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와 검사 III ① 죄수와 특수부 검사의 ‘삼각’ 사건 거래

2020년 10월 06일 10시 38분

뉴스타파는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연속 보도한 <죄수와 검사> 첫 번째 시즌에서 검사들의 성매매 은폐 의혹,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 박수종과 금융재벌 유준원의 비리, 그리고 현직 검사들과의 유착을 파헤친 바 있다. 올해 5월부터 6월 사이 보도한 <죄수와 검사> 두 번째 시즌에서는 한명숙 전 총리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핵심 증인 한만호의 비망록과 수사과정에서 벌어진 검사들의 위증 교사 의혹을 폭로했다. 이제 <죄수와 검사> 세 번째 시즌을 시작한다. 세 번째 시즌에서는 특수부 검사와 죄수들이 돈과 사건, 그리고 편의를 거래하는 깊고 어두운 생태계를 취재했다.

▲ 뉴스타파는 <죄수와 검사> 세 번째 시즌을 시작한다. 영상은 뉴스타파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교동창 스폰서 ‘죄수 K’의 추가 제보

<죄수와 검사> 세 번째 시즌의 핵심 제보자 중 하나는 ‘죄수 K’다. 죄수 K는 지난 2016년 9월 사기와 횡령 혐의로 구속돼 현재 복역 중인 인물이다. 그는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자신의 고교동창인 현직 부장검사 김형준에게 뇌물을 줬다고 폭로해 세상에 이른바 ‘고교 동창 스폰서’로 알려졌다.

▲ 2016년 9월 6일, 전날 체포된 죄수 K가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죄수와 검사> 첫 번째 시즌에서 그를 설득해 취재한 바 있다. 그는 당시 뉴스타파 취재에 응해 현직 검사들의 성매매 은폐 의혹과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 박수종의 변호사법 위반 등을 제보했다. 뉴스타파는 그의 제보를 검증해 보도했다. 그런데 보도 이후 죄수 K는 특수부 검사와 죄수들이 얽힌 사건 거래 등을 직접 목격했다며 추가 제보를 해왔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가을부터 그와 수십 통의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그의 주장을 들었고, 검증했다.

‘브로커 죄수’의 제안 “1억 줄테니 사건 하나 하자”

이야기는 죄수 K가 구속된 지 1년 3개월 뒤인 2017년 12월 시작된다. 죄수 K는 서울 구치소에서 과거부터 알고 지내던 다른 죄수 이 모 씨를 만나게 된다. 전방을 갔더니 바로 옆 방에 이 씨가 있었던 것. 죄수 이 씨는 동료 재소자들이 가지고 있는 사건 정보를 수집해 특수부 검사에게 제보하고 출정(죄수가 검찰청 등 외부로 불려나가는 것)을 다니며 편의를 제공받는 것으로 유명한, 이른바 ‘브로커 죄수’였다. 죄수 K는 과거 다른 사건으로 수감됐을 때도 이 씨가 브로커로 활동하는 것을 본 바가 있었다.

어느 날 브로커 죄수 이 씨는 죄수 K에게 은밀한 제안을 한다. 자신이 지금 정기적으로 출정을 다니고 있는 검사실이 있는데, 그 검사실이 실적을 필요로 하니 사건을 제보하자는 것. 제보를 해주면 그 대가로 돈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운동시간에 이00(브로커 죄수)이 제게 말하기를 “자신이 김영일 검사실에 계속 나가는데 (김 검사가) 방산수사부에 있다가 이번에 특수1부로 옮겨 실적이 필요하니 뇌물 사건 있으면 1억 줄테니 하나만 하자, 그리고 너 개인 일 보도록 접견 변호사도 제공하겠다”고 하였습니다.”
- 죄수 K의 편지 중

브로커 죄수 이 씨가 “계속 나간다”고 했던 검사실의 김영일 검사는 인천지방검찰청 특수부, 서울 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와 특수 1부를 거쳐 최근까지 대검찰청 수사정보 담당관으로 있었던 특수통 검사다. 죄수 K가 브로커 죄수 이 씨의 제안을 받았을 때는 서울 중앙지검 특수 1부의 부부장 검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접견 변호사를 통해 사건 정보를 넘기고 돈을 받다

브로커 죄수 이 씨의 제안이 있고나서 얼마 뒤인 2018년 1월 25일, 실제 한 변호사가 접견을 오기 시작했다. 이 씨가 붙여준 접견 변호사는 서울 서초동 한 법무법인 소속의 L 변호사였다.

“L 변호사는 주 2회-3회 접견을 하고 1회 접견시 15분 정도 얘기하고 월 150만 원 정도의 비용을 받는데, 이 비용은 이00 (브로커 죄수)이 지불한다며 제게는 신경쓰지 말라 하였습니다.”
- 죄수 K의 편지 중

실제 뉴스타파가 죄수 K의 변호사 접견 기록을 확보해 확인해보니, L변호사는 2018년 처음으로 죄수 K를 접견했고 이듬해 1월 말까지 1년 동안 69번 접견을 왔다. L 변호사의 용건은 다양했는데, 그 중 첫 번째는 브로커 죄수 이 씨가 얘기한 사건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이었다.

죄수 K에 따르면, L 변호사는 ‘검찰 특수부에 제보할 사건을 얘기해주면 1억 원을 주겠다는 브로커 죄수 이 씨의 제안을 재차 전달하며 죄수 K를 설득했다. 마침 제보할만한 공무원 뇌물 사건을 알고 있던 죄수 K는 이 사건을 L 변호사에게 넘겨줬다. 이미 다른 검사실에서 수사 보고서까지 작성했지만 어떤 이유 때문인지 본격적인 수사는 진행되지 않은 사건이었다.

“저는 수사 보고서를 L 변호사에게 넘겼고, 이00(브로커 죄수)은 김영일 부부장 검사가 너무 좋아한다며 때가 되면 진행하겠다 했습니다.”
- 죄수 K의 편지 중

그리고 얼마 뒤 실제로 돈이 지급됐다. 당초 약속한 1억 원에서 2천만 원이 모자란 8천만 원이었다. 죄수 K가 감옥에 있었으므로, L 변호사가 돈을 보관하고 있다가 죄수 K가 요구하는 곳에 집행하는 방식이었다. 뉴스타파는 L 변호사가 작성해 죄수 K에게 보고한 돈의 입출금 내역을 확보했다.

이 입출금 내역을 보면 2018년 4월과 6월, 8월에 각각 천만 원, 그리고 9월에는 5천만 원 등 모두 8천만 원이 입금된 것으로 돼 있고, 입금 내역에는 ‘용’이라는 글자가 적혀있다. 이 ‘용’이라는 글자는 브로커 죄수 이 씨의 이름 가운데 한 글자를 딴 것이다. 그리고 지출 내역에는 변호사비와 도서구입비, 영치금 등 다양한 용도의 지출 항목들이 적혀있다.

죄수 K는 자신이 브로커 죄수 이 씨로부터 받은 8천만 원 가운데 2천만 원은 L 변호사에게 수수료 명목으로 줬다고 주장했다.

▲ L 변호사가 작성해 죄수 K에게 보고한 입출금 내역. 브로커 죄수 이 모 씨가 L 변호사를 통해 모두 8천만 원을 지급한 사실이 적시돼 있다.

뉴스타파는 L 변호사에게 사건 거래와 돈 심부름 등을 한 것이 맞는지 질의했으나, L 변호사는 “금액과 시기, 명목 등이 모두 사실과 다르나 의뢰인과 연관된 사안이라 비밀준수의무 때문에 사실 관계를 밝힐 수 없다”고 답변했다.

손익 계산 : 브로커 죄수가 얻은 것과 김영일 검사가 내준 것?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해보고 이 사건 거래와 연관된 사람들의 손익을 따져보자. 우선 죄수 K는 사건 정보를 내주고 6천만 원을 받았다. L 변호사는 접견과 돈 전달을 해주는 대신 월 150만 원의 접견비와 돈 전달 수수료 2천만 원을 받았다. 여기까지는 얻은 것과 내준 것의 균형이 그래도 맞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죄수 K에게 8천만 원(2천만 원은 L 변호사 수수료로 쓰였지만)을 내주고 사건 정보를 받아 김영일 검사에게 넘긴 브로커 죄수 이 씨의 입장에서 보면 돈만 썼지 얻은 게 없다. 김영일 검사 입장에서 보면 브로커 죄수 이 씨의 도움으로 솔깃한 사건 제보를 받았지만 내준 게 없다. 즉 브로커 죄수 이 씨와 김영일 검사의 손익을 따져보면 브로커 죄수 이 씨는 얻은 게 없고, 김영일 검사는 내준 게 없다. 그렇다면 김영일 검사가 모종의 대가를 브로커 죄수 이 씨에게 줬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 삼각 사건 거래 관련자들의 손익 명세. 브로커 죄수 이 씨는 8천만 원을 지출했지만 얻은 것이 없고, 김영일 검사는 사건 정보를 취득했지만 내준 것이 없다.

브로커 죄수 이 씨, 김영일 검사실 전화로 외부인과 통화

뉴스타파는 취재 과정에서, 브로커 죄수 이 씨의 전화 통화 녹취 파일을 입수했다. 브로커 죄수 이 씨가 자신의 동생뻘 지인으로 보이는 누군가에게 전화로 이것 저것 물어보거나 지시를 하는 내용이다. 별로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통화 내용이지만, 이 통화가 이루어진 날은 2018년 6월 18일, 당시 브로커 죄수 이 씨는 서울 구치소에 수감돼 있었다. 감옥 안에 있어야 할 사람이 어떻게 외부인과 자유롭게 통화를 한 것일까.

통화 녹취 파일의 파일명에는 발신 번호가 기록되어 있다. 브로커 이 씨가 전화를 건 발신 번호는 02-530-4426번. 취재진은 이 번호로 직접 전화를 걸어 어디인지 확인했다. 놀랍게도 이 번호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1부 부부장 검사실의 전화 번호였다. 서울 중앙지검 반부패수사 1부의 전신은 특수 1부다. 혹시 2년 사이 전화번호가 바뀐 것은 아닐까. 뉴스타파가 당시 중앙지검 배치표를 확인해보니 서울 중앙지검 1003호, 당시 특수 1부 부부장 검사였던 김영일 검사실의 번호는 지금과 동일했다. 즉, 브로커 죄수 이 씨는 김영일 검사실의 전화로 자신의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개인적인 용무를 처리한 것이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브로커 죄수 이 씨의 통화 녹취 파일은 모두 4개다. 날짜는 각각 2018년 6월 18일과 27일, 29일, 그리고 7월 2일이다. 브로커 죄수 이 씨가 최소 4차례 김영일 검사실에서 외부인과 통화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구치소에 수감된 재소자가 마음대로 외부인과 통화할 수 있는 특혜, 이것이 김영일 검사가 사건 제보의 대가로 재소자 이 씨에게 준 대가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 뉴스타파는 브로커 죄수 이 모씨가 김영일 검사실에서 외부로 통화한 녹취 파일 4개를 입수했다. 화면에 표시된 날짜에 이 씨는 구치소에 수감 중이었다.

‘브로커 죄수’ 이 씨, 1년에 94회 김영일 검사실 출정

뉴스타파는 브로커 죄수 이 씨가 김영일 검사실에 얼마나 드나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실을 통해 김영일 검사실의 재소자 출정 내역을 확보했다. 김영일 검사가 2016년부터 근무하던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 408호, 그리고 2017년 자리를 옮긴 서울 중앙지검 특수1부 1003호의 출정 내역이다.

▲ 뉴스타파가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서울중앙지검 408호와 1003호의 재소자 출정 내역. 브로커 죄수 이 씨는 2016년 한 해동안 무려 94회나 김영일 검사실에 출정을 나갔다.

2016년 재소자 이 씨는 당시 중앙지검 방위사업 수사부에 있던 김영일 검사실에 무려 94회나 출정을 나갔다. 주 1.8회 꼴이다. 주말을 제외하면 평일 닷새 가운데 이틀 정도를 구치소가 아닌 검사실에서 지낸 것이다. 2017년에는 47번, 2018년은 7월까지 23번의 출정을 나갔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브로커 이 씨의 통화 녹취 파일에 기록된 2018년 6월 18일과 27일, 29일, 그리고 7월 2일 모두 이 씨가 김영일 검사실에 출정을 간 사실도 확인됐다.

재소자 이 씨의 혐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이다. 뉴스타파는 지난 9월 23일, 현재 제주지검에 근무하고 있는 김영일 검사를 찾아가 횡령범에 불과한 이 씨가 방위사업 수사와 어떤 관계가 있기에 그를 94회나 출정시켰는지 물었으나 김영일 검사는 “정확히 어떤 사건 때문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나중에 답을 주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보도 당일인 10월 6일까지 어떤 답변도 주지 않았다.

▲ 뉴스타파는 현재 제주지검에 근무하고 있는 김영일 검사와 통화를 했고, 질의서를 보냈고, 직접 찾아가 질문을 던지기도 했지만 구체적인 답변은 받지 못했다.

죄수 K의 자수… 그리고 또 다른 죄수의 등장

죄수 K는 김영일 검사와 브로커 죄수 이 씨, 그리고 접견 변호사와 자신 사이에 벌어진 사건 거래를 뉴스타파에 제보하면서 동시에 경찰에 자수를 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뉴스타파에 보낸 편지에서 자신이 거래에 응해 돈을 받은 것은 죄수와 검사 사이에 벌어진 사건 거래의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죄수 K는 2016년 구속되는 과정에서 자신의 친구였던 김형준 전 부장검사와 자신의 변호인이었던 검찰 출신 ‘전관’ 박수종 변호사에게 배신 당했을 뿐 아니라, 이후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검찰의 사건 축소와 은폐를 목격하면서 검찰의 수사 관행에 문제 의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 https://newstapa.org/article/A9cRp , https://newstapa.org/article/Qbb1m)

“저는 검찰의 부당함에 대해 극도로 분개를 하는 상황있기에 “좋다, 너희들 속으로 들어가 검사의 불법적 수사 행태와 재소자에게 온갖 편의제공, 그 안에서 이뤄진 재소자들의 불법적인 금전 거래, 방법에 대해 증거를 수집한 후 까발리겠다”고 마음 먹고 이00(브로커 죄수)의 제안에 응했습니다.”
- 죄수 K의 편지 중

죄수 K의 자수와 함께 경찰의 수사가 시작됐다. 그런데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의 수사에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브로커 죄수 이 씨가 죄수 K에게 건넨 8천만 원이 사실은 이 씨의 돈이 아니라 다른 죄수의 돈이었다는 진술이 나온 것이다. 뉴스타파가 다각도로 확인한 결과 이 진술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렇게 되면 앞서 그린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 죄수 K와 브로커 죄수 이 씨, 김영일 검사 간에 이루어진 ‘삼각 거래’가 돈을 낸 다른 죄수까지 포함된 ‘사각 거래’로 수정돼야 하는 것이다. 자신과는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일에 8천만 원의 거금을 낸 이 또 다른 죄수는 누구였을까? 이 죄수와 브로커 죄수 이 씨, 김영일 검사 사이의 거래는 이것 뿐이었을까?

▲ 사건 거래의 대가로 지급된 8천만 원을 냈다는 또다른 죄수가 등장하면서 검사와 죄수의 ‘삼각 거래’는 실은 ‘사각 거래’였음이 드러났다.

뉴스타파는 <죄수와 검사> 세 번째 시즌 2편에서 이들의 관계를 보다 깊숙이 파헤칠 예정이다.

제작진
취재심인보 김경래
촬영정형민
편집박서영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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