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환, 공직 퇴직 후 로펌서 '공짜 사무실' 받고 '거짓 해명' 논란

2022년 05월 03일 14시 00분

  • 공무원 퇴직 뒤 개업한 행정사 사무소…로펌으로부터 2년간 무상 임차 
  • 로펌 측 변호사 “로펌 고문으로서 사무실 제공”...‘전관예우’ 의혹
  • 조승환 측 “고문직 제안 받은 적 없어, 사무실은 선의로 받아”...엇갈리는 답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해 10월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KIMST) 원장 퇴직 후, 한 달 만에 행정사로 등록하는 과정에 한 법무법인으로부터 행정사 사무실을 무상 임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법무법인은 조 후보자를 로펌 고문으로 영입하려고 행정사 사무실을 공짜로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조 후보자는 법무법인 고문 경력을 이번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안 자료에 공개하지 않았다.
해수부 고위공직자 출신인 조 후보자가 로펌으로부터 전관예우를 받았다는 비판을 피하려고 사무실 무상 임대와 고문 경력을 일부러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 측은 “지인이 선의로 사무실을 제공한 것”으로 로펌의 고문직은 제안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공공기관장 퇴임 후 행정사 사무실 개업…로펌서 2년간 무상 임대

조승환 해수부 장관 후보자는 부산 출신으로 대동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통일원, 국무총리 비서실을 거쳐 2003년부터 해사안전국장과 해양정책실장 등 해양수산부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인천해양청 인천항건설사무소장과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 등 해수부에서만 20년 넘게 공직 생활했다. 2018년 9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인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KIMST) 원장으로 재직했다.
30년 공직 경력의 조 후보자는 KIMST 원장 퇴임 한 달 후인 지난해 11월, 부산에 ‘해양미래공작소’라는 행정사 사무소를 열었다. 행정사는 행정기관에서 요구하는 각종 인허가, 등록 관련 문서의 작성을 대행하고 행정 관계 법령을 자문해주는 업무를 한다. 공식 시험을 거쳐 자격증이 주어지는데, 조 후보자처럼 경력직 공무원은 시험을 면제받고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조 후보자는 2018년 9월, 해양수산부 해양정책실장직을 마치고 퇴직한 뒤, 곧바로 행정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리고 해수부 소속 공공기관장을 퇴임한 지난해 11월 25일, 부산 연제구에 행정사 사무소를 개업했다.
그런데, 조 후보자가 이 행정사 사무소의 사무실을 무상 임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김승남 의원실이 공개한 ‘부동산 무상 사용대차 계약서’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지난해 11월 25일, 부산광역시 연제구 모 빌딩 4층 변호사실 내 일부(15㎡)를 무상으로 사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무상 사용 기간은 2021년 11월 25일부터 2023년 11월 24일까지, 2년간이다.
▲조승환 후보자가 법무법인 시그니처 소속 변호사와 체결한 사무실 무상 사용대차 계약서(자료 : 국회 김승남 의원실)
조 후보자가 무상으로 사용한 사무실은 부산지방법원 인근에 있다.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조 후보자가 사용한 것과 같은 평수의 사무실 임대료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부산지법 인근 10평 내외 사무실의 경우,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 정도인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조 후보자는 사무실을 무상 계약한 이후 얼마 뒤 해수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됐고, 행정사 사무소를 폐업 신고했다. 행정사 업무도 지난 4월 14일부터 2024년 4월 13일까지 ‘휴업신고’를 했다.
조 후보자 측은 행정사 사무실을 무상으로 사용한 이유에 대해 “지인이 선의로 빌려준 것”이라며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해당 지인이 누구인지, 어떤 관계인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법무법인 측 “조 후보자는 고문님, 서로 도움 주고받고자 사무실 제공”

그렇다면 조 후보자에게 사무실을 무상으로 빌려준 지인은 누구일까? 조 후보자가 공개한 ‘부동산 무상 사용대차 계약서’에는 임대인의 이름이 가려져 있다. 하지만 해당 사무실 주소의 등기부 등본을 떼보면, 사무실 임대인 즉 소유자가 나온다.
사무실 소유주는 ‘법무법인 시그니처’로 확인됐다. 해당 법무법인은 2021년 10월, 부산 사무실을 5억 3천만 원에 사들였고, 매입 한 달 뒤 사무실의 일부(15㎡)를 조 후보자에게 무상으로 빌려줬다. 즉, 조 후보자는 로펌으로부터 공짜 사무실을 받은 것이다.
'법무법인 시그니처'는 왜 조 후보자에게 공짜로 사무실을 임대해줬을까. 이 로펌은 심재돈 변호사가 소속돼 있는 곳이다. 심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부장검사 출신으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지난 3월엔, 심 변호사가 국민의힘 인천시장 경선에 출마하기도 했다. 또 이 법무법인 부산 사무소 소속의 이 모 변호사가 조 후보자의 대동고 1년 후배로 확인됐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해당 법무법인은 조 후보자를 ‘고문’으로 영입하려 했고, 이를 위해 부산뿐만 아니라 서초동 로펌 사무실의 일부를 조 후보자를 위한 ‘고문 방’으로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사실은 뉴스타파 취재진이 조 후보자에게 사무실을 무상으로 빌려준 법무법인 시그니처의 한 변호사와 통화하면서 알게 됐다.   
지난 4월 27일, 법무법인 시그니처의 이 모 변호사는 뉴스타파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조 후보자를 ‘고문님’으로 지칭해 불렀다. 이 변호사는 “조 후보자가 해양 수산 분야 최고 전문가 아닌가. 로펌의 외연을 해양·수산 분야까지 확장해보고자 고문으로 모셨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 변호사는 “부산 사무실은 조 후보자가 행정사로서 구청에 신고하려면 등록 주소지가 필요하다고 해서 우리가 (마련)해준 것이고, 부산뿐만 아니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도 조 후보자의 (고문) 방이 있었다. 조 후보자는 서초동 사무실로 주로 출근했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후보자)님하고 저하고는 고등학교 1년 선후배 사이고,
제가 판사였던 시절부터 아주 막역한 사이였죠.
부산뿐만 아니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도 (후보자의 고문) 방이 있습니다.
방도 준비해 놓고 했는데 갑자기 장관 되신다고 나가시니까 저희로서는 황망하죠.

(법무법인 시그니처 이 모 구성원 변호사) 
뉴스타파는 이 변호사에게 조 후보자에게 사무실을 무상 제공한 것이 전관에 따른 특혜가 아니었는지 물었다. 이 변호사는 “특혜를 준 게 아니라,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 위해 제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변호사는 “조 후보자가 (장관 후보자가 되면서) 로펌 고문으로 있던 기간이 짧아, 실제로 사건 수임에 도움을 준 적은 없었고, 고문으로 정식 등록해 급여를 준 것도 없다”고 밝혔다.
특히 이 변호사는 "그분(조 후보자)도 잘 되고, 우리도 잘 되는 업무를 찾아보려는 중에 장관 후보자가 돼 물거품이 됐다"고 말하며 조 후보자의 입각을 아쉬워했다. 
특혜를 준 게 아니라 서로 이제 도움을 받기 위해서 우리가 방을 드린 거죠. 그 방에 저희가 고문님 두 분을 모셨는데, 조승환 고문님은 월요일, 화요일에 출근해서 이용하시고 나머지 수, 목, 금은 다른 분이 같은 방을 쓰셨어요.
(조 후보자가) 해양 수산 분야 최고의 전문가이시니까 또 아는 분들도 많고,
어떤 일이 생기면 딱 그 일이 어떤 연결 고리가 있고
그 다음에 또 그 일의 핵심이 뭔지 배경이 뭔지 다 이해가 되잖아요.
우리는 법률은 잘 알지만, 해양 수산 관련해서 비전문가잖아요.
우리가 소규모 로펌이라서 이제 그분 도움을 받아서
그분도 잘 되고 우리도 잘 되고 하는 그런 업무를 찾아보려고 하는 중에,
모색하던 중에 장관 후보자로 가셔서 물거품이 돼 버린 거죠.”

(법무법인 시그니처 이 모 구성원 변호사)
지금까지 뉴스타파 취재 내용을 종합해 보면, 조 후보자는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을 퇴직한 2021년 11월 말부터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되기 직전인 올해 4월 초까지, 부산에 행정사 사무소를 개업하고, 약 4개월간 법무법인의 고문으로 활동했다. 또 법무법인으로부터 2021년 11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2년간, 공짜로 사무실을 임차했다.
하지만, 조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안 자료에는 행정사 이력만 기재돼 있을 뿐, 로펌 고문 이력은 쏙 빠져 있다. 또 로펌으로부터 무상 임대도 공개하지 않았다. 조 후보자가 공직 퇴직 후 로펌으로부터 전관예우를 받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고문 이력과 무상 임대를 숨긴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대한행정사회에 등록된 조승환 해수부 장관 후보자 정보. 사무소 주소가 법무법인 시그니처 부산 사무소와 같은 곳으로 되어 있다.  

조승환 “고문직 제안 받은 적 없어, 서초동 사무실은 가끔 놀러간 것”

뉴스타파는 조승환 후보자에게 사무실을 무상으로 빌려 쓴 이유가 무엇인지, 전관예우에 따른 특혜는 아닌지, 왜 로펌 고문 이력을 인사청문안 자료에 따로 기재하지 않았는지 등을 물었다.
조승환 후보자 측(해수부 운영지원과)은 4월 29일, “조 후보자는 로펌에서 고문으로 일한 적도, 고문직을 제안 받은 적도 없기 때문에 이력에 넣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부산 행정사 사무실은 친한 지인이 선의로 제공해준 것이고, 서울의 법무법인 사무실에는 출근한 게 아니라, 가끔 서울에 일이 있을 때, 자투리 시간을 때우기 위해 놀러 간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 후보자 측의 답변은 조 후보자에게 사무실을 무상으로 빌려준 법무법인 이 변호사의 답변과 배치된다. 조 후보자가 답변하기 이틀 전, 이 변호사는 뉴스타파 취재진과 전화 통화에서 “조 후보자를 고문으로 모셨으며, 그분을 위해 별도의 사무실을 마련했고, 월요일과 화요일에 서초동 법무법인 사무실에 고문으로 출근했다”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와 조 후보자 둘 중, 한 명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뉴스타파는 명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5월 2일 이 변호사와 다시 통화했다. 그런데 이 변호사는 며칠 전 통화 때와 달리, 말을 바꿨다. 이 변호사는 “조 후보자를 고문직으로 모셔야겠다고 혼자 생각만 하고, 실제 고문직을 제안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조 후보자가 출근을 한 건 아니고, 서초동 사무실에 변호사 방이 5개 정도 남는데, 가끔 들러 그중 하나를 쓰신 것이다. 한 달 정도 사용했는데, 그 방에서 어떤 업무를 하셨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6개 업체로부터 넉 달간 3,300만원 수임료…행정사 수임 내역은 비공개

조승환 후보자가 행정사 사무소 개업 후 행정사로서 수임한 내역에 대해서도 전관예우 의혹이 나오고 있다. 조 후보자는 올해 1월부터 4월 13일 폐업 전까지, 약 4개월 동안, ‘항만‧해양환경 관련 법 제도 및 경영 현안에 관해 자문하고 6개 업체로부터 3,300만 원의 수임료를 받았다’고 국회에 답변 자료를 제출했다. 그러나 조 후보자는 행정사로서 수임한 업무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
행정사법 제24조(업무처리부 작성)에 따르면, 행정사는 업무를 위임 받으면 위임받은 업무의 개요, 보수액 등을 적은 업무처리부를 작성해 1년 동안 보관해야 한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 같은 자료를 후보자에게 요구했다. 그러나 조 후보자는 명확한 수임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같은 법 제21조의 2(수임제한)에는 ‘공무원직에 있다가 퇴직한 행정사는 퇴직 전 1년부터 퇴직할 때까지 근무한 행정기관 관련 업무는 수임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또 제22조의 4(금지행위)에는 ‘업무 수임 또는 수행 과정에서 관련 공무원과의 연고(緣故) 등 사적인 관계를 드러내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선전하는 행위’도 금지돼 있다. 실제, 조 후보자가 6개 업체로부터 수임한 업무가 행정사법 21조와 22조 조항을 준수했는지 여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고위 공무원이 공직에서 물러난 뒤 바로 로펌 고문 등으로 취업하는 것, 부적절한 ‘전관예우’로 공직자 인사청문회 때마다 반복하는 구태이다. 조 후보자가 로펌으로부터 고문직을 제안 받고 사무실을 공짜로 사용한 행위, 넉 달간 행정사로서 3천만 원대 수임료를 올린 행위 역시, ‘전관예우’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승남 의원은 “고위공직자 출신인 조 후보자가 법무법인으로부터 부산과 서울 사무실 제공 특혜를 받은 것만으로도 부적절한 처사인데다, 사무실 제공받은 걸 인사청문안에 기록해야 하는데 누락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행정사법상 공직자 퇴직 후 1년이 지나지 않으면 관련 기관으로부터 수임을 할 수 없는데, 조 후보자가 정확한 수임 내역을 제출하지 않아 법 위반 여부를 알 수가 없다. 이에 대한 후보자의 정확한 소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작진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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