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은닉자금 방콕은행에?

2013년 10월 01일 07시 23분

뉴스타파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은닉자금 향방에 대해 중요한 단서를 찾아냈다. 뉴스타파는 ICIJ, 즉 국제탐사보도 언론인 협회가 확보한 PTN 내부 이메일과 자산관리공사와 김우중 회장 사이에 진행됐던 민사소송 판결문(2008.1.25. 선고)을 통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은닉자금이 다수의 페이퍼 컴퍼니와 방콕은행 계좌를 통해 거래된 사실을 확인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7월 김우중 전회장의 아들 김선용 씨가 옥포공영이라는 회사를 통해 베트남의 호화 골프장인 번찌 골프장을 실제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뉴스타파의 보도 내용은 지난 93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따낸 베트남 골프장 개발사업권이 ‘노블 에셋’과 ‘노블 베트남’이라는 유령회사를 거쳐 아들인 선용 씨에게 옮겨간 흐름을 정밀 추적한 끝에 확인된 것이다.

그런데 뉴스타파가 PTN 내부 문서를 추가로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 ‘노블 에셋’과 ‘노블 베트남’ 사이에 대규모의 수상한 자금 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다음은 유령회사 ‘노블 에셋’ 관리 대행업체였던 PTN 내부 직원들 간의 이메일 내용 중 일부이다. 이메일을 교신한 직원들은 ‘노블 에셋’의 차명 이사(director)이기도 했다.

"송금 통지서를 보니, 방콕은행의 뉴욕 지점이 ‘노블 에셋’ 지시를 받아 ‘노블 베트남’으로 2003년 9월부터 2006년 5월까지 6백 7십만 달러를 보낸 것으로 나온다. 우리는 ‘노블 에셋’이 방콕은행에 계좌를 가지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 돈의 출처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Around May 2006, the directors were shown copies of a number of remittance advice from Bangkok Bank Public Co. Ltd, New York Branch to Noble Vietnam Co. Ltd dated from 11 September 2003 to 4 May 2006 totaling around US$6.7M. It was noted on the remittance advice that the remittance was by order of Noble Assets Pte Ltd. The directors are not aware that the Company has any account with the Bangkok Bank Public Co. Ltd nor the source of funds for such remittances.)

이 PTN 직원들은 비록 이름을 빌려준 것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서류상으로는 자신들이 ‘노블 에셋’의 이사인데도 자금 흐름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 대해 적잖게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이메일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지난 2004년 말 기준으로 단 2달러를 소유한 회사인데 말이죠”

(The balance sheet as at 31 December 2004 shows that the Company has S$2 in assets)

즉, 유령회사 대행업체인 PTN 직원들도 모르는 돈 6백 7십만 달러가 수년 동안 방콕은행을 거쳐 ‘노블 베트남’으로 흘러갔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뉴스타파는 지난 2002년 제기된 자산관리공사와 김우중 전 회장 사이의 민사소송의 판결문에서 다시 방콕은행의 존재와 대규모 자금 거래 사실을 확인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008년 이 사건 선고공판에서 피고인 김우중 전 회장이 대우 미주법인을 동원해 홍콩에 있는 ‘KMC’란 페이퍼 컴퍼니에 수천만 달러를 송금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주목할 부분은 ‘KMC’란 유령회사는 이 돈 가운데 2500만 달러를 데레조프스키라는 인물이 개설한 방콕은행 계좌에 송금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당시 판결문을 보면 데레조프스키라는 러시아식 이름은 가명일 뿐, 실제 주인은 바로 김 전 회장의 아들 김선용 씨라는 사실이 나온다. 지난 2000년 김선용 씨가 데레조프스키라는 가짜 이름으로 방콕은행에 계좌를 개설했다는 것이 재판 과정에서 확인된 것이다. 

이 두 기록을 통해 드러난 사실들을 묶어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김우중 전 회장의 아들 선용 씨는 이미 2000년부터 방콕은행에 러시아인 이름으로 비밀 계좌를 개설하고 있다. 그리고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 미주법인 등 여러 회사를 거쳐 빼돌린 거액의 자금을 2000년 4월 13일 선용 씨의 방콕은행 계좌에 송금했다. 김선용 씨는 이후 2000년대 초반부터 여러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해 아버지가 사업권을 따놓았던 베트남의 최고급 골프장을 인수한다. 인수 과정에서 동원된 ‘노블 에셋’ 등의 유령회사들도 역시 방콕은행을 통해 2003년부터 2006년까지 거액을 거래한다. PTN 내부 이메일을 보면 유령회사 관리 대행업체인 PTN 직원들마저 ‘노블 에셋’의 수상한 자금 흐름에 의문을 가지고 결국 대행 서비스를 중단해 버린 것으로 나온다. 재무제표 상 자산이 단 2달러가 전부인 회사가 방콕은행 계좌를 통해 6백 칠십만 달러를 거래했으니 가장 은밀한 거래도 도와주기로 정평이 나있는 PTN 직원들마저 이를 이상하게 여긴 것이다. 

역외 유령회사 설립대행 회사인 PTN 내부 이메일과 한국의 법원 판결문. 이 두 가지 기록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것이 바로 방콕은행 비밀계좌의 존재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아들 김선용 씨이다. 그리고 그 배후에 김우중 전 회장이 있을 개연성이 높아졌다. 즉 김선용 씨가 베트남의 골프장을 인수하기 위해 만든 유령회사와 방콕은행 계좌를 통해 오간 거액의 돈이 김우중 전 회장의 은닉자금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김선용 씨의 베트남 번찌 골프장 보유’ 사실을 취재할 당시 김선용 씨측과 접촉했던 전화번호를 통해 방콕은행 계좌와 관련된 입장을 들으려 했으나 번호가 삭제돼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앵커 멘트>

국세청이 올 상반기 동안 대기업과 고소득자영업자 등 대자산가들로부터 무려 7438억 원의 세금을 추징했다고 지난 30일 발표했습니다. 

뉴스타파가 집중 보도한 조세회피처의 해외 은닉 자금에 대한 탈세 등을 적발해서 이룬 성과인데요, 그러나 검찰이나 국세청이 해야 할 일은 아직 많습니다.

우리나라 미납 추징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17조 9천 억원을 내지 않고 있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은닉자금을 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뉴스타파가 그 은닉자금을 추적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찾아냈습니다.

최경영 기자의 보도입니다.

<최경영 기자>

검찰 수사와 여론에 밀려 재산을 내놓겠다고 발표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전재국씨.

[전재국 전두환 전 대통령 아들]

"앞으로 저희 가족 모두는 추징금 완납시까지 당국의 환수절차가 순조롭게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최대한 협력할 것이며..."

그러나 여전히 해외 비자금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전재국 전두환 전 대통령 아들]

(납부 재산에 해외 재산도 포함되어 있나요?)

"해외 재산은 없습니다."

전재국 씨가 추징금을 완납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사람들의 관심은 김우중 전 대우 그룹 회장에게 쏠렸습니다.

[배관석 / 서울 화곡동]

"받아내야죠. 아들이 지금 월남(베트남)에서 아주 큰 사업을 하고 있는데 골프장하고, 월남 가서 몇 달씩 쉬고 오잖아."

[김흥복 / 서울 여의도동]

"분명히 받아내야죠. 수단을 만들어서라도, 없는 법을 만들어서라도 받아내야죠."

18조 원에 가까운 추징금을 아직도 내지 않고 있는 김우중 전 회장의 경우도 사회정의 차원에서 더 이상 방치할 순 없다는 것입니다.

뉴스타파는 지난 7월 김우중 전 회장의 아들 김선용 씨가 옥포공영이라는 회사를 통해 베트남의 호화 골프장인 번찌 골프장을 실제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당초 지난 93년 김우중 전 대우그룹회장이 따낸 골프장 개발 사업권이 노블에셋과 노블베트남이라는 유령회사를 거쳐 아들인 선용 씨에게 옮겨간 흐름을 정밀 추적한끝에 확인한 것입니다. 

[당시 보도]

"노블에셋이라는 회사가 ICIJ의 유령회사 목록에 등장합니다. 노블에셋의 발행 주식 수는 단 두 주. 엔지무이홍과 러객주라는 인물이 각각 한 주씩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기재돼 있습니다. 뉴스타파의 취재결과 이들은 모두 PTN, 즉 포트컬리스 트러스트 넷이라는 조세피난처 유령회사 설립 대행업체의 직원들이었습니다. 전형적인 차명 주주들입니다."

당시 김선용씨 측은 김우중 회장과 골프장은 연관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주성 전 (주)대우 하노이 지사장]

"그건 김선용 씨한테 물어봐야죠."

(아까는 김선용, (김우중 회장의)아들 것이라고 말씀하지 않으셨나요?)

"제가 언제 그랬어요."

그러나 뉴스타파는 ICIJ, 즉 국제탐사보도 언론인 협회가 확보한 ptn 내부 문서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유령회사인 노블에셋을 관리해주던 ptn 내부 직원들 간에 오고 간 이메일입니다. 여기엔 피티엔 직원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노블에셋과 노블베트남 사이에 거액의 자금 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당황해 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송금 통지서를 보니, 방콕은행의 뉴욕 지점이 노블에셋 지시를 받아 노블 베트남으로 2003년 9월부터 2006년 5월까지 6백 7십만 달러를 보냈던데요. 우리는 노블에셋이 방콕은행에 계좌를 가지고 있는지도 몰랐구요, 그 돈의 출처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상황이에요."

"지난 2004년 말 기준으로 단 2달러를 소유한 회사인데 말이죠."

유령회사 대행업체 직원들도 몰랐던 방콕은행의 계좌. 그 계좌의 주인은 누구였을까?

뉴스타파는 계좌 주인의 정체를 추정할만한 단서를 지난 2002년 시작된 한 민사 재판의 판결문에서 찾아냈습니다.

자산관리공사가 김우중 전 회장의 은닉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시작한 이 사건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이 대우 미주법인을 동원해 홍콩에 있는 kmc란 페이퍼 컴퍼니에 수천 만 달러를 송금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주목할 부분은 이 Kmc란 유령회사는 이 돈 가운데 2500만 달러를 데레조프스키라는 인물의 방콕은행 계좌에 송금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당시 판결문을 보면 데레조프스키라는 러시아식 이름은 가명일 뿐, 실제 주인은 바로 김 전 회장의 아들 김선용 씨라는 사실이 나옵니다. 지난 2000년 김선용 씨가 데레조프스키라는 가짜 이름으로 방콕은행에 계좌를 개설했다는 것이 재판 과정에서 확인된 것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김우중 전 회장의 아들 선용 씨는 이미 2000년부터 방콕은행에 러시아인 이름으로 계좌를 개설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 미주법인 등 여러 회사를 거쳐 빼돌린 거액의 자금을 방콕은행의 선용 씨 계좌에 송금했습니다. 

김선용 씨는 이후 유령회사를 활용해 아버지가 사업권을 따놓았던 베트남의 최고급 골프장을 인수합니다. 이 인수 과정에서 활용된 유령회사들도 역시 방콕은행을 통해 거액을 거래했습니다. 유령회사 관리 대행업체인 피티엔 직원들마저 노블에셋의 수상한 자금 흐름에 의문을 가지고 결국 대행 서비스를 중단해 버립니다. 재무제표 상 단 2달러가 전부인 회사가 방콕은행 계좌를 통해 6백 칠십만 달러를 송금하니 이상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역외 유령회사 설립대행 회사인 피티엔 내부 이메일과 한국의 법원 판결문. 이 두 가지 기록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것이 바로 방콕은행 비밀계좌의 존재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아들 김선용 씨입니다.

그리고 그 배후에 김우중 전 회장이 있을 개연성이 높아졌습니다. 

즉, 김선용 씨가 베트남의 골프장을 인수하기 위해 만든 유령회사와 방콕은행 계좌를 통해 오간 거액의 돈이 김우중 전 회장의 은닉자금일 가능성이 있다는 말입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지난 번 취재 때 김선용 씨 측과 접촉했던 전화번호를 통해 방콕은행 계좌와 관련된 입장을 들으려 했으나 번호가 삭제돼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이오니 확인하시고 다시 걸어주시기 바랍니다."

이 방콕은행 뉴욕지점과 김 전 회장의 관계는 뭘까? 김우중 해외 은닉자금을 추적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 이제 그것을 철저히 조사하는 것은 검찰과 국세청의 몫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이른바 "김우중 추징법"도 국회에서 시급히 다뤄져야 할 것입니다.

뉴스타파 최경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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