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생각'은 10년 간 변하지 않았다?

2022년 01월 27일 13시 00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지난 1월 20일 한국행정학회 주최 토론회에 나와 "제 생각이 10년 간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저는 정치를 하기 전에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을 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10년 만에 진중권 씨와의 대담집인,  <선을 넘다>라는 책을 냈습니다. 그 두 권의 책을 비교하면서 제 생각이 거의 10년간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초심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한국행정학회 주최 토론회, 2022.1.20) 
지난 1월 20일, 한국행정학회가 주관한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자신의 생각이 10년간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12년에 낸 자신의 저서 <안철수의 생각>과 지난해에 낸 <선을 넘다>라는 책을 비교한 결과라는 것이다. 안 후보는 “초심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도 말했다.
<안철수의 생각>은 2012년 7월 18대 대선을 앞두고 제정임 세명대 교수와 대담한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생각이 잘 드러났던 책으로 평가받는다. <선을 넘다>는 지난해 11월, 역시 대선 출마를 준비하면서 진중권 시사평론가와 나눈 대화를 정리한 책이었다.
뉴스타파는 안철수 후보가 언급한 두 권의 저서를 비교해 "생각이 변하지 않았다"는 안 후보의 말이 사실인지, 우리 사회 각종 현안에 대해 안 후보의 생각의 어떻게 바뀌었는지 확인했다. 분석 결과, 경제발전 방향이나 노동정책, 원전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안 후보의 현재 입장이 10년 전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12년의 <안철수의 생각>과 2021년의 <선을 넘다> 

10년 전엔 "임금인상이 먼저", 지금은 "경제 발전이 먼저"

첫째, 최저임금과 경제발전 방식에 대한 생각이 180도 바뀐 사실이 확인됐다. 
2012년에 낸 책 <안철수의 생각>에서 안 후보는 “평균임금을 높여야 하며, 최저임금을 노동계가 요구하는 노동자 평균임금의 50%까지 점진적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저임금을 올리면 기업이 도산해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향해 “적절한 임금인상이 오히려 구매력을 높여서 일자리를 늘린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비판했다. 사실상 '소득증대(임금 인상)를 통한 경제발전 모델'을 제시했던 것이다.
2017년 대선에서도 안 후보는 이런 입장을 유지하면서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그리고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되면) 반드시 임기 내 1만원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안 후보는 지난해 낸 책 <선을 넘다>에서는 정반대의 의견을 냈다. 일단 '최저임금 1만원'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 관련 공약인 '소득주도성장' 전략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안 후보는 "소득주도 성장은 경제학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는 정체 불명의 정책. 세계 어떤 나라도 실제로 해본적 없는 정책을 세계 경제 10대국에 속하는 나라에서 아무런 고민없이 바로 국가 단위에서 실행에 옮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발전을 위해 먼저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을 높여야 한다"던 주장도 사실상 철회했다. 안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전략을 “소득이 많아져서 구매력이 높아지고 그래서 경제가 발전한다는 논리인데, 소가 수레를 끄는 게 아니라 수레가 소를 끄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입장을 밝혔다.
"경제 발전의 결과로 1차 분배에 따른 소득이 높아지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해 국가가 나서서 2차 재분배를 하는 복지 정책이 맞는 방향이다."

- 안철수 저서 <선을 넘다> (160쪽, 2021.11.)
한마디로 정리하면, '임금 인상'이 아니라 '경제 발전'이 먼저라는 것이다. 
둘째,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입장도 바뀌었다. 2012년 낸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서 안 후보는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남용할 수 없도록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이 지켜질 수 있게 제도화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 방안으로는 ▲중소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인센티브 도입, ▲공공기관과 공기업이 솔선수범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해 낸 저서 <선을 넘다>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을 “기득권 노동자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정책”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기보다는 비정규직 일자리를 안정화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노동개혁을 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는 주장이었다. 사실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한 것이다. 

10년 전엔 "원전 감축·과학 만능주의 배격"...10년 후엔 "과학이 안전하게 해준다"

셋째, 원자력 발전에 대한 입장도 크게 달라졌다. 안철수 후보가 저서 <안철수의 생각>을 낸 2012년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로 원전에 대한 위기감이 크던 시기였다. 그래서일까? 안 후보는 책에서 “원전을 늘리지 말고 기존의 원전도 차츰 줄여나가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탈원전'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안 후보는 동시에 '과학기술 지상주의'를 비판했다.  
“안전이라는 것은 기술과 제도, 문화의 측면에서 바라봐야하는데 너무 기술 관점에서만 본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에 대해서도 과연 완벽하냐는 반론이 있고요. 설령 안전하다고 하더라도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가 치밀하지 않고, 일하는 사람들의 문화도 고리 사고를 은폐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만일의 가능성에 대비해서 최선을 다해 사고를 줄이는 문화가 아닙니다. 기술이 앞서 나가더라도 제도나 문화적 요인 때문에 일본같은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철수 저서 <안철수의 생각>(144쪽, 2012.7.)
그런데 안 후보는 지난해 낸 저서 <선을 넘다>에서는 다른 주장을 편다. "기술적으로 안전한 원전 관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안 후보는 “우리 여건에서는 완전히 탈원전하는 건 힘들다는 생각”이라며 '소형 모듈 원전'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원전은 미래에 대한 공포입니다. 원전 폭발에 따른 방사는 유출 사고 가능성, 그리고 사용후 핵 연료 처리에 대한 공포죠. 그런데 우리는 자동차가 사고로 사람을 죽인다고해서 자동차를 없애자고 하지 않잖아요. 기술 발전으로 더 안전한 자동차를 만들려고 노력하죠. 우선 원전 폭발 가능성을 없애는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요즘 각광받고 있는 소형모듈 원전입니다. 지금까지 원전을 만들 때 경제적인 이유로 큰 규모로 만들다보니 복잡성이 증가해서 모든 가능성에 대한 예측이 힘들 수밖에 없었죠. 그러나 원전의 크기가 줄어들면 복잡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안전한 관리가 가능하게 됩니다.

-안철수 저서 <선을 넘다>(299쪽, 2021.11.)
제작진
취재강민수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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