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뉴스타파, 부산 해운대그랜드호텔측에 최종 승소

2023년 05월 02일 16시 15분

해운대그랜드호텔 소유주였던 허 세르게이와 그의 부인 손련화 호텔 대표이사가 제기한 억대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뉴스타파가 최종 승소했다. 허 씨 부부가 소송을 제기한 지 2년 7개월 만이다. 
대법원 1부(노태악 재판장)는 지난달 27일, 원고인 허 씨 부부가 낸 손해배상 상고심을 심리불속행 기각하고 허 씨 부부가 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심리불속행이란, 원심 판결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대법원이 별도로 결정 이유를 알리지 않고 원심을 그대로 확정하고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부산 해운대그랜드호텔. 2019년 12월 호텔이 갑작스럽게 폐업한 뒤, 현재는 부동산이 매각되고, 건물이 전부 철거 됐다. 

대법원, 상고 기각... 해운대그랜드호텔 소유주 허 세르게이 패소 확정 

뉴스타파는 지난 2020년 9월, <'러시아 마피아'의 왕국, 해운대그랜드호텔>편을 보도했다. 보도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지난 2007년 러시아 밀수 범죄 집단 출신의 허 씨와 그의 배우자인 손련화 씨가 호텔 인수 자금 268억원을 홍콩의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불법으로 들여왔다는 정황
2) 러시아 국적인 이들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법무부 시험지를 몰래 빼내 시험을 봤다는 의혹
3) 지난 2019년 12월 호텔을 폐업하는 과정과 관련된 부당노동행위와 위장 폐업, 이면 계약 의혹 
허 씨 부부는 기사의 모든 부분이 허위 사실이며, 자신의 이름이 공개돼 명예가 훼손됐다며 5억원의 손해배상을 제기했다. 
이후 뉴스타파는 호텔 인수자금 268억의 자금 세탁 문제로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게 된 손련화 씨가 세무공무원에게 억대의 뇌물을 제공해 벌금 2000만원의 처벌을 받았다는 내용을 추가로 보도했다. 

1심 법원 "허 세르게이, 러시아 밀수단체 조직원 인정"

1심인 서울중앙지법(재판장 송승우)은 1)과 2)의 보도 내용, 즉 불법 자금세탁과 국적 불법 취득 의혹은 허위라고 판단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결했다. 뉴스타파가 인용한 러시아 매체의 밀수 범죄 기사에 나오는 허 세르게이가 바로 해운대그랜드호텔의 소유주 허 세르게이를 지칭한다는 점도 인정했다.
실명 보도에 대해서는 “(익명 보도는) 러시아인이었던 허 씨 부부의 과거 행적을 밝히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이름을 특정하지 않으면 허 씨와 러시아 밀수 조직의 연계성을 설명하기 어렵고 또 부인 손 씨의 국적 불법 취득 사안은 비범성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3)번 보도 내용, 즉 부당노동행위와 위장 폐업, 이면 합의 의혹에 대해서는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뉴스타파가 허 씨 부부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 법원 "위장 폐업, 이면 계약도 의문 제기 사정 있어"

그러나 2심인 서울고등법원(재판장 강민구)는 3)번 보도 내용, 즉 부당노동행위와 위장 폐업, 이면 계약 의혹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존재한다며 1심에서 뉴스타파가 패소한 부분을 취소하고 허 씨 부부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원고들이 적자 누적을 이유로 호텔을 폐업한다고 했으나 2017년에는 5성급 호텔로 선정되었고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는 흑자였다는 점,  2019년 감사보고서가 의견 거절된 점에서 호텔 경영상의 의문을 제기할 만한 사정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이면 계약도 의혹이 제기될만한 상황이 존재했다고 판단했다. 호텔측이 노조와 교섭 당시 '폐업 외에 매각 계획은 없다'고 여러차례 밝혔으나 폐업 석 달 만에 호텔 부지와 건물이 매매된 점, 부동산 계약 당일에 매매대금 2,480억원과 소유권 이전 등기가 이전된 점이 통상의 거래에 비해 이례적이라고 본 것이다. 
‘러시아 마피아 왕국’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원고들의 범죄 혐의 사실이나 호텔 폐업, 호텔 부지 매각 과정에서 제기되는 의혹 등을 함축적,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전체적인 내용을 고려하면 감시, 비판, 견제라는 언론 활동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제작진
취재강민수