고, 뒤늦게 회수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스티포스는 제조허가 8년 만에 강제로, 그러나 소리 없이 시장에서 퇴출됐다.
골든타임을 지난 시장 퇴출의 효과는 미지수다. 식약처에 따르면 스티포스는 지금까지 8935개 생산됐다. 다만, 회수 대상인 재고량은 38개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제작진
취재홍우람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