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이 극찬하더라” 쏟아지는 이해충돌 증거들

2024년 07월 04일 17시 49분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위원장은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한 혐의로 경찰 수사와 권익위 조사를 받고 있다. 무려 7개월간 수사와 조사가 이어지고 있는데 류 위원장은 지난주 국회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류 위원장이 직접 방심위 직원들을 민원 정보 유출로 검찰에 고발하고 한 달도 안 돼 방심위에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 경찰 십여 명이 압수수색을 위해 들이닥쳤던 것과 확연히 비교된다.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에도 류 위원장에게 청부민원 의혹을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류 위원장이 이해충돌 문제를 보고받고 심의를 시작하기 전에 인지했음에도 심의에 참석해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했다는 새로운 증거들이 등장했다.

동생 민원 보고했더니 “위원장이 극찬하더라"

류 위원장의 친동생은 지난해 9월 5일과 6일 2건씩 총 4건의 민원을 신청했다. 민원 대상은 MBC와 KBS의 뉴스타파 김만배 녹취록 인용보도, 그리고 JTBC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 보도(2022년 2월 21일, 28일 보도)였다.
위원장의 친동생이 민원을 접수한 사실을 방심위 직원들이 처음 인지한 시점은 9월 13일이다. 담당 직원은 다른 직원과의 SNS 대화에서 “류희림 위원장이 신속심의 올리자 하고 국힘(추천) 위원들이 동의해서 19일 (방송)소위에 올라간다”며 “(친동생)민원 2건이 위원장 친형제가 넣은 건”이라며 “친형제인 건 99.9% 확실하다”고 말했다.
접수된 민원 중 류 위원장의 친동생의 민원이 접수된 사실을 발견한 담당직원이 동료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2023.9.13.)
다음날인 14일 오전, 담당 직원은 류 위원장에게 보고할 문서를 작성했다. 붙임 문서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임직원 이해충돌 방지 규칙’을 첨부했다. 직원들은 “이 정도 건이면 보고 안 하고 나중에 알려지는 게 더 리스크가 클 듯”이라며 즉시 보고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9월 14일 류 위원장에게 보고용으로 작성된 ‘류 위원장 친동생 민원 관련 보고’
류 위원장에게 이 문서를 직접 보고한 직원은 당시 팀장이었던 장경식 국제협력단장이다. 국회에서 공개된 방심위 출입기록에 따르면 장 단장은 9월 14일 오후 1시 56분, 류희림 위원장의 집무실이 있던 19층에 출입했다. 
직원들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와 더불어 류희림 위원장의 집무실이 있는 19층에 장 팀장이 오후 1:56분에 출입한 기록까지 제시됐다.
오후 2시 34분 담당직원은 “팀장이 위원장실에 보고 갔다 왔다"며 "위원장이 잘 찾았다고 팀장을 극찬”했다는 소식을 동료 직원에게 전했다. 그러면서 류 위원장이 “안 그래도 비서실한테 OOO에 연락해서 민원 넣은 거 전부 취하시키도록 하고 있었다고”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팀장이 동생 민원 사실을 류 위원장에게 보고하자 류 위원장이 '잘 찾았다고 팀장을 극찬했다'는 카카오톡 메시지(2023.9.14.)
류희림에 대한 보고가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 9월 14일을 기준으로 청부 의심 민원 신청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날 미디어연대 박우귀 대표가 자신이 넣은 민원 취하 신청을 했고, 다음날 류희림의 친동생 류 모 씨도 취하 신청을 했다. 며칠 뒤 류 위원장이 경주엑스포 대표 시절 함께 근무했던 직원 김 모 씨도 민원 취하 신청을 했다. 동생 민원이 발각되자 수상한 민원들이 일제히 멈춘 것이다. (관련 보도: 류희림 동생 민원 발각 뒤 일제히 민원 제출 멈춰(2024.1.11.))

“보고한 적 없습니다”와 “보고받은 적 없습니다”

직원들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와 방심위 내부 출입 기록까지 증거로 제시됐지만 보고자로 지목된 장경식 단장은 보고한 적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장 단장은 “극찬 받았다는 내용은 제가 알지 못하는 내용”이라고 답했고, 출입기록이 남은 이유에 대해서는 “오후에 굉장히 바빴기 때문에 계단으로 갈 수도 있고 엘리베이터로 갈 수도 있다”며 횡설수설했다.
류 위원장도 “보고받은 적 없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류 위원장은 9월 14일에 작성된 ‘친동생 민원 사실 보고’뿐 아니라 같은달 27일 방심위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류희림 위원장님 왜 뉴스타파 인용보도 심의 회피 안 하십니까’라는 글도 보고받은 적 없다고 부인했다. 
이날 국회 과방위 회의에는 지난해 12월 류희림 위원장의 동생을 직접 만나 취재한 뉴스타파 봉지욱 기자가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봉지욱 기자에 따르면 당시 류 위원장의 동생은 자기가 어떤 민원을 냈는지 알지 못했다. 동생 류 씨는 “아는 지인이 이런 얘기가 돌고 있다. 네가 속는 셈 치고 한 번 해보라며 민원을 넣어달라고 했다"며 “아는 지인은 형의 후배”라고 답했다. 민원을 취하한 이유에 대해서는 “형이 위원장으로 있어서 2,3일 뒤에 후회가 됐다”고 말했다. 
왼쪽은 황성욱 방심위 상임위원, 오른쪽이 류희림 방심위원장

류희림의 언론 겁박 1년... 임명권자 윤석열 동의없이 가능했나

한달 뒤면 윤석열 대통령이 류 위원장을 방심위원장 자리에 앉힌 지 1년이 된다. 류희림 방심위는 1년동안 청부 민원과, 정치 심의, 과잉 징계를 통해 정부 비판 언론을 겁박해 왔다. 그 과정에서 현행법 위반 혐의마저 드러났지만 수사는 지지부진하고, 류희림 위원장은 국회에서조차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부조리가 임명권자의 묵인없이 이뤄진 것인지 국민이 묻고 있다.
제작진
촬영정형민
편집박서영
디자인이도현
C.G.정동우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