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받지 않는 검찰② 검찰간부, 수사대상자와 돈거래...스폰서 의혹

2020년 02월 28일 19시 09분

2017년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았던 김영종 전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장(현 변호사)과 수 억원대 돈거래를 했던 건설업자 김 모 씨가 돈거래 당시 검찰 수사대상자였고, 김영종이 이 사건에 관여했다는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결과 새롭게 확인됐다. 김영종이 경찰 수사 직후 이 건설업자에게 빌린 돈을 급히 갚은 사실도 드러났다. 뉴스타파는 최근 입수한 김영종 관련 수사내용이 담긴 ‘경찰의견서’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검사와의 대화’에도 참여했던 김영종은 부인 소유 회사 운영비 등 명목으로 건설업자 김 모 씨와 수억 원대 돈거래를 하고, 또 시세보다 싼 월세아파트를 제공받았다는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1년간 경찰수사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과 감찰을 진행한 검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김영종을 무혐의 처분했다.

뉴스타파는 최근 이 사건 수사내용이 담긴 35쪽 분량의 경찰의견서를 입수, 경찰 수사와 대검 감찰 과정의 문제를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처벌받지 않는 검찰① 건설업자와 의문의 돈 거래, 아파트 특혜에도 무혐의)

돈을 주고받은 김영종과 건설업자 김 모 씨의 진술이 엇갈렸지만 추가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심지어 경찰 수사 도중 검찰이 관행을 깨고 김영종의 사표를 서둘러 수리했다는 내용 등이었다.

▲ 김영종 전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2017년 김영종은 건설업자 김 모 씨와 부적절한 돈거래를 하고 반값아파트를 제공받았다는 등의 혐의로 경찰수사를 받았다.

김영종 전 검사, 2012년 검찰 수사대상자와 2억 5000만 원 거래

‘경찰의견서’에 따르면, 김영종 전 검사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건설업자 김 모 씨와 빌리고 갚은 돈은 모두 4억 원 정도다. 김영종 부인이 운영하는 A테마파크 운영비, 자녀 유학비 등 명목이었다.

그런데 김영종과 돈거래를 할 당시 건설업자 김 모 씨가 저축은행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고, 당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 1부장이던 김영종이 이 수사에 관여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의견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에서 포렌식 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첨단범죄수사1부에서는 대검 합수단에서 OOO저축은행 사건과 관련하여 압수수색을 할 때 지원 및 분석업무를 담당했고...

경찰 수사 의견 (경찰의견서 26쪽)

검찰이 저축은행비리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을 출범하고 저축은행수사를 시작한 건 2011년이다. 건설업자 김 씨는 ㅍ저축은행 행장과 공모해 수백억 원대 부실 대출을 받은 혐의(사기와 횡령 등)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검찰은 2011년 3월부터 ㅍ저축은행 사건과 관련해 건설업자 김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수차례 조사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2년 2월, 검찰은 건설업자 김 씨를 피의자로 전환해 내사에 착수했다. ㅍ저축은행 부실 대출에 공모한 혐의 등이었다.

김 씨가 김영종과 첫 돈거래를 한 건 이로부터 약 한 달 뒤인 3월 8일이었다. 건설업자 김 씨는 조카 명의 차명통장을 이용해 김영종 부인이 운영하던 A테마파크(충남 공주 소재)에 2억 5000만 원을 보냈다. 김영종과 건설업자간의 첫 거래였다. 언급한 바와 같이, 당시 김영종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으로 저축은행 수사 지원 업무를 총괄하고 있었다.

김영종에게 돈을 보내고 10여일 뒤인 2012년 3월 22일, 검찰은 건설업자 김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사기와 횡령 등의 혐의였다. 그리고 20여 일 뒤인 2012년 4월 12일, 김영종은 건설업자 김 씨에게 빌린 돈 2억 5000만 원을 갚았다. 취재 중 만난 법률전문가들은 김영종과 건설업자 김 모 씨가 수사 무마 청탁을 대가로 돈거래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건설업자가 김영종 검사한테 (수사상 편의를 봐 달라고) 부탁을 했겠죠. 한 번도 돈거래가 없던 사람한테 갑자기 2억 5000만 원을 주는 건 매우 이례적이고 이해하기 힘든 일입니다. 그런데 수사를 무마해달라는 부탁이 실패한 거죠. 실패하니까 바로 돈을 돌려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일단 돌려받는 것으로 해두자’라고 무마시킨 느낌이 듭니다.

김용민 변호사

▲ 충남 공주 소재 김영종 검사 부인 안 모씨가 운영하는 테마파크

저축은행 사건 피의자와 차명거래...수사단장은 김영종 대학 동문

건설업자 김 씨가 피의자로 조사 받은 저축은행 사건의 수사책임자가 김영종의 대학 동문이었다는 사실은 의혹을 더 키운다. 당시 저축은행 합수단을 이끌던 사람은 최운식 당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 1부장(현 대륙아주 변호사). 최 변호사는 김영종과 한양대 동문으로 기숙사를 같이 쓰며 사법고시를 준비했다. 

취재진은 최 변호사에게 김영종과의 관계, 김영종이 저축은행 수사 당시 피의자였던 건설업자와 돈거래를 한 사실을 알았는지 등을 물었다. 최 변호사는 김영종과의 친분은 인정하면서도 관련 의혹은 부인했다.

사법고시를 같이 준비한 후배다. 기숙사도 같이 썼다. 하지만 김영종한테 (건설업자로부터) 돈이 갔다는 얘기는 우리가 확인한 적이 없다. 기억이 전혀 없고, 보고 받은 적도 없다. 전혀 알지 못하는 내용이다. 수사과정에서 김영종 검사가 등장했으면 내가 당연히 알았을 것이다.

최운식 전 대검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장 (현 변호사)

경찰의견서에는 김영종과 건설업자 김 씨간의 돈거래, 그리고 이 돈거래와 저축은행 수사의 관계에 대해 이런 의견이 적혀 있다.

피의자 김영종은 피의자 김OO(건설업자)의 사건이 내사 단계에서 종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대검 합수단장과 팀장을 접촉하였으나, 2013년 3월 22일 (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하는) 대검 합수단에서 김OO(건설업자)을 피의자로 조사하는 등 수사진행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2012년 4월 12일 2억 5000만 원을 반환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수사 의견 (경찰의견서 27쪽)



김영종으로부터 2억 5000만 원을 돌려받은 건설업자 김 씨는 2012년 6월 사기와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하지만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다시 김영종과 돈거래를 이어갔다. 이들의 돈거래는 김영종이 검찰을 떠난 뒤인 2017년 중반까지 꾸준히 이어졌다.

그런데 김영종과 건설업자 김 씨 간의 돈거래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었다. 먼저 이들은 주로 차명통장을 이용해 돈을 주고받았다. 건설업자 김 씨의 아들과 조카, 그리고 김 씨가 운영하는 회사의 관계자 명의 통장 등이 동원됐다. 돈 거래 명목도 김영종 자녀의 해외 유학비, 아내가 운영하는 A테마파크 운영비 등으로 다양했다.

구체적으로 2012년 3월 8일 건설업자의 아들 김 모 씨는 2억 5천만 원을 A테마파크에 입금했고, 같은 해 4월 10일 김영종은 A테마파크 계좌를 이용해 건설업자 아들 김 씨에게 1억 4900만 원을 돌려줬다. 남은 1억 원은 A테마파크가 스님 홍 모 씨의 돈을 빌려 건설업자 아들 계좌로 변제했다. 2013년 1월 14일에는 건설업자의 지인 신 모 씨가 건설업자의 부탁을 받고 1억 원을 A테마파크에 입금했고, 건설업자의 조카 김 모 씨도 2014년 6월 24일 3천 500만 원을 김영종에게 입금했다. 2016년 10월 14일에는 김영종이 용산아파트 임대료 명목으로 건설업자 김 씨 관련 회사(G사)에 1천만 원을 입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김영종과 건설업자 김 씨는 여러 번에 걸쳐 수억 원대 돈을 주고 받으면서 단 한번도 차용증을 쓰지 않았다. 돈을 돌려받는 기한 또한 정한 적이 없었다. 두 사람의 돈거래에 의심이 더해지는 이유다. 경찰의견서에 따르면, 건설업자 김 씨는 2017년 당시 경찰조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차용증을 작성하지는 않았고 이자없이 그냥 여유가 되면 나중에 갚으라고 빌려준 것으로...

건설업자 김 모 씨 진술 (경찰의견서 11쪽)

차용기간은 정하지 않았고 이자도 받지 않기로 했을 것이다.

건설업자 김 모 씨 진술 (경찰의견서 10쪽)

이상한 점은 또 있다. ‘경찰의견서’에 따르면, 김영종은 자신의 자녀가 유명 특목고 입시에 실패하자 해외 유학을 보내기로 결심하고, 2014년 6월 건설업자 김 씨에게 유학비 명목으로 3500만 원을 빌렸다. 김영종은 이 돈을 갚지 않다가 2017년 7월 3000만 원을 건설업자 조카 명의 계좌로 반환했다. 그런데 당시는 공교롭게도 김영종과 관련된 비리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고, 경찰이 김영종의 뇌물수수 의혹을 수사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 김영종은 2014년 건설업자 김 모 씨로부터 자녀 유학비 명목으로 3500만 원을 빌렸다. 김영종은 3년 뒤인 2017년 자신과 관련된 비리 의혹이 언론에 보도된 뒤에야 이 돈을 모두 갚았다.

김영종, 3년 전 빌린 자녀 유학비 3500만 원 경찰 수사 직후 갚아

뉴스타파는 김영종에게 연락해 건설업자 김 모 씨와 주고받은 수상한 돈거래와 관련한 해명을 요청했다. 김영종은 뉴스타파에 보내 온 서면답변서를 통해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유학비 35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돈거래는 장인이 한 것이어서 나는 모른다”는 내용이었다.

수십 년 전에 장인께서 (건설업자) 김OO 회장에게 도움을 주었기에 김OO 회장이 (부인 명의 테마파크의) 운영 자금을 빌려주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변제가 되었는지 모르지만 경찰 조사 단계에서 들으니 (건설업자 김OO이) 장인으로부터 모두 변제를 받았다고 합니다.”

김영종 변호사(전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 기사 내용 중 일부 오기(연도 등)가 발견돼 2020년 3월 26일 바로잡았습니다.

제작진
취재기자강현석
촬영기자신영철 이상찬 오준식 정형민
편집조문찬 박서영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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