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그렇다면 법원은 공소기각을 준비해야 한다
2024년 10월 28일 17시 17분
2017년 경찰이 수사에 나섰던 검찰 간부의 뇌물수수 의혹이 어떻게 검찰과 경찰에 의해 덮였는지를 보여주는 ‘경찰 의견서’를 뉴스타파가 입수했다. 수사대상자는 2017년 당시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장이었던 김영종 검사.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검사와의 대화’에도 참여했던 그는 부인 소유 회사 운영비 등 명목으로 한 건설업자와 수억 원대 돈거래를 하고, 또 시세보다 싼 월세아파트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으로 2017년부터 1년간 경찰 수사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과 감찰을 진행한 검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김 전 검사를 무혐의 처분했다.
그런데 뉴스타파가 입수한 ‘경찰의견서’에서 김 전 검사의 무혐의 처분과정에 의문을 품게 하는 대목이 여럿 발견됐다. 돈을 주고받은 김 전 검사와 건설업자의 진술이 서로 엇갈렸지만 추가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심지어 경찰 수사 도중 검찰이 관행과 달리 김 전 검사의 사표를 서둘러 수리한 사실 등이다. 김 전 검사가 경찰 관계자를 접촉해 자신이 당사자인 사건 수사상황을 알아봤다는 정황도 취재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뉴스타파는 김영종 검사 사건을 둘러싼 의혹을 두 번에 걸쳐 보도한다.
지난해 12월, 뉴스타파는 김영종 전 수원지검 안양지청장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 수사내용이 들어 있는 ‘경찰 의견서’를 입수했다. 경찰이 수사를 마친 결과를 검찰에 전달하면서 만든 최종 수사보고서다. 2018년 4월 17일 작성된 것으로 35쪽 분량. 여기에는 김영종 전 검사와 서울 용산에서 주상복합 아파트를 시행한 건설업자 김OO 씨가 주고받은 각종 금품 관련 수사내용이 들어 있다. 당시 김 전 검사에게 적용된 혐의는 알선뇌물수수와 알선수재다. 경찰 의견서에 따르면, 김영종 전 검사는 건설업자 김 씨로부터 부인이 운영하는 테마파크 운영비, 자녀 유학비 등 명목으로 4억 원 가량을 빌렸다가 나중에 갚은 것으로 돼 있다. 또 이와는 별도로 김 씨가 시행한 아파트를 시세의 절반에 불과한 월세로 제공받았다.
하지만 1년 가량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은 확인되나, 피의자들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피의자들의 혐의를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역시 추가 수사없이 사건을 종결처리했다.
그런데 ‘경찰의견서’ 곳곳에서 부실수사 정황이 확인됐다. 돈을 주고받은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는데도 추가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 등이다. ‘반값 월세’ 아파트 제공의 경우, 김영종 전 검사는 건설업자로부터 입주 제안을 받아 보증금 없이 월세로 입주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건설업자는 경찰 수사과정에서 “김영종 검사 측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아파트 제공을 부탁받았다”고 진술했다.
집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김OO(건설업자)의 제안을 받고 용산아파트에 입주하게 되었다.
용산 주상복합에 전세를 줄 아파트가 있느냐’고 안OO(김영종의 장인)이 묻기에… 사글세라도 주라고 지시하여 김영종 가족이 입주하게 되었다.
진술이 다른 부분은 또 있다. 김영종 전 검사는 최근 뉴스타파에 보낸 답변서에서 아들 유학비 명목으로 건설업자에게 받은 3500만 원에 대해 “이자를 포함하여 모두 변제하였다”고 주장했지만 건설업자인 김 씨는 경찰 수사에서 “차용증을 쓰지도 않았고, 이자 없이 그냥 여유가 되면 나중에 갚으라고 빌려준 것”이라고 이자와 관련해 다른 주장을 했다.
본인은 자녀 교육비를 빌렸다가 이자를 포함하여 모두 변제하였으며, 모든 금전거래는 공직자 재산등록을 성실히 이행하였고, 조사 결과도 재산등록과 일치하였다.
차용증을 작성하지는 않았고, 이자없이 그냥 여유가 되면 나중에 갚으라고 빌려준 것으로...
서로 알게 된 과정에 대한 두 사람의 진술도 달랐다. 경찰조사 당시 김영종 전 검사는 “장인을 통해 건설업자 김 씨를 소개받았다”고 했지만, 김 씨는 “김영종 검사의 선배인 한 부장검사로부터 김영종 검사를 소개받았다”고 진술했다.
장인을 통해 장인과 30년 지기인 김OO(건설업자)을 알게 되었다.
김영종이 창원지검 특수부 근무시절 특수부장이었던 김OO(현 변호사)으로부터 김영종을 소개받았다.
경찰 의견서에 따르면, 건설업자인 김 씨는 김영종 전 검사에게 돈을 보내면서 단 한번도 차용증을 쓰지 않았고 이자도 받지 않았다. 심지어 김영종 전 검사와 수 억 원을 거래한 과정에 대해 “돈을 준 이유가 기억나지 않으며, 언제 얼마를 차용해줬는지 모두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김영종 검사와 수 억 원대 돈거래를 할 당시 김 씨는 6억 원이 넘는 세금을 체납한 고액체납자였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태였다. 건설업자 김 씨의 진술에 의문이 생기는 대목. 게다가 김영종 전 검사가 자녀 유학비 명목으로 빌린 돈을 갚은 건 돈을 빌리고 3년이나 지난 2017년 경이었다.
김영종 전 검사가 건설업자 김씨로부터 제공받은 ‘반값 아파트’와 관련된 수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 의견서와 추가 취재과정에서 확인된 내용을 종합하면, 당시 경찰은 김영종 검사가 반값 월세 아파트를 무단 입주하게 된 과정, 불법 임대를 통해 관리비를 횡령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선 거의 수사를 하지 않았다.
미분양 세대에서 수도와 전기를 왕창 쓰고 있었다. 그래서 시행사 측에 ‘(불법 입주가) 말이 되느냐? 그리고 (불법 입주한 사람이 쓴) 공과금을 왜 시행사에 청구하느냐?’고 항의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불법 거주하고 있던 사람이 김영종이었다.
“(불법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 고검장 진급을 앞둔 검사라고 들었다. 계약을 위반한 불법 거주였다.
이처럼 두 사람의 진술이 서로 다르고 확인되지 못한 의혹들이 많았지만, 검찰에 대한 압수수색이나 구속영장 청구, 대질조사 같은 강제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계자는 “현직 검사에 대한 수사여서 신중하게 처리했다.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이 확인되지 않아 추가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만큼이나 이 사건을 다룬 검찰의 태도도 이상했다. 검찰은 경찰 수사가 진행되던 도중인 2017년 8월 김영종 검사가 낸 사표를 그대로 받아주는 것으로 김영종 당시 검사에게 편의를 제공했다. 공무원이 수사를 받거나 기소되면 ‘비위공직자의 의원면직 처리제한에 관한 규정’에 따라 사표가 수리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김영종 검사에게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았던 것이다. 법률전문가들은 ‘유례가 없는 봐주기’라는 입장을 보였다.
징계 결정이 날 때까지는 의원면직을 수리하지 않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의원면직해서 그냥 나가버리면 공무원이 아니니까 징계를 못 하거든요. 공무원이 자기 업무를 처리하다가 범죄가 성립된다라고 판단되면 수사기관에 고발하도록 그 법에 규정이 되어 있습니다. 부적법한 감찰 중단, 감찰 무마라고 판단됩니다.
지난해 12월, 취재진은 김영종 전 검사 사건을 잘 아는 전직 검찰관계자 A 씨를 만났다. 그런데 그에게서 뜻밖의 이야기가 나왔다.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수사를 받고 있던 김영종 검사가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경찰 수사상황을 확인하고 다녔다는 것이다. A 씨는 “당시 경찰관계자가 ‘이 사건을 형식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얘기도 김영종 검사에게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영종이랑 개별적으로 아는 경찰 간부가 있을 거 아니에요. 김영종이 그때 거기다 뭐라고 얘기를 한 모양입니다. ‘무슨 수사를 이렇게 하느냐’고...그랬더니 ‘(경찰간부가) 우리도 뭐 죽겠다’고 했다는 거에요. 뻔한 거 아니겠어요? ‘경찰청 같은 윗선에서 수사를 독려하니 우리도 어쩔 수 없이 하는 거다’라는 말이겠지.
뉴스타파는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인 김영종 전 검사에게 질의서를 보내 각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김 변호사는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본인은 수사 중인 경찰에 전화를 하여 수사 진행 상황을 물어본 적이 전혀 없습니다. 더욱이 유학비로 빌린 돈을 이자까서 쳐서 갚았는데 추가 채무가 있다면 당연히 갚았을 것입니다. 이러한 점을 포함하여 장인이 다른 사람들과 거래한 내역까지 경찰에서 과잉 조사하였으나, 모두 본인과 관련성이 없으며 변제가 되었음이 확인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기사 내용 중 일부 오기(연도 등)가 발견돼 2020년 3월 26일 바로잡았습니다.
취재기자 | 한상진 조원일 강현석 |
촬영기자 | 신영철 이상찬 오준식 |
편집 | 정지성 박서영 |
CG | 정동우 |
디자인 | 이도현 |
출판 | 허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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