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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gratulations!' 축하해요 김복동!

2019년 11월 13일 16시 31분

‘Congratulations!’ 축하해요!

벨기에 브뤼셀의 시네마 갤러리에서 영화 ‘김복동’이 상영됐습니다. 영화를 관람하고 나오는 현지 관객들이 그 자리에 서 있는 저에게 건넨 첫마디는 ‘Congratulations!’ 이었습니다. 극장 문을 나서는 관객들에게 영화를 감상해준 데 데해 감사 인사를 건네는데, ‘축하한다’는 말이 돌아온 것입니다. 이 영화를 두고 ‘축하한다’는 말을 들을 것이라고는 사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영화 ‘김복동'은 분명 해결되지 않은 우리의 슬픈 역사를 다룰 뿐 아니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의 삶을 그렸기에 그 ‘축하한다’는 말이 어색하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벨기에 현지 기자는 관객들의 이 ‘축하한다'는 말이 이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유럽인들에게도 전쟁에 관한 주제는 여전히 다루기 어려운 주제입니다. 

특히, 일본군성노예제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접근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영화를 본 후 ‘축하한다’고 표현하는 것은 

내면을 깊이 자극하고, 감동을 전하는 영화를 감상했을 때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저희 유럽인들의 입장에서도 굉장히 어려운 주제를 

훌륭한 작품으로 만들어 낸 것에 대한 축하의 의미를 ‘축하한다'는 말이 담고 있는 것입니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훌륭한 작품을 만든 데 대해 진심으로 축하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죠.

마힌 스포 기자

▲ 영화 ‘김복동’이 상영된 벨기에 브뤼셀의 ‘씨네마 갤러리’(Cinema Galeries) 극장 앞

제7회 브뤼셀 한국영화제, 영화 ‘김복동’ 상영

저는 이번에 영화 ‘김복동’ 상영을 위해 벨기에 브뤼셀에 다녀왔습니다. 주 벨기에 한국문화원에서 개최한 제7회 브뤼셀 한국영화제에서 영화 ‘김복동’이 유럽 관객들에게 처음 소개가 되면서 감독의 자격으로 영화제에 초청을 받았습니다. 영화 ‘김복동’은 현지 시각으로 지난 11월 8일 금요일 저녁 7시, 브뤼셀 중심가에 위치한 ‘시네마 갤러리’(Cinema Galeries) 라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극장에서 상영 됐습니다. 약 150여 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았습니다. 주 벨기에 한국문화원 담당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다큐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벨기에 시민들의 영화 ‘김복동'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고 합니다. 또 주 벨기에 한국문화원이 현지인들에게 티켓을 무료로 배포하는 것이 아니었음에도, 관심 있는 현지 관객들이 직접 티켓을 구매해 영화를 관람한 것이 높은 반응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할 때만 해도 저는 ‘유럽 사람들이 김복동 할머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가 일제 식민지배 하에 겪었던 아물지 않은 상처를 이들이 제대로 느낄 수 있을까?’ 우려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유럽인들이 아무리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많은 정보를 접해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아픔까지 공감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어떻게 할머니의 마음을 설명할 수 있을지가 영화제로 향하는 저의 숙제였습니다. 


▲ 영화 ‘김복동' 관람을 위해 영화 티켓을 구매 중인 벨기에 시민들

할머니의 마음을 깊이 공감하다 

사실, 궁금했던 것은 영화를 보는 관객수 그 자체 보다는 이 영화를 보는 현지인들의 반응이었습니다. 과연 한국의 관객들처럼 반응하고 아파할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더구나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이 관객들의 접근을 어렵게 하지 않을까 걱정도 컸습니다. 드디어 영화가 시작되고, 저도 객석에 앉았습니다. 그들과 함께 영화를 보며 영화에 대한 반응을 살폈습니다. 조마조마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극장에 불이 모두 꺼지고, 깜깜한 공간 속 스크린을 통해 김복동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영화가 시작된 것입니다. 오래도록 손을 씻으며, 자신이 겪은 일을 설명하는 김복동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관객들은 숨죽인 채 영화가 말하는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영화 속 할머니의 강인함을 느끼고, 소소한 일상이 주는 즐거움도 함께 했습니다. 할머니의 노래자락에 미소 짓고, 할머니의 속울음을 느꼈습니다.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특히, 아베 총리의 의회 발언 장면에서는 여기저기서 탄식도 흘러나왔습니다. 김복동의 마음을 이 사람들도 느끼는구나. 안도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윤미래 씨의 노래 ‘꽃' 이 흘러나오는 순간부터 관객들은 박수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박수는 노래가 끝나고 객석이 불이 켜질 때까지 계속 됐습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부터 김복동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박수였습니다. 관객들이 “김복동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되어달라”는 영화의 마지막 부탁에 화답해주는 듯했습니다. 할머니의 마음을 공감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말끔히 사라지는 그런 따뜻한 박수였습니다. 


▲ 영화 상영이 끝난 후 관객들의 박수가 오래도록 이어졌다 (사진 : 주 벨기에 한국문화원)

무거운 주제를 멋진 영화로 만들었다

감독과의 대화가 시작됐습니다. 사회는 이 지역에서 영화 기자로 활동하는 쎄드릭 루스 씨가 맡았습니다. 그는 먼저 이 영화를 제작하는 데 일본 정부의 압박은 없었는지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는지 물었습니다. 일본 정부가 민간이 제작하는 영화에 대해 왈가왈부 할 입장이 아니라는 점과 김복동 할머니가 없는 상황에서 영화를 만들었기에 할머니의 마음을 끊임없이 짐작하고 떠올려야만 했던 것이 작업을 하며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고 대답했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한국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는지도 궁금해 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본 8만 6천의 많은 관객들은 한결같이 ‘30년 가까운 시간동안 피해자들의 싸움이 계속됐는데도 불구하고 같은 나라의 국민으로서 이런 사실을 잘 몰랐던 것에 대해 할머니들께 미안해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고 말하게 만드는 영화라고 설명했습니다. 스스로를 반성하고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라는 평이 가장 많았다고요. 그것이 한국 관객들이 영화 ‘김복동'을 바라보는 관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영화 ‘김복동' 상영 후 이어진 감독과의 대화 (사진 : 주 벨기에 한국문화원)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들도 이어졌습니다. 

“감동적이었다. 무거운 주제인데 멋진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영화가 영상 미학적으로도 훌륭했다”

“이 문제가 단지 한국과 일본 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전 인류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피해자가 모두 세상을 떠나더라도 이 영화는 남을 것이다"

“김복동 할머니가 제게 많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저도 인간으로서 이 인간존엄성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

관객들은 영화 제목을 피해 당사자의 이름인 ‘김복동' (영문 제목 ‘My name is KIM Bok-dong’)이라고 한 이유에 대해서도 궁금해 했습니다. 저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92년 1월 첫 수요시위를 통해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들이 

거리에서 문제해결을 위한 싸움을 시작한 이래, 이들은 그저 할머니, 피해자로만 살아 왔습니다. 

30년 가까운 시간을 싸워왔는데 그들의 싸움 속에 피해자라는 말만 있을 뿐 

우리 가슴에 남아 있는 이름 한명이 없다는 것이 좀 서글펐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 싸움을 지속해온 사람 중 한명인 김복동이라는 사람의 활동을 주목했습니다. 

그는 지난 1월에 세상을 떠났습니다만, 그가 이 운동에 남긴 족적은 굉장합니다. 

김복동의 삶을 통해 30년 가까운 일본군성노예제 싸움의 역사를 돌아보는 영화를 만드는 것, 

그것이 이 영화의 제목을 ‘김복동'으로 정한 이유였습니다.

▲ 벨기에 관객들에게 인사하는 영화 ‘김복동' 송원근 감독 (사진 : 주 벨기에 한국문화원)

영화가 가진 힘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

“할머니의 들꽃같은 삶이 세계 곳곳에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오늘 영화를 본 여러분이 여러분의 주변에 이 영화를 많이 알려달라”는 부탁을 마지막으로 저는 벨기에 시민 관객들에게 마지막으로 깊이 고개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영화가 끝났을 때보다 더 큰 박수가 나왔습니다. 그 박수는 영화관을 빠져나오는 내내 계속 됐습니다. 깊고 긴 박수였습니다. 김복동의 이름을 이들의 마음에 남겼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벅찬 기분도 들었습니다. 영화가 가진 힘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벨기에에 와서 영화 ‘김복동'을 상영하며 가장 인상적이라고 느낀 점은 한국과 벨기에 관객들의 질문이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한국과 일본 만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아닌, 인류가 여전히 해결해야 할 보편적인 인권의 문제, 인간 존엄성 회복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 속 살아있는 김복동의 이야기에 지구 반대편의 나라 시민들도 공감할 수 있음을 확인하는 것 만으로도 감독인 저에게는 의미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김복동은 비록 세상을 떠났지만 영화 ‘김복동'으로 남아 그 이름을 세계 곳곳에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영화는 그 자체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영화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이 문제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새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김복동이라는 이름을 온 세상이 기억하고 새길 수 있도록 이제는 우리가 김복동 할머니의 무거운 짐을 나누어 져야 할 때입니다.

제작진
  • 취재
  • 디자인
  • 송원근
  • 이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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