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부하들이 만든 회사 '기무사 B망 충호회'에 돈 댔다
2018년 10월 02일 20시 15분
뉴스타파 보도로 ‘인터넷 댓글 공작, 기무사 특혜’ 등의 의혹이 제기돼 온 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이하 기무사) 퇴역군인단체 ‘충호안보연합’이 그 동안 무상으로 사용해 온 기무사 사무실에서 퇴출된다. 국방부는 8일 뉴스타파와 가진 인터뷰에서 “새로 창설된 군사안보지원사령부는 옛 기무사와의 역사적 단절을 이루기 위해 충호안보연합에 사무실 퇴거를 통보했다. 계약기간이 남아 있지만 중도해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지난달 29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기무사 퇴직자 친목단체인 충호안보연합이 기무사와 국정원, 전두환 부하들이 설립한 광고회사 등의 지원을 받아 왔으며 소위 ‘기무사 B망’으로 활동하며 인터넷 댓글공작 등에 동원됐다는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취재 결과 충호안보연합은 서울 중구 정동 소재 기무사 소유 건물에 사무실을 두고 있었고, 2008년 사단법인 전환 후 최근까지 4층 규모 건물의 한 층 전체를 사용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기무사가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 ‘최근 4년간 지원 현황 자료’)에는 박근혜 정부 기무사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정부 예산으로 5,786만원의 사무실 임대료를 충호안보연합에 제공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충호안보연합은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가 한창이던 2008년 10월 사단법인으로 출범했다. 2009년에는 국방부 추천을 받아 비영리민간단체 및 지정기부금 단체로도 지정됐다.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가 공개한 ‘비영리 민간단체 공익사업지원’ 문건에 따르면, 이 단체는 ‘통일 안보 교육을 통한 국민 안보관 확립’ 등을 이유로 2009년부터 최근까지 모두 2억 800만 원의 국고보조금도 받았다.
뉴스타파는 충호안보연합이 매달 펴내는 월간지 ‘충호’를 통해 이 단체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기무사와 국정원이 이 단체를 지원해 온 증거가 이 잡지에 실려 있다. 특히 ‘충호’ 2009년 6월호에 들어있는 기고글(충호안보연합:회고와 향후 진로)의 내용이 중요한 참고자료가 됐다. 2009년 충보안보연합 이사장을 지낸 임재문 전 기무사령관도 “충호회(충호안보연합) 산하단체 중 전직 방첩요원들의 모임인 호우회에 국정원이 예산을 배정해 준 사실이 있다”고 기고글의 내용을 사실상 인정했다.
뉴스타파는 12.12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의 부하들이 모여 만든 광고회사 ‘서창기획’이 충호안보연합을 지원해 온 사실도 확인, 보도한 바 있다. 광고제작과 대행, 군납품업을 하는 서창기획은 수십 년 동안 국방부 특혜 등을 통해 연 20억 원 가량의 수익을 올려왔다.
확인결과 서창기획은 전두환의 사조직인 하나회 멤버 류근하, 육군본부 보안부대장을 지낸 변규수, 보안사 기조실장을 지낸 오일랑, 김효무와 신학준 등 보안사 출신 인사들이 임원으로 참여한 회사였다. 이번 뉴스타파의 취재로 전두환의 12.12 군사쿠데타 가담세력들과 기무사, 그리고 충호안보연합 간 삼각커넥션이 확인된 것이다.
김병기 의원은 뉴스타파가 보도한 충호안보연합과 관련된 의혹, 그리고 국방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계엄 문건을 통해 기무사가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개편되면서 정치적 중립 의무가 더욱 확실해졌다. 기무사 퇴직 단체인 충호안보연합 역시 기무사의 개혁처럼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취재: 강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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