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출신 영입 46개 업체 중 78%가 원전납품 급증

2014년 10월 02일 23시 06분

 

원전묵시록2014, 핵마피아 실태분석 ②

비리의 주범으로 꼽혀온 협력업체와의 유착을 끊기 위해 부장급 이상 한수원 퇴직자의 협력사 재취업을 3년간 금지했고 지난 1년간 임원 및 처·실장급 간부 71명 중 38명을 교체했습니다. -2014년 9월 26일 조석 한수원 사장 취임1년 기자간단회 중 발언

지난달 26일, 취임 1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한 말이다. 한수원 퇴직자의 원전기업 재취업 등 원전업계 ‘회전문 인사’에 대한 비판은 여러 차례 제기됐다. 국정감사장에서도, 언론을 통해서도 셀 수 없을 정도로 지적돼 왔다.

그러나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관련 기업들은 “로비를 위해 영입한 것은 결코 아니다” “오직 순수 기술 자문으로 모셔온 것이다.” 라고 주장한다.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도 될까?

한수원 퇴직직원 재취업, 비리의 온상인가? 순수한 기술자문 영입인가?

원전기업들이 한수원 등 원전 공기업 출신 퇴직자들을 영입하는 진짜 이유는 뭘까? 이들의 영입을 통해 원전 기업들은 실제로 어떤 이득을 얻는 것일까?

뉴스타파 데이터저널리즘연구소는 재취업과 납품계약의 상호연관성을 시기별로 살펴봤다.

▲ 뉴스타파 데이터저널리즘연구소는 재취업과 납품계약의 상호연관성을 시기별로 살펴봤다.

뉴스타파는 실증적이고 통계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우선 국회 김제남 의원실이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지난 7년 동안 (2008년-2014년 8월)의 원전기업 납품 거래 내역서를 입수해 확인했다. 단 1건이라도 한수원과 납품 계약 실적이 있는 원전 업체는 4,394개였다.

재취업한 46개 기업, 재취업 시기와 납품계약액 변동과 연관성 분석

또 같은 기간(2008년 - 2014년 8월) 한수원과 한전, 한전기술 등 원전 관련 3개 공기업과 원전 주무부처인 산업부 퇴직자의 원전기업 재취업 현황을 조사했다. 이 기간 동안 한수원 퇴직 직원 등 72명이 원전 관련 기업 46곳에 재취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뉴스타파는 이 46곳의 원전기업을 대상으로, 재취업자를 영입한 시점을 전후해 한수원 계약 건수와 금액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46개 기업 통계 (36개 증가, 4개 감소)

분석 결과 원전기업의 주장과는 사뭇 다른 내용이 도출됐다. 한수원 퇴직 직원과 산업부 퇴직 관료를 영입한 원전 관련 민간기업들의 80% 가까이가 영입 이후 한수원 납품 계약액 급증 등의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됐다. 대상 기업 46곳 가운데 36곳(78%)의 한수원 납품 계약 실적이 영입 전년도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46개 곳 36개 영입 후 납품계약 금액 증가, 감소한 곳은 4곳에 불과해

이들 36개 업체는 한수원과 관료 출신들을 영입하기 전까지는 한수원 납품실적이 아예 없거나 미미한 수준이었지만, 영입 이후 계약 액수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납품계약 건수와 금액이 줄어든 업체는 4곳에 불과했고, 나머지 6개 기업은 별 변동이 없었다. 78%에 이르는 원전기업이 영입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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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한수원이나 관료 출신 영입과 납품 계약 증가가 단지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수원 및 관료 출신 영입 원전기업의 78%가 영입 이후 납품 계약금액이 증가하는 패턴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번 분석 결과는 한수원과 납품 기업 사이에 퇴직자 영입을 고리로 한 유착 관계가 형성됐다는 것을 제시한다고 할 수 있다.

“한수원과 납품 기업 사이에 퇴직자 영입을 통한 유착 관계 잘 보여줘”

채이배 회계사(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이에 대해 “재취업과 한수원 계약수주 금액이 밀접하게 연관이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원전 기업들이 계약 수주 등의 혜택을 얻기 위해 한수원이나 정부기관에서 있는 인맥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채 회계사는 “따라서 재취업자 영입은 납품계약 영업이나 로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원전 기업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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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2008년부터 올해 8월말까지 한수원 퇴직 직원 등을 영입한 46개 업체가 한수원에 납품 계약한 금액은 11조 2천 6백 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 4394개 전체 기업이 수주한 납품 계약 금액 가운데 무려 60%를 전체 기업의 1% 정도에 해당하는 업체들이 차지한 것이다.

뉴스타파는 원전기업들의 납품 내역과 관련한 상세 데이터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홈페이지 데이터 바로 가기 설치) 한수원 납품 내역이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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