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감시

'윤우진 뇌물 사건' 때 윤석열도 수사대상...MB 민정수석실 외압, 경찰수사 막혀

2020년 03월 26일 08시 00분

지난해 7월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선 2012년 일어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 의혹 사건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윤 후보자가 윤 전 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하는 등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이었다. 뉴스타파는 위증과 변호사법 위반 논란에 묻혀 청문회 당시 거론되지 않았던 이 사건 관련 또 다른 의혹들을, 2012년 당시 취재 기록과 새로 확보된 수사 문건 등을 바탕으로 추가 취재했다.

핵심 쟁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2012년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윤석열 당시 부장검사를 ‘윤우진 뇌물수수 사건’의 관련자로 보고 수사대상에 올려놓고 있었다는 점이다.

윤 전 서장이 육류수입업자 김 모 씨에게서 받은 뇌물(선 대납된 골프 비용 등)을 윤석열 등 여러 명의 검사들이 같이 사용했다는 의혹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이 사건이 벌어진 2012년 이명박 청와대 핵심 인사가 경찰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최근 뉴스타파와 만난 자리에서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의심되는 이명박 청와대 핵심인사의 이름을 말했다. 현재 변호사로 활동중인 이 인사는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뉴스타파는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당일인 지난해 7월 8일, 윤 후보자가 7년 전 취재진과 나눈 전화 인터뷰 녹음 파일을 공개해 국회 위증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윤 후보자가 윤 전 세무서장의 뇌물수수 사건에 변호사를 소개하는 등 적극적으로 관여한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내용이었다. 청문회 내내 변호사 소개 등 관련 의혹을 부인했던 윤 후보자의 주장을 뒤집는 것이어서 논란이 됐다.

뉴스타파가 이번에 새로 공개하는 2012년 당시 취재 기록 중에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을 수사한 경찰 관계자와의 대화녹음 파일도 있다. 시점은 2012년 11월. 당시는 경찰 수사를 받던 윤 전 세무서장이 해외로 도피하고, 경찰이 이 사건을 검찰로 송치하기 직전이었다.


‘윤우진 세무서장 사건’ 2대 쟁점...뉴스타파 후속 취재

먼저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 청문회장으로 돌아가보자. 윤 후보자의 측근 윤대진 검사의 친형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 의혹 사건에 윤석열 후보자가 관여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윤 후보자가 윤 전 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해 변호사법을 위반했는가 하는 점이었다.

“재직 중에 대검 중수부 후배인 이남석 변호사에게 윤우진 용산 전 세무서장에게 연락을 하라고 그렇게 전한 적이 있죠?”

주광덕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윤우진 사건에 대해서는 그 당시에 언론에서도 여러 가지 의혹제기를 했었고 또 검찰 감싸기 아니냐는 경찰 쪽의 얘기도 있었습니다마는 후보자가 그 사건에 관여하거나 영장 기각이나 무슨 무혐의 처분이 되거나 하는 데 일체 관여한 바가 없죠?”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으나 윤 후보자는 청문회 내내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윤 전 서장에게 이남석 변호사를 소개한 적이 없고, 이 변호사에게 문자로 연락하게 한 적도 없다는 주장이었다.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한 사실이 없습니다. 2012년 당시 기자들이 묻길래 나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한 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하지만 뉴스타파가 청문회 도중 윤 후보자 본인의 7년 전 육성 녹음파일을 보도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다음은 뉴스타파가 윤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일 공개한 2012년 윤 후보자 본인의 육성 녹음파일 내용 중 일부.

(혹시 이남석 변호사를 윤우진 씨한테 소개를 시켜주셨나요.)

“소개를 시켜줬죠. 내가 소개를…내가 얘기해줄게. 그게 어떻게 됐냐면은…(이남석 변호사가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그냥 전화하면 안 받을 거 아니야. 다른 데서 걸려온 전화는 안 받을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이남석한테 문자를 넣어주라 그랬다고. ‘윤석열 부장이 얘기한 이남석입니다’ 이렇게 문자를 넣으면 너한테 전화가 올거다. 그럼 만나서 한번 얘기를 들어봐라. 만나서 자초지종을 들어보고 변호사로서 니가 볼때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 한번 해봐라. 그렇게 부탁을 하고 ‘니가 선임을 할 수 있으면 선임을 해서 좀 도와드리든가’ 이렇게 했단 말이예요.”

윤석열 검찰총장, 2012.12. 당시 육성발언

뉴스타파 보도가 나간 뒤, 국회에서는 윤 후보자의 위증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결국 윤석열 후보자가 청문위원들에게 사과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저는 오늘 청문위원으로서 우롱당한 느낌이예요. 변명하실수록 더 수렁에 빠진다는 점을 말씀드리고…공개된 파일이 오전에 답변하신 내용과 완전히 상반된 내용이잖아요.”

오신환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

“오늘 하루 종일 이 청문회장에서 모든 국민을 상대로 난 소개한 적 없다, 소개한 적 없다, 보낸 적 없다, 그런 문자 나는 전혀 모른다고 했는데, 이것이 전부 자신의 목소리로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이렇게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어떻게 검찰총장이 되겠습니까. 저는 명백한 부적격자라고 명백히 얘기합니다.”

김진태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하지만 청문회 다음날, 윤 후보자와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동생인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 등이 해명자료를 내놓으면서 논란은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윤 후보자는 “아끼는 후배인 윤대진 검사를 보호하기 위해 2012년 당시 기자에게 거짓말을 했고, 윤 세무서장에게 이남석 변호사를 소개한 사람은 윤 서장의 동생인 윤대진 검사”라고 주장했다. 윤대진 검사와 이남석 변호사도 약속이나 한 듯이 같은 입장을 내놨다. 청문회 당시 이남석 변호사는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나타나지 않았고, 논란이 일자 변호사 사무실을 닫았다.

▲ 2012년 ‘윤우진 뇌물사건’ 경찰 수사 관계자와의 대화내용 중 일부.

뉴스타파, ‘윤우진 사건’ 경찰 수사관계자 2012년 녹음파일 공개

지난해 청문회는 이렇게 윤석열 후보자의 위증과 변호사법 위반 의혹이 쟁점으로 떠올랐다가 가라앉았고,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다뤄지지 않았다.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 의혹 사건 당시 윤석열 총장이 경찰 수사 대상에 올랐었다는 사실이다. 뉴스타파는 이 사건이 벌어진 2012년 당시 취재기록을 바탕으로, 지난해 청문회 당시 제기되지 못했던 윤석열 총장과 관련된 핵심 의혹을 추가로 취재했다.

본격적인 얘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이 ‘윤우진 사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012년 2월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한 육류수입업자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등을 대가로 수천만 원대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청 수사기획관실에서 작성된 첩보가 시작이었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2013년 경찰 작성 문서에 따르면, 윤 전 세무서장은 육류수입업자 김 모 씨로부터 골프비용 대납 등의 방식으로 6000만 원이 넘는 현금과 갈비세트 100개를 받아 챙겼다. 2012년 8월 말, 윤 전 세무서장은 경찰 수사 도중 해외로 도주했다. 현직 세무서장이 독직 사건 수사가 시작되자 해외로 달아난, 유례가 드문 사건이었다.

그렇다면 이 사건과 관련해 당시 경찰은 윤석열 총장의 어떤 부분에 주목했을까. 2012년 당시 취재진이 만난 ‘윤우진 사건’ 경찰 수사관계자는 윤 전 서장의 비리 의혹을 이렇게 설명했다.

“현직 세무서장이 너무 자주 골프장에 다녔다. (뇌물제공자인) 김OO이 6000만 원 정도를 윤우진 전 세무서장에게 골프비로 대납했다. 윤 전 서장은 6000만 원 중 2000만 원을 골프장에서 일명 깡을 통해 현금화했다. 그 돈을 같이 온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뇌물제공자인) 김OO도 인정한 내용이다. 윤 전 서장에게 돈을 댄 업자는 김OO 말고도 또 있다.” 

2012년 윤우진 사건 경찰 수사 관계자

경찰 관계자는 이어 윤석열 총장의 이름을 언급했다.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동생인 윤대진 검사보다 윤석열 검사와 더 가깝게 지냈고, 윤우진 전 세무서장이 해외로 달아나기 직전까지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가 차명폰으로 윤우진과 통화한 흔적이 나왔다”는 것이다. 다음은 경찰관계자와의 일문일답. 괄호 내용은 기자의 질문이다.

“윤대진 검사는 겉으로 보이기는 형인 윤우진 전 서장과 거리를 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윤석열 검사가 더 엮여 있다. 윤우진 전 서장은 2개의 대포폰을 쓰고 있었다. 하나는 5년 정도 된 것이고, 또 하나는 경찰 수사가 시작된 직후에 만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나중에 만든 대포폰에서도 윤석열 부장검사와 통화한 기록이 나왔다. 두 사람은 윤 전 서장이 해외로 도망가기 직전까지 통화했다.”

(윤석열 검사와 윤우진 전 서장이 마지막으로 통화한 시점은?)

“7월말, 혹은 8월초쯤이다.”

(8월 초면 한창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을 때인데...)

“윤 전 서장이 경찰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을 때다. 외국으로 나가기 직전이었다.”

(혹시 해외로 도피한 뒤에도 통화기록이 나왔나?)

“그건 모른다. 윤 전 서장이 해외에서 어떤 번호를 썼는지 알지 못한다.”

경찰 관계자의 대화, 2012.11.

경찰, “윤우진에 뇌물 준 업자 다이어리에 윤석열 이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윤 전 세무서장에게 뇌물을 준 육류수입업자 김 씨의 다이어리에서 윤석열 총장의 이름이 나왔다고도 말했다.

(육류업자 김 모 씨의 다이어리에 윤석열 검사의 이름이 적혀 있나?)

“그건 다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윤석열 이름 석자가 적혀 있다는 건가?)

“네네. 수사과정에서 확보된 자료는 대략 2011년 10월부터 2012년 6월까지의 자료들이다. 뇌물제공자인 육류업자 김 씨가 윤우진 전 서장을 알게 된 것이 2010년이다. (다이어리에 적혀 있는 건) 골프로 치면 2011년 가을시즌에서 2012년 여름시즌까지의 것들인 셈이다. 같은 기간에 육류업자 김 모 씨가 쓴 다이어리에 윤석열 검사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 

취재진-경찰 관계자와의 대화, 2012.11.

육류수입업자 김 모 씨의 다이어리에 윤석열 당시 부장검사의 이름이 적혀 있다는 사실은 ‘윤우진 사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윤우진 전 서장과 육류수입업자 사이에서 벌어진 범죄 의혹에 윤 총장이 관련돼 있는지 여부를 가를 중요한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과 육류수입업자 김 씨의 관계는, 2010년 윤 전 서장이 성동세무서장을 지낼 당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윤 총장이 윤 전 서장의 소개로 육류수입업자 김 씨를 알게 됐다면, 그 시점 역시 2010년 이후가 된다. 골프접대를 받았든, 금품이나 향응을 받았든 그 시점은 2010년 이후인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총장은 지난해 7월 인사청문회는 물론 2012년 취재진과의 인터뷰 당시에도 “자신은 육류업자 김 모 씨를 모른다”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2010년 이후로는 윤우진 전 서장과 골프를 친 적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윤 전 서장과 골프를 치지 않았으니 당연히 육류수입업자 김 모 씨 역시 알 수가 없다”는 논리다. 다음은 2012년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과 취재진의 대화내용 중 일부.

(윤우진 씨하고 골프를 같이 치신 건 언제쯤이세요?)

“내가 윤대진이랑 대검연구관 할 때(2007년)나 지방에 근무할 때 주말에 올라와서...”

(2007, 2008, 2009년 이때를 말씀하시는 거네요?)

“그런 상황이고, 얘네(경찰)들이 무슨 내가 (육류수입업자) 김OO라는 사람이랑 공 쳤다고 자꾸 허위 사실을 유포를 하더라고. 김OO라는 사람을 윤우진 서장이 안 게 2010년이라고 그럽디다.”

(예, 2010년...)

“성동세무서장 나갔을 때...나는 윤우진 서장이 이 사람(육류수입업자 김OO)을 안 이후에 윤우진 서장하고 골프를 친 적이 없어요. 그러고 내가 주말에 골프 자체를 친 사실이 없어. 중수부장이 하도 운동하자고 하면 나가서 수사팀하고 같이 나가서 운동한 적은 있어도... 그 한 번 물어봐요, 중수부에 있는 사람들한테. 우리가 주말에 나가서 공 칠수가 있는 상황인가.”

(윤우진 서장하고 골프를 친 거는 2007~2008년의 일이고?)

“아무리 늦어봐야 2009년일거야.”

(그럼 그 이후에는 골프치신 적이 없어요?)

“친 적이 없어요. 내가 윤우진 서장하고 골프 칠 여유 자체가 없었어.” 

윤석열 당시 부장검사 전화 인터뷰, 2012.12.

그런데 윤 총장의 주장과는 달리, ‘윤우진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 관계자는 2012년 11월경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육류수입업자 김 씨의 다이어리에서 윤석열 총장의 이름이 나온 시점을 ‘2011년 10월에서 2012년 6월 사이’라고 증언했다. 이 기간 육류업자 김 씨가 쓴 다이어리에 “윤석열 당시 부장검사와 골프약속을 기록한 메모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2012년 당시 경찰 관계자는 ‘윤우진 사건’을 취재하던 기자에게 “윤우진 전 서장 사건에는 윤석열 검사 외에도 10명이 넘는 검사들이 관련돼 있고, 경찰(간부)은 그것보다 더 많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육류수입업자와 검사들, 그리고 윤우진 전 세무서장의 관계를 이렇게 정리했다.

“이 사건을 보면, 윤우진 씨는 (검찰)브로커로 보인다. 육류업자가 윤우진을 통해 (검사들에게) 돈을 주는 관계로 추정된다. (검사들이) 김OO(육류수입업자)에게 직접 받지는 않았다.” 

경찰 관계자의 대화, 2012.11.

경찰 관계자는 ‘윤우진 사건’에 언론인도 여러 명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특정 인사의 실명도 거론했다.

“윤우진 씨가 세무서장인데다 국무총리실에서도 일한 적이 있기 때문에 검찰고위간부만 아는 게 아니었다. 경찰 간부도 많이 알았다. 그리고 언론사, 특히 방송국에도 아는 사람이 많았다. 육류업자에게 받아간 갈비 100박스는 모두 방송국에 갖다 준 걸로 추정된다. 통화내역에서도 언론인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름만 대면 알만한 KBS, MBC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 중엔 윤우진이 도망가기 직전까지 통화한 사람도 꽤 있었다. 사장, 부사장급도 있고, 사회부장을 했던 사람도 있다. 이번에 방송사 사장이 된 사람도 있다.” 

경찰 관계자의 대화, 2012.11.

이렇게 의혹이 넘쳐 났지만, ‘윤우진 사건’은 영장청구권을 가진 검찰이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6차례나 기각했고, 경찰은 수사동력을 상실했다. 2012년 2월 첫 시동을 건 수사는, 그해 8월 윤 전 서장이 해외로 도피하기까지 제대로 진전되지 못했다.

▲ 지난해 11월 뉴스타파는 황운하 당시 대전지방경찰청장과 ‘윤우진 뇌물사건’과 관련해 인터뷰를 가졌다. 황 청장은 2012년 당시 ‘윤우진 사건’의 수사책임자였다.

수사책임자 황운하, “윤우진 비호세력은 검찰...국세청도 손 못댈 정도”

지난해 11월 말, 취재진은 2012년 당시 경찰청 수사기획관이었던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그는 2012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수사한 ‘윤우진 사건’의 실질적인 수사책임자였다.

황 청장은 먼저 ‘윤우진 사건’이 서울의 한 대학에서 벌어진 부정입학 사건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해당 대학 교수에게 돈을 건넨 학부모(육류업자 김 씨)의 계좌에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과의 돈거래가 확인됐고, 이것이 ‘윤우진 사건’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OOO이라는 학교가 있어요. OOO에 부정입학 첩보가 있었어요. 교수가 돈을 받고 부정입학시켰다, 그러면 교수한테 돈 준 업자가 있을 거 아닙니까? 그래서 그 업자가 구속됐어요, 교수도 구속되고. 문제는 이 업자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윤우진이라는 세무서장에게 뇌물을 준 것이 포착이 된 거죠. 그래서 이제 윤우진 세무서장 뇌물 사건으로 사건이 커진 거죠.” 

황운하 2012년 당시 경찰청 수사기획관

황 청장은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비리 혐의에 대해선 이렇게 설명했다.

“윤우진 세무서장은 뇌물 사건을 수사하다 보니까, 윤우진이라는 세무서장이 여러 비리가 많은 걸로 이렇게 확인이 되는 거예요. 세무공무원인데 어디에 뭐 고급별장을 가지고 있느니…그래서 국세청 감사관실에 근무하는 어떤 공무원한테 물어봤어요. 그러니까 그 감사관이 ‘그 사람(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배후에 검사들이 있어요. 그 뒤에 특수부 검사들이 있어요. 배후에 특수부 검사들이 있는데 우리가 어떻게 손을 댑니까?’라는 얘기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윤우진이라는 사람의 배후에 이른바 여러 검사들이 있다 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물론 친동생이 검사(윤대진 검사)고…” 

황운하 2012년 당시 경찰청 수사기획관

황 전 청장은 경찰 수사를 통해 검사들, 특히 윤석열 총장과 윤우진 서장과의 관계를 어느 정도 파악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윤 전 서장을 비호한 검사 2명을 특정했다. 그 중 한 명이 윤석열 검찰총장이었다. 다음은 황 청장과의 일문일답.

“그러면 이 배후에, 검사들이라는 사람들이 비호세력인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있는 거죠. 그 과정에서 어떤 검사, 어떤 검사, 이런 검사들이 같이 골프치고 일식집에 같이 다니고 골프 접대, 향응 접대받는 이런 검사들이 있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한 수사로 전개가 된 거죠. 그 부분에 대한 수사는 윤우진 세무서장의 휴대폰 통화 내역이라든지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서 어느 정도 정황이 포착된 상황이었죠.”

(2명?)

“네. 2명. 당시 서울중앙지검의 부장검사들이었어요. 1명은 특수부에 있었던 거 같고 1명은 형사부에 있었던 거 같아요.”

(그 2명이 윤석열과 OOO 맞습니까?)

“음... 그 2명이 당시에 특수부에 있었던 부장 1명이었고 형사부에 있던 부장 1명이었는데... 그게, 윤 모 씨, 차 모 씨였죠.”

(윤 모 씨, 차 모 씨.)

“예, 윤 모 씨, 차 모 씨 였어요.”

(그 두 사람이 윤우진 씨하고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골프를 친 것도 확인이 됐었나요?)

“그러니까 그 위치추적, 휴대폰 실시간 위치, 그 다음에 톨게이트 통과 기록, 이런 걸로 확인이 됐던 거죠. 그런 것으로 이제 정황이 포착이 된 거죠.” 

황운하 전 청장, 2012년 당시 경찰청 수사기획관

황 전 청장은 이에 따라 2012년 ‘윤우진 사건’ 수사 당시 윤석열 총장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윤우진이란 사람이 업자한테, 업자가 사전에 골프장에 미리 돈을 갖다 맡기는 방식으로, 업자가 윤우진 세무서장한테 뇌물을 제공하게 되잖아요. 그리고 제공된 뇌물을 윤우진은 이제 A검사, B검사 등과 함께 그 뇌물을 사용한 것이 되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뇌물을 같이 쓴 게 되네요?)

“예, 그런 사건이 되는 거죠.”

(그럼 당연히 수사 대상?)

“그렇죠.” 

황운하 전 청장, 2012년 당시 경찰청 수사기획관

▲ 지난해 황운하 전 경찰청 수사기획관이 낸 책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 2012년 ‘윤우진 사건’ 당시 경찰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윤우진 사건’ 또 다른 뇌관...이명박 청와대 수사 외압 의혹

‘윤우진 사건’과 관련된 의혹은 또 있다. 2012년 당시 이명박 청와대의 핵심인사가 경찰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최근 뉴스타파는 2012년 당시 경찰 최고위 관계자로부터 수사에 외압을 넣었다는 청와대 인사의 이름을 들을 수 있었다.

취재진이 윤우진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 관계자를 만나 수사 과정을 들은 건 2012년 11월 말이다. 당시는 윤 전 세무서장이 해외로 도주한 뒤였다. 그런데 당시 경찰 수사팀은 “검찰로 사건을 빨리 송치하라”는 압력을 어딘가에서 받고 있었다. 2012년 당시 만난 이 사건 수사 경찰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송치를 하면 안 되는 사건이거든요. 끝까지 압수수색 영장을 치고, 압수수색 영장을 안 내주는 것에 포커스를 맞춰 가지고…그게 대단히 문제가 있는 골프장이거든요. 그러니까 왜 압수수색 영장을 안 내주는지에 대한 심층적인 수사와 시도를 해야 맞는 사건인데… 부장이 ‘빨리 (검찰에) 송치하라’고…그렇게 버티고 있는데 얼마 전에 또 한번 난리가 났습니다.” 

경찰 관계자와의 대화, 2012.11.

경찰관계자는 “검찰 송치를 막기 위해 언론이 나서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30일 송치하라고 그랬다고요?)

“내일, 모레 송치하면 (수사는) 끝나는 거예요... 전화 좀 한번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서울청장, 수사부장 정도까지만 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광수대장까지 해 주면 더 좋고…” 

경찰 관계자와의 대화, 2012.11.

그럼 대체 어디에서 경찰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것일까. 이 경찰 관계자가 지목한 곳은 이명박 청와대 민정수석실이었다. 그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서울지방경찰청장 등에게 연락해 압박하는 바람에 경찰 상부에서 “수사팀을 괴롭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압을 행사했다는 민정수석실 관계자의 이름도 지목했다.

“(민정수석실) OOO 씨가 (서울경찰청장 등에게) 얘기를 한 것 같아요. OOO 씨가 김앤장에 있다 왔거든요.” 

경찰 관계자와의 대화, 2012.11.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지목된 이명박 청와대 민정수석실 소속 인사는 인천지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난 뒤 김앤장 변호사로 일하다 MB 청와대로 들어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당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뇌물을 건넨 육류수입업자 김 씨의 변호를 맡은 곳 역시 김앤장이었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 “청와대 OOO에게 전화받은 기억 난다”

2012년 ‘윤우진 사건’ 때 어디선가 외압이 들어왔다는 건 황운하 전 대전경찰청장이 지난해 낸 책에도 들어있는 내용이다. 다음은 황 전 청장이 쓴 책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의 일부.

“수사과정에 조현오 청장이 전화를 걸어왔다. 조 청장은 ‘혹시 윤 모 세무서장을 수사하느냐’고 물으며 ‘당사자가 억울해한다’고 누군가로부터 들은 얘기를 전했다. 내가 딱 잘라 말했다. ‘그거 백 쓰는 겁니다. 억울할 것 전혀 없습니다. 청장님이 관심가질만한 일도 아닙니다.’….경찰청장이 나한테 이런 얘기를 할 정도면, 광수대에 대한 외압이 꽤나 심했겠다 싶었다. 그래서 일부러 더 수사 상황을 챙겼다.”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 56쪽

취재진은 황운하 전 경찰청 수사기획관을 만난 자리에서 이와 관련된 내용도 물어봤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그러면 그 당시에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 혹시 외압같은 상황이 벌어진 적이 있었나요?)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한테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분이 저한테 ‘그 쪽에서 억울하다고 하니 한 번 살펴보라’ 이런 말씀을 하셔서 그래서 설명을 드렸죠. ‘그거는 그 쪽에서 청장님에게 백을 쓰는 겁니다. 그거는 엄정하게 수사해야 할 사안입니다.’ 이렇게 말했어요.” 

황운하 2012년 당시 경찰청 수사기획관

황 전 청장은 검사들이 관련된 사건이기 때문에 ‘윤우진 사건’ 수사에 외압이 심했고, 그만큼 수사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윤우진 세무서장의 친동생이 검사고, 이른바 비호세력으로 거론될 수 있는 그런 인물들이 검찰 간부들인데 당연히 그 수사가 쉽겠습니까? 어려운 수사죠. 정상적인 형사사법제도 하에서야 그게 뭐 어려운 수사겠어요. 그러나 검찰이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형사사법제도 하에서, 검찰이 영장청구권을 독점하고 있는 그런 상황에서, 검찰이 영장을 막고, 갖가지 방법으로 수사를 막고...뭐랄까요. 협박이랄까, 외압이랄까, 이런 게 있을 수도 있잖아요?” 

황운하 전 청장, 2012년 당시 경찰청 수사기획관

황 전 청장과의 인터뷰 며칠 뒤, 취재진은 이명박 청와대에서 외압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조현오 당시 경찰청장도 만나 당시 상황을 물었다. 조 전 청장은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면서도, 황운하 전 경찰청 수사기획관으로부터 여러 차례 ‘윤우진 사건’ 보고를 받은 사실, 그리고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OOO에게 연락을 받았던 사실은 기억했다.

“황운하가 직접 나를 찾아 와 가지고 여러번 대면보고한 기억이 난다. 보고 내용을 자세히 기억하진 못한다. 부장검사들 이름까지 내가 어떻게 다 기억하겠나. 다만 민정수석실 OOO 씨가 연락해 왔던 건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

취재진은 2013년 2월 청와대 근무를 마친 뒤 다시 김앤장으로 돌아가 변호사로 활동 중인 해당 인사에게 연락해 ‘윤우진 사건’ 때 경찰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하지만 그는 취재에 응하지 않은 채, 문자메시지를 통해 “경찰 수사에 외압을 넣은 사실이 없다”는 말만 했다.

▲ 2012년 ‘윤우진 사건’ 경찰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고 전해진 이명박 청와대 핵심인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그는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외압 당사자 지목 MB 청와대 관계자 “외압 사실 없다” 주장

현직 세무서장이 세무조사 무마를 대가로 육류수입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에서 출발해, 윤석열 검찰총장 등 10명이 넘는 검사들과 언론인들이 관련된 의혹으로 확대됐던 사건. 수사 도중 현직 세무서장이 해외로 달아나는 초유의 일까지 벌어진 사건이지만, 검찰이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뒤 3년이나 뭉개다 끝내 무혐의 처리하면서 이 사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수사도중 해외로 도피했던 현직 검사의 친형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은 국세청에 복귀해 정년 퇴직했다. 2015년 6월 열린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정년퇴임식 소식은 언론에도 보도됐다. 이런 내용이었다.

“서울 종로구 수송동 서울지방국세청 5층 회의실에서도 세정가의 ‘특별한 퇴임식’이 열렸다. 전 용산세무서장 윤우진 서기관이 41년 국세공무원 생활을 마감하는 피날레였다. 윤 서기관의 이날 퇴임식은 기관장으로서의 퇴임식이 아니라 3년여 동안 인고의 세월을 넘어 41년 국세공무원으로서의 자긍심을 되찾은 기념식이나 마찬가지였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이런 윤 서기관의 가슴 먹먹한 퇴임식에 김연근 서울국세청장은 노정석 서울청 성실납세지원국장을 참석시켜 위로했다. 김 청장은 치사를 통해 ‘오랜 세월동안 공직에 몸담아 오면서 헌신적으로 일해온 윤 서기관과의 석별을 6천여 직원들과 함께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고 했다.”

세정일보 / 2015.6.25.

2012년 ‘윤우진 사건’을 수사 지휘한 황운하 전 경찰청 수사기획관은 지난해 11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를 마치며 이런 말을 남겼다.

“우리나라가 이제 검찰공화국이라고 불릴만큼 검찰의 권한이 센 나라인데 검찰의 권한 중에 시민들이 잘 모르는 가장 센 권한이, 죄없는 사람을 죄있는 것처럼 그렇게 잡아들이는 그런 것도 센 권한이지만 죄있는 사람을 덮어버리는 권한이거든요. 죄 있는 사람을 덮어버리는 것은 검찰이 이제 불기소, 무혐의 처분하는 거죠. 그렇게 덮어버리면 뭐 대책이 없어요. 그런데 이 윤우진 사건도 검찰이 덮어버린 그런 케이스라고 봅니다.” 

황운하 전 청장, 2012년 당시 경찰청 수사기획관

공무원 뇌물 사건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수많은 의혹을 남긴 채 세간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는 ‘윤우진 사건’을 다시 수사할 수 있는 시간은 이제 1년 정도 남아 있다.

제작진
취재한상진
영상신영철
편집정지성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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