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와 검사III ④ 검찰, 1조 사기범 김성훈 은닉자금 수사 덮었나

2020년 10월 27일 13시 32분

뉴스타파는 <죄수와 검사> 세 번째 시즌을 통해 특수부 검사와 죄수들의 거래가 벌어지는 어두운 생태계를 보도하고 있다. 1편에서는 김영일 검사와 죄수들 사이에서 이루어진 8천만 원짜리 사건 거래를 보도했고, 2편에서는 김영일 검사실을 배경으로 벌어진 3억 원짜리 형집행정지 로비, 3편에서는 김영일 검사실에서 기획되어 실제로 실행까지 옮겨진 ‘대위변제’ 사기 사건을 보도했다. 
이 세 사건의 공통점은 모두 김영일 검사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 그런데 공통점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세 사건 모두 IDS 홀딩스 사건의 주범, 김성훈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이다. 
▲ 지난 2016년 IDS 홀딩스 베트남 지사 홍보영상에 등장한 김성훈. 구속 6개월 전 업로드된 영상이다.
김성훈은 감옥에 갇힌 죄수의 신분이었지만 출정이라는 명목으로 김영일 검사실에 수시로 나가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먹고 싶은 음식을 먹었다. 그리고 브로커 죄수 이 모 씨와 한 모 씨를 자신의 형 집행정지나 감형을 위한 '작전'에 마치 아랫사람처럼 동원했다. 김성훈이 이렇게 할 수 있었던 힘의 근원은 무엇일까. 바로 돈이다. 그리고 그 돈은 김성훈이 IDS 사건 피해자들로부터 가로채 어딘가에 숨겨놓은 범죄 수익 은닉 자금이다. 
이 범죄 수익 은닉 자금을 검찰은 못 찾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안 찾고 있는 것일까. <죄수와 검사> 세 번째 시즌 4편은 바로 이 김성훈의 숨겨진 범죄 수익에 대한 것이다.

1100억 원이  사라졌다

IDS 홀딩스 사건의 주범 김성훈은 원금 손실 위험 없이 최소 월 1%의 수익을 보장한다고 투자자들을 유혹했다. 해외의 외환 거래 딜러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그 수수료로 투자 수익을 내기 때문에 절대 손해날 일이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2011년 11월부터 김성훈이 구속된 2016년 9월까지, 여기에 현혹된 투자자들이 만 2천 명이었고 이들이 투자한 금액은 1조 8백 55억 원에 달한다. 
김성훈이 피해자들로부터 끌어모은 1조 8백 55억 원은 어디로 갔을까? 김성훈의 1심 판결문에 그 사용처가 나온다. 
우선 투자자, 그러니까 피해자들에게 돌려준 원금과 이자 등이 4,843억 원이다. 외환 거래의 수수료로 발생한 수익이 아니라 다른 피해자들의 돈으로 돌려막기를 한 것에 불과하지만 상당한 기간 동안 일부 피해자들에게는 정상적으로 수익이 지급됐기 때문이다. 둘째로 신규 투자자 유치와 각종 프로모션에 쓴 돈은 3163억 원, 마지막으로 해외와 국내 법인을 설립하거나 인수하고 운영하는데 들어간 비용이 838억 원이다. 
이렇게 사용처가 규명된 돈이 8844억 원이므로 전체 투자금 1조 855억 원 가운데 2011억 원이 남아있어야 했다. 그러나 검찰이 김성훈으로부터 압수한 돈은 910억 원 뿐이었다. 따라서 1101억 원은 사용처가 규명되지도 않고 압수되지도 않은 채 사라져 버린 돈이 되었다. 
▲ 김성훈이 사기로 벌어들인 1조 855억 원의 행방. 검찰이 압수한 금액을 합치더라도 1101억 원의 자금이 사라졌음을 알 수 있다. 김성훈이 범죄 수익을 별도로 은닉한 '저수지'가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이유다. (출처 : 김성훈 1심 판결문)
피고인은 검찰조사에서 수백억 원의 현금에 관하여는 별도로 장부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진술했고 현금의 사용처가 관리되지 않는 이유에 대하여 ‘사용처를 밝힐 수 없는 돈도 있는 법입니다’ 라고 답변하는 등 수긍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였다.

김성훈 1심 판결문 17쪽 중

범죄 수익 은닉 자금의 저수지?

김성훈은 구속된 이후에 많은 돈을 썼다. 우선 김영일 검사와의 사건 거래를 위해 브로커 죄수 이 씨에게 8천만 원을 지불했고, 형집행정지 로비를 위해서는 죄수 K에게 3억 원 수표를 제시했다. 그리고 자신의 감형을 목적으로 피해자들로부터 합의서와 처벌 불원서를 받아내는 ‘작업’을 위해 브로커 죄수 한 씨에게 27억 원을 송금했다. 
그렇다면 합리적으로 이런 추론을 해볼 수 있다. 어딘가에 적게는 수백억 원, 많게는 천백억 원에 이르는 범죄수익 은닉 자금의 저수지가 있고, 김성훈은 그 저수지에서 필요할 때마다 돈을 꺼내 쓰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론이다. 
뉴스타파는 취재 과정에서 이 저수지, 그러니까 아직 드러나지 않은 김성훈의 범죄 수익 은닉 자금에 대한 단서들을 입수했다. 

브로커 죄수가 흘린 봉투

구치소에서 김성훈을 만난 뒤 김영일 검사실에의 출정을 주선한 브로커 죄수 한 모씨, 뉴스타파가 <죄수와 검사> 3편에서 보도한 바와 같이 그는 김성훈이 홍콩에 숨겨놓은 자금 27억 원을 받아 그 돈으로 IDS 사건 피해자들에게 대위변제 사기와 2차 사기를 쳤다. 한 씨는 수사를 피해 입원해있던 중 IDS 사건 피해자들에게 붙잡혀 경찰에 인계됐고 결국 재판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한 씨가 병원에서 붙잡힌 뒤 경찰 병원으로 옮겨지는 이송 과정에서 IDS 사건 피해자들은 우연히 그가 떨어뜨린 봉투를 하나 발견한다. 
봉투가 땅에 떨어졌는데, 우리는 이제 그게 얘(한 모씨) 건지도 몰랐죠. 뭐 당시에 막 난장판이었으니까. 그래서 우리 앞에 가던 다른 환자에게 가져다 주려고 했는데, 그 환자가 병실에 들어가버리고 문이 닫히는 바람에 없어져버렸어요. 그래서 뭔가 보자, 하고 열어봤는데, 이게 웬걸? 우리랑 관련된 것이더라고요

IDS 사건 피해자 정 모 씨 인터뷰 중
이렇게 입수한 봉투에는 브로커 죄수 한 씨의 자금 사용 내역이 들어있었다. 뉴스타파는 이 자료를 받아 살펴보았다. 

봉투 속에 들어있던 12억 원의 흔적

▲ 김성훈의 형량을 낮추기 위해 IDS 피해자들에게 '대위변제' 사기를 친 브로커 죄수 한 씨가 체포 과정에서 우연히 떨어뜨린 서류 봉투와 그 내용물들
봉투 속에는 한 씨가 쓴 돈의 내역을 증빙하는 여러 자료들이 들어있었다. 자료는 크게 두 묶음으로 나뉜다. 
첫 번째 묶음은 한 씨가 대납한 김성훈의 변호사 비용내역이다. 2017년 3월, 한 씨가 출소하자마자 김성훈의 변호사 비용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한 씨는 김성훈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에 2017년 3월 10일 5천 5백만 원을 보낸 것을 시작으로 서너달에 걸쳐 모두 6억 2천 6백만 원의 변호사비를 보냈다. 송금자의 명의는 한 씨가 아니라 한 씨의 측근들로 되어있다. 
두 번째 묶음은, 한 씨가 개인적으로 지고 있던 채무와 관련된 채무 상환 영수증이다. 즉 한 씨가 자신의 빚을 갚은 뒤, 채권자들로부터 ‘빚을 갚았다’는 영수증을 받은 것이다. 2017년 4월 7일 한 씨는 채권자 이 모씨에게 1억 7천만 원, 노 모씨에게 1억 5천만 원, 그리고 전 모씨와 유 모씨에게 각각 8천만 원과 2천만 원을 갚았다. 빚을 갚지 못해 고소당한 사건과 관련해 고소인에게 합의금을 주고 고소 취하 각서를 받은 내역도 있다. 합의에 들어간 돈은 2억 천만 원이다. 모두 합하면, 한 씨 자신의 개인 채무를 해결하는데 쓴 돈이 6억 3천만 원이다. 
한 씨의 봉투에서 사용 내역이 나온 이 12억 5천 6백만 원은, 혹시 김성훈이 홍콩에서 보내 준 27억 원의 일부가 아닐까? 시점상으로 보면 불가능하다. 한 씨의 판결문에 따르면 한 씨가 홍콩 IDS 법인으로부터 돈을 송금받기 시작한 건 2017년 6월 5일부터이기 때문이다. 6월 5일 11억 원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8월 7일까지 5차례에 걸쳐 27억 원을 받았다. 따라서 한 씨가 2017년 3월부터 6월 사이에 사용한 이 12억 원은, 김성훈으로부터 받은 27억 원과는 별도의 돈이다. 1억 원이 없어 구속까지 됐던 한 씨가 출소하자마자 지출한 이 12억 원은 김성훈의 별도 은닉 자금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 브로커 죄수 한 씨가 떨어뜨린 봉투에서 나온 자금 사용 내역. 김성훈으로부터 홍콩 은닉 자금 27억 원을 송금받기 전 이미 12억 원 이상의 돈을 사용했다.
여기에 한 씨가 얻은 서울 청담동의 사무실 임대료와 직원들의 인건비, 룸살롱 등에서 쓰고 다녔던 돈까지 합하면 한 씨가 건네받은 것으로 보이는 김성훈의 별도 은닉자금은 더 늘어난다. 

“가방에 20억 원을 담아 들고 왔다”

브로커 죄수 한 씨가 김성훈의 별도 은닉 자금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정황은 또 있다. 한 씨의 출소 직후 한 씨로부터 동업제안을 받고 약 한 달 반 가량 같은 사무실을 썼던 사업가 김 모 씨가 직접 목격한 일이다. 
사업가 김 씨는 브로커 죄수 한 씨와 함께 경기도 성남시의 공공임대 아파트 건축을 추진하려 했다. 건설업을 하던 김 씨에게 한 씨가 “돈은 얼마든지 있으니 시행 큰 거 한 건 할 거 없냐”라며 시행 사업 물색을 부탁했고, 이에 따라 김 씨가 소개해 동업을 하려고 했던 사업이었다. 성남시 소유 부지에 임대아파트를 지은 뒤 몇년 뒤 분양을 해서 수익을 내겠다는 사업 계획. 땅값만 500억이나 드는 큰 사업이었다. 일단 사업을 추진하려면 땅값의 10%인 50억 원을 예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사업은 규모가 큰데 네가 감당할 수가 있나, 안 되면 안 된다라고 해라'니까 '형님, 내일 바로 성남시청 농협출장소에서 10시에 만나자. 돈 들고 오겠다' 고 해서 그 다음 날 10시에 성남 시청 농협출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었죠.

한 씨 지인 사업가 김 모 씨 인터뷰 중
그런데 이 자리에는 한 씨가 나타나지 않았다. 한 씨 대신 나타난 것은 한 씨의 누나. 그런데 한 씨의 누나는 돈 20억 원이 든 가방을 들고 왔다. 김 씨는 당시 이 돈을 은행에 예치하고 발급받은 잔고증명서를 뉴스타파에 제시했다. 잔고증명서의 발급 날짜는 2017년 4월 11일, 역시 한 씨가 김성훈으로부터 27억 원을 송금받기 한참 전이다. 
▲ 브로커 죄수 한 씨의 누나가 들고 온 20억 원을 은행에 예치하고 발급받은 잔액증명서. 우측 상단의 발행 날짜가 4월 11일로, 한 씨가 김성훈으로부터 홍콩 은닉 자금 27억 원을 송금받기 두달 전이다. 
그런데 한 씨의 누나가 가져온 20억 원은 현금과 오래된 수표가 뒤섞인 돈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은행에서 수표를 조회하느라 큰 소동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현금이 5만 원짜리 현금이었나요?) 5만 원 짜리도 있고 철 지난 수표도 있고 뭐..(막 섞여서?) 몇 년 전 수표도 있고... 언뜻 보니까 은행 직원들이 그거 조회한다고 난리더라고. '왜 그래요?' 내가 그러니까 '이렇게 몇년 된 수표를 갖고 오면 어떻게 하냐고. 조회 다 해야 하는데...'하더라고 

한 씨 지인 사업가 김 모 씨 인터뷰 중
한 씨의 누나가 가져온 20억 원이, 현금과 오래된 수표 더미로 구성되어 있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이 20억 원이 김성훈의 별도 은닉 자금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만한 것은 IDS 홀딩스 사기가 진행될 당시 김성훈이 ‘현금 프로모션’을 자주 했다는 피해자들의 증언이다. 
두 달에 한 번 꼴, 석 달에 한 번 꼴로 현금 프로모션을 한 거예요. 고객 입장에서는 현금으로 투자를 하든 계좌이체로 투자를 하든 똑같잖아요? 그런데 현금으로 갖다주면 그거에 대한 수익을 약정 이상으로 더 주는 거예요. 그러니까, 천만 원 당 10만 원을 더 주는 거야. 그래가지고 당시에 아줌마들이 보자기에 막 돈 싸 가지고 와서… 지금 생각하니까 그게 너무 분하고 억울해요

IDS 사건 피해자 정 모 씨 인터뷰 중
IDS 홀딩스가 건재할 무렵, 즉 한창 사기를 칠 당시부터 김성훈은 피해자들에게 현금 투자를 유도했고, 그렇게 모인 현금 가운데 일부를 비자금으로 조성했을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한 씨의 누나가 들고 온 20억 원은 결국 김성훈이 조성해 은닉해둔 별도의 비자금에서 꺼내 한 씨에게 건네진 것일 가능성이 있다. 

연예 기획사에도 투자 

출소 직후 한 씨는 한 연예기획사 대표에게도 접근했다. 유명 연예인들을 상당수 데리고 있던 유명 연예기획사다. 한 씨는 이 연예기획사 대표에게 2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계약금만 들어오고 실제로 약속했던 20억 원이 다 들어오지 않았다는 게 이 연예기획사 대표의 주장이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이 연예기획사 명의의 계좌에는 한 씨의 측근 명의로 다섯 차례에 나누어 5억 8천만 원이 입금된 흔적이 남아있다. 입금 날짜는 2017년 4월로, 역시 한 씨가 김성훈으로부터 27억 원을 받기 전이다. 
▲ 뉴스타파가 입수한 모 연예기획사의 계좌 내역. 2017년 4월, 브로커 죄수 한 씨의 측근 명의로 5억 8천만 원이 입금됐다. 

홍콩에서 돈 받기 전 53억 원 어치 주식 매입 

IDS 사건 피해자들은 한 제보자로부터 키움증권의 주식 거래 어플리케이션 화면을 찍은 사진을 제보받았다. 2017년 6월 경 자금력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 씨의 측근이 촬영해 누군가에게 보내준 것이라고 한다. 이후 경찰 수사에서 이 주식 계좌의 소유주는 한 씨의 누나로 확인됐다. 
▲ IDS 피해자들이 제보받은 브로커 죄수 한 씨 누나의 키움증권 주식 계좌 화면
사진을 보면 주식 계좌 번호와 매입 종목, 매입 금액등이 나와있다. 모두 다섯 종목의 주식을 53억 원 어치 매입한 것으로 되어있는데, 주가를 확인해보니 매입 시점은 모두 2017년 4월 초로 추정된다. 이 다섯 종목이 동시에 해당 가격대였던 시점이 2017년 4월 초 뿐이기 때문이다.
▲ 브로커 죄수 한 씨의 누나 명의로 된 주식 계좌가 매입한 종목들. 매입 가격으로 추정해보면 모두 2017년 4월 초에 매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이 시기에 한꺼번에 53억 원어치의 주식을 살만큼 큰 돈이 한 씨에게 들어왔다는 얘기인데, 이 역시 홍콩에서 27억 원을 송금받기 전이다. 

91억 원의 출처는? 

지금까지의 얘기를 정리해보자. 브로커 죄수 한 씨는 출소한 직후인 2017년부터 3월부터 6월 사이 수십억 원의 돈을 쓰거나 보유했다.
1) 김성훈의 변호사비 6억 2천여만 원 2) 한 씨 본인의 빚을 갚거나 합의금으로 쓴 6억 3천만 원 3) 성남시 공공임대 아파트 사업 계약금으로 한 씨의 누나가 들고 온 20억 원 4) 연예기획사에 송금한 5억 8천만 원 5) 한 씨 누나의 주식 계좌에 들어있던 53억 원.
이 돈을 모두 합하면 91억 원에 이른다. 사무실 임대료와 직원 인건비, 룸살롱 술값 등은 별도다. 
▲ 브로커 죄수 한 씨가 2017년 3월부터 6월 사이 쓰고 다닌 돈은 드러난 것만 91억 원 가량이다. 
문제는 이 모든 돈의 사용 시점이 김성훈의 홍콩 은닉 자금 27억 원을 송금받기 이전이라는 점이다. 브로커 죄수 한 씨는 1억 원을 갚지 못해 구속된 인물인만큼 이 91억 원은 김성훈의 범죄 수익 은닉자금, 그러니까 IDS 사건 피해자들의 돈일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이 91억 원은 그나마 한 씨가 뭔가 ‘흔적’을 남긴 돈이다. 아무도 모르게 받아 쓴 김성훈의 범죄수익 은닉 자금이 더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 브로커 죄수 한 씨는 김성훈의 홍콩 은닉자금 27억 원을 송금받기 전에 이미 91억 원을 쓰고 다녔다.
만약 경찰과 검찰이 이 자금들의 출처를 파헤쳤다면 적게는 수백억 원, 많게는 천백억 원에 이르는 김성훈의 은닉자금 저수지를 찾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과연 수사는 제대로 이루어졌을까?

검찰은 2년 가까이 수사하지 않았다

한 씨가 체포된 뒤 수사가 시작됐다. 한 씨와 동업을 하려했던 사업가 김 모씨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김 씨는 한 씨로부터 들었던 김성훈과의 관계와 자신이 직접 목격한 한 씨의 자금 사용 내역에 대해 진술하면서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고 한다. 
“그 돈이 다 얼마겠냐. 수사관 당신은 이해가 가냐. 그거 하나만 파헤쳐도 당신 진급할 거다. IDS 사건 피해자들이 연명으로 도장 찍어서 다 진급시키라고 할 거다." 그렇게 얘기하니까 우리야 검찰에서 지시한 대로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제대로 수사를 안하더라고요)

한 씨 지인 사업가 김 모 씨 인터뷰 중
한 씨 누나의 주식 계좌에 들어있던 정체불명의 53억 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IDS 피해자들은 경찰에 자료를 제시하면서 김성훈의 범죄 수익일 가능성이 높으니 수사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역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게 증거물이니까 키움증권 가서 너네가 수사 영장을 쳐달라고 얘기하면 나올 거 아니냐' 그랬더니 이게 범죄 자금이 아니라는 거예요.(결국 계좌 압수수색이나 이런 것도 못했어요?)
못했어요. 뭐 수사 내부 사항이니까 안 알려준다 그러고. 그러니 내가 뭔 수로 그걸 알아내겠냐고요. 뭐 어떤 방법으로.

IDS 사건 피해자 정 모 씨 인터뷰 중
그런데 경찰 수사 단계에서 은닉 자금 추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나름의 사정이 있다. 경찰이 피의자를 체포했을 때는 구속 기간이 최대 10일이고, 그 뒤에는 무조건 사건과 피의자를 검찰에 송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경찰 입장에서는 한 씨를 체포한 뒤 충분한 수사 기간을 가질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한 씨의 체포 열흘 뒤 사건은 서울동부지검으로 넘어갔다. (검찰은 경찰과 달리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발부 받을 경우 두 달 동안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고, 최대 6개월까지 구속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IDS 피해자들은 이번에는 검찰에 계속 자료를 제출하며 김성훈의 별도 은닉 자금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다. 수사담당 검사를 찾아가 만나서 자료를 제출하기도 했고, 진정서를 접수하면서도 자료를 제출했다. 그러나 검찰은 움직이지 않았다.
제가 당시 수사검사한테 그랬어요. '수사 기간을 연장해달라. 최고 열흘까지는 연장할 수 있는 걸 알고 있다' 그랬더니 그때 연휴끼고 이래가지고 ‘안된다 빨리 기소해야 한다’해서 넘겨 버린 거예요.

IDS 사건 피해자 정 모 씨 인터뷰 중
결국 검찰은 IDS 사건 피해자들이 제출한 수많은 증거들을 무시하고, 계좌 내역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있는 27억 원에 대해서만 한 씨를 범죄 수익 은닉 혐의로 기소했다. 기소 이후 IDS 피해자들은 공소장 변경을 요구하며 자료를 다시 한 번 제출했지만 검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김성훈이 숨겨놓은 범죄 수익에 대해 수사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 버린 것이다. 
걔(브로커 죄수 한 씨)는 또 별도의 은닉을 한 거예요. 뭐 집에서 현금 20억이 나올 정도인데. 그 어딘가에 얘도 더 은닉을 했다는 이야기지. 눈으로 본 금액이 뭐 이십 억 원이고 이런 식으로 100억에 가까운 돈을 (제가) 진술했는데 어떻게 기소를 27억만 하냐.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요. 한OO 주장에 의한, 딱 드러나 있는 그 홍콩에서 들어온 돈만 기소를 한 겁니다.

한 씨 지인 사업가 김 모 씨 인터뷰 중
뉴스타파는 대검찰청에 김성훈의 감춰진 범죄 수익이 더 있을 것으로 강하게 의심되는 증거에도 불구하고 27억 원에 대해서만 기소를 한 이유를 물었다. 대검은 “구속 기간 문제로 피의자 한 씨에 대한 사건을 우선 기소했고 김성훈의 추가 범죄수익 은닉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보완 수사 중“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뉴스타파 취재 결과 검찰이 김성훈의 범죄 수익 은닉 자금에 대한 보완 수사를 시작한 건 올해 3월부터인 것으로 확인됐다. 즉 브로커 죄수 한 씨가 구속된 2018년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1년 10개월 동안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던 셈이다. 김성훈과 그 일당들이 은닉한 범죄 수익 자금을 다른 곳으로 옮겨 놓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검찰이 김성훈의 범죄 수익 은닉에 소극적인 정황은 또 있다. 뉴스타파가 <죄수와 검사> 세 번째 시즌 1편과 2편에서 보도한 죄수 K의 자수 사건과 관련해, 김성훈의 범죄수익을 쫓기 위해 경찰이 신청한 브로커 죄수 한 씨 법인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이 반려한 것이다. 반려 사유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지만, 검찰이 김성훈의 추가 범죄수익 은닉 자금을 추적하는데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보인다.   
한편 검찰은 뉴스타파 보도 이후 IDS 피해자들이 김영일 검사를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 사건을 서울 중앙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 2단(담당검사 권내건) 에 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죄수와 검사> 세 번째 시즌 5편에서는 특수부 검사들의 또다른 비위 행위를 보도할 예정이다.
제작진
취재심인보,김경래
촬영정형민
편집박서영
CG정동우
출판허현재
삽화최국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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