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인권

기사회생 : ‘쉿, 종북이라고 말하지마’

2013년 03월 05일 19시 29분

‘북한의 체제를 흠모하고 따른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는 종북.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사전에 등록된 정식 단어는 아니다. ‘종북’이라는 단어는 2000년대 초반 등장했지만, 본격적으로 사용된 건 이명박 정부 때 부터이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광우병 쇠고기 파동, 강정 해군기지 반대 집회, 용산참사의 배후에 종북 세력이 있다고 주장하며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는 ‘종북’이라는 딱지를 붙이기 시작했다. 실제 지난 2010년 이명박 전 대통령도 ‘종북’이라는 단어를 언급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대선 당시, 선거 한달 전부터 ‘종북’이라는 단어가 트위터 상에서 급증하기 시작하더니 선거 일주일을 앞두고는 그 검색량이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선거는 끝이났지만, 전 KBS 아나운서 정미홍씨는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김성환 노원 구청장에게까지 ‘종북주의자’로 규정하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떨어 뜨려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트윗에 올리는 등 종북에 대한 사회적 논란은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22일 법원은 ‘종북’이라는 단어를 근거없이 사용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판결이 있었다. 여러 학부모 단체가 전교조에게 종북이란 단어가 들어있는 피켓을 이용해 시위하는 것과 종북이라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된 편지를 전교조 교사들에게 발송한 것은 명예 훼손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과연 우리 사회에 종북이라는 단어가 사용된 이유는 무엇일까? 2012년을 강타했고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종북’ 논란을 짚어본다.

파격적인 옷차림과 거침없는 행동으로 화제를 몰고 다니는 행위예술가 낸시랭 씨. 종북 논란으로 또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습니다.

한 주간지 대표 변희재 씨가 꼽은 종북 인사 명단에 이름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낸시랭 씨는 “변 씨가 자신을 이용해 뜨고 싶어하는 것 아니냐“며 조롱합니다.

[낸시랭 / 예술인] “그게 뭔지 모르겠어요. 계속 친노 종북 종북 좌파라고 하는데 저는 저 낸시랭 밖에 관심 없어요. 그러니까 친낸종낸, 종낸낸파 라고 해야하지 않을까요?”

KBS 아나운서 출신의 정미홍 씨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을 종북 성향의 인사로 지목했습니다. 박원순 시장이 북한인권단체에 대한 시의 지원을 축소하고, 이재명 시장이 통합진보당 후보와 단일화를 통해 당선된 후 공동 정부를 구성하고, 김성환 구청장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한 한홍구 교수의 강연을 열려고 했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정 씨의 트윗에 이름이 거론된 이재명 시장은 근거없는 비방이라며 정 씨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이재명 성남시장] “비민주적인고 비인권적인 체제를 제가 추종한다는 걸 저는 모욕으로 느껴요. 관대하게 넘어가자 그러는 게 아니라 사회적인 병리현상 이기 때문에 반드시 처벌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물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론도 종북 몰이에 한몫 하고 있습니다. 한 종합편성 방송에는 부부가 함께 종북 성향이라는 뜻의 ‘종북 부부’라는 말까지 등장했습니다.

[이봉규 정치평론가] (한명숙 총리도 종북 부부에 이렇게 집어넣어도 되겠습니까? 대한민국 총리하신 분인데.) “북한을 찬양하고 국기라든가 애국가 제창 안하고 저쪽을 찬양하면 그러면 종북이죠.” (한명숙 총리가 그렇습니까?) “그렇죠.”

‘북한의 체제를 흠모하고 따른다’는 뜻으로 쓰이는 종북, 2000년대 초반 처음 등장했지만 본격적으로 쓰인 건 지난 이명박 정부 때부터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늘 그랬왔던 북한도 문제지만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우리 내부의 종북 세력이 더 큰 문제입니다.”

정부는 2008년 광우병 쇠고기 파동, 강정 해군기지 반대 집회의 배후에 종북 세력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는 으레 종북 딱지가 따라 붙었습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어떤 정치 권력이 잘못했을 때는 국민들은 대중들은 거리에 나와서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되거든요. 그리고 이것은 당연한 권리고. 당연한 자기들의 주권을 표출하는 장면에 대해서 항상 극우나 또는 일부 정치권력들은 거기에다 종북이니 좌파이니 딱지를 붙입니다.”

[최영일 사회문화평론가] “본격적으로는 2012년 우리가 겪었던 4월 총선, 12월 대선 그 과정에서 정치 담론이 뜨겁게 온라인 공간을 달궜을 때 종북이라는 단어가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하죠.”

그렇다면 실제 선거 기간에 종북이란 말이 더 확산된 걸까? 트위터상 ‘종북’이란 단어의 사용량입니다. 대통령 선거 한 달 전부터 그래프가 널뛰기를 시작하더니 선거일을 일주일 남짓 앞두고 최고치를 기록합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자마자 다시 평상시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최영일 사회문화평론가] “종북이라는 이 딱지가 굉장히 이번에 그 재미를 본 현상을 보면 보수 우파적인 임장에서는 종북이라는 용어의 활용성 어떤 가치를 극대화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월 4일자 동아일보, 종북 단체 가운데 하나로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비판해 온 환경운동연합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한숙영 환경운동연합 미디어홍보팀장] “4대강 때문에 녹조 대란이 일어났다라고 하는 환경연합의 조사에 따른 발표 등을 가지고 이제 북한 같은 경우에 보가 만들어져서 녹조가 발생한 거다 라는 보고가 나온 걸 연결 시켰더라고요. 그래서 서로 여론을 주고 받은 거다 스토리를 만든 거죠.”

알고보니 기사 내용은 국가정보원의 자료를 인용한 것이었습니다. 환경연합이 국정원에 어찌된 영문인 지 따져 물으니, 국정원은 직원의 실수로 작성된 자료라고 해명했습니다. 환경연합을 종북 단체가 아닌 순수한 단체로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후 동아일보는 정정보도를 내고 환경연합을 기사에서 삭제했습니다.

[한숙영 환경운동연합 미디어홍보팀장] “이명박 정부 때 활동했던 것들을 기억을 하면 환경단체의 활동의 순수성을 훼손하려는 언론의 움직임이 굉장히 많았어요. 종북이라는 단어를 써가면서 그런 불순한 의도가 있는 단체라는 걸 의도적으로 보여주려고 했던 부분이 있었다라고 생각을 하고.”

이런 가운데 2월 22일, 종북이란 표현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데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법원이 ‘서울자유교원조합’ 등 단체 회원들이 ‘전국교직원노조가 종북 세력’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시위한 데 대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전교조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판결한 겁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전교조가 주체사상을 교육한다는 근거가 없다며, 종북이란 표현으로 전교조의 명예를 훼손한 단체에 4천5백만 원을 배상하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보수단체는 여전히 전교조가 종북 세력이란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서희식 서울자유교원조합 위원장] “전교조는 학생들을 어떻게 (광장으로) 끄집어내느냐가 제일 문제야. 촛불사태 때도 일부 끄집어냈죠. 80년대 대학가까지도 완전히 빨갱이 NL로 뒤덮였는데도 그게 성공을 못한 게 학생들이 입시에 매몰되어서 그렇다, 무조건 공부 안 시키는 거죠. 인권조례도 핵심이 애들 끌어내는 거예요.”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 “근거 없는 허위주장은 어떤 집단의 명예를 사회적으로 크게 손실시킬 우려가 있다라고 해서 법원에서도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이번 판결을 낸 것 같고요. 저희들 입장에서도 당연히 어느 단체가 일방적으로 매도되는 근거 없는 주장에 대해서 가만히 있을 순 없는 상황이죠.”

이번 법원의 판결은 근거없이 ‘종북’이란 표현을 쓰는 건 위법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종북이란 표현을 함부로 써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표창원 ‘보수의 품격’ 저자] “이런 종북좌빨론 공격은 대단히 유효하고 대단히 잔인하면서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야기시키는 범죄행위인 것은 분명합니다. 근거없이 무분별하게 자기가 싫어하거나 불편한 대상을 향해서 종북이나 좌빨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범죄다라는 그런 사회적인 인식이 분명히 공고해지는 그런 계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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