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원 손실' 책임은 론스타 내부에 있었다

2015년 06월 25일 0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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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9일 우리 정부와 론스타의 5조원대 ISD(투자자 국가소송) 두번째 심리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외환은행 매각 무산의 책임이 한국 정부가 아닌 론스타 펀드 자체 내에 있다는 사실을 론스타가 스스로 인정한 문서가 나왔다.

뉴스타파는 론스타가 스티븐 리를 상대로 지난 2009년 7월 16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카운티 법원에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의 소장을 단독 입수했다. 스티븐 리는 론스타펀드의 파트너이자 론스타펀드가 한국내 투자를 위해 만든 자회사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LSAK)와 허드슨어드바이저코리아(HAK)의 전 대표다.

원고는 론스타펀드Ⅳ 미국 L.P., 론스타펀드Ⅳ 버뮤다 L.P., LSF-KEB 홀딩스 SCA 등 3곳으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며 전면에 내세운 페이퍼 컴퍼니들이다. 특히 LSF-KEB 홀딩스 SCA는 이번 ISD 소송 주체 중 한 곳이다. 론스타는 지난 2007년 HSBC에 외환은행 지분 51%를 약 59억 달러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한국 정부에 매각 승인을 요청했다. 당시 정부는 론스타에 대한 세무조사와 함께 외환은행과 외환카드 합병과정에서 벌어진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 이에 따른 법정 공방 등의 이유로 매각 승인을 보류했다.

계약이행이 지연되는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HSBC는 론스타와 맺은 계약을 파기했다. 론스타는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스티븐 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론스타는 소장에서 스티븐 리의 불법 행위를 자세히 나열하며, ‘피고(스티븐 리)의 불법 행위의 결과로 HSBC와 거래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했다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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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는 또 ‘피고의 사기 행위 결과로 이어진 정부 승인 지연이 없었더라면 HSBC에 대한 매각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기 전인 2008년 4월 30일 이전에 마무리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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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는 시종일관 스티븐 리의 불법적인 행위가 없었더라면 외환은행에 대한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 정부가 진행중인 조사에 협력해 스티븐 리의 불법 행위를 한국 정부 기관에 알려줬다”며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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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는 지난 2009년 미국 텍사스 소송에서는 외환은행 매각 무산의 책임이 스티븐 리에 있다고 주장하다가, 현재 ISD에서는 우리 정부에 주원인이 있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이는 앞선 주장에 모순되는 주장을 하면 안 된다는 법률상의 원칙인 ‘금반언’을 위배한 것으로 ISD 중재 재판에서 론스타측에게 불리하게 작용될 전망이다.

선재성 사법연수원 교수는 “우리 정부의 귀책 사유로 외환은행의 매각 승인이 지연된 것이 아니라 론스타의 한국내 책임자의 사기 행위에 의한 것이고 그에 따라 우리 정부의 매각 승인 거부는 타당한 조치임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변 국제통상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기호 변호사는 “이 소장이 론스타가 ISD에서 주장하고 있는 핵심 쟁점을 상당히 무력화하는 중요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론스타 스스로 내부 책임자의 불법 행위가 외환은행 매각 승인 지연의 직접적이고 주된 원인이라고 인정한 사실이 드러난만큼, 정부는 ISD 중재재판에서 론스타의 억지 주장을 낱낱이 들춰내 국민의 세금이 헛되이 낭비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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