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장관의 거짓말... 검찰 업추비 영수증 구매내역도 가렸다

2023년 08월 02일 14시 00분

법원 판결대로 검찰의 예산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국회 발언과 달리, 대검찰청을 비롯한 각 지방검찰청은 업무추진비 지출 증빙자료에서 ‘개인식별정보를 제외한 모든 부분을 공개하라’는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한 채, ‘정보 은폐’를 조직적으로 벌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부터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 그리고 ‘검찰 예산 검증 공동 취재단(이하 공동 취재단)’에 참여한 5개 언론사는 대검찰청 등 전국 67개의 검찰청에서 사용한 특수활동비, 업무추진비, 특정업무경비 예산의 자료를 받아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동 취재단은 대검찰청을 필두로 전국 지방검찰청이 업무추진비 영수증에 있는 ‘상호’와 ‘결제 시간’뿐 아니라, ‘세부 구매내역’까지 무단 삭제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같은 검찰의 조직적인 정보 무단 삭제는 법원 판결 무시를 넘어, 검찰의 권한을 남용해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검증을 방해한 것으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를 적용해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동훈 장관은 지난달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대법원 판결에 맞춰서 검찰의 예산 자료를 공개하고 있냐’는 김도읍 법사위원장의 질의에 “정확한 그 기준(대법원 판결)에 맞춰서 (공개)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검찰 사무 최고 감독권’을 가진 법무부 장관이 ‘문제 없이 예산 자료가 공개되고 있다’는 취지의 ‘허위 주장’을 퍼뜨린 것이다. 
▲ 지난 26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 출석해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대법원 “업무추진비 지출증빙서류에서 개인식별정보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공개하라”

지난 4월 대법원은 검찰 예산 자료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3년 5개월을 끌어온 행정소송에서 결국 검찰은 패소했고,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가 일부 승소한 것이다. 대법원에서 확정된 판결문에서 업무추진비 공개 범위를 결정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 업무추진비 집행 건에 대한 지출증빙서류(지출결의서, 내부결재서류, 신용카드영수증, 현금수령증, 계산서, 세금계산서 등 지출을 증빙하는 서류)
●  업무추진비 집행 건에 대한 지출증빙서류(지출결의서, 내부결재서류, 신용카드영수증, 현금수령증, 계산서, 세금계산서 등 지출을 증빙하는 서류) 중 간담회 등 행사 참석자의 소속과 명단, 카드번호, 승인번호, 계좌번호 등의 개인식별정보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판결문에 명확하게 나와 있는 것처럼, 업무추진비 지출 증빙서류에서 검찰이 지울 수 있는 정보는 ‘간담회 등 행사 참석자의 소속과 명단’, 그리고 ‘(영수증상) 카드번호, 승인번호, 계좌번호’ 등 ‘개인식별정보’가 전부다. 
판결문 어디에도 식당 상호와 결제 시간, 상세 구매내역을 비공개하라는 내용은 없다. 검찰에 아무리 유리하게 판결문을 해석해도 상호와 결제 시간, 상세 구매내역은 개인식별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

검찰의 판결 무시 ① 업무추진비 영수증의 ‘상호’, ‘결제 시간’ 무단 삭제

검찰의 업무추진비 정보 은폐는 대검찰청에서 시작됐다. 정보공개 행정소송에서 패소한 대검찰청은 지난 6월 23일 업무추진비 등 예산의 자료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당시 대검찰청에서 자료를 검수하던 뉴스타파 취재진과 세금도둑잡아라의 공동대표 하승수 변호사는 검찰총장이 쓴 업무추진비 영수증에서 ‘상호’와 ‘결제 일시’가 무단으로 삭제된 사실을 확인했다.
하승수 변호사가 “개인식별정보에 해당하지 않는 상호와 결제 일시를 지운 것은 판결 무시에 해당한다”며 항의했지만, 대검찰청 관계자는 “판결 취지에 따라 자료를 공개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 대검찰청은 검찰총장이 쓴 업무추진비의 영수증에서 ‘상호’와 ‘결제 일시’를 무단으로 삭제했다.

검찰의 판결 무시 ② 업무추진비 영수증의 ‘상세 구매내역’ 무단 삭제 

뉴스타파는 지난달 14일부터 경남도민일보, 뉴스민, 뉴스하다. 부산MBC, 충청리뷰 등 전국의 5개 독립언론·공영방송과 협업해, 전국 67개 검찰청을 돌며 검찰이 쓴 예산 자료를 받아내 검증하고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뉴스타파 취재진이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에 갔다. 이날 안산지청이 공개한 예산 자료는 2,250쪽 분량이다. 취재진은 먼저 안산지청이 판결 취지에 맞게 예산 자료를 공개했는지 살폈다.
안산지청도 대검찰청과 마찬가지로 업무추진비 영수증에서 상호와 결제 시간을 무단으로 지웠다.
▲ 안산지청도 대검찰청과 마찬가지로 업무추진비 영수증에서 상호와 결제 시간을 무단으로 지웠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안산지청은 지청장이 쓴 업무추진비 영수증의 ‘상세 구매내역’까지 먹지로 까맣게 가렸다.
2021년 9월 2일, 당시 이정환 안산지청장은 안산시의 한 대형마트에서 업무추진비 41만 6,970원을 썼다. 집행 사유는 ‘2021 통합사무감사 관련 경비’라고 나와 있다. 
마트에서 뭘 샀는지, 실제 사무 감사와 관련한 물품을 구매한 게 맞는지 확인하려면 영수증에 있는 상세 구매내역을 봐야 한다. 하지만 안산지청이 영수증의 상세 구매내역에 먹칠을 해 볼 수 없게 해놨다.
▲ 안산지청은 업무추진비 영수증의 상세 구매내역 부분을 전부 먹칠로 가렸다.
뉴스타파가 업무추진비 상세 구매내역을 삭제한 이유를 묻자 안산지청 관계자는 “판결 취지에 따랐을 뿐”이라고 답했다.
이에 취재진은 “개인식별정보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모두 공개하라”고 명시된 판결문을 보여줬다. 그리고 판결 취지에 따라 자료를 공개한 게 맞는지 다시 물었다.
그러자 안산지청 측은 답변을 피한 채 ‘내부적으로 확인이 필요하다’고 얼버무렸다.
이거는 저희가 안에서 내부적으로 확인해보고 그 다음에 말씀을 해드려야 될 것 같아요. 이거 제가 지울 때는 다 이제 확인하고서 했는데 지금 즉답하기에는...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 관계자

대검찰청을 필두로 전국 검찰청이 조직적인 ‘판결 무시’

뉴스타파가 전국 검찰청의 예산 자료를 받으며 확인한 것은 대검찰청을 필두로 고등검찰청, 지방검찰청, 지청까지 전국의 검찰 조직이 ‘상호’와 ‘결제 일시’를 무단으로 지운 업무추진비 영수증을 공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은 물론, 의정부지방검찰청 남양주지청, 수원지검 안양지청 등 일부 검찰청은 업무추진비 영수증에서 ‘상세 구매내역’까지 무단 삭제했다. 지청장이 국민의 세금으로 뭘 샀는지 검증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뉴스타파가 업무추진비 영수증에서 상세 구매내역 정보를 지운 이유를 묻자, 남양주지청 측은 ‘판결문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판결 취지에 따라서 저희는 이제 작업을 한 거고 그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 있는, 서로 해석하는 부분의 차이가 있잖아요.

의정부지방검찰청 남양주지청 관계자
“업무추진비 지출증빙서류 중 개인식별정보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공개하라”는 판결문에 무슨 해석의 차이가 있다는 걸까. 
취재진이 판결문을 보여주며 다시 묻자, 남양주지청은 ‘영수증의 상세 구매내역이 개인식별정보에 해당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내놨다. 업무추진비로 마트에서 뭘 샀는지, 영수증에 인쇄된 구매 내역이 개인식별정보가 될 수는 없다. 
□ 기자: 여기에 가서 어떤 상품을, 뭘 샀는지가 식별정보라고 보신다는 거예요? 이게 어떻게 식별정보가 될 수 있나요?
■ 남양주지청 관계자: 일단 가서 어떤 걸 먹었고, 이게 수량이 나오고 이러면 몇 명이 참석했고 이런 게 특정이 될 수가 있으니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가 조심스러워서 일단은 가림 처리를 한 거고요.

의정부지방검찰청 남양주지청 관계자와의 대화 

검찰, 특정업무경비 판결 내용을 업무추진비에 적용해 정보 무단 삭제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대법원에서 확정된 판결문을 보면, 특정업무경비 지출증빙서류에서 식사비의 경우 참석자 숫자를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나와 있다. 반면 업무추진비는 간담회 등 행사 참석자의 소속과 명단만 가리라고 했을 뿐, 참석자 숫자를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없다.  
그런데도 안양지청은 특정업무경비의 판결 내용을 마음대로 업무추진비에 적용해 지출 내역에 있는 ‘간담회 참석 인원수’를 삭제했다. 특정업무경비와 업무추진비, 이 두 개의 예산 항목에 대한 법원 판결 내용이 엄연히 다른데도 이를 무시한 것이다.
뉴스타파는 안산지청과 남양주지청, 안양지청 등 문제의 지방검찰청이 내놓은 업무추진비 자료의 수령을 거부하고, 법원의 판결대로 자료를 다시 공개할 것을 요청했다. 
▲ 안양지청의 경우 특정업무경비의 판결 내용을 업무추진비 영수증에 임의로 적용해 간담회 참석 인원수를 삭제했다.

한동훈 장관의 거짓말, 그리고 검찰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

하승수 변호사는 “검찰의 행태가 판결 무시를 넘어, 공무원이 자신의 권한을 남용해 주권자의 알권리를 침해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명백하게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한 거죠. 저의 알권리이기도 하고 사실은 국민들의 알권리이기도 한 건데, 직권남용을 통해서 국민의 알권리 행사를 방해했기 때문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된다고 봅니다. 

하승수 변호사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더 큰 문제는 한동훈 장관의 태도다.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시민의 알권리를 훼손한 검찰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할 장관이 ‘대법원 판결 취지에 정확히 맞춰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는 거짓말로 검찰을 감싸고 있다. 
뉴스타파는 한동훈 장관의 거짓말과 관련해 법무부에 공식적인 반론을 요청했지만, 답변은 오지 않았다. 뉴스타파는 업무추진비 등 검찰 예산 자료의 공개 범위를 명확하게 밝힌 판결문을 한 번 더 공개한다. 
▲ ‘검찰 특수활동비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및 특별검사 도입에 관한 청원’은 등록한 지 열흘 만에 청원 요건인 5만 명 동의를 넘었다.
한편, 7월 21일부터 국회 국민동의청원 웹페이지에서 진행한 ‘검찰 특수활동비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및 특별검사 도입에 관한 청원’은 등록한 지 열흘 만에 청원 요건인 5만 명 동의를 넘었다. 이에 따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안건이 정식 회부돼 청원 심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제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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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취재신영철
CG 정동우
편집 김은, 박서영
웹디자인이도현
웹출판 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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