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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죄수 수사 참여' 의혹 거짓 해명...죄수와 가석방 협의

2019년 08월 13일 17시 01분

검찰이 죄수를 불법적으로 수사에 참여시키면서, 미결수인 죄수와 가석방 관련 협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가석방을 미끼로 죄수를 수사에 참여시킨 것으로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검찰은 또 수사 관련 서류를 제3자를 통해 구치소에 수감된 죄수에게 영치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어제(8월12일) 죄수를 불법적으로 검찰 수사에 참여시키는 검찰의 관행과 여기서 비롯된 각종 비리를 고발했다. 해당 기관인 서울남부지검은 어제 곧바로 기자들에게 해명했다. 죄수(뉴스타파 기사에서 ‘제보자X’라고 불린 죄수)를 수사에 참여시킨 부분은 사실상 인정했지만, 검찰이 가석방을 약속하고, 죄수에게 전용 사무실을 제공한 사실 등은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의 해명은 뉴스타파가 확보한 객관적인 자료와 배치된다.

※ 관련기사 :
[죄수와 검사] ① "나는 죄수이자 남부지검 수사관이었다"
[죄수와 검사]②'죄수- 수사관- 검사'의 부당거래

서울남부지검이 기자들에게 밝힌 내용은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다.

▲뉴스타파 기사와 달리 가석방 약속은 없었음. 평검사에게 가석방 권한 자체가 없음. 나중에 가석방을 신청했기에 '수사에 협조했다'는 내용의 공적조서를 보내준 것은 사실.
▲제보자X가 편지로 사건 3개를 제보했고, 그 사건에 대해 수사에 협조한 것.
▲제보자X가 711호를 혼자 썼다는 건 말이 안 됨.

검찰, 형 확정 전에 죄수와 가석방 협의

하지만 뉴스타파 취재 결과 검찰은 제보자X의 변호인과 가석방 관련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보자X의 변호인 이 모 변호사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2017년 4월 경 의뢰인(제보자X)이 수사에 조력하던 검사실과 가석방 관련 협의를 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또 “검찰이 법무부 등에 보낼 의견서를 써서 보내보라고 해서, 이메일로 작성해 검찰 수사관에게 보냈다”고 말했다.

아래는 이 변호사가 4월 18일, ja*******@spo.go.kr로 보낸 이메일 내역이다. 수신인은 남부지검 709호 검사실 소속 Y수사관이다. @spo.go.kr은 검찰이 공용으로 쓰는 이메일 주소다.

▲2017년 제보자X의 변호인이 검찰 수사관에게 보낸 이메일. 가석방 의견서가 첨부돼 있다. 당시 이 변호사가 남부지검 Y수사관에게 제출한 이메일에는 제보자X에 대해 이렇게 적혀 있다.

수감인은 수감된 이후 현재까지 검찰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였음은 물론, 수감인과 관계 없는 사건의 해결에 혁혁한 기여를 하였습니다. 특히 수감인은 주가조작 사례를 찾아내어 검찰에 해당내용을 알려주어 검찰이 주가조작 사범을 색출하여 사건을 해결하는데 큰 기여를 하였고…

제보자X의 변호인이 작성해 검찰에 발송한 가석방 의견서 중

제보자X의 형은 2017년 11월 확정됐다. 가석방은 형이 확정돼야 가능하다. 형 확정 이후 형기의 3분의 1을 경과해야 하며, 교정성적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을 경우,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가 신청해 법무부장관이 결정한다. 하지만 검찰은 형 확정 이전부터 제보자X의 변호인과 가석방을 협의했다. 가석방을 대가로 제보자X의 수사 참여를 유인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제보자X는 가석방이나 감형이 가능하다는 말에 수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나중에 가석방을 신청했길래 공적조서를 보내줬다”는 남부지검의 해명은 사실과 다르다.

또 남부지검은 “평검사에게 가석방 권한 자체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석방심사위원회에 참여하는 검사 외에는 검찰총장도 가석방 권한이 없다. 권한이 없는 검사나 수사관이 왜 재소자 변호인으로부터 가석방 의견서를 받았는지 검찰이 해명할 일이다.

검찰, 수사관련 서류 구치소 죄수에게 영치

제보자X가 서울남부지검에서 수사관 노릇을 하던 2016년 4월 무렵, 검찰은 제보자X의 수사를 돕기 위해 수사 관련 서류 뭉치를 구치소에 넣어줬다. 제보자X가 서류를 볼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규정상 출정 나간 죄수가 검사실에서 서류를 반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제3자를 통하는 편법을 썼다고 제보자X는 말했다.

4월 12일 남부지검 709호실 Y수사관은 제보자X의 지인 박 모 씨를 검사실로 호출했다. 서류를 주고 남부구치소에 있는 제보자X에게 영치하라고 했다. 당시 박 씨가 서류를 영치하면서 남긴 접견민원인 서신에는 “지금 막 남부지검에서 서류 묶음을 받아다가 영치했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박 씨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연락을 했는지, 형님(제보자X)이 연락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부탁을 받고 검사실에 가서 서류 두 묶음을 받아서 구치소에 가 넣어줬다”고 말했다. 이런 심부름은 한두 차례 더 있었던 것 같다고 박 씨는 덧붙였다.

▲2016년 검찰은 제3자를 통해 수사 관련 서류를 구치소에 있는 제보자X에게 영치했다.

제보자X, 검사실에 보낸 편지 일부 공개

남부지검은 또 제보자X가 편지 3통을 통해 사건을 제보했으며, 그 사건 수사에 협조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제보자X는 자신과 관련된 사건인 이른바 ‘스포츠서울 주가조작 사건’을 편지로 보낸 사실은 있지만, 나머지 사건들은 검사실에서 조사를 해서 발제한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제보자X는 2017년 2월 27일 검사실에 보낸 편지를 뉴스타파에 공개했다. 이 편지는 수사를 돕는 것 때문에 신변에 대한 위협을 느끼고 있으니 수사 참여를 이제 그만하고 싶다는 내용이다. 여기에도 검찰이 가석방을 약속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제보자X는 당시 편지에 이렇게 적었다.

이 일의 성과에 따라서 가석방-감형 등의 혜택도 가능하다는 말에, 방치된 가족을 조금 더 빨리 만날 수도 있다는 기대와 희망으로 지금까지 1년이 넘는 세월을 노력하고 때로는 기다리며 왔습니다.
계장님과 검사님은 공무원이라는 보장된 신분으로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겠지만 저는 묶인 맨살 그대로를 드러낸 채로, 제 가족의 위험까지 감수하면서까지 이 일을 진행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2017년 2월 27일, 제보자X가 검사와 수사관에게 보낸 편지

또 검찰이 해명한대로 제보자X가 편지로 제보한 사건에만 협조를 했다면, 제보자X가 검사실에 출정을 가서 수사관에게 보낸 다른 사건 보고서 등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검찰이 언급한 편지 3통을 공개하면 정확하게 검증할 수 있다. 제보자X도 자신의 편지가 공개되는 것에 동의했다.

페이스북을 마음대로 쓴 죄수

제보자X는 2년 동안 본인의 사건과 관련없이 170여 차례 검사실에 출정을 갔다. 단순 계산하면 일주일에 2차례 정도다. 제보자는 남부지검 711호실에서 사건을 조사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서 휴대전화와 아이패드도 자유롭게 사용했다. 당시 제보자X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수백 건에 달한다. 페이스북 계정 이름은 ‘견상태’였다. 감옥에 갇혀있는 자신의 모습을 자조하는 표현이었다. 재소자 신분임을 암시하는 글도 상당수다. 검사와 수사관 없는 개인 공간에서 아이패드 등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남부지검의 해명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711호는 제보자X가 출정을 가지 않았을 때 다른 용도로 사용했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검찰도 제보자X에게 조사나 수사에 필요한 공간을 제공한 것은 인정한 셈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경향 신문과의 관련 인터뷰에서 "영상증거녹화실 사용은 수사 협조를 위해 검색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준 것 뿐"이라고 말했다. 제보자X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사용한 방은 다른 검사나 수사관이 들어오는 것도 불가능할 정도로 보안이 유지됐다고 말했다.

취재 : 김경래 심인보 김새봄
촬영 : 정형민 오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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