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안전

[16회] 블랙아웃 12분, 또 다른 후쿠시마

2012년 05월 26일 07시 13분

부산 기장군 길천리. 1978년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인 고리원전이 있는 곳입니다. 상당수 주민들은 원자로에서 불과 1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원전을 숙명처럼 여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 고리원전 지역] “거기(원전)가 여기인데 뭐. 원자력이 가까운데. 몇 발 안 가면 원자력인데. 동그란 천장(원전 시설물) 터지면 사람 죽는가 하는데 내가 어딜 가겠어요. 가만히 앉아서 죽지. ”

[마을 주민 고리원전 지역] “(집이) 여기인데 몇 km가 어디 있능교? (거리가) 3km, 4km 되겠는가? 저기(집이) 인데 뭐 몇 km 되겠어요?”

하지만 최근 들어 고리원전 1호기에 완전 폐쇄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늘었습니다. 정부의 원전 정책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아졌습니다.

[마을 주민 고리원전 지역] “어디 안 붙여 놓은 데가 있나요? 1호기, 우리도 살란다. 1호기 폐쇄해라.”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 MBC 뉴스데스크 2012년 3월 13일

“지난 달 고리원전 1호기에 갑자기 전기 공급이 끊겨서 원자로의 냉각 시스템이 한때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지난 2월 9일 밤 8시 34분. 고리원전 1호기의 전원이 꺼졌습니다. 비상 발전기마저 작동을 멈추면서 냉각수 순환도 중단됐습니다. 전원 공급이 완전 끊기는 블랙아웃, 즉 완전 정전 사고가 난 것입니다. 사고는 12분 동안 이어졌습니다.

[박갑용 마을주민(민간감시기구 위원)] “저만 깜짝 놀란 게 아니고 특히 제가 살고 있는 동네가 발전소하고 1km 내에 있는 마을이거든요. 일본 후쿠시마 생각이 제일 먼저 났었거든요. 참담함을 1년 전에 보고 느끼고 있었는데. 그랬다고 하니까 머리끝이 쭈뼛 서고...”

[원자력안전위원회 공무원] (그 상황이 완전 블랙아웃. 완전 정전이 후쿠시마와 똑같은 상황인 거죠?) “유사한 거죠.” (어떤 점이 유사했어요?) “후쿠시마는 시간이 좀 길었고요. 여기는 12분 동안에 발전소 비상계통에 전원에 안 들어왔거든요.” (그럼 그 시간이 12분에서 더 확대됐다면 후쿠시마와 같은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인가요?) “확대됐으면 유사한 사건이죠.” (네?) “유사한 사건이죠.” (유사한 사건이다?) “네.”

그 사이 냉각수의 온도는 섭씨 37도에서 58도로 21도나 상승했습니다. 자칫 시간이 길어졌을 경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핵 연료봉이 녹을 수도 있는 치명적인 사고였습니다. 하지만 원전 당국인 한수원은 이 사실을 철저히 숨겼습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공무원] “그때 발전소에 회의실이 있는데 여기에 근무하는 사람들끼리 모여가지고 한 15분 동안 회의를 했다는 거예요. 요것을 어떻게 할까? 그냥 덮을까? 공개할까? 해가지고 그 사람들이 모여가지고 그러면 이번은 덮자, 라고 결론을 내려가지고 모든 서류를 다... 기록을 남기지 않아 버렸죠.”

심지어 원전이 정상적으로 운영됐다며 운행일지도 허위로 꾸몄습니다. 이 같은 치명적인 사고는 한 달이 지나서야 외부에 알려졌습니다.

사고 은폐 관련자들이 형사고발 조치 됐지만 정부의 원전정책 신뢰도는 이미 땅에 떨어졌습니다. 고리원전 인근에 살고 있는 10만 명의 주민들을 철저히 속인 것입니다.

[최선수 고려원전 민간환경감시기구 센터장] “신뢰의 문제인데 그거 한 가지만을 봄으로써 지금까지 주민들을 속여 왔다, 이렇게 볼 수밖에 없죠. 그동안에 한수원 사업자들이 얼마나 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원전사업자들이 공개한 이런 정보는 다 믿을 수가 없다. 이런 일이 우리가 알게 모르게 더 있을 수도 있다, 이렇게 볼ㄹ 수밖에 없는 거죠.”

[담당자 고려원전] “공개할 수 있는 것을 안 한다는 것은 아니고요. 정해진 우리 규정에 따라서 하고 있습니다.”

현재 고리와 영광 등 다섯 개 원전 지역마다 민간감시기구가 설치돼 있습니다. 민간의 감시활동을 활성화 해서 고질적인 병폐인 원전의 폐쇄성과 비밀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이병호 영광원전 방재환경팀장] “주민 시각에서 바라보고 좀 더 똑같은 일이라도 민간환경 감시기구를 통해서 주민한테 알리고 그러면 아무래도 저희가 직접 하는 거보다 객관성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주민들이 볼 때 높아지지 않나, 그러면 긍정적인 역할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활동을 시작한지 14년이 지나고 있지만 제 역할을 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원전 사고현장에 대한 조사권은 물론 일상적인 참관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선수 고려원전 민간환경감시기구 센터장]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라는 거죠. 제한적이고 그 다음에 법적으로 강제돼 있지 않기 때문에 저희가 현장에 정기 검사시에 완전 현장을 입회하거나 정기검사 내용을 확인 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지금까지는 불가능했고.”

특히 고리 1호기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고 조사가 시작된 지 하루 뒤인 3월 14일. 고리원전 민간 환경 감시기구는 원자력 안전위원회의 현장조사 동참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습니다.

[정영주 고리원전민간감시기구 행정팀장] “3월 13일 날 저희가 (사고) 통지를 받고 3월 14일 날 바로 안전위원회에 현장조사단에 저희 감시 위원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정식 공문을 요청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에 조사단의 참여 여부 자체도 통지를 못 받은 거죠.”

어떻게 된 일인지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찾았지만 관련공무원은 엉뚱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공무원] “그때는 아마 공문이 늦게 와 가지고 거의 끝날 때 왔어요. 참여하고 싶어도 늦었더라고요. 공문이 늦게 와가지고. ” (아 그래요?) “예. 그런 상황이었어요. 제가 알기로는 그렇게 알고 있어요.” (그럼 그때가 3월 14일 날 접수됐던데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늦게 온 것은 아닌데요?) “그 발표를 3월 20일 날에 했거든요. 그 전에 거의 끝나는 상황이었거든요.”

사실상 외부의 감시는 철저히 배제한 채 그들의 안전만을 강변하는 형국입니다. 전남 영광군에 있는 영광 원전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영광에는 6개의 원전이 가동 중입니다. 납품 비리와 함께 원전사고가 잇따르자 주민들은 원전 측에 시민안전감시단을 구성해 원전 안전을 함께 진단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묵살됐습니다.

[김용국 영광핵발전소 안정성 확보를 위한 공동행동 집행위원장] “우리는 지금 못 믿겠다. 그러니 이 부분들과 관련해서 시민감시단을 조직해 갈 테니까 니들하고 혐의를 해서 발전소가 안전하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안전하지 않은 건지에 대해서 검토를 하자, 라고 이야기를 한 거거든요. 그런데 그쪽에서 그러면은 여기에 대한 답변이 있어야 하는데 한다라던가, 못한다라던가, 이 부분과 관련해서 지금까지 노코멘트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병호 영광원전 방재환경팀장] “지자체에 영광군과 고창군을 보면 의회에 원자력특별위원회를 만들어서 필요하면 저희가 그쪽에 가서 설명도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위원회를 만드는 것은 어떤 혼란만 가중시킬 우려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지난 30년 동안 국내 원전에서 일어난 사고는 모두 610건. 한 달에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나고 있지만 정부와 원전 당국은 원전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지대로 공개하지 않은 채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김용국 영광핵발전소 안정성 확보를 위한 공동행동 집행위원장] “그 답변 과정 중에서 항상 안전합니다. 이상 없습니다. 문제없습니다, 라는 이야기만 합니다. 한 번도 이 부분과 관련해서 정말 잘못됐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이런 이런 개선방향을 찾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부분들과 관련해서는 지역 주민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라는 이야깅를 해야 하는데 그런 이야기를 안 한다는 겁니다.”

[정영주 고리원전민간감시기구 행정팀장] “주변 지역 주민들이라든지 일반 국민들이 제대로 알권리 자체를 사전에 차단시킨다는 그런 의미죠. 원자력안전위원회든 원전사업자든 자체적으로 조사가 다 끝나나 이후에 자기들이 어떻게 이 상황을 정리할 것인가. 계획이 다 세워졌을 때 일반인들에게 공개를 하니 저희가 원하는 것은 정리되기 전 상태를 우리가 보고자 하는 것이지, 정리 다 된 상태를 보고잫 k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주민 보호를 위해 사전에 집중 관리하는 구역으로 국제원자력 기구가 권고하는 원전 30킬로미터 안에 거주하는 사람은 현재 400만 명이 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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