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국(FinCEN)은 돈세탁, 테러자금 지원 등 금융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전 세계의 수상한 금융거래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기관입니다. 뉴스타파는 국제 언론인들과의 협업을 통해, 이들이 수집한 ‘수상한 거래’ 데이터(FinCEN Files)를 입수했습니다. 그런데 이 데이터를 들여다보던 중 다름아닌 삼성전자 해외 법인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삼성의 자회사 중 하나인 SEO(Samsung Electronics Overseas B.V.)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에 삼성전자의 제품을 판매하는 해외 법인입니다. 그런데 이 SEO에 총 12회에 걸쳐 다수의 유령회사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렇게 유입된 자금의 규모는 확인된 것만 총 334만여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9억 원에 달합니다.

전 세계 금융범죄를 단속하는 미국 재무부가 삼성의 자회사인 SEO를 주목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삼성은 과연 이 ‘수상한 거래’에 어디까지 관여하고 있는 것일까요. 사건을 직접 취재한 홍우람 기자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Q : 미국 재무부가 가지고 있던 비밀 정보(FinCEN Files)를 어떻게 입수하게 된건가요?

아주 상세하게 밝히기는 현재까지는 어려운데요, 최초에는 미국의 인터넷 언론 버즈피드(BuzzFeed)가 이 파일을 입수하게 되었어요. 이 자료를 유출했다고 지목된 사람이 있긴 하지만 자세하게 알려드릴수는 없고요. 처음에 버즈피드가 입수해서 간수하고 있던 자료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에 공유되었고 또 ICIJ의 협업 매체인 뉴스타파에도 공유되어서 취재를 하게 된 것이죠.

Q : 삼성전자는 왜 유령회사들과 수상한 거래를 지속하고 있는걸까요?

그 ‘왜?’라는 부분은 취재진도 정말 궁금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삼성전자 측에도 답변 요청을 했지만 아직 답변이 없는 상황이에요. 

무엇보다 지금 확실한 것은 유령회사에서 삼성에 돈을 보냈다는 것이죠. 삼성에서 유령회사로 돈을 보낸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 돈은 결국 삼성전자가 챙긴 것입니다. 이 거래의 최종 수익자는 삼성전자에요. 바로 그래서 우리가 삼성전자 본사에 이 수상한 거래의 이유를 물어보는거죠.

누군가의 자금이 여러 유령업체들을 거쳐서 삼성전자의 해외법인으로 들어가서 결국 삼성전자의 해외 계좌에 수상한 돈이 계속 쌓이고 있는겁니다. 이렇게 출처를 알 수 없는 돈이 여러 경로를 통해서 이체되고, 특정 계좌에 쌓이는 것을 우리는 바로 자금세탁이라고 부릅니다. 

보도를 보시면 서명 위조 등 이상하게 조작된 문서들이 등장하는데, 그 문서들은 대체로 삼성전자와 유령업체들의 거래관계, 그 중에서도 판매 대금을 청구하는 청구서에요. 실제로 은행에도 제출됐던 서류들인데... 왜 그렇게까지 문서를 위조해가면서 돈을 받아야만 했는지는 취재진도 정말 의문스러운 부분입니다.

Q : 보도 이후 삼성의 반응은 어떤가요?

이번에 보도가 나가고 나서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저희가 보도 이전에 일주일 정도 시간을 주고 해명 요청을 했는데, 그때는 아무 답변이 없다가 보도가 나간 직후에야 연락이 왔죠. 연락을 받아 보니 "보도 잘 봤다"라고 말하더라고요. 그게 답변의 전부였습니다. 

만약 저희의 보도가 터무니없는 의혹을 제기했거나, 악의적으로 기업에 해를 끼칠 목적으로 보였다면 삼성전자에서 언론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보도 잘 봤다" 라고 하진 않았겠죠. 어느 정도는 보도 내용에 대해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고 저는 짐작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삼성 측에서도 거기에 말을 더 얹고 싶지는 않았겠죠.

Q : 해외 법인에서 발생한 일인데 수사 가능성이 있을까요?

사실 삼성전자 해외 법인의 수상한 거래내역과 그 의혹은 뉴스타파가 몇 년 전부터 보도를 해 왔어요. 작년 SEO와 관련된 보도를 했을 때는 참여연대에서 검찰에 수사를 촉구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아무 반응이 없었죠.

저희가 생각했을 때 분명한 것은, 아무리 해외 법인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해도 이 문제의 책임은 삼성전자 본사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보도에서 문제삼았던 SEO만 하더라도 삼성전자 본사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에요. 그리고 우리나라 금융감독원을 통해서 공시되는 감사보고서, 재무재표에도 이 해외판매 법인에서 발생한 수익은 삼성전자 본사의 수익으로 잡힙니다. 결국 재무상으로나 경영상으로나 다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저희 취재진은 수 년동안 삼성전자의 해외 영업망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삼성전자 본사에 직접 해명 요청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유의미한 답변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수사당국 역시 반응이 없었죠. 취재진이 삼성전자 본사에 해명과 책임을 요구하는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조세당국이나 수사당국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Q : 국내 취재를 할 때에 비해서 국제협업 취재가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언어와 시간이 가장 문제인 것 같아요. 대체로 영어로 소통을 하다 보니, 서로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과정에서 시간도 많이 걸리고 불편한 점이 많죠. 또 보통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보도를 해야 되는 경우 그 시간이 서구권을 기준으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시간을 맞추기 위해 새벽 2시에 보도를 하게 되었죠.

또 협업을 하면서 각자 자료를 요청하고 부탁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데, 시차의 문제도 있고 또 각국에서 주력하고 있는 문제가 있다 보니 시간이 늦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Q : 추후 취재 및 보도 계획은 무엇인가요?

아아무래도 뉴스타파가 2013년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 이 금융범죄에 대한 보도를 지속해왔기 때문에 분명 또다시 이런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언제가 될 것이라고 장담하지는 못하겠지만. 지금껏 쌓아온 경험들이 있잖아요. 2013년 처음으로 조세도피처 관련해서 국제협업 보도를 하니까 2016년에 파나마 페이퍼스 보도가 가능했던 것이고요.

국제적인 금융범죄는 보통 어디에선가 유출되는 방대한 양의 자료들을 기초로 해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젠가 다시 그런 자료가 발견되었을 때 이 분야를 어떻게 취재해야 하는지는 지금까지 몇 번이나 반복해 온 경험이 있기 때문에 뉴스타파를 포함해서 많은 언론 매체들과 언론인들이 자료를 공유하고 협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힘을 합치는 것이 이제는 가장 수월한 방식이 된 것이죠.


Q : 마지막으로 취재 소감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기자들이 수만명인데, 그 중에서 국경 너머에 있는 기자들과 함께 일하는 경험을 해보는 것은 뉴스타파의 기자들이 유일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은 국제 언론계에서 뉴스타파가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겠죠.
모든 것이 뉴스타파를 지탱하고 있는 후원회원님들과 독자님들의 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해외 기자들과 소통하면서 좋은 기사 써 낼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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