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명의 경찰이 삼성에 재취업한 이유

2018년 08월 30일 16시 44분

최근 삼성그룹의 노조 와해 공작인 일명 ‘그린화 작업’에 대한 검찰의 수사로 삼성과 경찰의 유착 의혹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12년 이후 경찰 출신 퇴직공무원 13명이 삼성전자서비스에 대거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전자서비스 재취업 경찰 13명 확인

뉴스타파가 인사혁신처와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퇴직공직자 재취업 현황 자료, 취업심사 자료, 국회 유동수 의원실 자료 등을 취합한 결과 2012년 이후 15명의 경찰청 퇴직공무원이 삼성전자서비스에 취업했거나 취업을 위해 심사를 요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서비스에 따르면 이 중 실제 취업한 인원은 13명으로 현재 6명이 근무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경찰 출신 퇴직공무원을 ‘법무컨설턴트’라는 직위로 채용하기 시작한 것은 2012년이다. 회사 측은 “2011년 말 고객이 수리기사를 협박해 상습적으로 제품 교환·환불을 받고 재산상 이익을 취한 사례가 발생해 2012년부터 (경찰 채용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서비스에 따르면 법무컨설턴트는 1년 계약직으로 필요에 따라 연장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인사혁신처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일부 경찰은 퇴직 후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하지 않고 삼성전자서비스에 임의취업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퇴직 당시 이들의 직급은 경위, 경감, 경정으로 주로 중간급 간부였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왜 경찰 출신 인사들을 이렇게 대거 채용한 것일까.

삼성 측은 이들이 일종의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비스센터에서 발생하는 재물손괴, 폭행, 업무 방해 등으로부터 회사의 재산과 근무자를 보호”하고 “사건·사고 발생 시 행동 요령 및 조치 방법을 교육”하는 등의 컨설팅 업무를 담당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블랙컨슈머’, 즉 진상 고객에 대처하기 위해 경찰 출신 인사들을 채용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고객 서비스 업무를 주로 담당하는 다른 대기업들에 문의한 결과 블랙컨슈머에 대처하기 위해 경찰 출신을 채용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거 그랬다가 큰일나요. 우리 입장에서는 고객인데 고객을 (블랙컨슈머로) 낙인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식으로 본다는 것은 선입견이 생길 수도 있고 판단을 잘못할 수도 있는 거고요. (일반적인 것은) 아니죠. 일반 기업에서 그런 게 별로 없을텐데…

A자동차 관계자

저희가 예전에 한번 이렇게(경찰 출신 채용을) 해볼까 하고 고민을 해본 적은 있는데 퇴직 경찰을 채용한 사례나 진행을 한 적은 없다고 하네요. 한번 정도는 그렇게 해보면 어떨까 했는데 그거는 실효성이 없어서 아예 시도해보지 않고 무산을 시켰다고 합니다.

B전자 관계자
▲ 수원 영통구에 있는 삼성전자서비스 본사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은 회사 측이 노무 관리를 위해 퇴직 경찰들을 채용해온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오기형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정책위원은 “원청(삼성전자서비스)은 노동자들이 별로 없으니까 원청에서 노무관리를 할 필요는 없고 하청업체들의 노무관리를 경찰이 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며 “형법상 파업이 업무방해가 될 수 있는데 노조가 쟁의행위를 할 때 그런 부분을 유도하고 채증하는 것을 원청 팀장이나 하청업체 사장들에게 교육하는 역할을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2012년 복수노조 허용, 삼성 내 노조 가능성 높을 때 경찰 채용

삼성전자서비스 측이 퇴직 경찰을 법무컨설턴트로 채용하기 시작한 2012년에는 복수노조 제도가 도입돼 삼성그룹 내에도 얼마든지 노조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는 2013년 설립됐다.

삼성전자서비스는 경찰을 2012년 채용하기 시작했지만, 삼성그룹 내에서는 경찰 출신 인사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인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공작에 관여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강 모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부사장이 대표적이다. 강 부사장은 경찰대 2기 출신이다. 강 부사장의 경찰대 한 기수 아래인 김 모  삼성전자 대외협력팀 전무도 과거 인사업무를 담당했었다.

삼성, 전직 경찰 채용 그리고 현직 경찰과도 유착

삼성은 노조 와해 공작을 위해 현직 경찰과도 유착했다. 지난 7월 26일에 구속기소된 김 모 전 경찰청 정보국 간부(경정)는 현직에 있을 때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관련 정보를 삼성 측에 흘려주고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김 전 경정은 과거 노조 파괴 전문법인이었던 창조컨설팅의 유관기관 메일주소록에도 등장한 바 있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창조컨설팅 관계자는 최근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조사 과정에서 “사장이라고 지칭하는 사람을 만나 경찰 쪽을 움직인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장’이라고 지칭하는 사람이 바로 김 전 경정이었다. 경찰을 노조 파괴에 활용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2012년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으로 창조컨설팅 유관기관 메일주소록을 처음 폭로했던 은수미 현 성남시장은 “당시 (노조 와해) 작전 세력에 대해 조사해야한다고 (고용노동부에) 주소록까지 제시했지만 폐기처분됐다가 6년 후에 이 자료가 다시 살아난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노동문제는 언제나 공안사건으로 다뤄졌다. 그래서 경찰과 검찰, 국정원이 개입하게 된다. 이것부터 고쳐져야 한다”고 은 시장은 덧붙였다.

최근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2014년 5월 고 염호석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분회장의 장례식 당일 경찰의 진압, 출동 과정에 대해 진상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 구속기소된 최 모 삼성전자서비스 전무의 공소장에 따르면 삼성 측은 당시 고 염호석 분회장의 유언에 따라 노동조합장을 치르려 했던 부친을 가족장을 치르도록 설득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정보망’을 이용해 부친을 설득할 지인을 브로커로 섭외하기도 했다. 삼성이 고 염호석 분회장의 아버지에게 6억 원을 전달하는 자리에도 김 전 경정이 있었던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장례식 당일 112 신고도 받기 전에 경찰이 출동과 진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삼성 측과 어떤 식으로 유착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진다면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취재 조현미
촬영 김기철
편집 박서영
CG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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