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덮은 집회의 자유
2018년 08월 17일 11시 18분
2014년 세월호 참사는 ‘기레기’라는 유행어를 만들 정도로 대한민국 언론계의 참사이기도 했다. 주류 언론이 외면한 참사의 진실과 현장을 가감없이 알린 뉴스타파는 세월호 참사 당시 가장 주목받은 언론 중 하나였다. ‘기레기'가 되고 싶지 않아 언론사 입사를 아예 포기해버린 청년들도 있었지만, 제대로 된 기자가 되고자 뉴스타파 입사를 희망하는 채용 문의도 줄을 이었다.
하지만 당시 뉴스타파가 많은 예비언론인을 채용할 수는 없는 형편이었다. 그래서 나온 방안이 연수제도였다.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는 예비 언론인들에게 탐사보도와 저널리즘의 기본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다면, 대한민국 언론에 희망의 씨앗을 심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뉴스타파 탐사보도 연수는 2014년 여름부터 시작됐다. 매년 여름과 겨울 2차례 열리는데, 2주는 이론 교육, 2주는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실제 뉴스를 제작해보는 실습으로 구성돼 있다. 지금까지 뉴스타파에서 연수받은 연수생은 모두 86명. 이 가운데, 30%가 넘는 28명이 언론사에 입사해 현역 언론인으로 활약하고 있다.
뉴스타파 연수는 여느 언론의 인턴과는 달리 이론과 실습 과정을 적절하게 배분하고 있다. 연수생은 한 번에 8~10명 정도를 선발한다. 지난 겨울 연수생은 8명을 선발했는데, 경쟁률이 10대 1을 넘을 정도로 예비 언론인들 사이에서는 입소문이 나 있다. 탐사보도 이론 교육 강의는 뉴스타파 기자들이 직접 맡아 진행한다. 탐사보도와 데이터저널리즘, 그리고 인터뷰 방법과 기사작성, 촬영 같은 실무도 배운다. 또한, 현장 동행 취재와 실습 과제 수행으로 이어진다.
올해 1월 뉴스타파 연수를 마친 박지현 씨는 “사회와 세상에 엄청 세게 부딪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지현 씨는 동료 연수생 3명과 함께 독서실 총무를 노동자로 대우하지 않고 최저임금 이하의 학습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는 실태를 취재했다. 채용 공고에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뽑는 것처럼 해놓고, 실제로는 최저임금을 주지 않기 위해 월 30~50만 원 정도의 학습장려금을 지급하고 있었다. 이런 실태를 알아내기 위해 연수생들은 독서실 총무를 지원하는 아르바이트생으로 위장해 실제 면접도 봤다. 덕분에 최저임금 지급을 거부하는 독서실 사장들의 속내도 엿볼 수 있었다.
연수를 마친 박지현, 장수윤 두 연수생에게 어떤 기자가 되고 싶은지 물어봤다.
기자가 사익을 추구하는 순간 이미 기자로서의 영혼은 죽는다고 생각해요. 그런 기자는 좀비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기자'가 맞다고 확신할 수 있는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껍데기만 기자인게 아니라 알맹이까지 기자인 기자
김경래 기자님 취재 수업에서 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보도를 보면서 독재정권 시기에 박종철이 고문으로 죽었다라고 단정하는 것은 정말 엄청난 용기와 크로스체킹을 수없이 했다는 거예요. 사실만을 딱 단정할 수 있는 자신있게 내걸 수 있는 기자가 되고 싶어요.
뉴스타파 연수생들에게 배움의 공간은 소중할 수밖에 없다. 경험이 많은 베테랑 기자들의 강의를 직접 듣고, 토론해서 결론을 내리고, 영상 제작까지 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회의실을 강의실로 쓰고 있기 때문에 연수 기간 중에 뉴스타파 내부 다른 일정이 겹치면 연수생들이 자리를 옮겨서 강의를 들어야한다. 과거 스튜디오에서 연수가 진행될 때보다는 나아졌지만, 연수생들이 느끼는 불편은 여전하다.
아쉬운 점은 공간이… 그 공간을 연수생들만 쓰지 않잖아요. 취재진들도 써야 하니까 스케줄이 있으면 3층에도 왔다가 밖에서도 한 적이 있어요.
뉴스타파 탐사보도 연수는 무료다. 정확히 말하면 뉴스타파 후원회원들이 지원한 회비가 재원이다. 대한민국 언론의 미래를 위해서는 언론인이 되고자 하는 예비 언론인들에게 ‘진짜 언론'과 ‘진짜 기자'가 무엇인지 알리고 뉴스타파의 저널리즘 정신을 우리 사회의 자산으로 남기는 것 또한 후원회원들이 바라는 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뉴스타파 연수제도는 공익적 사회환원 사업이기도 하다.
뉴스타파가 정착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고, 지금 이대로 신뢰받는 언론이 되길 바랍니다.
새로운 공간이 마련되면, 예비언론인들은 지금보다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뉴스타파 연수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뉴스타파 역시 새로운 공간을 통해 젊고 패기 넘치는 청년들과 함께 대한민국 언론을 바꿔나갈 수 있는 의지를 다지게 될 것이다.
인터뷰 : 박대용
영상제작 : 박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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