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회] 대재앙의 시나리오

2012년 05월 26일 07시 13분

부산 기장군 길천리. 고리원전이 들어선 곳입니다. 이곳엔 지난 1998년 국내 최초로 원전 관련 법률에 따라 원전 민간 환경감시기구가 설치돼 운영되고 있습니다.

[최선수 고리원전민간환경감시기구 센터장(이학박사)]

“거의 모든 시료에 대한 방사능 분석을 다 한다는, 그 다음에 양이 얼마나 들었는지 정확하게.. 1kg당 얼마나 들었는지. 1리터 당 얼마나 들었는지 다 분석해요. 1년에 약 540건을 분석해요.”

(540건 정도요?) “네. 지금 이게 보시는 게 전부 토양 시료에요.” (이게요?) “네.”

이 감시기구는 주로 원전주변지역에 환경 방사능을 측정해 공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이후부터는 특히 세슘 등 방사능 물질이 검출됐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해 왔습니다.

그런데 올해 봄까지 대기와 빗물, 그리고 토양을 대상으로 지역 50여 곳을 조사한 결과 세슘 134와 137. 그리고 요오드 131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남부 지방 일부 토양에서는 세슘 134가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최선수 고리원전민간환경감시기구 센터장(이학박사)]

“저희가 공기시료, 빗물, 토양을 분석을 했는데. 공기시료에서 세슘137, 134, 요오드 131이 검출됐었어요. 그 근원이 후쿠시마에서 날라온 것으로 생각이 들고 빗물에도 마찬가지로 검출이 됐고, 토양에서도 세슘 134가 검출됐습니다.”

세슘 134가 검출된 지역은 주로 남부지방. 그 양은 많게는 2-3 배크렐로 비교적 소량입니다. 검출된 세슘134는 반감기가 2.7년에 불과하고 핵실험 등 인위적인 상황에서만 나타나는 핵 분열성 물질입니다.

[최선수 고리원전민간환경감시기구 센터장(이학박사)]

“많은 양은 아닌데, 제가 걱정스러운 것은 원전사고라는 것은 그 나라 국내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한 번 사고가 일어나면 전세계적으로 피해를 줄 수 있는 부분이고..”

특히 올해 국내 토양에서 세슘 검출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금까지 방사성 물질 검출 결과를 발표해 왔던 준정부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지난해 5월 이후 세슘 등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해 왔던 것과는 다른 결과입니다. 실제 원자력안전기술원 측은 더 이상 세슘이 발견되지 않는다며 지난해 11월 이후 조사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관계자]

“작년 5월 이후부터는 검출이 되지 않았고요.” (작년 5월부터요?) “네. 네.” (그러면 이제 최종 방사능 분석결과가 10월까지만 돼 있는 건가요?) “네. 자료는 그렇게 나와 있고요 분석자체는 하고 있습니다.”

[최선수 고리원전민간환경감시기구 센터장(이학박사)]

“더 조사를 해서 이게 과연 어디에서 온 거냐? 시베리아를 통해서 온 거냐?아니면 직접 후쿠시마에서 바로 우리나라 쪽으로 날아온 기류가 있어서 날아온 건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죠.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 더 조사를 하고 있는 거죠.”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건설돼 온 원자는 440여 개. 이 가운데 지난 50년 동안 6등급 이상 대형 사고는 모두 6번입니다. 단순 계산으로 따지자면 확률상 사고 발생은 1.3%입니다.

최근 환경운동연합과 제일동포 3세인 박승준 교수가 우리나라에서 원전 사고 피해에 대한 모의실험, 즉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실험지역은 고리와 연강원전 두 곳. 모두 체르노빌 원전사고 정도의 방사능 물질이 분출되는 최악의 거대 사고를 추산했습니다.

그 결과는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십만 명이 숨지고 천문학적인 피해가 발생하는 이번 시뮬레이션 산출은 국내에선 처음입니다.

[박승준 일본 간세이가쿠인대학 종합정책학부 교수]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주기 위해서 시뮬레이션을 하는 것이 아니에요. 이것은 필요한 것입니다. 원자력 발전소가 한국에서는 있으니까 어떻게 사고를 막아서 사고를 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 하려면 이러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이것을 바탕으로 조건을 바꾸면 다른 결과가 나오니까 빨리 피난하면 주민피해를 줄일 수 있고 또 피난 준비가 필요하잖아요. 이것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에 대해 한소원 등 원전 당국은 지나친 억측에 불과하다고 일축합니다. 특히 원전 사고는 확률상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며 지나친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병호 영광원전 방재환경팀장]

“피해 범위가 서울까지도 나오고 여러 가지 너무 많은 경우를 가정을 해가지고 (시뮬레이션을) 하다 보니까 일반 국민들로 하여금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그러나 원전사고는 단순히 수리적 확률문제로 따질 수 없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확률이 낮다고 해서 사고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최선수 고리원전민간환경감시기구 센터장(이학박사)]

원자력을 옹호하는 분들이 이야기하는 게 사고가 날 확률이 자동차사고, 비행기사고, 벼락 맞을 확률, 로또 걸릴 확률보다 낮다. 그렇기 때문에 원전은 안전하다, 이렇게 이야기 하는데 사고 위험도라는 것은 발생할 확률하고 그 다음에 발생했을 때 생길 수 있는 피해까지 감안해서 고려해야 하는 거죠. 무슨 이야기냐 하면 자동차 사고는 예를 들어 개인이 차를 몰고 가다가 사고가 났어요. 사고 나서 다치거나 죽을 확률이 있습니다. 분명히 대신에 확률은 높겠죠. 그런데 피해는 어찌 보면 자기 개인의 문제라고 밖에 볼 수 없죠. 원전사고는 사업자나 진흥 쪽의 사람들 말대로 확률은 대단히 낮지만 후쿠시마나 체르노빌 사고를 보시다시피 사고가 났다고 하면 그 피해라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거죠. 피해기간도 장기적이라는 거죠. 몇십 년, 몇백 년 어떻게 보면 몇 세대를 거쳐서 가야할 상황인데, 그걸 단지 확률만 가지고 이게 안전하다, 표현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라는 거죠.

현재 원전 당국에서는 이번 시뮬레이션 결과가 주민 대피 등 보호조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부풀려졌다고 주장하며 원전 확대 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원전지역에 대한 방어체계는 규정과 절차대로 운영되고 있는 것일까. 원전문제를 둘러싼 또 다른 핵심요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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