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셔록의 워싱턴 리포트 20]일본 아베정부가 미국 강경파를 흔들고 있다

2018년 09월 06일 16시 05분

문재인 대통령은 답보 상태에 있는 미국과 한반도 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개하기 위해 어제 (9월 5일) 대북특사를 파견했다. 현재 문 대통령의 중재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6월 싱가포르 북-미 회담 이후, 북한 측의 종전 선언 요구와 1953년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자는 요구를 미국 측이 거부하면서 북한과 미국 간 평화협정 체결 논의가 추진력을 잃게 된 것이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북한에 대한 미국과 유엔의 경제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미국 측의 고집 또한 북-미 간 논의가 답보 상태에 빠지게 된 또다른 요인이다. 북한은 그것이 새로운 북-미 관계 구축과 한반도 평화체제 건설 등 ‘싱가포르 합의' 내용에 위배되는 것으로 본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러한 사안을 언급하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취소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미국 일부 강경파에 맞서 북-미 간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 워싱턴 내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과정에서 강력한 라이벌을 맞닥뜨렸다. 바로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미국 언론과 싱크탱크계에 몸담고 있는 아베의 친구들이다.

트럼프가 한미군사훈련 관련 트윗에 일본을 언급한 이유는?

지난주 북-미 간 회담 무산으로 한국에서 우려가 높아지던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대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정부 내 강경파들을 향해 일침을 날렸다. 8월 29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북한과의 교착 문제는 중국 정부와의 무역 분쟁 때문이라며 중국 측에 책임을 떠넘기고 협상의 여지를 남겨놨다.

3인칭으로 자신을 표현한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관계가 매우 좋고 따뜻하다고 믿고 있다. 또한 지금은 한미 합동 군사훈련에 엄청난 돈을 쓸 필요가 없다고 믿는다"는 트윗을 남겼다. 이는 트럼프가 김정은과의 회담에 힘을 싣기 위해 싱가포르 회담 이후 중단했던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미 국방부 보좌관들이 재개를 요구하자 이에 대한 질책으로 해석됐다.  

이 문제는 그보다 이틀 전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기자들을 만나 “한미군사훈련 추가 중단 계획이 없다"고 이야기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매티스 국방장관의 발언은 한미군사훈련을 재개하겠다는 약속으로 잘못 해석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그러한 억측을 빨리 잠재웠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한국인들 입장에서는 우려할 만한 일본 관련 언급도 담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구나 대통령은 선택만 하면 한국, 일본과 즉시 합동훈련을 시작할 수 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합동훈련은) 이전보다 훨씬 큰 규모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역사적으로 한-미 군사동맹의 한 기능으로만 작용한 일본을 합동군사훈련과 결부시켜 언급한 것일까?

답은 바로 일본 정부의 로비에 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아베 정부는 막후에서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일본은 또 현재 진행 중인 북한과의 회담이 실패할 경우 미군과 함께 김정은 위원장을 압박할 준비가 됐다는 점을 최근 발표한 군 예산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아베 정부의 국방백서는 트럼프-김정은 간 회담 이후에도 일본은 여전히 북한을 “전례없이 심각하고 임박한 위협"으로 인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본은 북한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하기 위해 설계한 육상형 이지스 시스템인 ‘이지스 어쇼어(Aegis Ashore)’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위해 42억 달러를 쏟아부을 예정이다. 그리고 최근 몇 달 동안 일본 자위대는 미국 국방부가 조직한 대규모 지역 군사훈련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왔다. 예를 들어 지난 7월 말 일본 자위대 F-15 전투기들이 “합동작전을 강화할 목적으로" 괌 기지 소속의 핵 탑재가 가능한 미군 B-52 전략폭격기 두 대와 합동훈련에 참가했다.

미국 주류언론의 ‘아베 총리 칭찬'

워싱턴에서는 일본의 로비가 대체로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로비가 맺은 결실은 두 가지 방면에서 드러난다. 첫째, 최근 들어 미국 주류 언론을 통해 등장하고 있는, 보기 드물게 일본에 우호적인 일련의 언론보도들. 둘째, 일본으로부터 거액의 기금을 지원받고 있는 미국 싱크탱크에서 장려하고 있는 관점. 이러한 싱크탱크 중 특히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가 두드러진다.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라는 것은 워싱턴에 잘 알려진 사실이다. 워싱턴포스트는 8월 28일 보도한 장문의 기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8차례 만났는데, 다른 어느 나라 정상보다도 많이 만난 것이며, 26차례의 전화통화를 했다"고 보도했다.

 

▲ 워싱턴포스트의 8월 28일자 기사는 상당히 이례적인 방식으로 아베 총리를 칭찬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가 이 기사에서 아베 총리를 칭찬한 부분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 기사에는 고위급 일본 정부 관계자 외에는 알기 어려운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간의 관계에 대한 세부사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기사는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의 “날선" 분위기의 회담 도중 “나는 진주만을 기억한다"는 말을 해서 아베 총리를 “분노하게 만들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또 주목할 만한 것은 이 기사를 작성한 존 허드슨 기자가 아베 총리를 북한 문제에 있어 유일하게 이성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람으로 표현한 장문의 트윗을 날렸다는 점이다.

허드슨 기자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과의 군사훈련을 중단하지 말 것과,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기 전까지 한국전쟁 종전 선언에 합의하지 말 것을 여러 차례 권고했다”고 한다. 그러나 허드슨 기자는 “일본 총리의 측근"을 인용하여 “아베 총리의 이러한 권고는 완전히 무시됐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 측의 이러한 불평과는 달리, 아베 총리와 그의 군사보좌관들의 관점은 워싱턴에서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의 보도 하루 전인 8월 27일 도쿄 비즈니스 투데이를 통해 보도된 다니엘 스나이더 기자의 충격적인 기사를 통해 이 점이 분명해졌다. “워싱턴의 한반도 정책의 혼란 그 이면"이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한반도를 둘러싼 정책에 대해 워싱턴 정가에서 “폭넓은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보도했다.

스나이더 기자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강경한 관점은 일본 고위급 관료들의 관점과 거의 완벽하게 일치한다.”

▲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출처: 아베 총리 공식 페이스북 계정)

스나이더 기자는 또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하면 미국 관료들 중 누구도 북한이 완전히 검증가능한 비핵화에 합의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또, 이들 사이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더 이상 미국 정부와 긴밀한 상의를 거쳐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깊은 우려"가 퍼져 있고, “일부[관료들]는 한미동맹 자체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염려하고 있다.”

이 기사는 한반도 회담에 관여하고 있는 한 미국 고위급 관료의 말을 인용했다. 이 관료의 다음과 같은 발언은 미국 언론에서 널리 인용됐다. “우리는 한국과의 관계에서 큰 문제에 봉착했다. 이제는 한국 정부가 자체적으로 밀고 나가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그들[한국 정부]은 더 이상 우리[미국 정부]와 함께 움직일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듯하다.”

만약 일본도 이러한 관점을 갖고 있다면, 일본과 미국 양국의 국가안보 담당자들은 한반도에 대해 그들이 공유하고 있는 국가안보 목표에서 한국이 벗어났다고 생각하고 일하는 셈이다.

남북한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미국과 일본의 의견 합치를 강조하기라도 하듯, 재계에서 널리 읽히는 블룸버그 뉴스도 아베 총리에 동조하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기사는 일본을 믿음직한 파트너로, 한국을 신뢰할 수 없는 상대로 대조해 표현했다.  

블룸버그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미국의 오랜 동맹국 중 하나는 여전히 북한이 거대한 핵 위협이라고 보고 있다. 다른 동맹국은 북한과 점진적으로 경제관계를 늘려가고 있다. 그리고 김정은은 이 동맹국 간 분열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다.” 그 결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두 핵심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양면적인 대북전략의 각기 다른 방향을 추구함으로써 갈수록 분열이 심해지는 외교환경에 처해 있다.”

일본 정부 ‘로비' 도맡은 미국 싱크탱크

일본 외교관들과 국가안보 관료들, 그리고 해결사들이 흘려주는 정보를 제외하면, 미국 언론은 이러한 관점을 어디에서 얻는 것일까? 바로 워싱턴에서 열리는 수많은 심포지엄에 참석하기만 하면 된다. 특히나 그 심포지엄이 CSIS의 “일본 석좌"인 마이클 그린을 연사로 섭외했다면 말이다.

▲ CSIS의 일본석좌 마이클 그린  (출처: ⓒDefense & Aerospace Report)

조지 W. 부시 1기 정부에서 북한 정책에 관여한 중견급 보좌관이었던 마이클 그린은 아베 정부와 일본의 국방부와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CSIS 선임부소장이자 일본 석좌인 그가 이 부유한 싱크탱크에서 맡은 역할은 미-일 간 군사동맹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CSIS 웹사이트에 명시된 일본 석좌의 역할은 “양자적, 지역적, 그리고 세계적인 차원에서 미-일 간 정책 이슈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여 미-일 관계를 위한 전략적 의제 규정방안을 모색한다”이다).

마이클 그린이 일본 정부의 입장을 열렬히 지지한다는 점은 8월 21일 브루킹스 연구소가 조직한 한-미 동맹 관련 세미나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 세미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합동군사훈련 잠정 중단이 논의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마이클 그린은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연기된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았다. 그것은 일본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단됐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추가적인 군사훈련 연기에 대한 논의는 “[군사훈련 연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깊은 우려가 만연한 일본 내에서는 특히 반향이 크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전략적 이익을 한국의 입장보다 강조하는 마이클 그린의 언행은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와 CNN 등 정기적으로 CSIS 일본 석좌의 발언을 인용하는 미국 주류언론의 사고방식에 스며들어 있다. 마이클 그린과 같은 미국인들이 워싱턴에서 일본 정부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한, 아베 정부는 로비스트를 고용할 필요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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