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전두환 프로젝트] ③ ‘연희동 자택헌납’ 사기극 입증 문건 발견

2019년 09월 02일 14시 00분

뉴스타파는 <민국100년 특별기획: 누가 이 나라를 지배하는가>의 일환으로 ‘전두환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전두환 세력이 쿠데타와 광주학살로 정권을 탈취한 뒤 부정하게 축적한 재산을 환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이 땅에 정의를 세우기 위한 기획입니다. 12.12군사반란 40년을 맞아 준비한 ‘전두환 프로젝트’는 오는 12월까지 매주 월요일 방송될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전두환이 “전재산을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약속했던 1988년 11월의 기자회견이 사기극으로 끝난 이유를 보여주는 정부문서를 뉴스타파가 입수했다. 전두환이 기자회견에서 약속한 ‘재산 헌납’을 노태우 정부가 나서서 ‘없었던 사실’로 만들어 준 사실을 보여주는 문서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이 문서는 전두환이 재산헌납을 약속한 직후인 1989년 초 작성됐다.

전두환은 5공비리, 광주학살에 대한 국회청문회가 진행중이던 1988년 11월 23일, 청문회 출석을 앞두고 자신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집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전두환은 “연희동 자택, 서울 서초동 땅 200평, 34평 콘도 1개, 골프회원권 2개 등 개인재산 전부를 국가에 헌납한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약속은 30년 넘게 지켜지지 않고 있고, 전두환이 내야 할 범죄추징금은 여전히 1000억 원이 넘는 상태다.

전두환이 약속한 ‘1988년 연희동 집 헌납’…
89년 노태우정부 문서엔 ‘국민적 합의 없어 유보’

전두환은 지금까지 2번에 걸쳐 자신이 살고 있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집(1584제곱미터)을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첫번째 약속은 1988년 11월 23일 나왔다. 5공비리, 광주학살 문제로 국회청문회 출석을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아래 내용은 전두환의 당시 발언 내용.

대통령직에 있으면서 축재했다고 단죄를 받는 이 사람이 더 이상 재산에 무슨 미련이 있겠습니까? 이 재산은 정부가 국민의 뜻에 따라 처리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제 가족의 재산은 여러분(기자)들이 계시는 연희동 집 이 안채와 두 아들이 결혼해서 살고 있는 바깥 채, 서초동의 땅 2백 평, 그 밖의 용평의 콘도 34평 하나와 골프회원권 2건 등이며…

전두환 기자회견 (1988년 11월 23일)

두번째 개인재산 헌납 약속은 2013년 9월 10일 나왔다. 이때는 전두환의 큰아들 전재국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뉴스타파 보도로 전재국의 조세도피처 페이퍼컴퍼니 설립과 해외비밀계좌 운영사실이 드러난 뒤, 검찰수사가 시작되자 마지못해 내놓은 입장이었다.

부모님(전두환 부부)이 현재 살고 계신 연희동 자택도 환수에 응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저희 가족 모두는 추징금 완납 시까지 당국의 환수 절차가 순조롭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대한 협력할 것이며…

전재국 기자회견 (2013년 9월 10일)

하지만 전두환 일가가 내놓은 두 번의 대국민 약속은 모두 지켜지지 않았다.

▲ 1988년 11월 전두환의 재산헌납 약속 이후 당시 총무처가 작성한 문서. 전두환이 약속한 개인재산헌납을 유보한다고 적혀 있다.

전두환 집 살려준 1989년 노태우정부 문서,
전직대통령 예우 관련 수백쪽 서류더미서 발견

뉴스타파는 전두환일가의 두 번의 재산헌납약속 중, 전두환이 직접 대국민 기자회견에 나선 첫 번째 약속이 대국민 사기극으로 끝난 이유를 보여주는 정부문서를 입수했다. 전두환이 재산헌납을 약속한 직후인 1989년 초, 지금의 행정안전부에 해당하는 총무처가 작성한 1장짜리 문서다. 문서의 제목은 ‘전두환 전 대통령 재산의 처리문제’. 뉴스타파는 행정안전부에서 제출받은 ‘전직대통령 예우’와 관련된 수백쪽의 서류더미에서 이 문서를 찾아냈다.

문서에는 크게 두 가지 내용이 적혀 있다. 하나는 전두환이 1988년 11월 기자회견에서 헌납을 약속한대로, 전두환이 당시 여당인 민주정의당의 총재로서 보관하고 있던 정치자금 139억 원을 국고로 환수한다고 내용이다. 다른 하나는 전두환의 개인재산, 특히 ‘연희동 집 처리방안’에 대한 당시 정부의 입장이다. 문서에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이 집이 개인(전두환의 부인 이순자) 소유이고, 전두환 본인의 구체적인 행위표시도 없고, 국민적 합의도 정해지지 않아 국고 환수 유보.

전두환 전 대통령 재산의 처리방안 (1989년, 총무처)

결국 전두환 스스로 국고 환수를 약속한 재산을 정부가 나서서 지켜준 셈이다.

이 문건이 작성된 1989년 초는 전두환의 친구이자 광주학살의 또 다른 주역인 노태우가 대통령이 된 지 1년쯤 지난 때였다. 그리고 문건이 작성될 당시 담당 부처인 총무처의 장관은 전두환 정권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전두환의 육사 6년 후배인 김용갑(육사 17기)이었다.

취재진은 한때 박근혜의 정치적 멘토이기도 했던 김용갑 씨에게 전화를 걸어 “왜 1989년 당시 전두환의 재산헌납 약속을 정부 차원에서 이행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잘 모르겠다. 실무자들이 뭘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김용갑 씨는 전두환의 광주학살 책임 등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얘기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처지”라는 알 수 없는 답변만 내놨다.

▲ 전두환이 살고 있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집

전두환 연희동 집, 12.12쿠데타 모의 장소이자 세금 빼돌려 지은 집

전두환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집은 여러가지 점에서 의미가 있는 공간이다. 먼저 신군부 핵심들이 이 곳에서 12.12쿠데타를 모의했다. 1995년에는 전두환이 검찰수사를 거부하며 이른바 골목성명을 발표했던 곳이다. 전두환은 대통령 재임 중 나랏돈 10억 원을 빼돌려 이 집을 증축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두환의 서울 연희동 집은 한마디로 ‘5공비리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이다.

2205억 원에 이르는 전두환의 추징금 문제로 이 연희동 집은 지금까지 두 번이나 경매에 넘겨졌었다. 별채만 대상이었던 2003년 첫 경매 때는 전두환의 처남인 이창석 씨가 낙찰을 받아 다시 전두환 측에게 돌려줬다. 집 전체가 경매대상이 된 지난해에는 6번의 유찰끝에 낙찰자가 결정됐지만, 전두환 일가가 ‘재판집행 이의신청’, ‘공매 취소’ 등을 요구하는 여러 건의 소송을 제기하면서 현재까지 경매절차가 중단된 상태다.

전두환은 최근 진행된 재판과정에서 ‘노인인권탄압’ 같은 주장을 늘어놓으며 이 집에서 버티고 있다.

<전두환 거주 ‘연희동 집’ 관련 일지>
1969년 본채 매입 (명의자:이순자)
1987년 4월 별채 추가 매입
1988년 11월 전두환, 연희동 집 국가헌납 1차 약속
1989년 초 노태우 정부, 전두환 개인재산 환수 유보 결정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전두환 추징금 2205억 원’ 확정 판결
2003년 연희동 집 별채 경매 (낙찰자: 전두환 처남 이창석)
이창석, 낙찰 직후 전두환의 셋째 며느리 이윤혜에게 소유권 이전
2013년 9월 전두환 장남 전재국, 연희동 집 국가헌납 2차 약속
2018년 2월 연희동 집 2차 경매 개시
경매 개시 직후 전두환 일가 ‘공매 취소’ 등 소송 제기
2019년 3월 연희동 집 두번째 경매 낙찰(낙찰가 51억 원),
낙찰 직후 법원 결정으로 공매 절차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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