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감시

뉴스타파 국정원 취재진 이메일 해킹 시도

2013년 03월 29일 11시 53분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 의혹을 집중 취재해온 뉴스타파 취재진의 전자우편 계정에 대해 해킹이 시도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국정원장 지시사항'을 폭로한 민주통합당 진선미 의원실이 전자우편 계정을 해킹당한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국정원 사태 보도와 관련있는 인사들을 대상으로 특정 세력이 의도적으로 해킹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뉴스타파는 소속 취재기자인 최기훈 기자와 조현미 기자의 개인용 국내 전자우편 계정에 일본 IP를 통한 접속 시도 흔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최 기자의 경우 지난 3월 8일에, 조 기자는 3월 20일에 이메일 해킹 시도가 있었으며 두 기자 모두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사건 취재를 담당하고 있었다.

최 기자는 지난 3월 1일부터 국정원 사건을 보도해왔으며, 특히 조현미 기자의 경우 3월 18일부터 국정원 보도를 담당했다. 국정원 사건 취재보도 이후에 일본 IP 접속 시도가 있었던 점으로 미뤄 이번 해킹 시도는 국정원 사건 관련 취재진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 두 기자 이외의 다른 뉴스타파 제작진들을 대상으로 해서는 해킹 시도가 발견되지 않았다.

해당 이메일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포털업체는 이 기간에 일본의 특정 IP를 통한 대량의 해킹시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역시 해킹 공격을 당한 인터넷사이트 ‘오늘의 유머' 사이트 운영자와 뉴스타파 두 기자에 대한 해킹 시도 IP를 비교한 결과 3명 모두 일시는 달랐지만 일본 도쿄의 마루노우치 지역에 할당된 IP 주소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3건의 해킹 시도 모두 동일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점쳐지는 부분이다.

김인성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겸임교수는 이들이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일본 도쿄에 있는 프록시서버 서비스 업체를 경유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 명의 소행일 수도 있고 여러 명이 같은 프록시서버를 이용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뉴스타파 조현미 기자의 경우, 한겨레 신문 기자와 마찬가지로 미국 업체인 구글 이메일 계정에 대해서도 해킹 공격을 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구글 메일에 대한 해킹 시도 시점도 두 기자 모두 ‘국정원장 지시사항' 관련 보도를 내보낸 3월 18일 이후여서 이 역시 국정원 사태와 관련된 해킹으로 추정된다.

이에 앞서 민주통합당 진선미 의원실은 지난 3월 27일 진 의원과 보좌관이 사용하는 이메일 계정 2개가 해킹당한 사실을 공개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한편 국정원은 오늘(3월 29일) 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에 대한 해킹은 국정원 무관하다고 밝혔다.


<앵커 멘트>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 의혹 사건을 추적해 온 국회의원과 언론인들의 이메일 계정 해킹이 무더기로 해킹을 당했습니다.

국정원 사건을 깊숙이 파헤치던 뉴스타파 기자들도 해킹을 당했습니다.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는 것을 막으려는 자들은 무차별 해킹을 할 정도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사를 하고 있는 경찰은 세월아 네월아 입니다.

최기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기훈 기자>

[진선미 민주당 의원]

“원세훈 국정원장 재임 기간 중 국정원이 불법적으로 국내 정치에 개입하고 여론조작을 시도하며...”

민주당 진선미 의원의 폭로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의 핵심이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틀 뒤, 국정원장 관련 의혹을 제기했던 진선미 의원의 전자우편 계정이 해킹을 당합니다. 접속 IP 주소는 싱가포르로 나타났지만 진 의원실은 국내에서의 우회접속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민지 진선미 의원 비서]

“22일 로그인을 했을 때 그 안내 메일이 뜨더라고요. 그래서 캡처를 해놓고 보안관제센터에 연락을 했죠. 저희쪽에서 해킹툴이 깔려서 나간 것은 아니고 외부에서 침입했다는 정밀조사가 오늘(27일) 아침에 나왔고요. 지금 보안관제센터에서는 일단 외부 해킹으로 잠정 추정을 할 수 있다고...”

단 한번에 해킹에 성공한 것으로 미루어 사전에 진 의원의 계정을 해킹 목표로 점찍어 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네이버 관계자]

“무차별적인 시도가 있었다면 저희는 분명히 감지를 하고요. 동일IP에서 계속 보낼테니까요. 그건 당연히 시스템적으로 차단되는 게 있고요. 근데 이번 같은 경우에는 대량전송이 아니라 타깃으로 한 걸로 보이고...”

진선미 의원실 비서관 한 명의 이메일 계정도 해킹됐습니다. 2월 초부터 국정원 사건 진상조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2월 5일 해킹 당했습니다. 이번엔 미국 IP가 활용됐습니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

“국가의 안보를 바로 세우고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의원의 정당한 의정활동을 누군가 몰래 불법적으로 훔쳐보고 있다면 그 대상이 저만이 아니라 여기 계신 의원 본인이시라면 어떻겠습니까.”

해킹은 여기서 머물지 않았습니다.

뉴스타파는 국정원 사태를 3월 1일 시즌3 첫 방송부터 집중보도했습니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8일 새벽, 담당 취재기자의 개인 이메일에 해킹 시도가 발생합니다. 일본 IP를 통해서였습니다.

뉴스타파는 진선미 의원의 폭로가 있었던 지난 18일에도 국정원장 지시문건과 함께 국정원 연계 추정 트위터 계정이 무더기로 발견됐다고 단독보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 새벽 시각, 이를 보도한 취재기자의 이메일 계정에 또다시 해킹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역시 일본 IP를 통해 접속을 시도하다 실패했습니다. 두 이메일 계정 모두 이전까지는 단 한번도 이같은 해외에서의 접속시도가 없었습니다.

또 3월 16일에는 국정원 여직원이 댓글을 올렸던 ‘오늘의유머’ 사이트 운영자의 이메일 계정에도 일본 IP를 통한 해킹 시도가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해킹의 흔적으로 남아있는 일본 IP 주소의 위치를 조회해 봤습니다. 오유운영자 계정 해킹을 시도한 IP 주소는 일본 도쿄 시내의 한 곳으로 표시됐습니다.

뉴스타파 취재기자의 이메일 계정에 접속을 시도했던 IP 주소도 도쿄 내 같은 장소로 나옵니다. 또 다른 기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략적인 위치를 나타낸 것에 불과하지만, 각기 다른 일시에 시도한 해킹이, 공교롭게 국정원 사건과 관련된 기자와 취재원에게, 그것도 같은 지역 서버를 통해 집중됐다는 것은 특정 조직의 개입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정황입니다.

더군다나 해킹에 이용된 일본 IP 주소는 모두 일본 통신업체 OCN이 도쿄 마루노우치 지역에 할당한 IP주소였습니다.

[김인성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같은 프록시 서버를 경유해가지고 여러 군데를 털었다면, 그냥 추측하면 한 놈이 했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고요. 그 아이피를 알고 있는 그 프록시를 쓰고 있는 어떤 그룹? 이렇게 말할 수 있겠네요.”

국내 메일 뿐만 아니라 뉴스타파 기자와 한겨레신문 기자가 사용하는 구글 이메일에도 비정상적인 접속 시도가 확인됐습니다. 두 기자 모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사항’ 문건 을 앞장서서 보도한 18일 이후에 해킹 위험에 처했다는 것도 우연의 일치로 보기 힘듭니다.

[정환봉 한겨레신문 기자]

“비정상적인 경로로 접근을 한 흔적이 있다고 경고창이 떴거든요. 17일이 그 전에 접속한 마지막 날이었는데 그 땐 그런 게 안 떴거든요. 18일 이후부터로 보이고”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의 실체를 밝히려는 사람들이 해킹의 위험에 줄줄이 노출돼 있는 동안

정작 진실규명의 책임을 지고 있는 경찰은 사건이 벌어지고 석 달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선 직전, 민주당이 고소한 지 나흘 만에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과는 딴 판입니다.

국정원 여직원 댓글사건 담당인 수서경찰서는 지난 3월 26일, 국정원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 모씨를 추가 입건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오래전에 언론이 제기했던 문제를 확인한 수준에 불과한데다 총책임자인 국정원장의 조직적인 개입지시 의혹이 폭로된 뒤였습니다.

[임병숙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녹취]

(최종 수사 결과가 안 나오는 것에 대해서...)

“그것은 뭐 수사를 하다보니까 또 할 것이 있고, 그것을 밝히기 위해 그런 거죠. 수사를 할 사항이 많아서 시간이 예상보다 좀 오래 걸리는 것이다...”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은 지난 24일 원세훈 전 원장이 도피성 출국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민들의 발길을 공항으로 이끌었습니다.

대한민국 정보기관의 수장이었던 사람을 직접 잡겠다고 나선 시민이 있었는가 하면,

[윤수만 / 경기도 김포시]

“못 나가게 잡아야 될 것 아닙니까”

[하한수 / 경기도 화성시]

“다른 분들이 지금 합세해서 네 군데 게이트가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거기에 지금 다 보초를 서고 있습니다.”

원 전 원장을 검찰에 형사고발한 당사자도 검찰이 못미더워 출국게이트를 지켰습니다.

[장동엽 /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선임감사]

“수사는 받지 않고 도피하기 위한 출국이다라고 그렇게 밖에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국정원장까지 지내신 분이 이런 상황인식을 갖고 해외로 나가실 수 있나.”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침묵으로 일관하던 새누리당이 마침내 입을 열었습니다. 대선이 끝난 뒤 처음입니다.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

“고소·고발을 당한 원 전 원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검찰은 철저하게 수사해 주기 바랍니다.”

민주당도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습니다.

“국정문란 헌정파괴 원세훈을 구속하라"

[문희상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헌정질서 파괴행위입니다. 검찰의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합니다”

취재진은 정치개입의혹에 대한 원세훈 전 원장의 입장을 듣기위해 그의 집을 찾아갔지만 만날 순 없었습니다. 대신 그가 국회 정보위 소속 의원들에게 퇴임인사차 보낸 서신에서 해명 아닌 해명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확고한 정치중립, 언론에 알려진 일들은 사실과 다르고 편향된 시각이란 문구를 사용하며, 더욱 많았던 빛나는 일들은 역사에 묻겠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원 전 원장의 이런 자화자찬식 해명이 설득력을 갖기에는 이미 드러난 의혹이 너무 많습니다.

신임 총장 임명과 함께 본격화될 검찰 수사에서 이른바 국정원 게이트의 실체가 규명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뉴스타파 최기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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