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연락처도 모른다던 이종호, 압색 당시 휴대전화 파손

2024년 07월 15일 11시 20분

채 해병 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사단장의 구명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선수' 이종호 씨가 지난 2021년 압수수색 당시 자신의 휴대전화를 파손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재판에서 김건희 여사와 직접 연락하는 사이가 아니었고 연락처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씨가 김건희 여사와 직접 연락했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많다며 이 씨를 추궁했지만 이 씨는 끝까지 자신의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씨의 주장을 객관적으로 탄핵하지 못했다. 이 씨가 압수수색 과정에서 자신의 핸드폰을 파손시켰기 때문이다. 
뉴스타파는 도이치모터스 공판 기록을 다시 검토해 임성근 구명로비의 핵심으로 떠오른 이 씨와 김건희 여사의 관계를 유추할 수 있는 사실들을 정리했다. 

‘구명 로비 의혹’ 핵심 이종호 사무실에서 나온 김건희 파일 

뉴스타파는 지난 2022년 9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2차 작전 세력의 사무실에서 ‘김건희.xls’ 파일이 나온 사실을 보도했다. (https://newstapa.org/article/XKzfv) ‘김건희.xls’ 파일에는 김건희 여사 계좌의 잔고와 도이치모터스 주식 보유 현황 등이 정확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이 파일이 발견된 곳은 이종호 씨가 대표로 있던 블랙펄인베스트 사무실이다.
이 씨는 재판에서 그 파일이 왜 자신의 직원 노트북에서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노트북의 주인인 블랙펄 인베스트 직원 역시 자신의 노트북에서 ‘김건희.xls’ 파일이 나온 경위를 모르겠다고 잡아뗐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파일을 핵심 증거로 삼아 “블랙펄인베스트가 김건희의 계좌를 관리했다”고 판시했다.   
블랙펄인베스트 직원인 이0이 사용하던 PC에 저장되어 있던 ‘김건희’라는 제목의 엑셀파일에 해당계좌의 주식 잔고 및 인출 내역이 기재되어 있는 점, 앞서 본 정황 등을 종합하면 해당 계좌는 블랙펄인베스트 측에서 관리하며 민00 또는 피고인 이종호가 직접 운용하여 시세조종에 이용한 계좌로 인정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판결문 70쪽
김건희의 계좌 잔고를 정확히 적은 엑셀파일이 사무실에서 나왔는데도 이종호는 김건희와 직접 연락을 하는 사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검사 : 증인이나 민00이 당시 김건희나 김건희 측에 연락한 것인가요

이종호 : 김건희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검사  : 증인이나 민00 씨가 직접 연락할 수 있는 관계였는가요?

이종호 : 저는 김건희 씨 전화번호를 모릅니다.

검사 : 그 당시에 말씀인가요

이종호 : 네 

검사 :  그 당시에 김건희 씨한테 직접 연락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었다는 말인가요

이종호 : 그 당시에는 김건희 씨 전화번호를 모릅니다. 

검사 : 당시 증인은 김건희 씨를 권오수의 지인 정도로 알고 있었지요.

이종호 : 예

이종호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증인 신문 중(2022.4.8.)

김건희가 이종호에게 빌려준 15억 원

이종호가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관리하기는커녕 “김건희 씨의 연락처도 몰랐다”고 주장하자 검사는 또다른 정황 증거를 제시한다. 뉴스타파가 지난해 9월 보도한 내용이다. 
검사 : 증인 인스프리트하고 에쓰퍼트라는 회사를 알고 있지요.

이종호 : 알고 있습니다. 

검사 : 블랙펄에서 그 회사에 투자한 적 있지요.

이종호 : 있습니다.

검사 : 블랙펄에서 투자할 때 그 자금을 김건희 씨로부터 15억 원을 빌려서 투자한 적 있나요.

이종호 : 있습니다.

검사 : 그때 그 연락은 누가 했나요

이종호 : 권오수 사장이 해줬습니다.

검사 : 그때 연락을 해서 그냥 돈만 받았나요. 증인이 직접 연락을 했나요

이종호 : 그때 당시에 제가 권오수 사장님한테 자금을 부탁했고, 권오수 사장님이 자기가 자금이 없으니까 알아봐준다고 하고 김건희 씨 자금이 저희 회사에 들어와서 투자했던 겁니다.

검사 : 증인의 입장은 김건희 씨하고 증인은 직접 연락한 적이 없다는 것인가요

이종호 : 예 그 자금 문제로 통화한 적 없습니다. 

이종호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증인 신문 중(2022.4.8.)
인스프리트와 그 자회사인 엔스퍼트는 2011년 당시 삼성에 이어 한국에서 두 번째로 태블릿 PC를 만들어 큰 관심을 모았던 회사다. 삼성이 갤럭시탭을 SKT에 독점공급했기 때문에 KT는 인스프리트로부터 태블릿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고, 이에 두 회사의 주가는 크게 올랐다. 그러나 두 회사의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태블릿PC가 오작동을 일으킨다는 신고가 잇따르자 KT가 공급 계약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자금난에 시달리다 이듬해인 2012년 상장 폐지됐다. 상장 폐지 전 대주주들이 주식을 먼저 팔아치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어 한국거래소의 조사를 받는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12032703501)
이종호의 블랙펄인베스트가 인스프리트와 엔스퍼트에 어떤 방식으로 투자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단순히 주식을 사는 방식으로 투자한 것이 아니라 대주주와 직접 연락을 한 것으로 보이는 진술을 이종호가 법정에서 했기 때문이다. 
검사 : 증인은 증인 사무실에서 권오수 명의의 삼성증권 카드가 나온 건 알고 있지요?

이종호 : 알고 있습니다.

검사 : 삼성증권 카드가 증인의 사무실에서 나온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종호 : 그때 엔스퍼트라는 회사에 저희가 돈을 투자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회사에서 대주주 지분이 부족해서 연말에 그때 당시에 주권이 있는 상태였는데 주권을 모아서 도와줄 수 있느냐 해서 지인들한테 얘기해서 그걸 갖고 있는 분들의 카드를 받아서 동의하에 주권을 받았다가 이틀인가 후에 다시 돌려주는 과정에서 그 카드를 몇몇 사람 것을 보유했었습니다. 

이종호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증인 신문 중(2022.5.6.)
자세한 경위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종호가 김건희로부터 15억 원을 빌려 장내에서 주식을 사는 것과는 다른, 일반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투자를 한 것으로 보이고 투자를 받은 회사는 대주주 먹튀 논란과 함께 이듬해 상장 폐지되었다는 것이다. 이종호가 김건희에게 언제 돈을 상환했는지, 상환하면서 이자나 수익금을 함께 지급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건희에 수천만 원 차익 안겨 준 ‘신주인수권’ 거래, 이종호도 개입

이종호와 김건희 사이의 접점은 또 있다. 지난 2021년 7월 뉴스타파가 보도한 것처럼 김건희는 권오수 회장으로부터 도이치모터스의 신주인수권을 사들인 뒤 되팔아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2억 원 가량의 차익을 봤는데, 이종호 역시 같은 시기 신주인수권 거래에 관여한 정황이다. 
2011년 12월 산업은행은 도이치모터스의 신주인수권부 사채 250억 원 어치를 사들였다. 사채는 사채인데 250억 원 어치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이 붙어있는 사채라 '신주인수권부' 사채다. 분리형이라 신주인수권만 따로 떼어 팔 수도 있었다. (현재는 분리형의 발행이 금지되어 있다.) 
권오수는 산업은행으로부터 150억 원 어치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을 7억 5천만 원에 사들였다. 그리고 이 신주인수권을 순차적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팔았는데 김건희도 그 중 하나였다. 2012년 11월 13일 김건희는 권오수로부터 20억 원 어치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을 1억 원 어치 샀고, 이듬해인 2013년 6월 27일 이 가운데 17억 원에 해당하는 신주인수권을 1억 5천 6백만 원에 사모펀드에 팔았다. 나머지 3억 원 어치는 주식으로 전환했다. 6개월 사이 5천 6백만 원 이상(신주인수권 차액 + 주식 전환 차액)의 수익을 올린 것이다. 
그런데 권오수가 확보한 150억 원 어치 도이치모터스 신주인수권 거래에 블랙펄인베스트의 이종호가 관여한 정황이 공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종호는 권오수로부터 일정한 양의 신주인수권을 받아 이를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많이 산 ‘큰 손’ 투자자 서 모 씨에게 주기로 계약했다. 즉 주가 부양을 위해 주식을 사줄 수 있는 투자자에게 그 대가로 나중에 이득을 볼 수 있는 신주인수권을 주기로 약속을 한 것이다. 투자자가 약속대로 주식을 사지 않아 계약은 취소됐다. 
김건희에게 신주인수권을 배분하는 과정에도 이종호가 직접 개입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도이치모터스 신주인수권이라는 이득을 매개로 이종호와 김건희가 함께 엮여 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종호 “권오수 소개 전 김건희 알았다”

이종호와 김건희는 이렇듯 여러 경제적 이해 관계로 엮여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종호는 김건희와 직접 연락하는 사이가 아니라며, 모든 거래는 권오수를 통해서 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재판 과정에서 이종호와 김건희 사이의 또다른 인연을 유추할 수있는 문답이 나왔다. 즉, 권오수가 소개하기 전부터 이종호가 김건희를 알았다는 것이다.  
검사 : 권오수씨로부터 김건희 씨를 소개받은 적 있는가요.

이종호 : 아닙니다. 김건희 씨는 권오수 씨를 알기 전에… 이름이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서 회장님이라는 분이 우연한 기회에 식사 자리에서 소개해서 소개를 받았고, 그 다음에 권오수 사장님을 알고 나서 권오수 사장님을 통해서 또 소개를 받아서 그래서 알고 있습니다.

이종호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증인 신문 중(2022.4.8.)
이종호 : 김건희 씨는 권오수 대표한테 소개를 받은 게 아니라 서00이라는 분이 계세요. 권오수 대표님을 만나기 전에 소개를 받았습니다. 

이종호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증인 신문 중(2022.5.6.)
다만 이종호와 김건희를 소개해줬다는 서00 회장과 관련해서는, 공판기록에 이름만 나와있을 뿐 다른 신상 정보가 나오지 않아 정확히 누구인지 특정하기 어려웠다. 

이종호, 압수수색 당시 휴대전화 파손... 김건희와 관계는 '미궁'

이종호는 정말로 김건희 여사와 직접 연락을 한 적이 없을까. 여러 의심이 가는 정황에도 검찰은 이종호의 주장을 객관적으로 탄핵하지 못했다. 물증이 없었기 때문이다. 2021년 9월 7일 검찰이 블랙펄인베스트 사무실을 압수수색하자 이종호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파손했다. 
검사 : 증인은 2021.9.7 검찰의 블랙펄 인베스트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당일 증인의 휴대전화를 부서뜨려 버린 사실이 있지요?

이종호 : 네 

검사 : 증인은 당일 아침 이0 씨의 연락을 받은 직후 권오수 씨와 통화를 하였는데, 맞는가요

이종호 :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이종호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증인 신문 중(2022.4.8.)
검찰이 파손된 휴대전화라도 수거해 포렌식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도이치모터스 사건 1심 재판 판결문에 제시된 증거 목록에는 이종호의 휴대전화나 그로부터 추출된 것으로 보이는 정보가 전혀 없다. 
이에 따라 여러 경제적 이해관계로 얽혀있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선수' 이종호 씨와 김건희 여사가 정말로 직접 연락을 주고받지 않는 사이인지 여부는 규명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
제작진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