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은 또 하청노동자 몫...정부 방관이 GM 위기 불렀다
2018년 02월 23일 18시 48분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공장 폐쇄가 발표됐다. 설 연휴를 사흘 앞둔 시점이었다. 이미 한 달 전 자동차 생산을 중단해 휴업 상태였다. 한국지엠(GM) 측은 경영악화를 내걸었다. 글로벌 기업 지엠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한지 15년 만의 일이다. 한때 한해 26만 대의 차량을 생산하고 4천여 명의 노동자가 일하던 때도 있었다.
군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200여 명에게 문자메시지가 왔다. 폐쇄를 발표한지 보름 만이었다. 4월 1일부로 근로계약을 해지한다는 해고 통보였다. 문자 메시지 내용은 이렇다.
당사는 2018년 2월 13일 한국지엠(주) 군산공장 폐쇄 결정으로 한국지엠(주)와 도급계약이 2018년 3월 31일 종료됨으로 인해 부득이 근로기준법 제26조, 제27조, 취업규칙 22조, 근로계약서에 의거하여 2018년 4월 1일부로 근로계약을 해지합니다. 그동안 귀하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3년 전인 2015년에도 비정규직 노동자 500여 명이 해고됐다. 그때도 경영 실적이 악화돼 공장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집에도 서류 봉투가 날라왔다. 희망퇴직 신청서와 함께 사직서였다. 퇴직일을 따로 선택하지 않을 경우 2018년 5월 31일 자로 퇴직 처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노동자는 언제나 정리 대상 1순위다.
공장 폐쇄 발표로 인한 직격탄은 협력업체에게도 날라왔다. 자동차 범퍼 등을 사출, 도장하는 업체 대표 전광열 씨는 2006년 전북 정읍에서 군산으로 공장을 옮겼다.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지엠 공장에만 납품해왔다. 하지만 최근 군산 공장 일은 접었다고 말한다.
자동차 공장이 들어서면 피라미드 구조의 하청 생태계가 형성된다. 한국지엠 군산 공장과 직접 계약을 맺고 있는 1,2차 협력업체만 130곳으로 집계된다. 이들 1,2차 업체에 다시 납품하는 3차 협력업체도 많다.
<목격자들> 제작진은 한 업체를 찾았다. 단계로 치면 3차 하청업체에 해당한다고 했다. 철근을 규격대로 잘라서 2차 협력업체에 납품해왔다. 직접적인 계약관계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한국지엠 군산공장 관련한 일만 해왔다고 한다. 군산공장 폐쇄 소식이 전해지자 당장 은행에서 대출 원금 상환 압력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번주 뉴스타파 <목격자들>은 글로벌기업 지엠이 군산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한 배경이 무엇인지, 한국지엠이 밝히는 경영실적 악화의 실상은 무엇인지, 이번 폐쇄 결정으로 인해 군산 지역사회와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파장을 취재했다.
취재작가 김지음
촬영 남태제
글 구성 김근라
취재 연출 권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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