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와 차별, 망각...아리셀 참사 유족들은 얼어붙은 길 위에 있다
2024년 11월 19일 11시 38분
@ 컨택터스 SJM 투입 상황 7월 27일 새벽 4시쯤
“노조 여러분, 1차 경고한다. 비켜라! 비키지 않으면 그냥 통과해야 한다. 자, 1차 경고한다. 만약 비키지 않으면 넘어갈 것이다. 자, 마지막 경고다. 자, 선봉대! 넘어! 넘어!”
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7월 27일 경기도 안산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SJM.
헬멧과 곤봉, 방패와 중무장한 용역이 공장에 들어와 출입을 완전 차단했습니다. 노동자들은 일터에서 쫓겨났습니다.
공장을 장악한 건 용역업체 컨텍터스. 회사 측에 직장 폐쇄와 함께 전격 투입됐습니다.
“분노를 좀 삼키시고 철수하도록 하겠습니다.”
불과 몇 시간 전에 당한 일. 졸지에 일터에서 내쫓긴 SJM 노동자들은 차마 발걸음을 떼지 못합니다.
[서기율 SJM 조합원]
“(용역이) 못 들어오게 막고 있었는데 옆에 있는 창문을 용역이 무자비하게 깨더라고요. 거기에 유리에 맞아서 피하긴 했는데 유리 파편에 맞아서 귀가 좀 찢어졌습니다.”
2센티미터가 넘게 입술이 찢어지고 곤봉에 맞아 머리가 크게 깨지고 살점이 뜯겨나갔습니다. 이 날 용역의 폭력에 손가락이 부러지는 등 SJM 노동자 29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이용호 SJM 수석지부장]
“한 용역 깡패 놈이 안면을 정확하게 쳤어요. 치고.”
(몽둥이로?)
“네. 몽둥이로 그렇게 치고 나서 바로 막 때리기 시작한 거거든요. 우리 조합원하고 저도 그렇고. 손가락 두 개가 부러졌고. 그러면서 목주위하고 등쪽,그리고 두 번째 맞고선 사실은 그 자리에서 기절을 했어요.”
[김진열 SJM 조합원]
“때리지 마라, 나간다, 우리 때리지 말아라, 말한 사람부터 먼저 때리더라고요. 그냥 인정사정 없이 그냥. 머리를.. 저 같은 경우 네 차례 정도 맞았는데.”
(아, 진압봉으로 맞으신 거죠?)
“네.”
이날 SJM 공장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 컨택터스 SJM 투입 상황 7월 27일 새벽 4시쯤
용역이 쳐들어 온 것은 새벽 4시 반쯤. 공장에는 일부 근로자들과 노조의 연락을 받고 급히 달려온 조합원까지 140여 명이 있었습니다. 조합원들의 여름휴가를 하루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이용호 SJM 수석지부장]
“고성능 마이크 같아요. 앰프가, 소리가 당시에 엄청나게 크게, 최대한 크게 한 것 같아. 소리를 높이면서 정렬을 하더라고. 자기들끼리 정렬을 하고.”
[김진열 SJM 조합원]
“저 같은 경우는 이미 벌써 조합원들이 2층으로 대피한 상태여서 저도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올라가서 보니까 저는 처음에 그분들이 경찰인 줄 알았어요.”
전투경찰처럼 중무장한 용역들은 폭력을 휘두르며 순식간에 공장을 점령했고 노동자들은 2층으로 대피해야 했습니다.
“여기 부상자, 부상자.”
[SJM 조합원 당시 현장 목격]
(현장에 계셨었어요?)
“예. 있었습니다.”
(어떻든가요? .. 날아오는 느낌이? )
“그 상황에 있으면 정말 생명의 위협까지 느낄 정도고요. 사람이 이렇게 죽을 수도 있구나, 생명의 위협을 많이 느꼈었죠.”
용역들은 자동차 부품을 마구 던지기 시작했고 공들여 만든 제품들은 흉기로 돌변했습니다. 부상자가 속출하기 시작했습니다.
“묶어. 묶어. 지혈을 해야지. 지혈을.”
[김영호 SJM 노조위원장]
“앞에 경찰들이 쭉 서 있는 것이 보이더라고요. 창문으로. 그래서 저 사람들(용역)이 빠지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했죠. 경찰이 왔으니까. 거기서 아수라장이 되고 (노조원들이) 유리을 깨고 뛰어내리는 상황이라.”
이렇게 폭력상황은 심각했지만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습니다.
“여기 구급차.”
결국 안산 단원경찰서장이 해임되는 등 책임자 문책이 있었지만 공권력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졌습니다. 취재팀은 새로 부임한 경찰서장을 만나 당시 상황을 물었습니다.
[고경철 안산 단원경찰서장]
(서장님으로서 한 말씀 좀 해주셔야 하지 않나요? 경찰이 중립적이지 못하다는 얘기가 있잖아요. 그 부분에 대해서.)
그러나 아무런 입장도 대놓지 않았습니다.
직장 폐쇄 7일째. 국회에서도 진상조사를 위해 SJM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용역들은 공장을 지키고 출입을 통제했습니다. 언론의 출입도 막았습니다. 요역 업체 차량에서 쏟아져 나오는 진압용 곤봉.
[담당자 컨텍터스]
“경비업 허가사항에 곤봉이 있습니다.”
(소화기 용도는 뭐죠, 저 소화기?)
“불 나니까요.”
(불 날까봐?)
“화염병이나..”
현행법상 경비업체는 물리력을 행사할 수 없고 시설물 보호업무만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회사가 용역을 부르고 직장폐쇄를 감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담당자 SJM]
“5월 이전부터 상당히 저항을 했고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저희 생산라인에 재고가 간당간당할 정도로 계속 위태하게 태업을 했습니다. 세 개 거래선이 끊기는 순간 회사는 그대로 무너지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어쩔 수 없이 직장폐쇄를 하고 결품을 막기 위해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태로 그렇게 이해하시면...”
(아, 용역 투입은요?)
“용역 투입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는 불법 파업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전혀 용역 투입에도 문제가 없습니다.”
회사 측은 며칠 뒤 공장 주위로 겹겹이 철조망까지 설치했습니다. 직장폐쇄를 쉽게 풀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입니다. 그러나 말로만 직장폐쇄일 뿐 공장은 계속 가동 중입니다. SJM 남아공 현지법인 소속 외국인 근로자 11명을 대체 인력 형식으로 투입하는 등 사실상 노조원의 출입을 막는 수단으로 직장폐쇄가 악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김기덕 변호사]
“노조법에 의해서 직장 폐쇄 제도가 있는 거고. 그 직장 폐쇄 제도를 사용자가 위법하게 실제로 사용하고 있다면 그런 부분에 대해서 국가 기관이 나서서 규제를 하고 직장 폐쇄 자체를 곧바로 풀라고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이렇게 직장폐쇄의 불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만 관할 노동고용청은 지금까지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근로개선지도 과장 안산 고용노동청]
“파업 행위가 정당하면 대체 인력 쓰는 게 불법이고 파업이 불법이면 그 쓰는 것이 정단한 거예요.”
(이번에는 판단이 어떻습니까? 노동부의 판단은..)
“아직 검토 중이죠.”
(네?)
“검토 중이죠.”
(검토 중이다?)
“아까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쉽게 바로 판단할 그런 게 아니라고..”
사법 수사권까지 갖고 있는 고용노동청. 노사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
[노동자 SJM]
“우리들이 낸 세금 먹고 자기들 편안히 앉아서 봉급 받아가면서 우리들은 아예 나몰라라 하는 사람들이에요.”
[노동자 SJM]
“그 회사 민흥기(노무이사) 그 분하고 담배피면서 얘기나 하면서 우리는 밖에서 으쌰으쌰 하고 있는데. 아무.. 뭐.. 완전 우리하고 상관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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